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413) 다시 달릴 준비되셨나요?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리그 개막 현장 돌아보기

지난 3월 31일, 크레이지레이싱 카트라이더(이하 카트라이더)가 서비스를 종료했습니다. 서비스 종료 기사가 처음으로 뜬 시점은 작년 12월 9일, 2022 카트라이더 리그 수퍼컵 개인전 결승을 하루 앞둔 날이었습니다. 게임을 즐기던 유저들만큼 카트라이더 리그의 팬들 또한 충격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실제로 개인전 결승 당일 현장에서 평소와 다른 무거운 분위기를 체감했고, 향후 리그의 향방을 궁금해하며 이대로 못 보낸다는 목소리를 듣기도 했습니다. 결국 수퍼컵 결승이 모두 마무리되고 서비스 종료가 공식화되며 리그 폐지가 확정되자, 많은 리그 팬들은 오랫동안 유지된 리그에 제대로 된 인사를 건네지 못 했다며 짙은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 2023 KDL 주요일정 (출처: KDL 유튜브)

그러나 아쉬움도 잠시, 카트라이더를 이을 신작 ‘카트라이더: 드리프트’가 출시되었습니다. 이스포츠 리그 또한 Kartrider: Drift League(이하 KDL)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단장하여 향후 1년간의 로드맵과 앞으로의 방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2023년 KDL은 4월 8일부터 시작되는 2번의 프리시즌과 9월에 시작되는 정규 시즌, 그리고 12월에 예정된 월드 페스티벌까지 총 4개 대회로 운영될 예정입니다. 팀전과 개인전이 모두 그대로 진행되고, 대회 방식과 중계진 또한 카트라이더 리그와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17년간 유지된 전작의 명맥을 이어가겠다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게임이 새로워진 만큼 이스포츠에도 변화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주최 측은 새로운 서사를 쌓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습니다.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새롭게 시작하는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리그 프리시즌 1의 변화된 점과 함께 뜨거웠던 개막 현장을 소개하겠습니다.

1. KDL 프리시즌, 무엇이 달라졌을까?

- 변화된 점 ① : 새로운 경기장, 아직은 적응이 필요해!

2023 KDL은 서울 잠실에 위치한 비타500 아프리카 콜로세움에서 진행됩니다. 작년 2022 카트라이더 리그가 광명에 위치한 IVEX 스튜디오에서 개최된 것을 생각하면, 잠실에 위치한다는 점에서 접근성은 한층 높아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비타500 아프리카 콜로세움 로비. 롯데월드로 가는 길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오면 찾을 수 있다.

경기장 내부는 과거 IVEX 스튜디오와 비교했을 때 가로는 한층 길어지고 세로는 줄어든 모습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가로 면적이 넓어졌기에 조금 더 개방감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으며, 무대와 객석 간 거리가 줄어들어 보다 생생하게 선수들이 경기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 점은 장점으로 여겨질 만한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경기장을 이전처럼 한눈에 담기 어려운 점은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특히 기둥을 기준으로 좌석 구역이 3개로 나뉘는 점도 변화된 점인데, 이 때문에 경기 부스 앞인 A구역과 C구역은 선수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반면 기둥 사이에 존재하는 B구역은 경기 중 선수들에 대한 시야가 차단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구역에 따른 시야 차이가 존재하기에 현장 관람 예매 시 이를 고려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 경기장 내부 전경. 2개의 큰 기둥을 기준으로 구역이 나눠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날 현장 관람을 위해 경기장에 방문한 한 팬은 “경기장이 잠실에 위치해 있어 지하철로 갈 수 있다는 점은 큰 메리트인 것 같다. 관객석과 무대 사이가 가까워져 더욱 가까이에서 선수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도 좋다. 다만 로비가 협소해져 경기 전 팬들이 대기할 수 있는 공간이 줄었고, 전체적인 좌석수도 과거에 비해 반 정도로 줄어 티켓팅이 치열해진 점은 아쉽다. 또한 구역별로 시야 방해석이 있어 이를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장단점을 모두 확인할 수 있었던 만큼, 새로운 경기장이 친숙하게 다가오는 데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 변화된 점 ② : 이름 대신 닉네임, 글로벌 리그로 나아가는 첫 걸음

