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신 오케스트라 콘서트♪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게임은 음악을 남긴다♬
게임 BGM에 진심인 유저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속담: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게임은 죽어서 음악을 남긴다.’ 집중력 향상이 필요할 때면 추억의 게임 BGM을 틀기도 하며, 게임을 새로 시작할 때면 가장 먼저 무음을 해제하고 음악 소리에 집중하곤 한다.
유저마다 게임을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다르겠지만, BGM 역시 게임 안에서 다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명곡을 남긴 게임들이 끊임없이 회자되는 것만 봐도 말이다.
지난 11월,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원신의 오케스트라 콘서트가 열렸다. <원신>은 HoYoverse에서 개발한 오픈 월드 어드벤처 RPG 게임으로, PS4, PS5, iOS, Android, Windows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이미지 출처: 원신 공식 홈페이지)
게임이 거대한 만큼 수십 가지의 다양한 BGM들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에서 오케스트라를 진행한다는 공지가 게재되었을 때 설레는 마음으로 얼마나 손꼽아 기다렸는지 모른다.
관람 후기
원신 오케스트라 콘서트는 입장부터 퇴장까지 만족스러웠다. 도착하자마자 공연 장소인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이 게임 분위기와 유사해 과몰입 상태에 빠져들었다.
입장 전 공터에는 특전 교환, MD 부스, 갤럭시 스토어 할인 쿠폰 증정 부스 등이 배치됐다. 일찍 도착한 관람객들은 캐릭터 판넬 앞에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게임 내 캐릭터 코스프레를 한 관람객들의 사진을 찍기도 하면서 콘서트를 100% 즐겼다.
특전 교환
MD 부스
갤럭시 스토어 부스
기자도 게임 아이템 리딤 코드와 기념 티켓으로 이루어진 특전을 교환했다. 오케스트라 기념 굿즈를 구경한 뒤 일러스트에 홀려서 갤럭시 스토어 쿠폰도 받아왔다.
밖에서 모든 콘텐츠를 즐긴 뒤 따뜻한 내부로 들어가니 게임에서 초청한 공식 코스어들이 있었다. 지정된 장소에서 정해진 시간에 자유롭게 코스어 분들을 촬영할 수 있는 기회!
개인적으로 퀄리티가 상당한 코스프레를 보면 가슴이 벅찰 정도로 기분이 좋아지는데, 오케스트라 콘셉트에 맞춘 현실 캐릭터를 마주하니 아직 연주는 시작도 안 했는데 공연에 대한 만족도가 벌써 채워진 듯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촬영하고 나니 드디어 공연 시간이 다가왔다. 공연장 입구에서 관객석을 바라보니 모두가 모바일 원신을 즐기고 있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가……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오늘치 숙제를 해내고 있었다. (고개 숙이고 있는 관객 모두가 게임 중이다.)
이후 공연이 시작되었다. 이번 공연의 플레이리스트는 원신 최초 접속 시 시작하는 노래인 ‘자유의 나라 몬드’부터 비교적 최근 업데이트된 ‘지혜의 나라 수메르’까지 각 나라의 대표적인 BGM과 메인 캐릭터들의 PV 영상 OST 등의 곡으로 구성되었다.
군더더기 없이 맑은 소리를 내는 시립교향악단인 <아르츠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더불어, 각 나라에서 게스트로 모셔 온 피아노, 기타, 드럼, 신디사이저 연주자가 있었다. 더욱이 신기한 부분은 부에, 고토, 샤미센와 같은 생소한 악기를 생전 처음 접해보았다는 것이다. 게임을 하면서 듣는 소리도 물론 좋지만, 직접 오케스트라 연주로 들으니 직접 게임을 하는 듯하고 그 감동이 배가 되었다. 스크린 사용과 조명 사용도 적절하게 이루어져 공연의 몰입도를 더욱 높였다.
부에(Fue) : 일본 전통 공연에서 사용되는 관악기
고토(Koto) : 일본 전통 현악기
샤미센(Shamisen) : 일본 전통 현악기
그리고 정말 상상도 못 한 순간이 있었다. 피날레 연주에서 Paolo Andrea Di Pietro 소프라노가 등장해 BGM에 입혀져 있는 노래를 직접 불렀다. 살짝 루즈해지던 분위기였는데, 관객 모두가 숨죽여 보컬에 집중하였고, 큰 연주 홀을 부담 없이 모두 메우는 장악력에 닭살이 돋을 정도였다. 이런 퀄리티의 공연을 직접 볼 수 있다니 게임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지는 경험이었다. 관객 모두 기자와 같은 생각이었는지 박수갈채가 끊이질 않았다. 비교적 길게 지속된 박수였지만 신기하게도 손과 팔이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가장 최근 업데이트된 나라의 메인 테마까지 즐기고 난 뒤 공연은 끝이 났다. 기자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테마의 오케스트라 영상을 밑에 첨부하니 생생한 사운드를 영상으로나마 느껴보자.
기타 유명한 게임들의 오케스트라가 열릴 때 바라만 보면서 부러워했었는데, 기자가 좋아하는 게임의 오케스트라가 드디어 열려 좋은 기회로 다녀오게 되었다. 미흡한 점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원신>의 행보를 보았을 때, 차차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분명한 건, 오케스트라가 가격대도 만만치 않고 다소 지루할 수도 있는 장르이지만 유저의 게임에 대한 애정을 붙잡아 두는 여러 방법 중의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