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신 - 폰타인 스토리 여담
이번 폰타인 스토리에 대해서 다양한 평가가 오가고 있음
수메르보다 뛰어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수메르에 비하자면 완성도가 낮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스토리가 망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음
그리고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서사 자체는 상당히 좋았으나 디테일한 부분에서 아쉬웠다는 게 나의 평가이고
스토리가 망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이런 디테일적인 부분에서 말이 많은 것임
실제로 많은 사람들도 큰 틀과 서사는 좋았다고 하는 평가가 많고
단지 일부 연출이나 몇몇 캐릭터가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 생략하고 그냥 넘어간 부분들 등등
이런 디테일에 큰 의미를 두는 사람에겐 망한 스토리처럼 느껴진다는 것 같은데
큰 틀로 봤을 때는 상당히 잘 짜인 스토리인 게 맞음
여기 블로그에서 해볼 이야기는 푸리나에 관한 이야기
푸리나의 500년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함
사실 그 밖에도 다양한 이야기가 있긴 한데
폰타인 스토리의 중요한 키워드인 예언에 관한 것 등은
이미 내가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한 번 다뤘기에 굳이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으려 하고
굳이 푸리나에 대해서만 블로그에서 다루려고 하는 건
이미 커뮤니티 공통적으로 푸리나에 대해서는 다들 호감을 느끼고 있음
그래서 내가 거기서 굳이 추가적으로 글을 올려봤자 큰 의미가 없다고 느껴져서
블로그에서만 살짝 다룰 생각
아무래도 커뮤니티에서 쓰는 글들은
좀 완벽하게 적는 게 좋다고 해야할까, 이렇다할 여지 없이 적어야하다보니
내가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부분들도 있어서
이번 글은 좀 자유롭게 쓸 생각임
이하는 푸리나와 폰타인에 대한 스포이므로 주의해주시길
해보고 싶은 이야기는 딱 한 가지임
500년동안 푸리나가 신을 연기한 것이 과연 의미가 있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의미가 있었다는 걸 말하고 싶음
대부분의 이야기는 뇌피셜로 진행하고자 하는데
천리가 예언을 선고하는 것이 폰타인에게 내리는 천벌이었고
그냥 이건 내 뇌피셜인데 '너희들은 어차피 멸망할 테니 불안에 떨면서 살아라'가 천리가 의도한 걸지도 모르고
'멸망을 확정시켜놨으니 이 이상 내가 무언가를 하진 않겠다'가 천리가 의도한 걸지도 모르고
여튼 예언이 실현되기까지 500년 넘게 걸린 이유는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고
이 부분에서까지 개연성을 지키라고 하기에는 나도 뭐하긴 함
어느 작품이건 개연성을 전부 다 지키면 좋기는 하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개연성을 무시해야 재미를 챙길 수 있는 부분도 있어서
작가라면 이 부분의 조율을 잘 해야하는데, 아마 여기서는 개연성을 살짝 포기했다는 게 내가 느낀 인상임
혹은 푸리나가 시간을 잘 끌었던 것일지도 모르고
전대신인 에게리아가 없어지고, 포칼로스가 새로운 신으로 임명되는데
그냥 여기서도 뇌피셜을 살짝 굴려보자면
석판 내용을 믿어보자면 최종 예언을 실현하는 건 에게리아가 아닌 그 후임신이라고 정해졌을지도 모르고
