다시 포켓몬고ㅡ 이제는 초등 어린이와 함께 모바일 게임
어린이가 어린이집 다닐 때 포켓몬고가 유행했다. 어린이 덕분에 포켓몬스터의 존재를 알고 있던지라 나도 포켓몬고를 시작해보았다. 예상보다 재미있었다. 집 근처와 회사 근처에 포켓스탑이 많아서 출퇴근시간에만 해도 충분히 즐길만했다. 어린이의 주변 친구들도 꽤 많이 하는 것 같았는데, 벌써 모바일 게임을??? 이런 생각이 들어 어린이에게 접하게 해주진 않았다. 대신 포켓몬고로 쌓은 포켓몬 지식 덕에 어린이와 대화의 폭을 넓히는 데에 도움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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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가 초등 입학하고나니 브롤스타즈로 유행이 넘어갔다. 어린이가 같은 반 아이들의 수다 속에서 주요 캐릭터의 이름들을 알아왔다. 브롤 카드도 유행되었다. 어린이에게 남편이 브롤 카드를 선물했다. 하지만 역시나 모바일 게임을 허용해주진 않았다.
모바일 게임보다 중독성이 덜한 콘솔 게임, PC 게임을 먼저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호텔 키즈클럽에서 발견한 닌텐도 게임을 꽤 즐기길래, 신혼 시절 마련한 닌텐도 위에서 쓸 수 있는 게임팩을 몇 개 샀다. 가족끼리도 하고, 친구들이 놀러오면 같이 하기도 했다. 마인크래프트를 책으로 배운 어린이를 위해, PC로 마인크래프트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해줬다. 로블록스도 PC로 하고 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엄마 핸드폰 아빠 핸드폰 빌려다가 게임하고 유튜브 보는 아이들이 많다는 걸 아는데, 우리집엔 그런 문화가 없다. 예기치못하게 책도 없이 영어동영상 담긴 태블릿도 없이 아무것도 없이 어린이가 어딘가에서 대기를 해야하거나 하는 상황이 되면 내 핸드폰으로 퍼즐이나 코딩, 스토쿠나 워들 같은 문제 풀이 앱을 하게 해주는 경우는 있다. 그게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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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5학년이나 되도록 게임으로 어린이와 실랑이 해본 적이 없다. 어린이는 뭘 사내라고, 하게 해달라고 강하게 요구하는 타입이 아니다. 또래에게서 보기 힘든 성격. 내가 게임을 통제하는 엄마이기도 하겠지만, 어린이가 그런 성격이라 지금껏 이 정도의 상황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내가 아무리 통제적이라 한들 어린이의 요구가 막강했다면 결국 져주고야 말았을테니. 통제광과 애어른이 만나서 이런 상황인 셈.
그래서 닌텐도도, 마인크래프트도, 로블록스도, 남편과 내가 나서서 게임팩을 사주고 닌텐도나 PC로 게임을 해보겠냐고 권하면서 시작되었다. 어린이를 잘 아는 분들은 좋아하는 것에는 집중력과 수행력이 남다르기 때문에 게임에 한 번 빠지면 무섭게 빠질 타입이라고 하시는데, 그런 기질은 충분히 보이나 아직까지는 잘 조절하고 있다. 중학생이 되면, 고등학생이 되면 어떻게 될지 나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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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어린이에게 최근 내가 포켓몬고 게임을 권했다. 나도 안 한지 몇 년이 지났는데 문득 포켓몬고 생각이 났다. 예전부터 우리집 어린이가 너무 좋아할텐데, 우리의 수다가 더더더 풍성해질텐데, 집돌이 어린이와 광합성 하며 걸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인데, 하고 생각해오긴 했는데 막상 손에 핸드폰을 쥐어주기까지는 몇 년이 걸린거다.
