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모바일 한정 최고의 게임 '디아블로 이모탈'...하지만 조금 매울지도?
블리자드의 '디아블로 이모탈'은 4년 전 '님폰없'이라는 개발자의 말 한마디에 출시 전부터 지옥을 오고갔던 게임이다. 출시 후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모바일 게임 치고 할 만하다"와 "양산형 게임이다"로 양분됐다.
'디아블로 이모탈'은 2012년작 '디아블로3' 이전을 배경으로 했다. 그래픽이나 등장하는 캐릭터들 역시 디아블로3를 쏙 빼닮았다.
사진 = 게임와이 촬영
전체적으로 그래픽은 '디아블로3'와 흡사하다. 느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수준이 비슷하다. 다만 보다 캐주얼해진 느낌은 있다. 일부에게는 어둡고 호러스러운 분위기를 살리지는 못한 느낌이 들 수 있다. PC버전은 조금 더 나은 모습을 보이지만 해상도, UI, 스킬 쿨 확인 등 기능이 모자라는 느낌이다. 다만 급조했다는 직접 언급이 있었으므로 감안이 가능한 부분이다.
사진 = 게임와이 촬영
전투는 현존 모바일 게임 중 가장 좋은 타격감을 자랑한다. 즉각적인 키반응과 자연스런 스킬 연계는 조작감을 충실히 살려냈다. 스킬에 따라 다양하게 반응하는 몬스터의 물리엔진도 여기에 한 몫한다. 디테일도 나쁘지 않으며 궁극기가 존재한다는 점도 독특하고 전투 편의성도 몬스터 자동 타깃이 있어 쾌적했다.
반복 파밍 시스템은 '디아블로3'에 이어 그대로다.
두 개의 균열을 통해 장비와 보석을 파밍하고 레벨을 올릴 수 있다. 기본 레벨은 60이 만렙으로 이후는 정복자 레벨을 올려 능력치를 올릴 수 있다. 과거 '디아블로 3'는 이런 시스템으로 '수명제라'는 오명을 얻은 바 있다.
게임은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던 대로 핵앤슬래시보다는 MMORPG의 느낌에 가깝다. 스킬 구성은 네 개로 되어있으며 마법사의 스킬 연계를 제외하면 트리거도 찾아보기 힘들다.
사진 = 게임와이 촬영
모바일 버전, 사진 = 게임와이 촬영
스킬의 종류도 많지 않아 빌드가 굳어지는 느낌이고 방어구와의 시너지를 통한 다양성도 많이 축약된 느낌이다. 몬스터 한 무리를 처치하는데 풀 콤보가 들어가는 개념은 '로스트아크'와 비슷하다.
'디아블로3'와 흡사한 점은 매우 많으나 핵앤슬래시의 그것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하면 재미가 반감될 수 있다. 적어도 '디아블로2 레저렉션'이나 '디아블로3' 혹은 '패스오브엑자일' 류의 게임을 즐기고 있는 이용자라면 굳이 이모탈로 넘어올 필요는 없어 보인다.
'디아블로'는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수행할 수 있는 퀘스트의 숫자가 늘어났다. 그런데 '디아블로 이모탈'은 시리즈 최초로 MMORPG 장르를 택한 만큼 끊임없이 퀘스트를 수행하며 캐릭터를 육성하게 된다.
사진 = 게임와이 촬영
다만 자동 이동, 자동 사냥이 지원되는 여타 MMORPG와 달리 '디아블로 이모탈'은 99% 수동으로 직접 조작해야 한다. 퀘스트 창을 터치하면 나타나는 발자국 형태의 지시선을 따라 일일히 캐릭터를 이동하는 방식이다. 퀘스트 동선은 짧은 편이라 지루함이 느껴질 틈은 없다. 전투 역시 직관적이고 적들을 몰아잡는 핵앤슬래시 형태라 손맛이 있다.
다만 이러한 특징 탓에 금새 지칠 수밖에 없는 3040 게이머들에게는 호불호가 갈릴 여지가 있어 보인다.
주요 콘텐츠들도 '디아블로3'를 많이 따왔다. 제한시간 내에 몬스터들을 쓸어담아야 하는 '태고의 균열'이 대표적이다. '디아블로3'의 경우 이용자가 필드 사냥은 하지 않고 균열만 돌아서 문제가 된 바 있는데 '디아블로 이모탈'은 얼마나 사냥 밸런스를 잘 잡았을지가 관건이다. 태고의 균열에서는 아이템의 성능을 강화할 수 있는 '전설 보석' 등을 획득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디아블로3'의 경우 출시 초반 큰 관심을 받았지만 이후에는 '잠3', '수면블로'라는 불명예스러운 별칭으로 불린 바 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디아블로3'가 오직 PvE만 가능했고, 아울러 반복 파밍이 주 콘텐츠라는 점이었다.
