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신 여름 축제 후기
7월 28일 (목요일)
지난 7월 말 서울 세빛섬에서 열린 원신 축제에 다녀왔다.
모처럼 가는 서울이라 행사는 금, 토, 일에 본격적으로 하지만 나는 여유로운 여행을 하려고 하루 전 목요일에 첫차를 타고 동서울로 가서 곧바로 이태원으로 향했다. 한 번쯤 와보고 싶었던 동네라 숙소를 이곳에 잡았기 때문이다.
도착하자마자 이태원천상이라는 이자카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연어덮밥 단품을 시킬까 하다가 정식이 먹어보고 싶어서 하이볼과 함께 정식을 시켰는데 내가 또 내 위 크기가 크지 않다는 걸 생각못했다.. 음식이 맛있을뿐더러 비싼 정식 시킨 거 남기지 않고 다 먹고 싶었는데 결국 남겼다...
밥을 먹고 미리 3박4일 예약한 게스트하우스로 체크인을 하러 갔다. 그래도 나름 올해 첫 여름휴가인데 1박 정도는 호텔에서 자고 싶었지만 휴가철이라 호텔 숙박비가 너무 비싸져서 결국 서울에 있는 내내 게하에서 지내게 되었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홀이 예뻐서 만족스러웠고 침구도 깨끗해서 마음에 들었다.
짐을 풀고 아침부터 움직인 탓에 피곤해서 시원한 숙소에서 쉬다가 다시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점심을 배부르게 먹어서 혼밥,혼술하기 좋다는 꼬치전문점에 갔는데 웨이팅을 해야 해서 포기하고 그 옆에 타꼬야끼 파는 가게가 있는 걸 알고 있어서 타코야끼라도 먹을까 하고 가게 앞으로 갔는데 문 닫았어.... 에 영업 중이라고 되어있는데 왜 불이 꺼져있니.. ㅠㅠ
밥 먹을만한 곳을 찾을 겸 이태원 거리를 구경하며 다니다가 괜찮아 보이는 식당에 들어갔는데 가격이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비싸서 다시 슬그머니 나왔다..
그러다 맛있는 걸 먹고 싶다는 생각보다 빨리 시원한 곳에 들어가 앉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해서 놀숲으로 갔다. 다들 저녁 먹으러 간 시간이라 사람이 별로 없었다. 2시간 이용료와 저녁밥으로 스팸김치볶음밥을 시켰다.
그리고 진짜 재밌는 만화를 찾았다. 공포, 고어물이고 타임 루프 요소가 들어간 만화인데 시간이 부족해서 1부까지만 봤지만 나는 정말 재미있게 봤다.
내용은 제목 그대로 신체 찾기 내용인데 죽은 사람의 신체를 찾는 게 아닌 타임 루프의 저주에서 벗어나기 위해 학교 곳곳에 숨겨진 반 친구의 신체를 찾는 내용이다.
7월 29일 (금요일)
서울에 온 진짜 목적인 2022년 원신 여름축제!
별생각 없이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르는 채로 낮 2시에 코스프레할 의상을 챙겨서 행사장으로 출발했다. 3시쯤 행사장에 도착했고 이때도 사람이 꽤 많긴 했지만 이때까진 돌아다니는 것엔 큰 지장이 없어서 바로 행사장 안쪽으로 들어와 구석에서 2차 창작 굿즈 판매 시간인 4시까지 시간을 때우다가 2차 창작 굿즈를 파는 부스들이 있는 곳으로 가려고 했는데 어느 순간 사람이 엄청나게 많아져서 꼼짝도 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섬 안부터 섬 밖까지 사람들로 꽉꽉 차있었다.... 그래도 그 안에서 조금씩 움직여서 정말 사고 싶은 굿즈를 파는 부스 근처까지 갔지만 앞에 있는 사람들이 요지부동으로 물건을 안 사고 가만히 있기만 해서 나도 우선 자리를 지켰었는데 스태프들이 갑자기 사람들을 전부 섬 밖으러 전부 내보내고 입구 다리를 봉쇄하고 밖에서 대기해달라고 하였다. 알고 보니 섬이 사람들 무게 때문에 가라앉고 입구 다리가 휘어서 우선 굿즈 판매를 중단하고 사람들은 내보낸 것이었다. 섬 밖으로 나와보니 밖에도 섬 입구부터 사람들로 꽉차서 들어가 보지도 못한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 내 상태는 더운 여름날 사람들 속에 끼여있다가 나와서 살짝 어지럽고 구토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도 무겁게 들고 온 코스프레 의상은 입어보고자 시간도 마침 탈의실 예약 시간이 되어서 입구를 지키고 있는 스태프분에게 말을 했지만 스태프분들도 예상치 못한 수많은 입장객 수와 사태를 수습하느라 바빠서 그런지 출입을 못 하게 하여서 입구 근처에 앉아 출입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는데 몸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지는 걸 느꼈다. 여기 더 있다간 숙소에 돌아갈 체력마저도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내 저질체력을 원망하며 아쉬운 마음을 안고 숙소로 돌아왔다.
