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CMA 현지 취재, 두카티 파니갈레 V4 SP2 916 30주년 기념모델 선보여
두카티는 매년 11월에 자국에서 개최되는 글로벌 행사를 앞두고 이듬해에 발매할 신제품들을 하나씩 공개하며 기대감을 끌어올려 왔으며, 올해도 마찬가지로 지난 여름부터 다양한 신제품들을 차례로 선보여 마니아들을 열광하게 했다. 그리고 행사 당일 마지막으로 공개한 하이라이트 모델은 두카티의 전설적인 모델 중 하나인 916의 30주년을 기념하는 모델이었다. 두카티는 지난 7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개최된 국제 모터사이클 전시회(EICMA)에 파니갈레 V4 SP2를 기반으로 한 916 30주년 기념 모델을 비롯해 내년 출시할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였다.
파니갈레 V4 SP2 916 30주년 기념모델
두카티 916은 ‘모터사이클계의 미켈란젤로’로 불리는 전설적인 디자이너 마시모 탐부리니가 디자인해 높은 인기를 끌며 두카티의 성장에 지대한 공헌을 한 모델로, 아직까지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터사이클을 나열할 때 상위권을 다투는 모델로 꼽힌다. 1994년 첫 생산을 시작한 916이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해 두카티는 이 역사적인 모델에 대한 헌사로 자사의 플래그십 모델인 파니갈레 V4 SP2를 바탕으로 기념 모델을 제작했다.
외관 구성은 916을 타고 슈퍼바이크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칼 포가티의 상징적인 트리컬리와 우승자에게 부여되는 1번이 새겨져 당대 최강 모터사이클의 위엄을 보여준다. 탱크 커버에는 916과 동일한 황금색의 월계수 로고도 담아놨다. 기념모델인 만큼 500대 한정 발매되며, 스티어링 플레이트에 제품명과 차량 순번이 레이저로 각인되며, 정품 인증서와 전용 모터사이클 커버도 함께 제공된다.
바탕이 되는 파니갈레 V4 SP2는 파니갈레 V4의 강력함은 그대로 이어가면서 디자인적인 측면 뿐 아니라 기능적으로도 업그레이드되는 다양한 파츠들이 추가된다. 차체 곳곳에 카본 파츠를 더해 무게를 덜어냈으며, 휠은 마그네슘 단조휠보다도 1.4kg이나 가벼운 카본 소재의 5스포크 휠을 통해 관성 모멘트를 크게 감소시켜 더욱 민첩하고 정밀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브레이크는 브렘보 최신의 스틸레마 R 캘리퍼로 높은 제동력을 발휘하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동일한 제동력이 발생하도록 냉각 덕트를 더해놓았다. STM EVO 건식 클러치로 즉각적인 동력 전달과 함게 예전 두카티 레이스 모터사이클 특유의 찰량이는 사운드도 들을 수 있다.
하이퍼모타드 698 모노
단기통 오프로드 모터사이클의 강력한 토크와 가벼운 무게를 활용해 스포츠 타이어를 장착하고 짜릿한 주행을 즐기는 모델을 ‘슈퍼 모타드’로 일컫는데, 이 슈퍼모타드를 두카티 식으로 재해석한 것이 바로 하이퍼모타드 시리즈다. 두카티의 강력한 2기통 엔진을 탑재해 슈퍼스포츠나 네이키드에선 느낄 수 없는 색다른 즐거움을 제공해온 이 하이퍼모타드에 조금 더 강력한 자극이 필요했던 것일까, 최근에는 두카티에서 시도한 적 없었던 단기통 방식의 신형 엔진 슈퍼콰드로 모노 엔진을 개발해 하이퍼모타드와 결합했다.
거대한 피스톤 직경을 자랑하는 이 엔진은 1299 파니갈레에서 유래한 것으로, 최고출력 77.5마력/9,750rpm, 최대토크 6.4kg·m/8,000rpm의 성능을 내며 테르미노니 레이싱 배기시스템을 적용할 경우 7마력이 더 상승한다. 엔진 회전한계는 미들급 이상 단기통 엔진에서는 보기 드문 10,250rpm이다.