어린이네 반에 어린이와 너무나 맞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는 걸 알았지만 어느 정도의 상황인지는 최근에 연달아 자세히 알게 되었는데, 아마 그래서인 것 같다. 그래, 너도 학교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 것이 필요할 텐데, 새로운 자극도 필요한 건데, 라고 생각하던 차에 문득 포켓몬고를 떠올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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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던 핸드폰 중 하나를 포맷해서 영상 촬영용으로 쓰고 있었는데 거기에 포켓몬고를 설치했다. 노트8이니 어느 정도 성능이 되는데다가, 포맷도 해놔서 나름 쌩쌩하게 잘 돌아가는 것. 핸드폰보다 무서운 게 와이파이라서, 내 핫스팟에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 핸드폰은 네 것이야, 라고 준 게 아니라 주말에 시간이 되면 엄마와 같이 포켓몬고를 하자며 그 때만 준다.
그렇게 주말에 이곳 저곳 볼일보러 다니는 길에 포켓몬고를 함께 즐겼다. 몇 년만에 해보니 새로운 기능들이 많아 나도 재밌게 즐겼다.
수십개의 사탕을 모으는 대신, 친구와 포켓몬 교환만 하면 바로 진화를 하게 되다니! 어린이랑 친구 맺고 포켓몬 교환도 해본다. 새로 나타나는 포켓몬을 잡을 때마다 어린이에게 얘는 진화하면 뭐가 되냐고 묻는데, 답변이 늘 청산유수! 나는 그냥 힘센 녀석들만 데리고 배틀 다니곤 했는데, 어린이는 타입에 따른 상성과 기술을 고려해서 배틀할 포켓몬을 골라야 된다며 내 포켓몬 중에서 이러이러한 걸 골라야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포켓몬고를 같이 하자고 말해준 나에게 감정표현 많지 않은 어린이가 너무 고마워해서, 자신감 있게 몇 년 동안 포켓몬 도감을 탐독하며 쌓아온 지식을 마음껏 펼치고 있어서, 포켓몬 한 마리 한 마리에도 어린이가 매우 행복해해서, 내가 이 행복을 이렇게나 감춰준 것인가 ㅠㅠ 괜히 미안해졌다.
지금도 포켓몬고를 즐기는 초등 아이들이 많이 있을까. 우리집 어린이 주변에도 있을까. 동네 친구가 있으면 같이 산책다니며 포켓몬 잡으러 다녀도 좋을텐데. 이제 초등 고학년 아이들은 그러고 안 놀려나. ㅠㅠ 어린이말로는 같이 학원 수업 듣는 친구 중 한 명이 핸드폰을 가지고 있는데 거기에 포켓몬고가 설치되어있더란다. 아이고 주변머리없는 녀석. 그걸 봤으면 바로 "포고 친구 할래?" 물어보지, 얘는 이래도 흥 저래도 흥이다. 필드리서치 미션으로 친구 몇 명 만들기 같은 게 나와봐야 적극성이 나올까 말까 하려는지.
매년 담임선생님들께서 어린이에 대해 말씀하시는 '순수하다'는 평가. 이게 어디서부터 온 것인지 모른다. 어린이를 너무 세상물정 모르게 키워온 내 탓일 수도 있다. 적당히 유행가도 듣고 유행예능도 보고 유행게임도 하는 게 필요할 수도 있으니.
그런데 최근 뉴스레터를 받아본 바에 따르면 처음에 상당한 인기를 누리다가 점차 사그라지다 코로나로 외부활동이 줄면서 팍 쪼그라들었던 포켓몬고 게임 유저 숫자가 놀랍게도 올해초부터 늘기 시작하더니, 여름부터는 게임앱 중 월 활성화 사용자 1위 게임이 되었다고 한다. 9월까지도 지속 1등인 모바일 게임앱이 포켓몬고라고. 포켓몬 빵 열풍으로 인해 기존 유저와 신규 유저가 모두 늘어난 것 같다는 분석.
어린이와 포켓몬고 2차 유행에 합류해보네. 적당히 즐길 수 있는, 그런 취미로 남기를. 그리고 말수 적은 어린이와, 수다를 떨 수 있는 좋은 통로로 유지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