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디셈버 튜토리얼 플레이 - UI/스토리텔링 분석
언디셈버의 튜토리얼을 플레이 했다. 플레이 시간이 짧았던만큼 느낀 점이 많은 건 아니지만 특징적인 것 몇 가지를 남겨본다.
1. UI
1) 내 캐릭터 표시가 없다.
언디셈버는 핵앤슬래시 RPG로 왼쪽의 방향키와 오른쪽의 스킬키를 조작해서 적을 사냥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시야는 탑뷰이고 줌인 앤 아웃 및 각도 조절이 안 되는 고정형, 그리고 화면을 넓게 잡는 와이드형이다.
이런 시야의 장점은 화면이 시원시원해서 활동감을 크게 느낀다는 것이고 단점은 기물이나 몬스터 등이 작게 보이는 것이다.
언디셈버 튜토리얼에서는 초반부터 넓은 화면에 대량의 몬스터가 출현하는데,
주인공과 몬스터 모두 병사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으므로 차림새가 비슷하다.
그래서 몬스터가 모여있으면 내 캐릭터가 어디에 있는지 구분조차 되지 않는다.
내 캐릭터가 항상 화면의 중심에 위치하게 되기 때문에 대략적인 위치를 파악할 수는 있지만
섬세한 조작을 위해서는 캐릭터가 보고 있는 방향이 중요하다(대부분의 공격은 전방으로 나가기 때문에).
내 캐릭터가 어디서 어느 방향을 보고 있는지 눈으로 파악할 수 없으므로 왼손의 방향키 조작으로 이쯤에서 이 각도로 있겠지를 감으로 파악해 조작하는 수밖에 없다.
섬세한 조작이나 빠른 반응보다는 이른바 손맛으로 하는 게 모바일 게임이라고 하지만
최소한 내 캐릭터를 찾을 수 있는 장치는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단, 이건 튜토리얼 모드여서 그럴 것 같고 실제 게임에선 아마 머리 위나 발 아래에 닉네임이 표시되지 않을까.
2) 잘 보이지 않는 방향키
모바일 게임이 미관상의 이유, 그리고 플레이시 거슬린다는 이유로 방향키를 희미하게 숨겨놓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언디셈버는 게임의 전체적인 색감 자체가 어두워서 방향키가 더욱 더 잘 보이지 않는다.
밤에 노란 옷 입는 거랑 회색 옷 입는 거랑은 아주 다른 일이듯이
색감이 밝은 게임에서 방향키를 희미하게 처리하는 것과 어두운 게임에서 탁하게 처리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
일단 방향키를 찾고 나면 습관적 조작을 하게 되므로 찾는 것이 크게 어렵지는 않지만 이런 게임이 익숙치 않은 사람들에겐 사소한 것도 장벽이 될 수 있다.
여기에 1번이 더해지면 내 캐릭터가 지금 어디를 보고, 향하고 있는지, 내가 방향키를 잘 조작하고 있는지 몰라 헤매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3) 오른쪽 하단의 네트워크 상태바
네트워크 상태를 오른쪽 하단에 두는 UI를 처음 보았는데(이건 개인의 경험차가 클 것이다),
이 부분은 각자의 성향 차이라 어느게 낫다 아니다를 가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다만 보통 일반적으로 상태바는 오른쪽 상단에 두고 하단에는 여러 설정창을 둔다든가,
아니면 아예 시스템에 관련 된 모든 UI를 오른쪽 상단 또는 오른쪽 가장자리에 몰아두는 걸 많이 봐서
평소 잘 보지 않는 오른쪽 하단을 이용한 UI는 신선했다.
깊은 고려 끝에 배치한 건지, 아니면 단순히 아이콘 둘 자리가 없어서 오른쪽 하단에 둔 건지는 모르겠지만
자주 확인할 일이 없는 네트워크 상태나 시간 등을 평소 잘 보지 않는 곳에 둬서 시야에서 적절하게 차단하면서도 필요할 때 볼 수 있는 요소로 두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2. 스토리
튜토리얼만으로 이 게임의 스토리텔링 방식의 장단을 평가하기는 어려운데, 일단 개인적으로 느낀 장점과 단점을 나누어보겠다.