반면 디아블로 이모탈은 1대30으로 최고를 가리는 '투쟁의 굴레'부터 '전장' 등 여러 PvP 콘텐츠를 갖췄다. 강해져야 하는 뚜렷한 이유가 생긴 것. 게임의 제목이기도 한 '불멸자'와 이를 견제하는 '그림자단'의 대립을 담은 RvR 엔드 콘텐츠가 얼마나 재미있는지에 따라 디아블로 이모탈의 장기 흥행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과금 논란이 발목을 잡고 있다. 해외 언론과 각종 커뮤니티에는 '디아블로 이모탈'의 과금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캐릭터 능력부터 엔드 콘텐츠 대부분이 과금과 연결돼 있다. 전투 평점을 올리기 위해 필요한 전설 보석은 유료 구매가 아니면 획득이 거의 불가능하다. 전설 보석 5등급은 마법 아이템 등장 확률에 영향을 준다. 아이템 파밍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과금 이용자와 일반 이용자가 차등이 될 수밖에 없다.
일반적인 플레이로는 전설 보석을 얻는 일은 매우 어렵다. 무수한 반복을 통해 제작은 가능하지만 이 역시도 과금 이용자가 훨씬 빠르고 쉽다. '공명'으로 불리는 전설 보석 수치에 따라 능력치가 크게 상승하고, 아이템 확률도 높아졌다.
태고 균열로 불리는 던전에서는 '영원의 전설 문장'이 아니면 획득 자체가 불가능하다. 유료 문장을 쓰면 최소 1개의 전설 보석을 보장받게 된다. 엔드콘텐츠 이후 열리는 여러 요소도 동일했다. 일반적 진행으로는 최소 수준만 오르기 때문에 뒤로 갈수록 과금 의존도가 높아진다.
전설 문장은 한 개에 160보주로 현금 3,200원이다. 사용해도 상위 등급 보석은 얻기가 힘든데, 전설 보석은 1~5성이 존재하고 5성의 등장 확률은 4.5퍼센트다. 특히 10개를 한번에 등록하면 보상이 10배가 되는데, 전설문장 10개면 32,000원이다. 던전 한 판에 32,000원이 되는 셈.
물론 리니지라이크에 비하면 혜자스러운 BM이지만 다이블로 원작 팬들에게는 경악스런 BM이 아닐 수 없다. 때문에 "던전 플레이를 빙자한 뽑기가 아니냐"는 평이 있을 정도.
이외의 아쉬운 부분은 던전 하나를 클리어할 때마다 나오는 패키지 판매 부분이 있다. 또한 배틀패스에 경험치 올라가는 이펙트, 돈 올라가는 연출 등 중국 게임사의 특징이 묻어나온다는 부분 정도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는 여러모로 기존 모바일 게임 흥행 공식을 타파한 디아블로 이모탈은 이래저래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잖을 전망이다. 특히 '언디셈버'에 이어 수동 게임도 성공할 수 있다는 새로운 공식이 안착할지 주목된다.
물론 모바일 디바이스 기반의 게임으로 따지면 굉장히 잘 만든 게임이다. 모바일 환경에서 수동으로 이런 타격감과 컨트롤의 재미를 주는 게임은 그간의 모바일 MMO에서는 독보적이다. 우리가 알던 국내 모바일MMORPG는 일명 '변탈펫' 3종 세트와 자동 시스템으로 무장한 게임이 많았기에 반대되는 길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양산형으로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만 디아블로 IP의 명성과 5년 가까이 걸린 개발기간을 고려한다면 의문이 남는 퀄리티라는 것도 맞는 이야기다.
디아블로의 향수가 없고 모바일게임을 즐긴다면 즐기기 좋은 게임이고, 라이트 유저에게는 과금도 큰 의미가 없는 느낌이라 접근해도 좋다. 다만 디아블로에 대한 향수가 넘치고 핵앤슬래시, 특히 PC게임을 즐기는 유져라면 레저렉션을 플레이하는 것이 더 좋은 선택으로 보인다.
아울러 게임을 하드코어로 즐기는 과금 유저라면 디아블로에서도 분명 매운 맛을 볼 예정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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