과거 카트라이더 리그에서는 선수들의 이름을 게임 닉네임에 그대로 반영하여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KDL에서는 모든 선수들이 영어로 된 고유 닉네임을 사용합니다. 이는 글로벌 리그로 나아가고 있는 여러 이스포츠 대회 선수들이 대체적으로 닉네임을 쓰고 있는 사례를 똑같이 적용한 것입니다. 물론 ‘InSoo’ 박인수, ‘SeungHa’ 정승하 선수처럼 이름을 그대로 가져와 쓰는 사례도 존재하지만, 자신만의 시그니처 별명을 닉네임으로 만들거나 아예 새로운 영어 이름을 쓰는 선수들도 꽤나 많습니다. 과거 카트라이더에서 ‘개월드’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며 온라인 고수로 알려졌던 노준현 선수가 ‘DogWorld’를, AN-Gaming 팀 소속 선수 시절 ‘ANIPerfect’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했던 유영혁 선수가 ‘Perfect’를 사용하는 것이 그 예입니다.

▲ 개인전 A조, B조, C조 참가 선수들의 닉네임. 이름을 그대로 쓴 닉네임과 개성 있는 영어 닉네임이 고루 보인다. (출처: KDL 유튜브)

KDL의 새로운 시도에 대한 반응은 다양했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의견을 들어본 결과, 닉네임을 통해 선수들의 개성이 더 잘 보여지는 것 같다는 긍정적인 의견이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신인 선수나 과거 아마추어 팀 소속 선수들과 같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선수들의 닉네임은 이름과 잘 매칭되지 않아 경기를 보는 데 방해 요소로 작용한다는 부정적인 의견도 다수 존재했습니다. 닉네임은 선수들의 플레이를 파악하는 시청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 역시 적응을 위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2. 3,2,1, GO! 본격적인 레이스 시작

- 1경기 LSB VS SST : 무적함대 샌드박스는 KDL에서도 순항 예정!

▲ 경기 시작 전, 리브 샌드박스 선수들이 무대 중앙으로 입장하여 인사하고 있다.

개막전의 첫 경기는 카트라이더 리그에서 최강자의 모습을 보여왔던 리브 샌드박스(LSB)와 오랜만에 선수로 복귀한 ‘HoJun’ 문호준이 이끄는 센세이션(SST)이 장식했습니다. 두 팀 모두 에이스가 확실하고 과거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많은 팬들의 기대를 모은 매치였는데, 결과적으로는 리브 샌박이 2:0으로 승리하며 여전한 최강자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리브 샌박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을 꼽는다면 바로 팀합일 것입니다. 2019 시즌2 샌드박스 게이밍 시절부터 함께 팀합을 맞춰 온 ‘InSoo’ 박인수와 ‘HyunSu’ 박현수는 4년째 한 팀에서 팀을 이끌고 있으며, 2020 시즌2부터 함께 해 오며 4번의 우승을 이끌었던 ‘SeungHa’ 정승하도 자신의 자리에서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번 시즌을 앞두고 DFI BLADES에서 우승을 차지한 적 있는 ‘JiMin’ 김지민이 아이템 에이스로, 한국 무대에 데뷔하여 로열로더를 기록한 ‘NEAL’ 리우창헝이 팀전에 새롭게 합류하며 전력이 더욱 강화되었습니다. 실력적으로 보장된 선수들의 신구조화가 가장 잘 어우러지고 있는 팀이라 평가받는 만큼, 조직적인 그들의 플레이를 막을 수 있는 팀이 얼마나 있을까요?

이러한 팀합은 스피드전에서 확실히 드러났습니다. 특히 2번째 트랙이었던 포레스트 지그재그에서 상대팀의 에이스를 견제한 후 2위부터 4위까지 중상위권 순위를 모두 차지하는 전략으로 승리를 가져간 장면이 백미입니다. 상대팀의 ‘Speed’ 고병수, ‘Percent’ 김응태, ‘HoJun’ 문호준이 모두 잘 달리는 선수들임을 고려했을 때, 리브 샌박은 팀합을 강조한 플레이를 통해 그들이 왜 무적함대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지 보여주었습니다.

- 2경기 FNL VS RBT : 'Luning' 홍성민, 드리프트에서도 ReBoot 성공!

▲ 경기 시작 전, 피날레 이스포츠 선수들이 무대 중앙으로 입장하고 있다.