주행을 보조하는 기능으로는 3단계 출력 모드, 트랙션 컨트롤, 엔진 브레이크 컨트롤, 코너링 ABS 등이 있으며, 이를 일괄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라이딩 모드도 스포츠, 로드, 어반, 웨트 등 총 4단계로 제공된다. ABS의 경우 두카티 최초로 4단계로 조절 가능한 방식으로, 스포츠 주행 시 뒷바퀴를 미끄러뜨리는 파워 슬라이딩 사용 시 뒷 브레이크를 사용해 안전하면서 부드럽게 뒷바퀴를 미끄러뜨릴 수 있다. 이 밖에도 윌리 컨트롤, 파워 론치, 퀵 시프트 등을 옵셔능로 추가할 수 있으며, RVE 사양에는 기본으로 제공된다.
멀티스트라다 V4 RS
어드벤처 모델을 온로드에서 즐기는 일은 이제 그리 놀랍지 않다. 일단 슈퍼스포츠나 네이키드보다 자세는 훨씬 편하면서도 대형 투어러보다 높은 운동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양쪽 모두를 원하는 라이더들의 선택이 이어지고 있어, 브랜드들마다 이에 대응하는 제품을 내놓기에 여념이 없다. 이러한 온로드형 어드벤처 모델의 운동성능을 이용해 와인딩은 물론이고 트랙에서 즐기는 사람들도 있는데, 두카티가 이들을 겨냥해 자사의 대표 어드벤처 모델 멀티스트라다에 스포츠성을 강조한 멀티스트라다 V4 RS를 공개했다.
외관에서는 스포츠성을 더욱 부각시키는 카본 파츠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심지어 부리(비크)와 윈드스크린에도 카본 소재가 적용되었을 정도. 특히 차량 후미부는 동승자가 잡을 수 있도록 그랩 바 등을 달아놓는데, 이를 과감히 제거하고 매끈하게 다듬어 스포티함을 강조한다.
외관은 물론이고 실제 성능에서도 스포티함을 위한 변화가 이뤄졌다. 대표적인 것이 엔진으로, 기존 멀티스트라다 V4에는 170마력의 그란투리스모 엔진이 탑재됐지만, 이번 RS 모델에는 파니갈레 V4에 탑재되는 것과 동일한 V4 1,103cc 데스모세디치 스트라달레 엔진을 멀티스트라다의 특성에 맞춰 다듬어 얹었다. 배기량은 낮아졌지만 데스모드로믹 밸브를 사용하는 만큼 최고출력 180마력/12,250rpm, 최대토크 118Nm/9,500rpm으로 더 강력한 성능을 낸다. 여기에 강력한 파워를 즉각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건식 클러치가 적용됐다. 다만 일상에서의 활용을 고려해 70℃ 이상일 때 정지 상태에서 기어가 중립에 위치한 경우 뒤쪽 실린더 2개를 비활성화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올린즈 스마트 EC 2.0 서스펜션 역시 파니갈레 V4 S나 스트리트파이터 V4 S에 적용된 것과 동일한 것으로, 편안하뫄 스포티함 사이에서 최상의 균형을 얻을 수 있도록 조율됐다. 브레이크도 고성능에 걸맞은 브렘보 스틸레마 모노블럭 캘리퍼와 330mm 디스크를 좌우 양쪽ㅇ로 달았다. 여기에 코너링 ABS도 더해 주행에서의 안전을 더욱 강화했다.
전자장비는 기존 멀티스트라다 V4 S에 탑재된 것과 동일하다. 특히 전후면 레이더 기술을 사용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및 사각지대 감지 기능도 포함되어 있다. 출력모드는 풀, 하이, 미디엄, 로우 4단계로 제공되는데, 풀은 즉각적인 스로틀 반응 및 모든 변속단에서 최대출력을 제공해 RS의 목적인 트랙 주행에 적합하다.
