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신] 2.8 잔상 속 암투 편지 모음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다이루크에게 온 편지]
투박한 필체의 편지 (바르카)
다이루크에게:
최근에 진이 나한테 편지를 써서 무척 놀랐네. 내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면, 자네에게도 썼겠지? 진은 기사단 전체를 대표하니까. 클립스 어르신은 나도 인정할 만큼 좋은 분이었네. 그런 일을 당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안 좋아, 정말 유감이야. 마룡을 처치한 일의 공로는 모두 자네의 아버지에게 돌아가는 게 마땅하지. 어르신이 희생한 결과를 일록이 빼앗았고, 난 그걸 인정할 수 없네. 다른 사람에게서 훔친 명성... 그 어떤 경우라도 페보니우스 기사단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건 용납되지 않아. 일록은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해. 이미 진에게 알렸으니 결과가 나오면 기사단이 제일 먼저 자네에게 연락을 줄 걸세. 최근 밖에서 기분 전환 중이라 연락이 닿기 어렵다고 들었네. 이 편지가 잘 도착할지 모르겠군, 그럼 여기까지 쓰겠네. 편지가 잘 도착한다면 여행 중에도 건강하고 안전에 유의하길, 필요한 게 있으면 우리에게 연락 주게. 자네의 그 매가 이 편지를 잘 전해 줬으면 좋겠군. 내가 손 편지를 쓰는 건 드문 일이니까 말이야. 지금의 자네에겐 무의미한 위로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 말을 잊지 말게. 이 또한 지나가리라. 몬드에서 돌아오길 기다리겠네. 원한다면 언제든 기사단에 돌아와도 좋아. (원하지 않는다면, 못 들은 걸로 하게)
역동적인 필체의 편지 (앨리스)
라겐펜더 가문의 귀공자에게:
내가 누군지 기억 못 하겠지만, 우린 여러 번 만났었어. 가끔은 광장 근처, 어떤 때는 디어 헌터 옆 테이블, 또 어떤 때는 네 술집에서 말이야... 넌 언제나 이런저런 일로 바빴어. 특히 예전에는 지금보다 말도 많았지. 늘 친구들과 대화가 끊이질 않았어. 그 당시의 너라면 날 기억 못 하는 것도 이해가 돼. 그래도 난 언제나 너라는 꼬마 친구를 기억하고 있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해. 한번은 클레가 네 포도원에서 수정 나비를 잡다가 포도밭을 엉망으로 만들었지... 넌 화내지 않고 직접 클레를 돌려보내 줬어. 신선한 포도 주스도 몇 병 줬지. 아마 너도 조금은 기억나기 시작했을 거야, 그렇지? 최근에 클레가 「빨간 머리의 이상한 사람이 오랫동안 보이지 않아」라고 하길래 네가 어떻게 지내나 궁금해서 알아봤어. 네 아버지에게 일어난 일은 정말 유감이야. 얼른 훌훌 털고 일어나길 바라. 내가 들은 이야기에서 사람들은 항상 너를 완벽하고 고고하며, 패기 넘치는 명문가의 기사라고 말하더라. 하지만 난 네가 외모와는 다르게 친절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 그게 아니라면 클레에게 그렇게 대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넌 내 꼬마 친구를 도와줬어. 나도 너를 꼬마 친구라고 여길 거야. 그래서 난 네가 얼른 어둠에서 벗어나길 바라. 너무 오래 슬픔과 후회에 빠져 있을 필요 없어. 슬픔이 클수록 얻는 것도 많은 법이야. 둥지를 잃은 새는 다른 새들보다 더 높이 날지. 밖으로 나가봐, 여행은 언제나 옳은 선택이야. 지금은 감정, 관찰, 경청만이 너의 마음을 치유해 줄 수 있을 거야. 부모라면 누구나 오래오래 자녀의 곁에 있길 바라지. 하늘, 바다, 별들이 그 맹세를 알고 있을 거야. 네 아버지의 모든 것이 너와 함께 할 거야. 네가 세상에서 느끼는 것들도 어쩌면 네 아버지가 이미 느껴본 걸지도 몰라. 바람이 너를 좋은 곳으로 데려가주길 바랄게. 기운 내, 젊은 친구.
