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땐 몰랐던 포켓몬고의 재미를 이제야 이해했습니다.

사실 포켓몬스터라는 IP자체에 어느 정도 흥미를 갖고 있기는 했지만, 당시로서는 아직 시기상조라 여겼던 AR의기반의, 그것도 여러모로 제 입장에서 즐기기 어려웠던 터라 포켓몬고가 누리던 인기에 비해 제 개인적으로는 그리 큰 감흥을 느끼지 못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PC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여러 이슈가 있어, 시간을 떼우고자 갑작스레 떠오른 이 게임을 다시 한 번 다운 받아 설치 했는데요.

이게, 다른 것보다 초보자 입장에서 무엇을 목표로 플레이 해야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 지에 대한 가이드가 전혀 없다 보니 오랜만에 다시 하면서도 사실 속으로는 '이게 맞나?' 라는 생각을 수 십번 되뇌었습니다. 하지만, 레벨이 오르고 어느 정도 커브 볼에 익숙해지다 보니 그저 도감을 채워 나가는 것만으로도 퍽 재미가 있더라고요.

특히, 굳이 실시간 PvP를 하지 않더라도 로켓단을 처치하거나 체육관을 지키고 있는 몬스터들과의 배틀을 통해 전투를 맛볼 수 있다는 것도 재미를 붙이는 데 큰 역할을 했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이들을 처치하면 특별 보상으로 그림자 몬스터들을 획득할 수 있는데, 이들 중 높은 개체값을 지닌 친구를 모아 성장 시키는 맛도 좋았지요. 물론, 아직 만족스러울 만큼 좋은 상태를 가진 녀석을 못 만나 봤지만 말이죠.

뭐, 그래도 제가 오랜만에 다시 플레이하며 처음으로 잡은 몬스터가 랜덤하게 진화하는 이브이였다는 점, 그리고 우연히 버스를 받아 획득하게 된 뮤츠가 개체값 100으로 졸업급이었다는 부분이 첫 날 느꼈던 막막함을 상쇄하고도 남았습니다. 뭐, 뮤츠의 경우 최신판(?)이라 할 수 있는 사이코 브레이크 기술을 지닌 개체가 아닌 섀도볼 뮤츠라는 게 살짝 아쉬웠으나, 전 이 상태만으로도 당장 격파할 수 있는 적이 드라마틱하게 늘어나서 굉장히 만족하고 있지요.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마음에 걸리는 건, 애초에 게임 자체가 실제로 밖을 돌아다니며 몬스터를 포획하고, 여러 가지 이벤트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이게, 제가 얼마 전부터 특별하게 외출할 일이 없어져서 거의 집 안에서만 플레이를 해야 하는데, 이는 곧 스스로 족쇄를 걸고 즐기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타개할 방법을 찾아내려 노력 중이지요. 뭐, 제일 간단한 건 그저 제가 주기적으로 운동 삼아 산책을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레벨도 낮고 도감에 못 채운 친구들이 더 많은 상태라 로테이션되는 몬스터들을 잡으면서도 충분히 경험치를 모을 수 있고, 어느 정도 리서치 의뢰 항목까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 조금은 더 고민해보려 합니다. 이게 곧 장마철이라 산책을 나간다 해도 포켓몬고를 플레이하면서 돌아다니기는 쉽지 않을 것 같거든요. 솔직히, 킬링타임의 목적도 있었지만 제가 여러 사정으로 인해 스위치를 거실에 두게 돼서 콘솔로 즐기지 못 하는 상황이다 보니 차선책으로 선택한 부분도 어느 정도 있는데, 지금까지는 꽤 재밌게 즐기고 있습니다.

조만간 기회가 된다면 더 적극적으로 레이드에도 참여하고, 체육관에 몬스터를 배치해 코인도 모으면서 가방 확장을 통해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나가 보려 하는데요. 만약 그 때까지 제가 무사히 즐기게 된다면 다음 번에는 더욱 유용한 내용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