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해결된 층간 소음, 쉐이크본 그리고 포켓몬고

"주간 일기 챌린지는 반말과 거친 표현 주의"

지난 4월 윗집이 이사를 온 후 시작된 지옥과도 같은 층간 소음은 우리 4식구의 평화를 완전히 박살 냈다. 사실 우리가 이사를 온 새 아파트는 시공 문제인지 자제 문제인지 타 아파트에 비해 층간 소음이 유난히 많이 발생한다. 건축 실무에 있는 친구 말로는 층간 소음을 위해 들어가는 구조가 있는데 이를 전혀 지키지 않은 거 같다고 했다. 게다가 건축 당시 자제비가 2배 이상 올라 정상적으로 지어지지 않았을 거라는 이야기가 주민들 사이에 펴져있는 상태...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우리 윗집은 매우 선을 많이 넘은 층간 소음 유발자였다. 새벽까지 아이들 뛰는 소리 집안 전체가 울릴듯한 어른들의 발망치 소리... 불면증에 신경과민에 진심 이래서 살인이 나는구나 하는 마음과 함께 나 역시 뉴스 기사에 나오는 살인자가 되기 일보 직전의 상황이었다.

여러 가지로 알아보다 마지막으로 선택한 것은 바로 층간 소음 복수 장치로 유명한 쉐이크본... 가격이 10만 원 중반대로 꽤 부담되는 제품이지만 나는 망설이지 않고 주문했다. 사람을 죽이는 것보다야 똑같이 소음으로 공격하는 게 나도 낫고 윗집도 죽는 것보다야 똑같이 소음으로 괴로운 게 낫겠지 싶었다. 솔직히 이거 안 샀음 지금 블로그 못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 정도로 인내심이 바닥나있는 상태였다.

지난 화요일 쉐이크본을 받고 바로 사용하고 싶었지만 최근 흉흉한 기사들이 나면서 와이프가 걱정을 해 금요일 밤부터 쉐이크본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래야 다음날 윗집에서 찾아오더라도 내가 나가서 다 조져버릴 수 있을 테니까. 이제서야 하는 말이지만 찾아 내려오면 그냥 온몸을 벌집으로 만들어줄 생각이었다. 이미 나에게 이성이란 없어진지 오래였다. 그냥 보이면 바로 쑤셔버릴 생각이었으니까. 그래서 잠시 틈이 생겨 우리 집 맞춤용 쉐이크본 음원도 만들었다. 윗집이 우리 집에 보내는 발망치와 똑같은 패턴의 소음을 만들어서 그대로 하루 종일 보낼 생각이었다.

그러다 목요일 오후 인터넷에서 심상치 않은 뉴스를 보게 되었다. 마태체 살인 사건이었다. 쑤셔버릴 생각은 있었지만 잘라버리기까지 하다니... 이상한 포인트지만 거기서 잠시 이성을 되찾았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한번 다른 방법을 사용해 보기로 했다. 그래도 차도가 없으면 바로 쉐이크본을 울려줄 생각으로 말이다.

그 방법은 다름 아닌 현재 내 상황을 간략히 적어 엘리베이터 문에 붙이는 것이다. 사실 이건 전혀 하고 싶지 않았다. 역효과를 봤다는 글도 많이 봤고 이렇게 붙여 놨다가 누군가 찢어 버리는 걸 보면 그대로 마지막 이성의 끈마저 놔버릴 거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걱정하는 와이프와 쉐이크본으로 전쟁을 시작하면 같이 고통받을 아이들을 보고 나니 일단 마지막으로 한 번만 하는 심정으로 목요일 퇴근길에 메시지를 부착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날 저녁부터 층간 소음이 사라졌다. 그렇게 인터폰을 해도 무시하고 복도에서 조용히 좀 해달라고 외치면 되려 발망치가 심해져 이딴 메시지 먹히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너무도 의외로 갑자기 조용해졌다. 그리고 금요일을 넘어 일요일이 된 지금까지 매우 조용하다. 벽에 귀를 대면 아이들 노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이전처럼 쿵쿵거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진즉 이렇게 할 수 있으면서 안 했다는 건가? 이 포인트에서 솔직히 다시 분노가 치밀어 올랐고 이성이 끊어질 거 같았지만 그래도 왠지 평화적으로 해결되었다는 생각에 마음도 놓였고 오랜만에 숙면을 취했다. 지금은 충분히 이성을 되찾았고 매우 행복하다. 애써 구매한 쉐이크본은 쓸모가 없어졌지만 계속 갖고 있을 예정이다. 지금 당장은 괜찮을지 몰라도 이런 사람들은 언제 다시 원래대로 되돌아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부디 본인들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라도 지금처럼 층간 소음 없이 지내줬으면 좋겠다. 솔직히 내 분노는 전혀 사그라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4월부터 지금까지 받았던 고통을 생각하면 이제서야 층간 소음을 멈춘 윗집 모두 영원히 조용하게 만들어주고 싶지만 참아야지.... 엘리베이터의 메시지는 때지 않을 거다. 저걸 때는 순간 다시 층간 소음이 시작될 것만 같다.

지난 월요일부터 아이들이 포켓몬고를 시작했다. 어디서 봤는지 갑자기 포켓몬을 잡고 싶다면서 설치를 해달라고 했다. 첫째는 자기 핸드폰으로 둘째는 나의 서브 폰으로 포켓몬고를 하고 있다. 습하고 더웠던 토요일과 일요일 아이들과 함께 거리를 돌아다니며 포켓몬을 열심히 잡았다. 별거 아닌 거 같은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좋았다. 층간 소음이 사라지자 모든 것이 다 행복해지는 것 같다.

사실 쉐이크본 후기를 꽤 오래도록 다루고 이와 관련된 음원도 다양하게 만들어 공유할 생각이었는데 시작도 못하고 끝나버렸다. 그래도 기분 좋다.

온 가족 모두 정말 몇 년 만인지 찜질방도 다녀왔다. 이대로 계속 행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