시원한 필체의 편지 (엘저)
어르신께:
케이아 도련님이 휴가를 내고 다운 와이너리에 와서 며칠 묵었어요. 정말 드문 일이죠. 도련님은 원래 쓰던 그 방에 묵었어요. 휴식을 취할 때면 밖에서 산책을 하시고, 아델린에게 좋아하는 요리를 해달라고도 하셨어요. 그 느낌은, 예전으로 돌아간 기분이었어요. 솔직히 말하자면, 케이아 도련님이 여기서 며칠 묵겠다고 했을 때 정말 놀랐어요. 하지만 거절하지 않았어요. 만약 어르신이 계셨어도 거절하지 않으셨을 거라 믿었거든요. 다운 와이너리는 원래부터 조용한 편이었죠. 그래서 이곳에서 머무는 사람들이 평화로움을 느끼나봐요. ...집이란, 모름지기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 의해 분위기가 결정되죠. 오랜만에 케이아 도련님이 와서 여기도 조금 시끌벅적해졌어요. 여행 중에도 잘 지내시길, 와이너리의 사람들이 모두 그리워 하고 있어요. 평안하고 건강하세요.
수려한 필체의 편지 (진)
다이루크 선배―――
몬드에 돌아온 걸 환영해. 그 사건 이후로 시간이 꽤 흘렀지. 일록이 중간에서 방해했던 사실을 밝혀냈고, 그는 이미 처벌을 받았어. 이 소식을 듣고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지길 바라. 우리 쪽 사람이 발견했는데, 요즘 울프 영지부터 석문 일대까지 심연 교단의 움직임이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어. 게다가 최근엔 「다크 히어로」라는 정체불명의 인물이 자정에 나타나서, 몬드성 일대에서 활약 중이야. 목적이 무엇인지는 아직 몰라. 부디 조심하고 이상한 일이 생기면, 기사단에 하루빨리 연락해. 우리는 선배의 조력자니까. 선배가 기사단이든 아니든, 굳은 신념을 지닌 기사라면 선배가 기사단에서 세운 공을 영원히 기억할 거야. 건강 잘 챙겨.
깔끔한 필체의 편지 (알베도)
다이루크 씨에게:
다이루크 씨와 함께 지맥 관련 문제를 의논할 수 있어서 기뻐요. 다이루크 씨도 알겠지만 제 주요 연구 영역은 연금술이라서, 지맥에 대한 이해는 깊지 않아요. 제가 알고 있는 것만 간단하게 말씀해 드리겠습니다. 문헌 자료에 의하면, 지맥은 정보의 매개체라고 볼 수 있어요. 특정 상태에서 주변의 사상을 기록하죠. 모든 정보는 기록과 저장의 과정을 거쳐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정보는 아마 지맥을 통해 다시 한번 방출되겠죠. 감히 짐작하자면, 분명 지맥을 활성화하는 방법이 있을 거예요. 방법만 제대로 알고 있으면, 지맥 기록과 정보 방출의 타이밍을 통제할 수 있어요. 룬이나 다른 방면을 참고해서 추측해보면, 일부 특수한 심연 교단이 극히 낮은 확률로 이 일을 할 수 있어요. 만약 더 연구할 필요성을 느낀다면, 이런 객체들이 당신의 돌파구가 될 거예요. 몇 년 전 지맥 흐름과 관련 문제에 대해 연구한 논문을 쓴 적이 있어요. 편지에 해당 논문의 사본을 동봉해 보냅니다. 의혹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요.
화려한 필체의 편지·1 (케이아)
D에게:
기사단 내부에 폭풍이 일고 있어. 바르카의 심복은 일록과 그의 패거리를 철저하게 조사할 생각이야. 일록은 이제 추락할 일만 남았어. 내 편지를 보고 싶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 소식을 어서 너에게 전해 주고 싶었어. 답장하지 않아도 괜찮아.
화려한 필체의 편지·2 (케이아)
D에게:
네가 멀리 떠난다는 소식을 듣고 나조차도 조금 놀랐어. 진이 널 설득하려고 너에게 편지를 쓰려고 했는데, 내가 그럴 필요 없다고 했어. 바르카 쪽은 아마 아직 이 일에 대해 모를 거야. 그 성격상, 알았다면 분명 널 술집에 앉혀두고 이야기 좀 하자고 했겠지. 떠나려면 지금이 딱이야. 아는 사람도 적으니 작별 인사 할 시간도 줄어들겠지. 슬퍼지지 않도록 밤에 떠나는 걸 추천할게. 순조로운 여행이 되길.
화려한 필체의 편지·3 (케이아)
D에게:
나쁜 소식이야. 일록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더라고. 대단장이 명령한 조사 때문에 큰 타격을 입었지만, 연관된 세력은 아직 완전히 뿌리 뽑히지 않았어. 지금 이 사건은 진이 맡고 있어. 진은 책임을 다할 거야. 원래부터 일록은 진이 하는 일에 걸림돌이었으니까. 넌 좋은 소식을 기다리고 있으면 돼.
