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새로운 시대의 문 (2024)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극장판, '새로운 시대의 문'을 관람하고 적는 후기입니다. 영화는 일반으로 한번, 4DX로 한번 보았습니다.
영화는 2000년대에 활약한 경주마 정글 포켓의 클래식 시즌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프리 스타일 경주로 뛰던 정글 포켓이 우연히 찾은 경기장에서 달리는 후지 키세키의 아름다운 달리기에 매료되어 트윙클 시리즈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먹고, 데뷔 이후 연승을 달리면서 주목받는 우마무스메로 성장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 앞을 가로막는 것은 같은 시대에 데뷔한 초광속의 프린세스 아그네스 타키온. 그녀에게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고 그녀를 넘어서기 위해서 클래식 3관에 도전장을 내밀게 됩니다. 같은 시대를 살아간 정글 포켓, 아그네스 타키온, 맨하탄 카페, 단츠 플레임이 치열하게 격돌하는 경기장에서 만들어지는 결말은 무엇일까요.
이하 스포일러 있습니다. 영화를 미리 보지 않으신 분들은 주의해 주세요.
이야기는 사실상 '정글 포켓'과 '아그네스 타키온' 이 둘의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집니다. 정글 포켓은 비록 염원하던 '더비 우마무스메'가 되었지만, 계속 계속 따라다니는 아그네스 타키온의 달리기에 사로잡혀서 자책하고 두려워하게 됩니다. 자신의 한계에 굴복하고자 하려는 찰나, 이미 전성기가 한참 지났지만 정글 포켓의 달리기에 감명을 받고 자신도 '달리고 싶다'라는 마음을 가지게 된 후지 키세키와의 병주를 통해 이를 극복하게 됩니다. 반면 스피드의 저편 너머를 찾고 싶어 했던 아그네스 타키온은 그 끝에는 자신의 다리가 완전히 부러져 사라져 버린다는 결말을 보게 되고는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도달하지 못한 스피드의 저편을 넘겨준 채 사츠키상을 보여주고는 은퇴를 선언해 버리고 말았죠.
이 영화는 특히 '빛'을 조율해서 다양한 생각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아그네스 타키온이 경기장에서 달릴 때, 무지갯빛으로 화려하게 빛남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정글 포켓은 그런 화려한 색깔을 쫓아가고 싶어서 자신도 그런 색으로 빛나려고 하는 것을 볼 수 있지만, 자신의 강렬한 노란 빛깔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나중에 가서 그 빛을 찾아가게 되는 식으로 표시를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또 달리기를 포기한 아그네스 타키온의 방도 '빛'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레이스에 출주하고 있을 때의 타키온의 연구실은 환하고 밝은 모습이었지만, 사츠키상의 출주할 때 이후부터의 방은 어두움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방도 점점 지저분해지고 잡동사니가 잔뜩 쌓여있는 모습으로 바뀌어갑니다. 우마무스메의 본능인 '달리고 싶다'라는 마음을 억누르고 연구에 심취해 있는 아그네스 타키온의 복잡한 심정을 빛으로 표현하는 섬세함이 눈에 띕니다.
결국 자기부정을 아무리 해 보아도, 아그네스 타키온 역시 '뛰고 싶어 하는 우마무스메' 중 하나라는 것을 나타내 보이는 커튼을 열어젖힌 타키온의 모습에서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주인공인 정글 포켓보다도 아그네스 타키온에게 더 많은 관심이 생긴 것은, 현실을 깨닫고 나는 이 이상 안된다면서 중얼거리며 다른 사람이 넘어서주길 바라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역시 내가 넘어가고 싶어 하는 여러 가지 현실의 벽을 생각해 내서가 아닐까요?
정글 포켓과 아그네스 타키온에 상당한 포커스를 부여하는 반면, 같은 동기인 단츠 프레임과 맨하탄 카페의 비중은 '예쁜 병풍' 수준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단츠 프레임은 일본 더비에서 뭔가 각성을 한 느낌을 주는 듯했으나 이후로도 뭔가 자신 없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겉돌고, 맨하탄 카페는 계속 친구를 쫓는다고 하는데 그 친구가 누구인지,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는 단서를 주지 않아서 모르는 사람에게는 답답함을 줄 수밖에 없을 것 같았습니다. 왠지 애니 3기 (그런건 없어요)처럼 여기저기에 시선을 줬다간 죽도 밥도 안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서 한정된 시간에 몇 명을 포커스 해서 그려야 한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좀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티엠 오페라 오가 소모되는 방식도 아쉬웠습니다. 티엠 오페라 오는 영화 내에서는 아리마 기념에 엄청난 질주를 보여주면서 '끝판왕' 포스를 폴폴 보여줬는데, 정작 그와 대결하는 재팬컵에서는 마치 티엠과 대결하는 것이 아닌, 자기 자신과 아그네스 타키온과 대결하는 것 같은 모습으로 보여주면서 또 다른 장식으로 남았습니다. 쓰러트려야 하는 대상이 오페라 오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되어버린 것 같아서 조금 이상한 느낌이네요.
여러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그래도 음악과 색채의 조화를 잘 이뤄냈고, 또 그 와중에도 고증을 놓치지 않고 빠짐없이 잘 새겨 넣으면서 우마무스메를 좋아하는 팬들에게 잘 소구하는 멋진 작품을 만들어 냈습니다. 원본 마들의 행적을 알고 보신다면 훨씬 보이는 것이 많은 영화입니다. 기회가 되신다면 나무위키 등에서 원본 마들의 레이스를 보고 오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2회차인 4DX는 개인적으로 꽤 만족했습니다. 마치 내가 경기장에서 정글 포켓이 되고 아그네스 타키온이 되고 후지 키세키가 된 느낌을 받았었는데 그만큼 진동이나 움직이는 방식이 애니에 잘 맞아떨어져서 좋았습니다. 마지막에 영화 끝나고 우마뾰이 전설이 나올 때 즈큥! 도큥! 할때마다 좌석이 움직이는 것도 센스 있고 좋았어요. 영화 보고 만족스러우시다면 4DX로도 꼭꼭 보시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