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카운터사이드 (2020)
2020년에 ‘스튜디오비사이드’에서 개발, ‘넥슨’에서 모바일용으로 발매한 캐릭터 수집형 SRPG 게임.
내용은 2044년 미래 시대 때 ‘카운터사이드’라고 불리는 이면세계에서 ‘노멀사이드’라 불리는 현실로 침범하는 ‘침식체’와 싸우는 민간 군사 기업에 소속된 ‘펜릴 소대’ 멤버들이 세계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다.
게임의 기본 자원은 크레딧, 이터니움, 쿼츠의 3가지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게 각각 돈, 행동 에너지, 유료 구매 재화에 해당한다.
근데 재화가 크게 3종류인 거고 자원의 개념으로 보면 그 종류가 복잡하게 보일 정도로 많다. 대충 정리하면 평가서, 적성핵, 파편, 훈련자료, 계약서, 함선 자재, 촉매제, 정보, 정보, 파편, 쿠폰, 등등. 뭐가 어떤 기능을 가진 자원인지 알아둬야 할 게 너무 많다.
게임 내 이벤트 때 지급되는 보너스 자원은 크레딧, 이터니움 위주라서 다른 자원은 필요한 양에 비해서 보너스로 지급되는 양이 적은 편이다.
‘편성’은 전투에 참가시킬 소대의 유닛을 구성하는 것으로. 하나의 소대는 총 9개의 슬롯에 유니트를 배치하는 걸 기본으로 하고 있다. 그중 실제로 전투에 참가하는 8명이 일반 유니트. 나머지 1개는 전함이나 전차 유니트라서 총 9개를 셋팅해야 된다.
전투 룰이 전함/전차가 파괴되면 무조건 미션 실패로 간주돼서 일반 유니트 이외에도 전함/전차 세팅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소대는 총 7개가 있는데 그중 4개는 스토리 진행에 따라서 기본 개방되고 나머지 3개는 재화를 사용해 확장시켜야 한다.
‘소대 작전 능력’은 편성된 부대의 전투력 총합. ‘평균 출격 비용’은 편성된 부대를 운용할 때 드는 자원 비용이다.
일반 유니트가 8개나 된다고 해도 8개를 한번에 다 뽑는 게 아니고. 출격 비용 내에서 유니트를 뽑고, 출격 비용이 다 떨어지면 유니트를 새로 뽑지 못하는 구조다.
‘채용’은 유니트를 뽑는 갸차 모드인데, ‘채용 계약서’와 크레딧 자원이 소모된다. 채용 1번에 채용 계약서 1개를 소비하면서 ‘급여조건’으로 추가로 사용할 크레딧의 양을 정하고. ‘우대사항’ 설정으로 뽑고자 하는 유니트의 클래스를 고른 다음 ‘채용 개시’를 선택하면 갸차 뽑기가 시작된다.
근데 이게, 얼굴, 이름이 있는 독립적인 캐릭터인 ‘카운터’ 이외에 얼굴 없는 양산형 병사인 ‘솔져’와 헬리곱터, 전차, 비행기 같은 ‘메카닉’이 뽑기 대상으로 뒤섞여 있어서 캐릭터 뽑기 게임으로서의 아이덴티티가 흔들리는 경향이 있다.
보통, 사람들이 캐릭터 뽑기 게임을 할 때는 문자 그대로 캐릭터를 뽑으려고 게임을 하는 거지. 일반 병사랑 전투기, 전차 같은 걸 뽑으려고 캐릭터 게임을 하는 건 아니라서 그렇다.
캐릭터 뽑을 때 SSR, SR 떠서 좋아라 했는데 결과물 보니 헬멧 쓴 병사랑 헬리콥터가 나왔을 때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아니, 대체 뭐가 아쉬워서 캐릭터 뽑기 게임에 이런 걸 뽑아야 되냐고?)
페이트 그랜드 오더에서 ‘왕은 사람의 마음을 모른다’라는 대사가 나왔었는데, 본작은 PD나 기획자가 덕후의 마음을 모르는 것 같다.