화려한 필체의 편지·4 (케이아)
D에게:
최근에 한 상인 무리가 몬드성으로 돌아왔어. 밖에서 경영난을 겪고 몬드로 돌아왔다고 하더군. 내가 지켜본 바에 따르면, 그 직원들은 「천사의 몫」에 자주 출몰할 뿐 아니라 야외의 위험지대에도 여러 번 나타났어. 그중 몇 명은 조심성이 없어서 수첩에 있던 종이를 몇 장 떨어뜨렸어. 다행히 선량한 내가 「천사의 몫」에 대신 돌려줬지. 그곳에 간 걸 보면 너와 연관이 있는 것 같아. 수첩을 보니까 암호를 썼더라고, 정보 브로커? 아님 어떤 비밀 조직인가? 아무튼, 한쪽 눈으로 그 흐릿한 글씨를 보는 건 힘들었지만 열심히 봤어. 이 일에 대해선 비밀을 지킬게.
화려한 필체의 편지·5 (케이아)
D에게:
일부러 숨긴 건 아니지만 이미 알고 있을 줄은 몰랐어. 눈이 먼 사람만 안대를 쓸 수 있는 건 아니잖아? 오른쪽 눈에 흉터가 있어서 가릴 수도 있는 거지. 네가 오랫동안 기다린 좋은 소식이 왔어. 일록이 사직하는 날에 물건을 정리해서 꺼지는 모습을 술잔이랑 찻잔을 들고 구경하면 재밌겠지? 하지만 네 성격이라면, 그런 일은 안 하겠지. 그건 내가 대신할게.
화려한 필체의 편지·6 (케이아)
D에게:
공교롭게도 네가 몬드로 돌아온 지 얼마 안 돼서 성에 정체불명의 인물이 나타났어. 듣기로는 「다크 히어로」라고 불리면서 몬드 주변의 보물 사냥단과 마물을 수차례 퇴치하고, 심지어 심연 교단의 거점을 공격했다지. 그의 행동은 지금으로선 몬드에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지만, 기사단은 독립적인 무장 세력의 존재를 허락하지 않을 거야. 왠지 넌 그 사람과 잘 통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얼른 기회를 잡아서 친해져 봐. 그리고 절대 기사단에 잡히지 말라고 설득해.
화려한 필체의 편지·7 (케이아)
D에게:
규정대로 기사단은 관련 인원에게서 증거를 수집해야 해. 최근 기사단은 「다크 히어로」라고 불리는 사람이 다운 와이너리 일대에 나타났다는 목격담을 수차례 제보받았어. 대단장은 이번 임무를 기병대에게 맡겼어. 그러니 내가 사흘 뒤에 방문할 거야. 대단장은 우리가 강제로 마주 보고 대화하면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봐. 물론 다른 소리는 안 할 거야. 그저 절차를 밟는 것뿐이야. 사흘 전에 통보했으니, 준비할 시간은 충분하지?
화려한 필체의 편지·8 (케이아)
D에게:
저번에 심연 교단의 습격에 대처할 때, 「다크 히어로」가 기사단에게 시간을 벌어줬지. 그래서 진이 사람들에게 기사단은 「다크 히어로」를 주요 경계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고 설명할 수 있는 이유가 생겼어. 「다크 히어로」가 받는 제한은 줄어들었지만, 처지가 나아졌다고는 할 수 없어. 너무 날카로운 것은 쉽게 부러지기 마련이야. 혼자 행동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겠지. 난 그 방법을 추천하지 않아.
화려한 필체의 편지·9 (케이아)
D에게:
다행히 다운 와이너리는 아무 피해도 없다고 들었어. 기사단에도 경상자만 몇 명 있으니 곧 회복되겠지. 다만, 한 상점의 직원이 실종됐어. 공교롭게도 연락이 끊긴 지점이 심연 교단의 동선과 겹쳐. 기사단에서 이미 사람을 보내 수색을 시작했어. 심연 교단은 점점 위험해지고 있으니 조심해, 이제 다방면에서 공격하기 시작했어. 「다크 히어로」가 기사단과 협력하는 걸 고려해준다면 완벽할텐데.
[아델린과 케이아의 대화]
아델린 : 케이아 도... 케이아 대장님, 안녕하세요. 오늘 갑자기 무슨 일로 오셨나요?
케이아 : 아델린 씨, 말투가 너무 서먹한 거 아니에요? 기사단이 또 「다크 히어로」의 목격 제보를 받았어요. 목격자는 다크 히어로로 의심되는 자가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고 했지만... 전 왠지 용의자가 다운 와이너리 일대에 있다는 느낌이 든단 말이죠.