(실제로 열사병으로 쓰러지는 사람들이 있어서 구급차가 대기 중이었고 나도 그중에 한 명이 될까 봐 포기를 빨리 했다)
돌아오자마자 힘들어서 세수만 하고 바로 잠들어버렸다.
눈을 떠 보니 밤 9시였고 낮에 구토감에 시달렸었던지라 식욕이 없지만 뭔가 먹긴 먹어야 해서 그냥 편의점에서 대충 부리또를 사 와서 먹고 새벽시간까지 카페에 올라온 글들을 읽으며 오늘 행사가 어땠었는지 보며 토요일은 사람이 훨씬 더 많을 거고 다른 사람들처럼 새벽이나 아침에 일찍 가서 오후 4시까지 도저히 땡볕에서 대기 탈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냥 가지말자는 생각을 하며 잠들었다.
원래는 요즘 푹 빠진 마라탕을 홍마방이라는 식당에서 먹으려고 했었는데 문이 닫혀 있어서 라멘을 먹고 날씨가 어제보다 더 더워서 이건 도저히 돌아다닐 날씨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점심을 먹자마자 목요일에 갔었던 놀숲에 다시 갔다. 주말이라 조금만 늦게 갔었으면 자리가 없을 뻔했다. 오후 내내 뒹굴거리다가 굿즈는 통판 통해서 사더라도 그래도 원신 축제 때문에 서울 온 건데 역시 아쉬워서 숙소에 들려서 코스프레 의상을 챙겨서 다시 행사장으로 갔다.
(참고로 오해할까 봐 말하는데 하나치루치사토 무녀 코스프레를 하고 갔지만 저는 퍼레이드에 참가한 그 무녀가 아닙니다. 퍼레이드가 끝난 이후 저녁 9시 넘어서 도착한 무녀가 접니다.)
고속버스터미널역에 저녁 8시에 도착해서 화장실에서 코스프레 의상으로 갈아입고 잘 안 잡히는 택시를 겨우 잡아서 행사장으로 가는데 엄청 가까운 거리인데 행사장에 몰렸던 인파들 때문에 차가 막혀서 저녁 9시 30분에 도착했다... 택시 아저씨가 여기가 이렇게 막히는 건 처음 본다고.....ㅋㅋ 내가 도착했을 때는 사람들이 거의 다 빠진 후였다. 나는 코스프레하고 사진 찍는 게 목적이었으므로 30분 정도 돌아다니며 행사장과 포토존을 찍고 남아 있던 코스프레어 몇 분과 일반 입장객분들과도 사진을 찍고 막차가 끊기기 전에 이태원으로 돌아왔다. 행사에 대해 아쉬운 점이 많았었지만
(특히 장소라던가..장소라던가....장소.....장..소...)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인해 스태프분들도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아주 잠깐이었지만 처음 코스프레를 해봐서 정말 너무 재미있었다.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서코 같은데 가서 또 코스프레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7월 31일 (일요일)
서울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날. 이날은 눈이 일찍 떠졌고 해방촌으로 아침 풍경 사진을 찍으러 갔다.
일기예보를 확인해 보니 오전 9시부터 비가 온다고 해서 그 시간엔 숙소에 돌아와 있을 거라 우산을 챙기지 않고 나갔는데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비가.... 이미 해방촌에 도착한지라 결국 우산을 샀는데 우산 너무 비싸... 그냥 우산 들고 나올걸.. 쓸데없는 지출이 생겨버렸다. 다행히 비가 부슬비라서 해방촌 여기저기를 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다음에 기회가 될 때 너무 덥지 않은 한가로운 평일에 다시 와서 소품샵이나 뷰가 예쁜 카페에도 가보고 싶어졌다.
(제일 마음에 드는 사진)
(길에서 만난 냥이)
숙소로 돌아와 체크아웃을 하고 버스 시간까지 시간이 남아서 행사장에 코스프레한 사람들 구경하러 갈까 하다가 비가 점점 굵어져서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가까운 곳인 국제 전자센터에서 원신 굿즈를 판다고 해서 바로 거기로 목적지를 바꾸었다. 꼭대기 층인 9층이 전부 게임, 애니 굿즈를 파는 곳이라 구경하는데 2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꼭 가지고 싶은 것만 사려고 했는데 가챠를 왜 해가지고...가챠 때문에 생각보다 돈을 더 많이 쓰고 나왔다.... 가챠 하지 말걸..... 족자봉만 사 올걸 하고 뒤늦게 후회 중이다... 원하는 캐릭터가 나올 때까지 돌리다 보니 돈을 4만원이나 써서... 차라리 가챠를 발견하지 않았으면 좋았을걸.. 게다가 아크릴 키링도 아니고 이상한 고무 키링이야.... 그림이 귀엽긴 하지만 그래도 돈 아까워....
그래도 족자봉은 후회 없다!
다음엔 더 많은 인원이 수용 가능하고 여름이나 겨울에 할 거면 실외보다 실내에서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