계기판은 6.5인치 TFT 디스플레이를 적용했고, 두카티 커넥트 앱을 사용하면 스마트폰 미러링이 가능해 내비게이션 활용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연료탱크 상단에 스마트폰 수납함이 마련돼있고, 내부에는 충전포트와 함께 충전하는 동안 스마트폰이 과열되는 것을 막아주는 환기 시스템도 더해놓았다.
데저트X 랠리
두카티에는 앞서 소개한 멀티스트라다와 같은 어드벤처 모델도 있는데 이쪽은 온로드 쪽에 좀더 초점이 맞춰진 모델이라면, 보다 오프로드에 집중한 데저트X도 있다. 앞 21인치, 뒤 18인치 휠로 오프로드에서의 주파성을 강화한 데저트X에 극한의 오프로드까지 염두에 둔 신제품 데저트X 랠리가 추가됐다.
가장 중요한 변화점은 모토크로스나 엔듀로 모터사이클에 적용되는 것과 동일한 기술의 서스펜션을 탑재했다는 것이다. 앞 포크는 KYB의 폐쇄형 카트리지 방식이 적용된 것으로, 서스펜션이 일정 이상 속도로 작동할 경우 오일 내에 녹아있는 공기가 뭉쳐 공동화(空洞化) 현상을 일으켜 작동을 방해하는 캐비테이션(cavitation)을 방지한다. 뒤 쇼크 업소버도 더 큰 피스톤이 적용된 완전 조절식(풀 어저스터블)이 적용됐다. 또한 오프로드에서의 핸들링 개선을 위한 올린즈 스티어링 댐퍼를 더했다. 휠 또한 탄소강 스포크와 고강도 림을 적용해 견고하면서도 가벼워지는 등의 변화로 인해 기본형보다 1kg 가벼워졌다.
파워트레인은 기본형과 동일한 L-트윈 937cc 테스타스트레타 11° 엔진이 적용됐고, 제공되는 6개의 주행모드 내 코너링 ABS와 트랙션 컨트롤, 윌리 컨트롤 등이 데저트X 랠리에 맞게 조정되어 험지 주파에 도움을 준다. 레이스 참가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레이스 전용 테르미노니 배기 시스템을 통해 출력과 토크를 7% 향상시킬 수 있다.
멀티스트라다 V4 S 그랜드 투어
17~18세기 유럽 상류층 귀족 자제들은 사회에 나가기 전 다른 나라를 방문해 견문을 넓히는 여행을 했다고 하는데, 이를 ‘그랜드 투어’혹은 ‘그란 투리스모’ 등으로 불렀다. 귀족의 자제들인 만큼 하나부터 열까지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 편안한 마차를 타고 여행을 다녔는데, 지금은 이 그랜드 투어의 약자를 딴 GT를 자동차에 붙이면 장거리 주행에 적합한 고성능 자동차를 뜻한다. 모터사이클에도 이러한 단어를 붙일 수 있을텐데, 두카티는 장거리 여행용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멀티스트라다 시리즈 20주년을 기념해 그랜드 투어라는 이름을 붙인 모델을 출시했다. 이름에 걸맞게 멀티스트라다 중 고성능인 V4 모델에 파츠들을 업그레이드한 S 버전을 기반으로 하며, 여기에 각종 장비의 업그레이드가 더해진다.
우선 안전을 위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사각지대 감지 기능이 기본으로 적용됐다. 또한 TPMS와 안개 낀 날 시인성을 높이는 LED 안개등이 추가된다.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장비로는 사이드 케이스, 센터 스탠드, 열선 그립 및 전후 열선 시트, 핸즈프리 연료캡 등이 기본 사양이다. 또한 정차시나 저속 주행 시 예압(프리로드)을 낮춰 차량 높이를 낮춰주는 기능도 있으며, 반대로 사이드 스탠드로 세워놓은 상태에서 모터사이클을 쉽게 세울 수 있게 해주는 이지 리프트 기능도 있다. 그리고 차량과 스마트폰을 연동시키면 6.5인치 TFT 디스플레이에 미러링 기반의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
| 송지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