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아카이브] 선택지 없는 선택지? 다른 게임과 차별화된 블루 아카이브의 선택지 시스템에 대해서

블루 아카이브의 스토리를 보다 보면 신기한 부분이 있다. 바로 '선택지 없는 선택지'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냐면, 게임 스토리 진행 중 나오는 선택지 중 플레이어가 어떤 선택지를 골라도 결과가 거의 같다. 뒤따라오는 대사 몇마디 달라지는게 고작이다. 물론 같은 메인 스토리 라인을 따라갸아 하는 RPG 게임 특성상 이러한 현상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렇다면, 어째서 이런 필요하지 않아 보이는 선택지를 넣은 것일까? 다음 스크린샷을 보자.

1) 선택지가 하나인 경우 / 2) 자신의 상태/감정 등을 설명하는 경우

3,4) 한 문장을 각각의 선택지로 나눠놓은 경우

사실 게임 내 스토리의 선택지는 플레이어가 어떤 "선택"을 한다는 개념과는 멀다. 2번 스크린샷처럼 자신의 상태 혹은 감정 등을 묘사하거나, 3,4번 스크린샷처럼 한 문장을 각각의 선택지로 나눠놓은 경우다.

스토리 분량이 꽤 되는 게임 특성상, 대다수 플레이어가 AUTO 모드로 스토리를 시청하리라 생각한다. 나같은 경우는 인게임에서는 SKIP 했다가, 한 번에 유튜브를 통해 몰아보는 편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다음 스토리를 보려면 선택지를 직접 손가락으로 "클릭"해, AUTO 모드를 이어 진행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불필요한 동작이지만, 스토리를 직접 본 플레이어들이라면 다르게 생각하리라 확신한다. 스토리 도중 선택지를 제시하는 브레이크를 걺으로써, 해당 장면을 다시금 곱씹어볼 수 있다. 또한 꽤나 중요한 타이밍에 선택지들이 제공되기 때문에, 각 장면들을 효과적으로 인상깊게 기억할 수 있다. 그리고 직접 "클릭"해서 선택지를 골랐다는 사실만으로, 플레이어에게 이 스토리를 직접 참여했다는 생동감을 주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는 선택지가 없는 1번 스크린샷의 경우를 예시로 들 수 있다. 요약해서 다시 말하자면, 블루 아카이브 스토리 내 선택지는, 강조하고 싶은 상황을 플레이어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일련의 장치다.

이렇게 못박아버리면 다른 게임의 선택지의 개념과 유사하다고, 반론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블루 아카이브의 선택지는 내가 즐긴 게임들과 조금 다르다. 예를 들어 내가 즐겨하는 게임 원신을 보자.

1) 비상식량 밈의 시작이 된 장면 / 2) 결과값이 바뀌는 선택지 또한 존재한다.

3) 원신 초대 임무 선택지 / 4) 일일 퀘스트 선택에 따라 업적을 달성할 수 있다.

게임 초반부, 페이몬의 비상식량 밈이 시작된 유명한 장면이다. 밈이 유행을 타서 그런지 몰라도, 원신은 이후에도 페이몬을 놀리는 선택지를 스토리 사이사이 배치시켰다. 원신도 게임 스토리가 마냥 가볍고 밝지만은 않다. 그 속에서 귀여운 목소리로 '비상식량 아니거든!'이라고 말하는 페이몬을 보고 있으면, 유저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생각한다. 이렇게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는 선택지가 있는가 하면, 원신은 2번 스크린샷처럼 스토리의 결과값이 바뀌는 선택지 또한 존재한다. 3번처럼 초대 임무 선택지는 미소녀연애시뮬레이션처럼 선택지에 따라 다양한 엔딩으로 나뉜다. 게다가 이따금씩 등장하는 일일 퀘스트의 선택지 여하에 따라 업적을 지급하기 때문에, 원신에서 선택지는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중요한 분기점이 된다.

1) 호감도를 올릴 수 있는 나들이 시스템 / 2) 데이트 시스템. 정확한 선택지를 선택해야 트루 엔딩에 도달할 수 있다.

내가 하는 다른 게임인 에버소울도 살펴보자. 에버소울은 호감도 시스템에서의 선택지가 굉장이 중요하다. 내가 어떤 선택을 하냐에 따라, 해당 캐릭터와 하루에 쌓을 수 있는 호감도 최대치가 달라진다. 에버소울 선택지의 중요성은 해당 캐릭터와 데이트를 할 때 그 면모가 드러난다. 두 번째 스크린샷의 선택지를 보자. 플레이어가 이런 선택지마다 어떤 선택을 하냐에 따라, 해당 캐릭터와 볼 수 있는 엔딩의 종류가 바뀐다. 해당 캐릭터와의 트루 엔딩을 보려면, 정해진 선택지를 그대로 따라가야하기 때문에, 실수하지 않으려면 정보/공략이 필수다. 실제로 에버소울 정령 트루엔딩 선택지라 검색하면, 캐릭터(정령) 마다의 선택지가 공략집으로 나온다. 선택지를 실수하면 번복하기 위해 비싸진 않지만, 게임 내 재화를 지불해야 한다.

1,2) 블루 아카이브의 선택지는 기능적으로 굉장히 가볍다. 사실 없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

그럼 다시 블루 아카이브로 돌아와보자. 다른 게임들과 비교하면, 블루 아카이브의 선택지는 기능적으로 굉장히 가볍다. 원신처럼 업적 점수나, 스토리 결과값에 영향을 끼치거나, 에버소울처럼 해당 캐릭터와의 트루엔딩에 도달하기 위한 빌드업 등으로 사용되지 않는다. 물론 이런 유례 없는(?) 선택지 시스템엔 장단점이 있다.

먼저 단점으로는 게임성이 가볍게 느껴질 수 있고, 특히 스토리에 비중을 많이 두지 않는 유저라면 이런 선택지 시스템 기획 의도 자체를 알아차리기 어렵다. 장점으로는 당연 피로감 감소다. 어떤 선택지를 함에 있어서, 신중하게 고르지 않아도 된다는 게 나에겐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이것은 스토리의 몰입성과도 이어질 수 있겠다. 다른 게임에서는 선택지 이전에, 내가 옳게 하고 있나 검색해보는 과정이 반필수적이다. 스토리의 몰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로선, 끊김 없이 스토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이번 글에선 블루 아카이브의 특색이 묻어나는 선택지 시스템에 파헤쳐 보았다. 물론 사실을 제외한 필자의 뇌피셜이 상당 부분 차지한다. 특히 기획 의도 측면에선 내가 이렇게 느꼈다라는 감상문으로 바라봐주면 감사하겠다. 짧게 쓰려고 했지만 길어진 느낌은 뭘까. 다만 블루 아카이브처럼 기능성 없는 선택지를 만드려면, 그만큼 스토리 측면에서 유저들의 마음을 확실히 사로잡는 무언가가 필요할 것이다. 장문의 글을 읽어준 분들에게 감사하며 물러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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