‘본사’에서는 연구소, 공방, 격납고, 사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
‘연구소’는 ‘강화 이식’, ‘기술훈련’, ‘한계초월’ 등을 통해 유니트의 능력치를 상승시킬 수 있다.
강화이식은 특정 유니트를 선택하고 다른 유니트를 강화 소재로 사용하고 크레딧을 지불해 능력치를 상승시키는 거다.
기술훈련은 ‘표준 훈련자료’와 ‘정보’ 자원으로 캐릭터의 스킬 레벨을 올리는 것이다.
한계초월은 유니트의 레벨 상한을 올려주는 것으로. 기본 레벨은 40레벨이 만랩이고. 그 뒤에는 크레딧과 ‘적성핵’이란 자원 아이템으로 레벨 상한을 올려야 한다.
공방은 ‘장비’, 정석행‘, ’비품‘, ’이벤트‘용 장비를 만드는 곳으로. 크레딧과 장비 관련 자원을 사용한다. 장비 강화와 장비 튜닝(개조)도 가능하다.
격납고는 ’함선건조‘, ’함선정비‘를 이용할 수 있는데, 함선건조에서는 크레딧 이외에 설계도면, 설계도면, 장갑, 함선 자재 등의 전용 자원을 들여서 함선을 직접 만들 수 있고, 함선정비에서는 크레딧과 함선 자재를 사용해 함선을 개조할 수 있다.
사장실에서는 ’연봉협상‘, ’종신계약‘을 할 수 있는데 여기에도 또 전용 자원이 들어간다. 연봉협상은 ’협상 소재‘ 자원을 사용해 캐릭터의 레벨과 애사심(기존 게임의 캐릭터 호감도)를 올릴 수 있고, 종신계약은 ’종신서약서‘라는 자원을 사용하는데 기존 게임의 서약과 같은 것으로 애사심 감소 없음/추가 경험치/전용 보이스 및 모든 능력 2% 상승 버프 등의 보너스 효과를 받는다.
‘월드맵’은 단어만 보면 게임 내 전체 지도 같은데 실제로는 전체 지도의 지역별로 해금시켜서 회사 지부를 설립해 탐색을 보내는 것이다. 일반적인 갸챠 게임의 자원 수급을 위한 군수 or 탐색 모드라고 보면 된다.
캐릭터 1명을 지부장으로 설정하고, 그 캐릭터의 레벨에 따라서 실행 가능한 임무가 정해진다. 3종류가 랜덤으로 나오는데 목록을 갱신하려면 ‘정보’ 자원이 따로 든다.
‘건틀렛’은 PVP 모드로 다른 플레이어와 싸울 수 있으며, 수동 조작이 불가능한 자동 전투로 고정되어 진행된다.
‘작전’은 스토리 모드다.
본편 스토리는 작전 카테고리 안에 에피소드로 구분되어 있는데, 이 에피소드가 또 각각 4개의 ‘액트’와 그 액트 속에 4개의 전투가 발생하는 아레나, 전투 없이 캐릭터 스토리만 진행되는 ‘인터루드’로 나뉘어져 있어서 에피소드 하나의 길이가 엄청 길게 느껴진다. 실제 텍스트 분량만 놓고 보면 체감에 비해 적은데, 짧은 내용을 잔뜩 구겨 넣어서 그런 것이다.
게다가 이게, 메인 스토리를 진행할 때 본편 스토리만 보고 넘어갈 수 없고. 사이드 스토리(캐릭터 개별 이야기)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다 봐야 넘어가는 방식이라서 플레이 템포가 늘어진다.
튜토리얼도 지나치게 긴데 그걸 전혀 스킵할 수 없고. 하나하나 전부 클릭하며 모든 과정을 빠짐 없이 봐야 한다는 것도 고역이다. 하나부터 열 끝까지 모든 메뉴의 튜토리얼이 게임 스토리 진행 과정에서 고스란히 나오는 것이라 그렇게 피곤할 수가 또 없다.