2번째 경기는 피날레 이스포츠(FNL)와 리부트(RBT)의 경기로, 결과적으로는 리부트가 2:0 승리를 가져왔습니다. 리부트는 아마추어 팀 중 저력이 있는 팀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이는 과거 아마추어 팀에서 실력적으로 뛰어난 모습을 보여준 선수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2022 시즌2 에이스 결정전에서 당시 최고의 주행을 보여주는 선수로 평가받던 이재혁을 꺾은 ‘Luning’ 홍성민, 오랜 선수 생활로 잔뼈가 굵은 ‘Cosu’ 김승래, 2019 시즌2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프로즌(Frozen) 팀에서 스피드 에이스 역할을 맡았던 ‘DDing’ 이명재가 대표적입니다.

이 날 경기에서 가장 빛났던 선수는 단연 ‘Luning’ 홍성민이었습니다. 스피드전과 아이템전 모두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냈고, 그 덕분에 팀은 에이스 결정전 없이 무난한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특히 아이템전 1:1 상황에서 진행한 3트랙 팩토리 브로디의 심술에서는 팀의 순위가 좋지 않았음에도 아이템을 모아와 마지막 순간에 역전하는 장면을 만들어 내며 팬들에게 짜릿함을 선사했습니다.

스피드전에서도 1위-3위-1위라는 등수를 기록하며 전반적으로 좋은 활약을 펼친 홍성민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아

이스 익스트림 경기장에서는 크게 보여준 것이 없어 아쉽지만 이겨서 기분 좋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과거 카트라이더 리그에서 신예로서 파란을 일으켰던 선수인만큼, KDL에서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바입니다.

- 개인전 A조 : 변수에 변수를 거쳐, 현수!

개인전 A조에서는 ‘HyunSu’ 박현수, ‘InSoo’ 박인수, ‘Luning’ 홍성민, ‘Zzz’ 이재혁이 16강으로 직행했습니다. 팬들 사이에선 결승에 꾸준히 올라가는 일명 결승 리거인 선수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조였기에 누가 탈락할 지 관심을 모으기도 했던 조입니다.

이러한 A조에서는 여러 변수가 발생했는데, 대표적으로 ‘HyunSu’ 박현수의 1위 기록과 ‘SPEAR’ 유창현의 탈락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팀전 최강자라 불리는 ‘InSoo’ 박인수와 개인전 5회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Zzz’ 이재혁 중 1명이 1위를 기록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박인수와 박현수는 마지막 트랙인 팩토리 미완성 5구역에서 1위를 놓고 치열한 접전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해당 라운드에서 박현수가 1위를 하더라도 박인수가 4위를 기록하면 동점이 되는 상황이었기에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었던 상황이었던 것이죠. 하지만 결국 박인수가 5위를 기록했고, 박현수는 치열한 A조에서 보란듯이 1위를 거머쥐며 탄탄한 실력의 소유자라는 것을 입증했습니다.

동시에 ‘SPEAR’ 유창현의 탈락은 팬들에게 충격을 안겨 주기도 했습니다. 개인전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결승에 꾸준히 진출하는 멤버 중 한 명으로 팬들에게 각인되어 있는 선수이기에 대부분 무난한 16강 진출을 예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KDL 프리시즌 1에서는 안타깝게 탈락의 고배를 마셨습니다.

- 마무리

이렇게 KDL 프리시즌 1 개막전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카트라이더와 비슷한 느낌을 공유하면서도 달라진 물리엔진과 새로워진 아이템전으로 인해 전작과 다른 변수가 창출되는 점이 이질감은 덜하면서도 재밌는 요소로 자리잡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이었던 만큼 모든 것이 완벽할 수는 없었지만, 대부분의 팬들은 새롭게 시작될 KDL의 서사를 기대하는 눈치였습니다.

한때 카트라이더의 서비스 종료로 성승헌 캐스터님이 매 경기마다 외치신 우렁찬 “출발했습니다!”와 팬들의 생생한 함성을 더 이상 듣게 되지 못 할까 속상해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KDL 프리시즌 1 현장에서 여전히 들을 수 있었던 당시의 소리가 유난히도 반가웠습니다. 앞으로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에서 어떤 레이스가 펼쳐질 지 궁금하시다면, 매주 수, 토, 일 생중계되는 KDL을 주목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