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든 갈 수 있다, 두카티 멀티스트라다 V4 S 함께라면
코로나의 시대가 지나갔다. 숨막혔던 현실과 행동강령들이 희석되며, 야외활동에 목말랐던 모든 욕망들이 넘실대고 있다. 작년에 이어 2023년에도 이 판에서 여전히 ‘어드벤처’ 장르의 강세가 지속되는 것도, 업악됐던 ‘자유와 해방’에 대한 해갈로 이해된다.
2021년 두카티에서 온로드·오프로드를 모두 공략할 수 있는 ‘멀티퍼포즈, multi-purpose’ 장르로 출시된 멀티스트라다 V4 S는 남다른 팬층을 갖고 있는 두카티 팬들과 오프로드 주행을 즐기는 매니아들 모두에게 골고루 존재감을 어필해왔다.
어드벤처 모터사이클의 붐은 전통적인 멀티퍼포즈 장르의 강자인 여러 제조사들을 비롯해 새로운 시도로 야생의 세계에 발을 디딘 제조사들 까지 각양각색의 장점으로 좀 더 액티브한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유혹하는 형국이다. 이런 시장 상황에서 서킷 레이싱 이미지가 강한 브랜드, 두카티에서 출시한 멀티스트라다 V4 S는 장르의 필수전공인 오프로드 성능뿐만 아니라, 오랜 노하우가 쌓여있는 온로드 주행 성능에서도 두카티의 인장을 찍어냈다.
가벼울수록 자유로우니까
파니갈레 V4의 데스모세디치 스트라달레엔진을 개량한 V4 그란투리스모 엔진을 채용했다. 멀티스트라다 V4 S는 고회전에 유리하고 레드존(엔진의 내구성이 유지될 수 있는 최대 회전수)이 없었던 원본(데스모드로믹 밸브)에서 밸브 스프링 방식을 선택해 새로운 특성을 갖게 됐다. 엔진의 캠이 직접 밸브를 열고 닫는 기존 방식보다 단순하고 전통적인 밸브 스프링 방식은 엔진의 내구성 강화와 사용자의 정비 편의성(밸브 점검주기가 60,000km로 상승됐다)을 획득했으며, 엔진의 크기와 경량화를 이룩했다. 기본적으로 차체의 높이(시트고 포함)가 있는 어드벤처 장르에서 이는 축복에 가깝다. 물론 라이더가 주행 밸런스를 잡기에도 용이하고. 경량화는 프레임에서도 이뤄졌는데 두카티의 상징인 기존의 트렐리스 프레임에서 모노코크 알루미늄 프레임을 채용한 것이다. 멀티스트라다 V4 S가 다양한 변주를 통해 B사의 어드벤처 바이크 대비 약 20kg 정도가 가벼워진 데에는 경량화에 대한 제조사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보기에 폼나니까
이탈리안 DNA를 지닌 브랜드들이 내세우는 ‘디자인’이란 것은 일종의 신념에 가깝다. 무엇이든 빨리빨리, 과도하게 처리해내는 대한민국의 국민성처럼. 빨간색을 써도 타브랜드와 구별되는 두카티라서, 유려한 곡선미를 창조해내는 그들이기에 멀티스트라다 V4 S의 디자인도 강렬하다. 새의 부리를 닮아 어드벤처 장르의 단골 은유 대상으로 맹금류가 소환되는 원인이기도한 ‘비크, beak’(헤드라이트 부근에 앞으로 돌출된 부분, 주로 프론트 펜더를 겸함)는 비교적 얌전한 편이나 멀티스트라다 V4 S의 전방 측면의 공기역학적 디자인(속칭 아가미)은 무척 강렬하며, 래디에이터를 냉각시키는 기능과 경량화, 공기저항 저하로 인한 주행 안정감 등 기능적 향상 요인 외에도 은유 대상을 맹금류에서 회유어(끊임없이 헤엄쳐야 호흡이 가능한 어류)인 상어(모든 상어가 회유어는 아니지만)로 전환하는데에도 일조했다. 이는 라이더가 가혹한 조건 하의 오프로드 주행에서나, 쭉 뻗은 도로를 질주할 때에도 전진성을 보장하는 유영을 이어갈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두카티는 늘 지나치다
모토Gp에서건 영암 서킷에서건, 예봉산의 헤어핀에서든 좌표조차 알 수 없는 산속에서든 두카티는 늘 과도하다. 성능과 디자인 모두. 어드벤처 바이크에 전자장비가 탑재되는 것은 이제 꽤 보편적이지만, 멀티스트라다 V4 S는 동일 세그먼트에서 최다의 전자장비가 실렸다.
첫째는 6.5인치 TFT 스크린(계기반)인데, 설명서를 찾아볼 필요없이 직관적으로 익힐 수 있는 정보들을 나열하며 시인성이 좋기에 어떠한 외부 변수에서도 믿음직 스럽다. 전·후측방 레이더가 장착된 최초의 모터사이클인 만큼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daptive Cruise Control, ACC)과 코너링 사각지대에 등장한 차량를 감지하는 블라인드 스팟 디텍션(Blind Spot Detection, BSD), 두카티 트랙션 컨트롤(DTC), 쌍방향 퀵시프트(DQS), 차량 홀드 컨트롤(VHC), 리어에서 쏟아내는 출력에 앞바퀴가 들리는 ‘윌리’현상을 잡아주는 DWC 등 두바퀴로 직립해야 하는 모터사이클이 담기에는 과분할만큼의 기술을 집약했기에 라이더는 더욱 안전하고 쉽게 머신을 다룰 수 있게 됐다.
당신의 해방일지
모든 것이 불편했고, 모든 것이 제한됐던 시기에서 해방된 시대다. 억압된 감정들은 결국 탈출구를 찾기 마련이다. 해외여행자의 급증, 관광산업의 특수 등 잠긴 문이 열린 상태지만, 여전히 ‘모터사이클은 국내의 모든 곳을 갈 수 있다’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열리진 않았다. 몇 번의 계절이 지나가고 몇 번의 개정이 발생해야 모터사이클이 모든 곳을 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제도와는 별개로 임도를 달릴 수 있는 모터사이클도 제한적이다. (엔듀로, 어드벤처, 멀티퍼포즈 등) 이미 눈치챘겠지만, 두카티 멀티스트라다 V4 S는 길의 형태가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다. 그리고 어디에서든 기준이상의 성능을 발휘한다. 통근용이나 산악랠리까지도. 멀티퍼포즈 바이크에 대한 편견인 ‘온로드 성능은 조금 약하다’는 것도 이 녀석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브랜드의 가치, 오버스펙, 물가 상승 등 ‘가격 인상’이란 키워드에 가려진 맹점이 이 부분이다. 모든 형태의 길 위에서 극한을 추구할 수 있는 바이크. 그게 두카티 멀티스트라다 V4 S다.
좋아하는 것이 다양해 점심 메뉴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도로 형태에 맞춰 복수의 바이크 구입을 고민하고 있거나 어느 상황에서건 돋보여야만 하는 성미를 가진 소비자라면, 그냥 이걸 사면 된다. 그리고 그게 더 효율적이고.
| 박순모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