아델린 : 그런가요? 케이아 대장님과 다크 히어로는 동시에 나타난 적이 없죠. 케이아 대장님은 다운 와이너리에 자주 나타나시잖아요? 다크 히어로도 그렇고요. 그럼 케이아 대장님이 다크 히어로라고 생각해도 되나요?
케이아 : 하하하. 일리 있는 말이네요. 내가 그 유명한 다크 히어로라니!
아델린 : 죄송해요, 케이아 대장님. 오늘 다운 와이너리는 화재 안전 검사를 해야 해서요. 다음에 다시 오세요.
케이아 : 네? 예의상 저녁이라도 먹고 가라고 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휴, 오늘은 남은 서류 작업이 있으니... 이렇게 하죠. 다이루크에게 전해줘요―――경계 구역을 이미 설정했고, 주민들은 모르는 상태니까 상대도 바로 알아차리진 못할 거라고요.
아델린 : 케이아 대장님의 말은 여전히 심오하네요. 메이드인 저에겐 너무 어렵다구요. 어르신은 비즈니스 파트너와 사업 이야기를 하러 가셨어요. 저도 어디 계시는지 모르겠군요. 돌아오시면 그대로 전달해 드릴게요. 다만 말에 담긴 깊은 뜻까지 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케이아 : 그래요? 어렸을 때부터 쓰던 암호도 못 알아들으면, 인생 헛산 거죠. 그러고 보니, 요즘 와이너리에 새로운 술 없나요? 온 김에 좋은 술 좀 사 가고 싶은데.
아델린 : 케이아 대장님은 농담도 잘하시네요. 소량 판매 안 하는 건 대장님도 아실 텐데요. 아무튼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이루크의 답장]
「앨리스 씨에게」 보내는 편지
앨리스 씨에게:
편지를 열기 전까지 이 편지가 앨리스 씨로부터 온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아마도 제 주변에 계실 때마다 제가 알아차리지 못 했던 것 같군요. 저의 무신경함에 사과드립니다. 앨리스 씨는 대단한 마녀라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제가 아니었어도 클레는 안전하게 집에 갈 수 있었겠죠. 그런데도 저에게 편지를 보내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말씀해 주신 대로, 지금 저에겐 여행이 가장 좋은 선택입니다. 이 세상의 모든 걸 겪어 보려고요. 아버지의 의지는 제 삶과 함께 지속되겠죠. 제가 다운 와이너리에 없어도, 클레가 손님으로 오는 건 언제나 환영입니다. 아델린이 충분한 디저트와 포도 주스를 준비해 두고 꼬마 손님을 기다릴 거예요. 괜찮으시다면, 클레와 함께 방문해 주시길 바랍니다. 앨리스 씨와 클레, 모두 건강하길.
「단장 대행에게」 보내는 편지
진에게:
걱정은 고마워, 단장 대행. 네 말대로 난 곧 그 일에 대한 집착을 버릴 거야. 독직한 일록을 처벌하는 건 본질적으로 기사단이 과거에 저지른 잘못을 바로잡는 거야. 기사단 자체에 더 큰 의미가 있지. 내 개인의 안전은 기사단이 걱정하지 않아도 돼. 기사단은 인력을 병력에 투입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와야 하지. 건강하길.
「바르카 단장에게」 보내는 편지
바르카 단장에게:
이번 일에 관심을 갖고 위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버지께서 계셨다면 무척 영광스럽게 생각하셨을 겁니다. 북풍 기사의 인정을 받는 것보다 기쁜 일은 없으니까요. 저는 지금 여행 중입니다. 순조롭게 단장의 편지를 받아서 다행이네요. 별다른 일이 없다면, 저는 기사단으로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기사단에서의 일은 절대 잊지 않을 거예요. 기사단에서 배운 것들은 영원히 마음 속에 담아 두겠습니다. 건강하십시오.
비밀 서랍 속 수수께끼의 상자 :
상자 안에 물건은 전부 오래된 것 같다. 그 중 어떤 종이 조각이 눈에 띈다. 종이 조각의 일부는 불에 타서 없어졌다. 나머지 부분은 불더미에서 꺼내 온 그을린 흔적이 보인다. 종이 위에는 두 행마다 완전히 똑같은 내용이 적혀 있다. 필체로 미루어 보면, 아이가 먼저 한 번 쓰고, 어른이 아이의 손을 잡고 한 번 더 쓴 듯 하다. 종이에 적혀 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반드시 기억하라, 외눈박이 왕 엘민이 약해진 후, 왕가의 피가 섞이지 않은 알베리히 일족이 발 벗고 나서 잠시 섭정을 하였다. 켄리아를 되살릴 순 없지만, 알베리히 일족의 생명은 흐릿하고 약하게 꺼져가는 잔불이 아니라, 순식간에 타오르는 맹렬한 화염이어야 한다.」
종이 조각을 넘겨보니, 뒷면에도 글이 있다. 주석이 달려 있는 듯하다.
