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봤다] 갤럭시 S22 'GOS Off' 업데이트, '원신'은 잘 돌아갑니까?
갤럭시 S22 울트라 업데이트 모습. /사진=테크M
모든 사태의 시작은 '원신'이었습니다. 원신은 지난 2020년 중국 미호요가 만들어 세계적인 인기를 끈 모바일 게임입니다. 특히 이 게임은 콘솔급 그래픽과 오픈월드 시스템으로 스마트폰 성능을 한계까지 사용하는 고사양 게임으로 유명합니다.
갤럭시 스마트폰을 쓰는 게임 마니아들은 전부터 원신을 제대로 플레이 할 수 없다는 불만이 컸습니다. 아이폰에 비해 그래픽이 뭉개지고 프레임이 유독 떨어진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이들은 최근 논란이 된 '게임 옵티마이징 시스템(GOS)'의 존재에 대해서도 일찍부터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성능을 내기 위해 GOS를 우회하는 방법들도 계속해서 공유해 왔습니다.
이들의 불만이 폭주한 건 최근 출시된 '갤럭시 S22' 시리즈 때문이었습니다. '역대 최강'이라는 최신 스마트폰을 구매했는데 오히려 원신이 이전 모델보다도 못한 모습을 보이는 게 아니겠습니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GOS 우회 앱마저 차단되면서 게이머들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습니다. 이른바 'GOS 사태'의 시작이었습니다.
뜨거운 GOS 논란
GOS에 대해 꾸준히 비판하던 한 유튜버는 벤치마크 앱 패키지의 이름을 '원신'으로 바꿔 테스트를 해봤습니다. 그러자 벤치마크 수치가 폭삭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유명 벤치마크 앱 '긱벤치(GeekBench)'의 개발자가 직접 테스트에 나섰고, 결과적으로 GOS가 갤럭시 S22의 성능을 절반 가까이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긱벤치 개발자 존 풀이 갤럭시 S22 울트라를 벤치마크한 결과 /사진=긱벤치 홈페이지 캡쳐
결국 갤럭시 S22 시리즈는 긱벤치 성능평가 차트에서 퇴출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고, 소비자들은 삼성전자에 속았다며 분개했습니다. 회사 측은 사용자들의 안전을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소비자들은 집단소송에 나섰고, 공정거래위원회도 허위과장광고 여부를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GOS 논란이 격화되며 갤럭시 S22 시리즈 이미지에 타격을 입히기 시작하자 삼성전자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최근 회사 측은 GOS 기능을 끌 수 있는 업데이트를 배포하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게임 실행 시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초기 성능 제한을 해제하고, 더 높은 성능을 발휘 할 수 있는 '게임 퍼포먼스 관리 모드'를 추가한 것입니다.
GOS 끄고 '원신' 해보니
직접 구매한 '갤럭시 S22 울트라' 모델을 업데이트 한 뒤 원신을 실행해보니 게임 품질이 확실히 나아진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해상도도 높아졌고 프레임도 확실히 나아졌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온도가 금방 40도를 넘어서며 스마트폰이 뜨끈뜨끈해졌습니다. 배터리도 순식간에 소모되기 시작했습니다. 또 이렇게 성능 제한을 풀고 비교해도 여전히 애플 '아이폰 13 프로 맥스'가 게임의 품질이나 발열 측면에서 더 우수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갤럭시 S22 울트라(위쪽)와 아이폰 13 프로 맥스에서 각각 게임 '원신'을 실행한 모습 /사진=테크M
40도 이상의 온도에 장시간 노출되면 저온화상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동안 삼성전자가 안전을 이유로 GOS를 강제했다는 게 일견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안전을 이유로 버티던 GOS 해제를 하고도 성능마저 경쟁 제품보다 떨어진다면 결국 GOS 이전에 성능 자체가 기대 이하라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애초에 100만원이 넘는 스마트폰을 판매하면서 열이 많이 나니 성능을 절반만 쓸 수 있게 해놨다고 하면 누가 샀을까요? 소비자들이 업데이트 이후에도 '우리의 Needs는 환불'이라며 분을 삭히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
갤럭시 S22 울트라 업데이트 이후 원신 실행 모습 /사진=테크M
원신 같은 고사양 게임을 하지 않는 사용자라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 사전구매 후 지금까지 제품을 사용하면서 게임 이외에는 성능이 부족하다고 느낀 적이 없었습니다. 아이폰과 동시에 사용하면서도 앱 구동 성능에서 명확한 차이점은 찾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안 하는 것'과 '못 하는 것'은 다릅니다. 삼성은 '고사양 게임을 즐기고 싶어하는 일부 고객들의 목소리를 읽지 못했다'는 식으로 이번 사태를 해석하고 있지만, 이는 엄연히 갤럭시 S22를 구매한 모든 소비자들에게 해당되는 이슈입니다. 소비자들은 뭐든 '다 되는' 스마트폰을 쓰려고 일부러 값비싼 '갤럭시 S' 시리즈를 구매한 것입니다.
'플래그십'의 명예를 지켜라
'플래그십'이란 해군 함대의 기함을 의미합니다. 선단을 이끄는 가장 중요한 배로, 그 기업의 주력 상품을 의미하는 말로 쓰입니다. 갤럭시 S 시리즈는 삼성전자의 대표적인 플래그십입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을 세계 선두에 올려 놓은 상징적인 제품입니다. 이런 플래그십의 패배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 전체의 패배를 의미하는 것도 다름이 없습니다.
그동안 애플이 칩셋 성능을 비약적으로 높이는 동안에도 삼성팬들은 삼성페이, 통화 중 녹음 등의 장점을 들며 갤럭시 스마트폰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번 GOS 사태를 통해 그동안 쌓인 성능에 대한 불만이 결국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성능이 좀 떨어지는 건 참았지만, 성능을 속인 건 못참겠다는 게 소비자들의 불만입니다. 삼성을 믿고, 갤럭시를 좋아한 팬일수록 배신감은 더 컸습니다.
갤럭시 SS가 발열을 견디지 못할까봐 게임 성능을 절반 가까이 깎아 놓고 시작했다면, 애초에 잘못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아야 마땅할 것입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내부 임직원 사이에서도 이번 GOS 이슈를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수익을 끌어올리기 위해 진행해 온 원가절감이 소비자 신뢰 하락이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삼성전자 MX사업부장 노태문 사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 때문에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을 이끌고 있는 노태문 MX사업부장(사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직접 사과하고 개발 과정에서 소통이 부족했다고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제 소비자들에게도 솔직한 사과와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차례입니다. 과거 '갤럭시 노트7'이 최악의 발화 사건을 겪고도 삼성이 스마트폰 사업을 계속할 수 있었던 건 결함을 인정하고 즉시 단종과 전량 리콜 조치를 취한 결단력 덕분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경영진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삼성전자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경쟁력에 있어서도 재고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S펜' 같은 특화된 경험이나 '폴더블폰' 같은 폼팩터 혁신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성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점점 더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과거 삼성전자에게 부품을 받아 쓰던 애플이 'A'시리즈와 'M'시리즈 같은 '괴물 칩'을 만들어 성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는 모습을 계속 보고만 있는다면 스마트폰 세계 1위 자리는 물론 반도체 사업 역시 위태로워질 것입니다.
남도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