먼저 장점은 게임 진행을 통해 스토리를 궁금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튜토리얼 안에서 주인공은 모험을 시작하기 위해 먼저 npc를 만나 퀘스트를 받는 등의 상호작용을 하지 않고
튜토리얼이 끝날 때까지도 대화나 독백 등 없이 그저 눈 앞에 나타나는 몬스터들을 사냥하면서 스킬을 배워나갈 뿐이다.
많은 '스킵충'들이 게임 내에서 npc와 대화를 하고, 대화를 한참 한 다음에야 퀘스트를 받고,
그 퀘스트의 내용이 대부분 노가다 또는 뺑뺑이인 것에 스트레스를 느낀다.
하지만 언디셈버는 일단 냅다 몬스터 잡아! 나머지는 그 다음에 생각해! 라며 플레이어를 몰아붙인다.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이 몬스터들은 뭐지...? 좀비인가...? 중세게임에 왠 좀비...? 등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이것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스토리나 세계관을 궁금하게 만드는 좋은 지점이다.
그러나 단점도 있다.
먼저 세계관, 배경을 뚜렷하게 파악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중세 배경에도 언데드 몬스터, 즉 좀비는 있어왔지만 일반적인 중세 판타지 RPG에서 좀비는 중후반이나 되어야 등장하는 몬스터이다.
초반에는 세계관을 파악하기 좋은 동물형 몬스터나 아니면 아주 작고 약한 슬라임 같은 것을 잡아오게 한다.
그것을 통해 여기가 판타지 세계이며, 동식물이 인간과 함께 사는, 현대가 아닌 어떤 시대라는 걸 짐작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냅다 좀비를 등장시킨 부분은 신선한 한편 '이거 좀비게임이었어?'라는 어리둥절함도 일으킨다.
또 튜토리얼을 진행하면서 스토리, 배경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는 부분은 퀘스트와 맵에 표시된 이름들 뿐으로
초반 몰입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라면 기억을 잃은 것도 아닌데 갑자기 나타난 좀비만 때려잡다가 끝나는 튜토리얼에
이게 대체 뭐 하는 거지...? 싶을 수도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게임 플레이를 통해 스토리를 짐작케 하는 텔링 방식과 달리 초반의 시네마틱 트레일러를 스킵도 없이 강제하는 방식은
그 자체로 피로도를 증가시킨다.
스토리라이터이고, 스토리 분석을 위해서 여러 게임을 하는 나조차 스킵 버튼이 없는 트레일러 영상을 보면 보통 멍을 때리고 있다.
게임 개발자들이 기억해야 할 것은 '스킵이 있을 때 스토리도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트레일러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것과 튜토리얼의 내용에 큰 상관관계를 찾기 힘들다는 점인데,
이것은 작가의 성향 차이로, 뜬금없어 보이는 내용을 떡밥으로 던져두고 후반에 가서야 푸는 스토리도 많으니 단점이라고 하기에는 어렵다.
총평은, 게임 시작 전의 시네마틱 영상에 스킵 버튼이 없다는 것만 빼면
전체적으로 스토리에 대한 부담감이 없어서 오히려 스토리를 궁금하게 만드는, 튜토리얼로서는 좋은 텔링방식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미 비슷한 게임이 널리고 널린데다, 누구나 한 번쯤 모바일 게임을 해본 시대에
이것저것 가르쳐주겠다고 1초에 한 번씩 화면을 멈추고 이거 해라 시켜서 유저들이 답답함을 느끼게 만드는 것보다는
최소한의 정보만 주고 나머지는 직관적으로 설계해 알아서 하게 만드는 것이 더 좋은 방식인 것 같다.
게임 초반을 어떻게 설계하느냐로 최근 고민이 많았는데 언디셈버를 플레이해보니 튜토리얼 같은 건 다 '스킵'하고
바로바로 만져보면서 배우게 만드는 게 최고의 튜토리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