그러니 에게리아는 괜한 수를 쓰지 말라고 천리에게 한 소리를 들었을지도 모름
여하튼 그래서 에게리아 임기에서는 예언이 실현되지 않았고
포칼로스 임기에서 예언이 실현될 예정이었는데
포칼로스가 자기자신을 둘로 나누어버리고
그 중 신격을 가진 자신이 자취를 감춰버리면서
예언의 시기를 늦춰버렸을 가능성도 있음
그리고 푸리나가 서서히 신으로 인정받으면서 얘가 신인가 보다.. 하고
예언을 늦추고 그렇게 포칼로스가 시간을 벌었던 것일 수도 있고
여하튼 이 부분에 대해서 호요버스는 굳이 일부러 설명을 하지 않았는데
미씽링크라고 했던가
삼도님이 했던 말이었나, 아니면 마사토끼가 했던 말이었나, 아니면 p의 거짓 제작진이 했던 말이었나
아무튼 다른 사람에게서 들은 단어였는데
A랑 C 사이에 있는 B를 굳이 설명하지 않는 걸로, 독자(플레이어)들은 그 B를 자기 멋대로 상상하려고 한다는 테크닉이 있고
이 500년동안 예언이 늦춰졌던 건 제작진이 설명하지 않았던 미씽링크라고 생각함
아무튼 푸리나가 정말로 500년동안 예언을 늦추기만 했어도 상당한 일을 한 거지만
그런데 정말로 그렇게 된 건지는 설명해주지 않는 미씽링크이므로
뭐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기로 하고
원신에서 설명하는 개념이기도 하지만, 이건 신을 테마로 하는 작품에서 많이 등장하는 개념인데
그 신을 믿는 신앙이 많을 수록, 그 신이 강해진다는 것을 원신에서도 차용하고 있음
이건 수메르 스토리에서도 한 번 설명한 개념으로
나히다가 종려나 라이덴 등에 비하면 약한 신으로 등장한 이유도
나히다를 신앙하는 사람이 굉장히 적었기에, 나히다는 전투능력이 떨어진다고 이미 나타난 부분임
반면, 푸리나는 첫 등장부터 폰타인 사람들이 상당히 열렬히 신앙하고 있다고 표현됨
물론 신보다는 아이돌 같은 개념으로 신앙하고 있긴 하지만
어쨌거나 신앙을 하고 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고
푸리나에게는 상당히 신앙이 모인 것은 팩트임
다만, 푸리나는 사실 신이 아니라 진짜인 척 하는 가짜라서
신앙이 모여봤자 본인이 강해지는 것은 아님
그렇지만 계시판결장치를 만든 것은 푸리나(포칼로스)라고 이미 대외적으로 알려져있고
느비예트와 계시판결장치는 늘 공정한 심판을 내린다고 폰타인 사람들은 믿고 있기 때문에
이미 정의의 신으로써 푸리나(=포칼로스)는 신앙을 상당히 받는 상태였고
그 신앙심들은 계시판결장치에 집결하여 강력한 힘을 축적하게 함
즉, 푸리나가 진짜 신을 행세하면 행세할 수록
계시판결장치에 힘이 축적되는 거고
이렇게 500년동안 힘을 끌어모은 결과
나아가서 이 계시판결장치가 물의 신의 신좌를 파괴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 것임
그렇기에 푸리나가 신을 연기한 것은 예언을 실현시키기 위한 수단이기도 했지만
그와 동시에 물의 신의 신좌를 파괴하기 위한 힘을 사람들에게서 모으는 일종의 홍보효과도 한 것
그래서 푸리나가 500년동안 마음이 꺾이면서도 의지가 꺾이지 않고 신을 연기해왔던 것이
결코 무의미했던 것은 아니었다는 걸 이번 글에서 다루고 싶었음
+ 여담. 포칼로스와 푸리나에 대해서
그냥 여기서는 포칼로스도 멋진 신이라는 생각도 들고 해서 적어보는 일종의 잡담
지금까지 벤티, 종려, 라이덴, 나히다 이렇게 네 명의 신이 등장했는데
얘네 4명 모두 신에 부합하는 인간을 초월하는 캐릭터성을 보여주고 있고
특히나 원신은 각 에피소드가 신을 주인공으로 삼는다고 봐야해서
원신 스토리에서 호불호는 갈릴 수 있어도
신은 이런 느낌이다, 라는 걸 원신은 제법 잘 보여주고 있음
그래서 작가 지망생들 중에서도 신에 대해서 연구해보고 싶은 사람은
한 번쯤은 볼 만한 스토리라고 나는 개인적으로 생각함
정말 정통파 신을 쓰고 싶으면 변경의 팔라딘이 상당히 좋기는 한데.. 여튼..
