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본 영화]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새로운 시대의 문
1.
학생때 나는 흔히 말하는 오타쿠였다.
과거형인 이유는 최근에는 딱히...손이 안가기 때문이다.
입덕은 쉽지만 입덕할 만한 작품이 드물기 때문이다.
날이 갈수록 몸도 지치고 의욕도 그닥 없다.
그렇다고 해도 만화 자체를 싫어하진 않는다.
게임이슈는 종종 귀동냥 하기도 하고
대략 요즘 유행이 어떤지 정도는 알고 지내는 편이다.
2.
우마무스메, 말을 뜻하는 우마 + 딸을 뜻하는 무스메의 합성어로 소재는 경마이다.
게임 자체만 보면 피파 시리즈나 위닝 시리즈 처럼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자신의 구단(혹은 캐릭터)를 육성하여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이다.
그 소재가 경마이고, 캐릭터가 실존했던 경주마를 의인화 한 여자아이라는 것
외피를 벗기고 나면 그렇다.
실화라는 것은 감정을 이입하기 좋은 소재가 된다.
스포츠는 스토리의 연속이다.
내가 캐릭터를 성장시키고, 그 캐릭터에 서사를 부여하는 작업은 팬을 만든다.
게임 IP를 이용하여 애니메이션, 영화, 캐릭터완구 사업등으로 확장하기도 좋다.
이 영화는 그런 확장의 일환이다.
3.
사전 소개는 여기까지, 아마 나 혼자였다면 보지 않았을거다.
KOMSTA 해외의료봉사 사전교육을 듣고 시간도 붕 뜬 와중에 지인의 권유로 영화를 봤다.
그는 축전을, 나는 경험을 기대하고 그렇게 우리는 메가박스로 출발했다.
우마무스메라는 IP에 대한 사전지식이 있었지만
영화 포스터는 내가 기존에 알던 이 게임의 모습과 조금 달랐다.
흔히 말하는 모에화하곤 거리가 멀었다.
되려 날카로운 선과 포스터의 구도를 생각하면 하이큐, 아이실드 21같은 스포츠물에 적합한 구도였다.
그래서 영화가 예상이 가지 않았다.
초반부는 세계관과 캐릭터 설명을 한다.
우마무스메라는 생물(?)이 있다. 이들은 달리기 위해 존재한다.
얼마전 봤던 #데드풀과울버린 과 비교해본다면 되려 이 영화의 진입장벽이 낮게 느껴졌다.
물론 그만큼 개연성이 떨어지긴 하지만 영화는 이 세계관을 필요한 만큼 소개한다.
이번 영화 주인공인 '정글 포켓'은 가장 빠른 말(?)이 되기 위해 꿈꾸는 열혈 캐릭터
외적으로는 주인공을 돕는 서브캐릭터 몇몇이 있다.
오프닝과 몇몇 장면은 일본 애니메이션 특유의 클리셰적 장면이 있었지만
그러려니 한다. 원래 알던 맛이 익숙한 법이다.
그리고 바로 주인공과는 다른 느낌을 보여주는 압도적인 라이벌을 보여준다.
'타키온'
소개가 메드사이언티스트 어쩌고 하길래 달리는 애가 무슨 과학자 컨셉인가 싶었는데
뭐..그러려니 헀다.
압도적으로 빠른 속도를 가진 그녀를 따라잡기 위한 주인공의 노력이 잠깐 나타난다.
그와중에 중간중간 타키온의 발에 문제가 있다는 복선을 보여준다.
여차저차해서 라이벌과 진검승부를 하지만 결과는 완패
주인공은 라이벌과의 실력차에 좌절한다.
그리고 이 다음부터가 흥미로웠다. 라이벌의 은퇴선언
주인공은 쫓아야 할 목표를 잃어버린 셈이다.
영화는 여기서부터 자기 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4.
우리는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누군가는 대회 우승, 누군가는 10억, 누군가는 승진
동경, 선망, 주변의 권유 등등 여러 이유로 향상심을 고취한다.
동화나 성공스토리에서는 그런 향상심을 잃지않고 노력하면 목표를 이룰 수 있을거라고 말한다.
목표를 가질 수 있음이 부러웠다.
한의사 라는 직업은 매일매일 새로운 환자를 마주한다.
나으면 뿌듯하고, 안나으면 답답하다.
한의사로서 자부심은 환자를 낫게 한다는 점에서 나오지만
외적으로 인정받는건 경제적 성공이다. 성실을 찍는다거나 하는 식으로
강의, 연구, 학회, 협회 등 여러 방면으로 나가는 분들도 있다.
인정욕구?, 명예욕? 각자의 동기는 다르겠지만 어떠한 목표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이 참 부러웠다.
그 과정에서 개연성은 부족했지만 되려 '열혈'이라는 캐릭터이기에 넘어갈 수 있었다.
주인공 '정글포켓'이 결말부에 가장 빠르다는 '티엠 오페라 오'를 이긴다.
그 부분에선 승리를 쟁취했다라는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우승하고 울부짖는 그녀의 포효가 이후 노래보다 훨씬 기억에 남는 이유일 것이다.
5.
하지만 살아보면서 느낀다.
목표와 현실의 괴리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도달하지 못할 벽을 마주할 때가 있다.
여러 강의를 듣거나 원장님들을 마주하며 느낄때도 있고
의사 등과 비교될때 마주하는 경우도 있다.
인생을 살면서 우리는 수많은 벽에 부딪친다.
그 벽은 앞으로 달리려는 나를 가로막는다.
그것밖에 안된다고 말하면서 점차 스스로의 범주를 좁혀간다.
나를 보면 그런거 같다.
초음파에 진심이 사람, 추나에 진심인 사람
경영에 진심인 사람, 돈에 진심인 사람
사암침에 진심인 사람, 한약에 진심인 사람
나는 무엇에 진심일까?
나도 어떤 것에 진심이었던 적이 있었다.
문제는 내 역량에 비해 하고싶은게 너무 많았다는 것이다.
그렇게 나는 좁고 깊게 vs 넓고 얕게 의 그 어딘가인 '넓고 적당히' 할줄 알게 되었다.
무언가 나만 잘하는 게 있는건 아니나 그렇다고 부족하진 않은
밸런스 케릭터라고 볼 수도 있지만
특색없는 이런 캐릭터는 흔히 말하는 망캐..테크트리이다.
영화에서 정글포켓은 자신을 가로막는 벽 (타키온)을 깨부순다.
하지만 나는 벽을 마주하며 좌절하는 과정을 반복하다보니
이제는 '이정도면 됐지'라며 좌절하기 전에 먼저 포기하고 있진 않은가 되돌아보게 된다.
(애니메이션보면서 별걸 다 느끼고 있다. 생각없이 봐도 좋으련만)
어느새 열혈물에 불이 붙지 않아버린 나이가 된거 같아
조금은 씁쓸하다. 아직 그러기엔 뭐 해놓은게 없는데;;;;
6.
난 지방 광역시에서 나고 자랐다.
서울이 좋다 좋다 하지만 되려 서울 특유의 복잡함이 버겁다.
하지만 인프라 측면에서 서울은 참 좋은거 같다.
같이 영화보자고 할때만 해도
'아무리 주말이라지만 이걸 누가 봐' 싶었다.
하지만 극장을 거의 다 채웠다는 점에 우선 놀랐고
오타쿠 영화라고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남,녀 다양했다는 점에 신기했다.
서브컬쳐 문화도 문화구나...싶었다.
애니메이션은 2기부터 보라고 하던데
기회가 되면 한번 몰아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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