이 작품의 스토리는 기본적으로 작중 인물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가오 잡고 진지한 분위기 조성하면서 뭔가 의미를 알 수 없는 추상적인 내용이나 혹은 손발이 오글거리는 듯한 대사를 쳐서 중2병 느낌이 강한 라이트 노벨 스타일을 지향하고 있다.
스토리 자체가 난해해서 내용 전달력이 매우 떨어지는 게 치명적인 문제다.
작중에 나오는 주요 캐릭터들이 어떤 사건을 접할 때. 처음 겪는 일이 아니고 이미 겪을 대로 다 겪은 상태로 나와서 자기들끼리만 아는 말을 주절주절 떠들면서 내용을 진행해서 그렇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 입장에서는 뭔 소리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작중 캐릭터들은 모든 걸 다 알고 그가 어쨌다느니, 그녀가 어쨌다느니. 뜻 모를 대사를 무슨 탄막 전개하듯 사방에 흩뿌리고 있다.
스토리가 한 화 한 화 진행될 때마다 사건의 진상이 조금씩 밝혀지는 게 아니라, 미친 듯이 떡밥을 던지기만 하고 회수할 생각은 전혀 안 한 채. 가오 잡는데 몰두하고 있어서 방향성이 잘못됐다.
스토리를 쓴 시나리오 라이터를 비롯한 게임 개발자들 머릿속에는 이 작품에 대한 삼라만상이 쫙 펼쳐져 있겠지만, 이 게임을 처음 하는 유저는 무슨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길이 없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유저가 직접 이름을 짓는 플레이어 캐릭터가 사령관이나 지휘관이 아니라 회사 사장인데. 사건의 흑막 느낌 풀풀 풍기면서 혼자만 모든 걸 다 아는 식으로 대사를 날리고 있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나는 1도 모르겠는데, 게임 속 나는 모든 걸 알고 흑막 전용 대사를 날리는 상황에, 출연 분량은 또 겁나 적어서 잊을 만하면 뜨문뜨문 나오는 수준이다.
주인공이 맥거핀처럼 쓰인다고 해도. 최소한 작중 인물들이 끊임없이 언급하면서 같은 편이란 인식을 심어주거나, 사건을 해결할 열쇠가 돼서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없는 필수적인 존재가 되어야 하는데. 본작은 그런 걸 전혀 고려하지 않아서 스토리의 몰입도가 극도로 떨어진다.
이걸 기존의 작품에 비유하면 뭔가 하면,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 플레이어 캐릭터가 ‘이카리 신지’가 아니라 ‘이카리 겐도우’라는 거다. (대충 손으로 턱 받치고 안경알 빛내면서 인류 보완 계획, 리리스 드립치면서 옆에서 보좌관이 그녀가 어쩌고. 그가 어쩌고. 추임새 넣어주는 거)
전투 같은 경우, 전투 맵에서는 칸 이동을 하는데 ‘착륙지점’, ‘강습지점’ 등을 스타트 지점으로 삼아 아군 소대를 배치한 후. 턴 방식으로 클릭 이동을 하는 것이다.
전투 제한이 총알로 표시되어 있어서 총알이 텅 빈 상태에서 전투를 하면 패배해서 전투 맵에서 총알로 표시된 보급 포인트에서 보급 받아야 한다.
본격적인 전투 모드는 던젼 앤 파이터 같은 2D 횡스크롤 액션으로 진행된다.
근데 이게 일반적인 벨트 스크롤 액션 게임처럼 상하 이동 범위 넓은 게 아니라, 이동 가능한 공간 자체가 한 칸 한 줄 수준인데. 거기에 화면 하단에 있는 유니트 썸네일을 드래그해서 길 위에 유니트를 소환하는 방식이다.
전투는 자동으로 진행되며,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수동 조작은 유니트 소환을 통한 배치와 쿨타임 찼을 때 스킬을 써주는 것 정도 밖에 없다.
