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븐 번즈 레드 짧막 플레이 후기 및 마에다 준과 Key에 대한 사견(뻘글)

(제가 본 메인스토리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므로 본의 아니게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모든 내용은 제 주관이며 객관적인 내용이 아닙니다.)

딱히 제가 헤븐번즈레드 라는 게임을 기다리거나 하진 않았고 주말에 뭐 할거 없나 스팀 둘러보던 중 무료 게임이라길래 한번 다운받아 해봤습니다. 그리고 주말 순삭했네요.

어렸을 때 Key 사의 게임들을 많이 즐겼습니다. Kanon(카논), AIR(에어), CLANNAD(클라나드)를 쭉 즐기면서 제가 최루물(눈물나는 장르)에 빠지게 된 계기가 되었죠. 그리고 에니메이션도 나와서 정주행하고 Key 사의 게임과 스토리는 믿고 볼 수 있다..! 라고 생각..했었죠. 그리고 제 생에 처음으로 일본 게임 예구를 하며 기다렸던 Little Busters!(리틀 버스터즈!)가 나오고 그 생각은 180도 바뀌었습니다.

제 주관이 120% 들어가 있는 것이니 해당 작품을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약간 송구스러울 수 있겠지만 제가 하는 말은 비하가 아니라 제 개인적인 의견일 뿐입니다. 기존 Key 사의 게임들이 지향했던, 아니 지향하지 않았어도 공통적으로 함유했던 불가사의한 인연과 작별, 그 속에서 나오는 감동.. 이런게 전혀 없었습니다. Key 사 작품이 아닌 그냥 일반적인 회사에서 나온 감동적인 게임이었다면 상관 없었을거 같은데 Key의 차기작에 너무 기대하다보니 실망이 컸던 것 같습니다.

한번 이렇게 데이고 나니 그 이후 나온 에니메이션 Angel Beat!(엔젤 비트!)도 뭔가 클리셰 떡칠한 억지 눈물, 요즘 말로 강제로 즙을 짜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얼마 전 다시 봤을 땐 나름 볼만했습니다. 그 이후로 Rewite(리라이트) 같은 작품들이 나왔지만 이젠 Key라고 해서 플레이하지 않았고 지금까지 쭉 잊은 채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평범한 가챠겜인 줄 알았던 이 게임을 접하고 오히려 놀랐죠. 처음엔 Key사 제품인줄도 몰랐습니다. 스토리를 스킵하지 않고 모두 보는 제 특성상 성우도 풀로 더빙되어 있길래 오토 켜서 천천히 감상했는데 너무 재밌는겁니다. 그래서 조사해보니..

Key 사 작품이더라구요. 그리고 마에다 준. 옛날엔 다 그렇겠지만 게임 만든 회사는 알아도 작가는 잘 몰랐습니다.

저는 마법사가 되는방법 등 때문에 좋아했고 모두에게는 파랜드 시리즈로 잘 알려진 TGL도 나중 정발된 작품이 될 수록 뭔가 형언할 수 없는 기묘한 달라짐을 느꼈는데 나중에 캐슬 판타지아라는 작품이 너무 비슷해서 좋아했는데 알고보니 여기 사람들이 대거 퇴사해서 설립한 스튜디오 에고(현 데보노스 제작소)라는 회사에서 만든 게임이라 그렇게 된 것이었죠. 특히 대표(?)인 야마모토 카즈에님의 일러가 제 취향이라 좋아했습니다.

또 비슷한 느낌으로 랑그릿사 시리즈가 있는데 특히 그 랑그릿사 밀레니엄이라는 작품은 위와 비슷하게 제작진들이 다 나가고 나온 작품이라 괴작이 되었죠.

잡설이 길었지만 결국 제가 좋아했던 Key 사 최루물 3대장 카논, 에어, 클라나드가 모두 마에다 준 작품이었고 제가 실망한 리틀 버스터즈!도 마에다 준 작품이었습니다. 솔직히 지금 객관적으로 보면 모두 스토리가 엄청났었죠.