그렇기에 신 캐릭터는 상당히 인기가 있는데
벤티는 평소에는 술 주정을 부리는 놈팽이 같지만.. 아닌 척 하면서도 뒤에서는 전부 다 할 거 하는
그야말로 바람과 자유의 신에 걸맞는 캐릭터성을 보여주는 캐릭터이고
종려는 돈 씀씀이가 이상한 캐릭터지만.. 박학다식하고 흔들림이 일절 없는 모습을 보여주어서
그야말로 바위와 계약의 신에 걸맞는 캐릭터성을 보여주는 캐릭터이고
라이덴은 기본적으로 폐관수련이나 하는 히키코모리 캐릭터성에.. 밖에 나오면 세상물절을 잘 모르는 느낌을 보여주지만
범접할 수 없는 초월적인 권능의 힘을 보여주고 있고
나히다는 어린 외견에 약한 데다가 라이덴처럼 세상물절을 잘 모르지만.. 모든 캐릭터들을 통틀어서 가장 선한 모습을 보여주고 지혜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캐릭터였음
여튼 그렇게 해서 폰타인이 출시하고
이번에 새롭게 등장하는 물의 신 푸리나
첫 인상만 보자면, 엥? 얘가 정말 신이라고?
신 캐릭터들은 다 초월적인 면모가 있는데, 푸리나에 관해서는 그냥 진짜 허세 부리는 허접 캐릭터 같은 느낌이어서
느비예트가 신이 아니냐? 하는 소리도 있었고, 아무튼 푸리나에 관해서는 초월적인 면모가 없음
하지만 이번 스토리에서 푸리나가 초월적인 면모가 없는 건 사실 어쩔 수 없는 거였고
포칼로스에게서 신격을 거두고, 오로지 인간성만을 남긴 캐릭터이므로
신의 분신이지만 극도로 인간에 가까운 인간이었다는 게 밝혀짐
그렇기에 푸리나에게는 초월적인 면모는 없고, 정말 인간다운 소박한 모습도 보여주고 있지만
딱 한 가지 인간으로서의 의지가 이미 신에게도 맞닿아있다는 것을 라이덴 등도 언급하고 있음
500년동안 신을 행세하면서 몇 번이고 포기하고 싶었고, 이미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졌지만
도중에 몇 번이고 마음이 꺾여었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자신의 책무를 포기하지 않았던
어떻게 보면 '마음이 꺾였어도 계속 하는 것'이 푸리나의 캐릭터성임
마음이 꺾였지만 끝까지 놓지 않고 포기하지 않았던 게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인간적이면서도, 그렇기에 가장 신에 가까웠다는
지금까지 등장했던 신 캐릭터와는 상당히 차별적인 캐릭터성이라 여튼 흥미로웠고
포칼로스도 굉장히 멋진 신이었는데
포칼로스가 자신이 저지른 원죄도 아니고, 전대 신이 에게리아가 짬처리 하는 느낌으로 넘겨받은 거였는데
그럼에도 순순히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마지막까지 저항하는 걸 멈추지 않았고
최대신인 천리와 맞서싸울 일이 없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그 누구보다도 천리를 부정하는 입장이었으며
포칼로스가 폰타인 백성들을 진정으로 구하고 싶었는지는 잘 표현되지는 않지만
적어도 포칼로스에게서 떨어져나온 인격인 푸리나가 폰타인을 사랑하고 백성들을 구하고 싶었던 마음이 진짜인 것으로
그 본체나 다름없는 포칼로스 역시 같은 마음이 있었을 거라고 유추됨
이를 위해 자신과 적대관계일 수도 있는 용왕을 포섭하고
500년동안 최고심판관으로 임명하여, 용왕이 폰타인의 역사가 되도록 계획을 수립하고
예언을 비틀고 모든 이들을 구한다는 한 가지 계획을 위해서
죽는 걸 두려워했으나, 그럼에도 겸허히 자신의 목숨을 바친다는
여튼 포칼로스와 푸리나 둘 다 '의지'를 표현하는 신이었다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