캐릭터 스킬 쓸 때의 컷씬과 연출은 화려하기는 하지만.. 적이 공격 당해도 넉백 효과로 밀려나기만 하지 피격 당할 때의 리액션이 없고, 그냥 데미지 입힌 수치만 뜨기 때문에 지금 이게 때리고 있는 건지 아닌 건지 모르겠다. 굳이 스킬이 아니더라도 기본 공격도 제대로 때리고 있는 게 맞는 건지 의문이 들 정도다.
그 때문에 전투 씬에 나오는 공격이 캐릭터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다하는 느낌이라서 뭔가 차력쇼를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역할군이라고 해서 사원 타입, 클래스가 각각 카운터, 솔져, 메카닉, 기타. 스트라이커, 레인져, 스나이퍼, 디펜더, 서포터, 시즈, 타워 등등. 종류가 엄청 다양하게 존재하고, 게임의 기본 전술이 디펜더를 앞에 배치해 방어하면서 스트라이커가 중열에 서서 근접 공격을 하고, 레인져, 스나이퍼가 후방에 서서 원거리 공격. 서포터가 회복/디버프를 담당해서 거기에 맞춰 배치하는 것인데.. 문제는 보스급 적은 광역기를 밥먹듯이 날려서 플레이어 소대의 전략성은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는 거다.
그게 광역기는 전체 범위로 공격이 들어오기 때문에 모든 소대 유니트가 공평하게 쳐맞아서 탱킹이 무용지물이라서 그렇다.
백날 디펜더 배치시켜서 전방에서 아군 보호해도 보스급 적이 광역기 한번 날리면 뒤에서 보호받던 레인져, 스나이퍼도 죄다 처맞는 상황이다.
구조적으로 유니트의 레벨, 능력치의 차이를 전략, 전술로 극복할 수 없는 수준이라서 결국 레벨 노가다해서 레벨 상승으로 인한 능력치 가지고 닥치고 공격만 하면 장땡인 것이라서 게임의 전투적인 부분 설계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
이 작품에서 그나마 괜찮은 게 있다면, 게임 내 캐릭터의 등급에 상관없이 라이브 2D 효과가 들어가 있는 점과 남녀 캐릭터 전반의 디자인은 괜찮은 편이고, 로딩 때 나오는 컨셉 아트와 전투 전후에 나오는 이벤트 씬의 퀼리티도 준수한 편이며, 배경 음악도 나쁘지 않았다.
스토리와 캐릭터 대사, 설정이 중2병스러워서 그렇지, 배경 설정 자체는 어반 판타지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현실을 기반으로 하면서 가상과 현실을 오가며 싸우는 걸 SF물에 걸맞게 잘 만들어서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 다만, 그 배경 설정을 스토리와 캐릭터가 뒷받침해주지 못한 게 문제일 뿐이다.
결론은 비추천. 게임 내 라이브 2D, 컨셉 아트 등은 준수하고 캐릭터 디자인 괜찮고, 전투 때의 연출은 볼만해서 비주얼은 괜찮지만.. 쓸데없이 비비 꼬아놓고 가오만 잡는 중2병스러운 스토리와 플레이어의 분신인 주인공이 흑막처럼 나와서 감정 몰입하기 어려운 게 환장의 콜라보레이션을 이루고, 캐릭터 뽑기 게임인데 일반 병사와 메카닉까지 거기에 포함해 뽑기 게임의 아이덴티티를 상실했으며, 캐릭터의 클래스 종류가 다양한 것에 비해 광역기를 남발하는 보스와의 전투가 전략, 전술적인 플레이를 허용하지 않아서 전투가 단조롭고 플레이 템포가 늘어지는 데다가, 게임 내 자원이 종류가 지나치게 많아서 알아야 할 게 너무 많아서 전반적인 게임 인터페이스가 불편해서 게임 자체적인 완성도가 낮고 재미가 없어서 빛 좋은 개살구 내지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속담을 떠올리게 하는 게임이다.
뭔가 좀 게임 장르 이전에 나와야 할 매체 자체를 잘못 선택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차라리 게임이 아니라 라이트 노벨, 애니메이션, 일러스트 화보집, OST 앨범 같은 걸로 발매하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