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아키에이지 워 소송 진행

4월 5일, 엔씨소프트에서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엔씨소프트는 카카오게임즈에서 3월 21일 출시한 MMORPG '아키에이지 워'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의 콘텐츠와 시스템을 다수 모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오늘 7일, 카카오게임즈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엔씨소프트 측의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 주장은 동종 장르의 게임에 일반적으로 사용되어 온 게임 내 요소 및 배치 방법에 대한 것으로 관련 법률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파악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아키에이지 워는 전형적인 리니지라이크 게임으로 리지니 유저를 작정하고 겨냥한 만큼, 출시 이전부터 이런 상황이 어느 정도 예견되기는 했다.

특히 출시 후 게임UI나 각종 시스템, 콘텐츠 등이 리니지2M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 밝혀졌고, 이에 '디스이즈게임' 소속 유튜버 '중년게이머 김실장'은 아래와 같이 언급하기도 했다.

이거 이쯤 되면은 법이 어디까지 허용하는가 약간 테스트하는 느낌인데?

어디까지 똑같이 만들어도 법이 관여하지 못하는가에 대해서 어떤 기준이 되려고 나온 게 아닐까?

리니지라이크란 무엇인가?

1998년 엔씨소프트에서 출시한 PC MMORPG '리니지'는 대한민국 1세대 온라인 게임으로

사실상 지금의 엔씨소프트가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게임회사 중 매출 상위권을 차지하는 데 기여한 핵심IP이다.

리니지의 성공을 맛본 엔씨소프트는 게임 트렌드가 PC에서 모바일로 이동함에 따라

2017년 리니지M, 2019년 리니지2M, 2021년 리니지W에 이르기까지

리니지 IP를 활용한 모바일 MMORPG를 계속해서 개발, 출시했고

이들은 모두 사업적으로 엄청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 3개의 게임은 소위 말하는 "사장님, 회장님들이 하는 게임"이라고도 알려져 있는데,

잘 짜여진 확률형 BM과 인게임 경제, 주요 업데이트마다 추가되는 신규 성장 시스템 및 상위 장비를 통해 돈을 쓸어담고 있고

때문에 유저풀은 크지 않지만 높은 ARPPU를 토대로 언제나 한국 모바일 게임 매출 TOP 10 순위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대개 모바일 MMORPG에서 매출은 소수의 고래(고과금) 유저가 만들어낸다.

과금에 따른 유저 비율은 1 : 10 : 500 정도로 구성된다고 하는데,

500명의 무과금 유저, 10명의 중소과금 유저 그리고 1명의 고과금 유저 비율을 갖는다는 것이다.

(참고: WK마케팅그룹 - 모바일 게임의 수익모델로 살펴보는 '욕망의 줄다리기')

[BY WK마케팅그룹] '욕망의 속성은 만족을 모른다는 것이고 보통 사람은 욕망의 즉각적인 충족만을 추구...

m.post.koreamobilegame.com

리니지를 플레이하는 유저들, 속칭 '린저씨'는 유저 비율로만 따지면 전체의 4%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 4% 안에 대왕고래도 있고 귀신고래도 있고 범고래도 있다. 정말 알찬 구성이 아닐 수 없다.

한국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게임회사라면 이 대형 고래들이 뛰노는 리니지 시장이 매우 먹음직스러워 보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게임 회사에서 리니지와 비슷하지만 더 (그래픽적으로나, 완성도나) 뛰어난 게임을 출시해 이 유저들을 흡수하고자 하는 경쟁의 시대가 열리게 된다.

그것이 리니지라이크의 시작이다.

이미 리니지를 재밌게 하고 있는 유저들이 왜 다른 리니지라이크 게임으로 옮겨가려고 할까?

게임은 소프트웨어라서 개발 당시의 기술적인 한계도 존재하고,

고인물만 많아져서 비교우위를 느끼기 어려워진다거나, 특정 이벤트 시기를 놓쳐서 남들보다 뒤쳐졌다거나, 운영적인 이슈가 생긴다거나 하는

제각각 다양한 이유로, 유저들은 '리니지와 비슷하지만 새로운 게임'을 찾게 된다.

따라서 이 유저층을 흡수하고자 하는 게임회사는 자연스럽게 아래의 원칙을 지키며 리니지라이크 게임을 개발한다.

1) 기존 리니지 유저들이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많은 부분을 모방하되,

2) 리니지 유저들이 갈아탈 만한 매력적인 포인트를 추가한다

보다 구체적인 타깃층 설정에 따라 이 원칙을 지키는 정도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큰 틀은 거의 비슷하다.

지금 생각나는 건 자동전투 + PvP + 공성전 + 거래소 +P2W(스탯 판매) 이 정도?

물론 저게 다 해당되어야 리니지라이크라는 것도 아니고 다 해당되더라도 무조건 리니지라이크라는 건 아니다. 기본적인 공통점 정도.

그렇다면 어느 정도까지 비슷해야 소송이 걸리고, 실제 저작권법을 위반했다는 판결이 나오는 걸까?

지금까지 엔씨소프트가 아닌 회사에서 수많은 리니지라이크(라고 불리는) 게임이 출시되었고,

벌써 리니지라이크일 것으로 예상되는 출시 예정 게임들도 있다.

넷마블의 '제2의나라', 카카오게임즈의 '오딘: 발할라 라이징', 넥슨의 '히트2', '프라시아 전기', 위메이드의 '나이트크로우' 등등...

(물론 이들 중에는 MMORPG의 문법을 따라갔을 뿐 리니지를 모방한 것이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리니지가 워낙 강력하다 보니 조금만 유사해도 다 리니지라이크라고 불려서 억울할 것 같긴 하다)

그리고 사실 엔씨소프트에서는 이미 2021년, 웹젠의 'R2M'이 '리니지M'을 모방한 것에 대해 저작권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정해준 셈이다. 린M은 R2M, 린2M은 아키에이지워... 린W의 소송 대상은 누가 될 것인가)

하지만 소송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고, 앞으로도 나오려면 몇 년은 더 걸릴 것이다.

소송이 제기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락 가버리는 상황이 아니고(아이언메이...읍읍)

유저들이 일단 내가 여기서 상위권 유저로서 게임을 즐기는 게 목적이라 소송이나 저작권 침해 여부에 별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면

사실 소송 결과가 나올 때쯤엔 이미 웹젠의 R2M은 돈을 넉넉하게 쓸어 담은 뒤에 유유히 차트 뒤편으로 사라져 있을 것이다.

엑스엘게임즈와 카카오게임즈도 이런 돈 계산 끝에 아키에이지워의 개발 방향성을 결정했을지도 모른다.

오늘의 결론

나도 게임에 수억씩 쓸 만큼 부자였다면 리니지의 매력을 알 수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