여튼, 가챠겜이라 아주 작은 기대도 안하고 스토리를 감상하니 가챠 겜에 마에다 준을 태워(?) 라는 말이 절로 나오더군요. 뭐 우리나라 말로 태우다는 탑승시킨다는 의미도 있으니 대충 맞는걸로..(퍽퍽..)

솔직히 스토리는 흔해 빠졌습니다. 우주에서 온 외계 생물체에 인류가 절멸의 위기에 처하고 이를 막기 위한 우리의 주인공들의 고군분투. 한 줄로 요약이 되죠. 이런 비슷한 스토리는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에도 가끔 등장하고 푸른 강철의 아르페지오나(타마를 보면 그 생각이 많이 나더군요.. 타마 귀엽..퍽.. ) 옛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도 있고 퍼시픽 림, 배틀 쉽 등등.. 제가 군함을 좋아하다보니 이쪽 계열이 많이 떠오르네요.

그리고 제가 출시 때부터 섭종까지 5년(?)을 돈을 퍼다부으며 달렸던 코로푸라의 배틀 걸 하이스쿨도 딱 얘네랑 거의 같은 세계관이죠. 이로우스(캔서)의 침략으로 폐허가 된 지구를 사수하는 어린 소녀들의 이야기..

또 잡설이 길었는데 이런 널리고 널린 스토리라 분명히 와닿을리가 없는데 이걸 또 풀어내는게 참 기가막히더라구요. 살짝 또 가루파(BanG Dream! 걸스 밴드 파티)느낌의, 스즈미야 하루히 느낌의, 케이온! 느낌의, 밴드가.. 아주 흔해 빠진 밴드가 들어가는데 이걸 또 살려요. 이 사람 뭐야.. 무서워..

그리고 이런 관계를 알게 되면서 주인공에 대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 진 주인공인 카야모리 루카.

매 표지를 장식하는 간판 캐릭터인데 이 캐릭터를 보면 딱 마에다 준 본인을 투영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더라구요. 루카의 설정인 전설의 레전드(?) 밴드 She is Legend 의 보컬이자 천재. 무엇을 해도 다 되는 그런 전형적인 주인공 버프 왕창 받은 캐릭터입니다. 그리고 Key 에서 쓸 때마다 대박 냈던 전설의 작가 마에다 준. 하지만 게임 내에선 얼마 안가 밴드를 해체하게 되죠. 마에다 준도 자의는 아니겠지만 대작 이후에 방황기를 겪었구요.

그런데 이 루카만 작가를 투영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가지의 캐릭터에 나타낸 느낌이었죠. 그 두번째 캐릭터는,

아이카와 메구미입니다. 전설이었고 과거를 나타낸 것의 루카였다면 현재(물론 헤븐 번즈 레드가 빅히트를 쳤으므로 이 작품 이전까지)를 나타낸 것은 메구밍이라고 생각합니다. 설정 상 관서에서 초능력으로 유명했지만 루카에 밀려 라이벌 의식을 가지고 있는데 루카가 마에다 준의 과거라 생각하면 전설적인, 화려한 작품 인생을 가지고 있던 본인 때문에 오히려 슬럼프를 겪게 된 이후가 메구미로 나타난게 아닌가 싶더라구요.

메구미의 설정이 확실히 뻥이 아니라 사이킥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전혀 쓸모가 없거든요. 다른 작품이나 게임, 애니메이션이면 초능력 하나만 가지고 있어도 주연급일텐데.. 물론 메구밍도 주연이긴 합니다만.. 그런 엄청난 능력을 가졌음에도 루카에게 밀리는 것을 보면 감정이입도 되고 그렇더라구요. 저는 타마님편입니다만..(퍽)

어쨌든, 이번 작품을 플레이하며 마에다 준이라는 작가가 잘 나가게 되서 기쁘고 스팀에 있는 클라나드 등 구작도 얼릉 한글화를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뻘글을 남기며 이만 마칩니다.(한글화도 안된 게임들 모두 구매한 흑우 1인..)

ps 아 그리고 이 게임 4K도 지원해서 화질이 엄청납니다.

모바일 기반 게임은 그냥 해상도만 올린 그 무언가일 경우가 많은데.. 좋아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