「『아버지』 몰래 불더미에서 꺼내온 유일한 기념품. 나는 가문과 관련된 것은 기록되지 않는다는 원칙을 어겼다. 이 종이 조각은 나의 신분을 증명해 줄 수 없고, 어딜 가든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 보니, 그의 필체는 꺼져가는 불꽃처럼 비통하다. 몬드에서 살고 있는 나는 이런 필체를 쓸 수 없다.」
종이 조각을 꺼내보니 밑에는 오래된 안대가 들어 있는 주머니가 있고 그 옆에 메모가 적혀 있다:
「거짓으로 외눈박이 행세를 하던 해적 사기꾼이 결국 한쪽 눈을 잃었구나. 다이루크의 말을 원망하지 않는다. 하필 의붓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날 사실을 털어놓았으니, 다툼이 생기는 것도 당연하다. 모두 내가 저지른 일이다. 그는 진짜라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내 눈은 멀지 않았다. 이미 오랫동안 속여 왔으니... 그냥, 이렇게 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주머니 아래에 「D」라는 서명이 쓰인 편지가 두 통 놓여 있다. 편지의 보관상태도 좋고, 뒷면에는 날짜가 적혀 있다. 편지를 받은 날짜인 듯하다. 편지의 필체는 자연스럽고 힘이 있지만 화려함을 잃지 않았다.
「『K』에게」 보내는 편지·1 (다이루크)
K에게:
편지 잘 받았어, 고마워. 나한테 보내는 편지에 눈에 대해 언급하지 마. 네 오른쪽 눈이 멀지 않았다는 거 알고 있으니까.
「『K』에게」 보내는 편지·2 (다이루크)
K에게:
편지 고마워. 기사단과 협업하는 일은 동전의 양면과 같이 장점과 단점이 있어. 그건 네가 더 잘 알 거라고 믿어. 안전에 관한 문제라면 걱정할 거 없어. 내 몸 하나 건사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정말 어려운 건 끊임없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거지. 네 몸이나 잘 챙겨.
두 통의 편지 옆에 조개껍데기가 들어 있는 작은 종이 가방이 놓여 있다. 조개껍데기의 광택이 흐릿한 것이 얼마나 오래된 건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이벤트를 끝내면 다음 기념품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다이루크와 케이아가 주고 받은 서신은
화려한 필체의 편지·4 (케이아)
「『K』에게」 보내는 편지·1 (다이루크)
화려한 필체의 편지·5 (케이아)
화려한 필체의 편지·9 (케이아)
「『K』에게」 보내는 편지·2 (다이루크)
이렇게 연결됩니다.
그너저나 굉장하네요. 이렇게 많은 내용이 담긴 다이루크의 과거 (뿐만 아니라 케이아나 다른 몬드 일원의 과거) 가 나올 줄은 몰랐어요.
저는 클레를 비롯한 몬드 캐릭터들을 좋아해서 너무 좋네요.
다이루크가 이전에 클레한테 잘 대해준 것도 좋고, 처음에는 다이루크와 케이아가 서로 툴툴거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마지막에 나눈 편지에서는 서로 몸 조심하라고 걱정해주는 사이 정도가 된 것이 좋았어요. 그리고 케이아는 다크 히어로가 다이루크라는 걸 알고도 아델린한테 일부러 떠보는 듯한 농담하는 걸 보면 그 성격 어디 안 간다고 해야하나...ㅎ 하여간 다이루크 어르신은 솔직하지 않아서 클레한테 이상한 사람이 된 것 뿐이지 좋은 사람입니다. ㅠㅠ
저는 케이아와 아버지, 켄리아의 비밀에 대해 점점 더 궁금해져만 갑니다 ㅠㅠ 바르카에 대해서도 언급이 있는 걸 보면 원정 간 기사단들의 이야기도 나오겠죠. 기대도 그만큼 증폭되는 중!
이번 이벤트 내용 좋네요. 장벽 난이도가 너무 어려워서 상황에 적절한 캐릭터가 없으면 클리어하기 힘들다는 거 빼면...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