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X] 헌팅 포차 단골에서 역행자까지

나의 이야기를 말하면서 평소에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고난을 헤쳐 왔는지 들려주겠다. 지극히 주관적이고 내가 나를 바라보았을 때 어떤 점이 부족하고 어떤 점이 좋았는지 적나라하게 평가해보겠다. (좀 더 친근감 있는 어투로 설명하듯이 반말로 써보겠... 써볼게!)

나는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원할까?

나의 인생은 내가 자아를 찾기 전과 찾고 난 후로 달라져. 고등학교 1학년 처음으로 자아를 생각해보았고 고등학교 2학년 때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질문을 처음으로 떠올렸어 (참 어리석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이렇게 오랜 시간을 지나왔으니까...) 고등학교 이전에 나는 단순했어 공부하기 싫었고 운동을 좋아했고 친구들을 사랑했고 가족을 사랑했지 솔직히 그 외에 어떤 추억이 있는지 잘 기억이 안나 중학교에서 친구들과 열심히 뛰어 놀았고 수업이 끝나면 집으로 달려갔지 학원에 가서 가만히 앉아 있다 선생님과 친해지고 친구들과 친해지며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 공부를 천천히 따라갔어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해야겠지? 안하면 뒤쳐지는 거겠지? 하면서 따라갔지

정확히 무슨 수업 시간인지는 모르겠지만 자기계발과 같은 수업 시간에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모르는 사람은 자신의 인생을 살아갈 수 없다" 라는 명제에 아주 놀랐어!!! 내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어떤 걸 해야 스트레스가 풀리는지 전혀 모르겠더라 나의 성격은 어떻고 나의 장점은 어떻고 나에 대한 질문들은 모두 물음표로 남았어 혼란스러웠지 제일 원망스러웠던건 공부였어 하고 싶지는 않지만 남들이 하니까 부모님이 시켰으니까 그렇다고 안하기에는 너무 불안했지 수능이 나의 삶에 있어서 어떤 의미일까 고민을 해봤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어 부모님께 어머니가 정 원하신다면 검정고시는 칠 테니 평생 농사 짓고 살기 위해 시골로 내려가겠다 말씀드렸지 ㅋㅋㅋㅋㅋㅋ 고3때 받은 성적은 지방 대학교 중에서도 이름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국립대조차 못 가는 성적이었지 강남 8학군에 대치동에서 최상의 교육을 들었지만 성적은 처참한거지... 그때 부모님의 실망감이 피부로 와닿았어 말은 제대로 못하셨지만 나에 대한 기대가 크셨고 어릴 때 영재 소리 듣고 영재 수업 들으면서 컸던 아들의 배신이었지 그때 결심했어 부모님이 키워주셨으니까 어느 정도 효도는 해야겠구나 재수해야겠다!

조금만 놀고...

말 그대로 매일 가던 포끝

외모에대한 자신감이 없었어 맨날 안경만 쓰고 운동만 하다 보니 옷은 츄리닝 밖에 없었지 그때는 여자가 많고 대화를 잘하는 사람이 너무 부러웠어 술집에 여자는 많았지만 정작 내 옆에는 여자가 한 명도 없었지(남중남고 나왔다...) 여자와 가벼운 대화조차 못해봐서 조금의 경험이라도 쌓고 싶어서 헌팅 포차를 학교처럼 매일 갔지

헌팅포차나 다니면서 강남에서 노는 맛을 알아버린 너가 시골에 들어가서 나오지도 못하고 공부할 수 있겠냐 재수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부모님은 응원해주셨어 재수학원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친구들이 제대로 공부하는 모습을 봤어 와 진짜 공부는 이렇게 해야하는거구나... 이렇게까지 오래 앉아서 공부하는 애도 있구나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 보였지 인생의 큰 페이지인 입시라는 숙제가 나에게 걸림돌이 되게 만들 수 없었지!!! 최선을 다해 노력했어 그렇지만 제대로 된 공부를 처음하는 나에게는 어려운 일이었어 가만히 앉아있지 못했고 집중력 한계가 있었지 공부의 목표가 확고하지 못해 도대체 내가 왜 이러고 있어야 하는지 계속 생각이 들었지만 넣어두고 넣어뒀어 그때를 평가해보자면 최고가 되고 싶어 최고처럼만 공부하던 나는 한달에 2주는 최고만큼 공부하고 남은 2주는 포기에 가깝게 앉아 있었어 버닝 아웃이 된거지 욕심 때문에 처음부터 하나하나 쌓아나가지는 못하고 이어나갈 힘도 부족했지 그렇지만 분명히 최선을 다했어 이렇게 고생했는데 다시 하고 싶지는 않았지

그렇게 사관학교에 우선 선발되었고 조금만 더 하면 몇 개만 더 안틀리면 지방 의대도 가겠다 싶었지(혼자만 그렇게 생각했어) 그런데 수능은 정말 다르더라 나의 멘탈은 흔들렸고 고3 보다는 훨씬 많이 나아졌지만 사관학교 정도의 수준보다는 안좋은 수준이었어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지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고민하다 다시 유흥으로 빠졌어 매순간 열정 가득한 나는 지칠 줄 몰랐지 9시 쯤 친구들과 만나 술 먹고 취기가 오른 상태에 11시쯤 헌팅 포차에 들어가 헌팅을 시작하지 하다보니 늘어나는 실력에 자신감이 생겼고 많은 여자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어 승무원 준비하는 친구, 회사원, 2년제 대학을 다니는 친구, 전문대 다니는 친구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었지 1시쯤 넘으면 클럽으로 넘어갔어 클럽에서 열심히 놀다 5시가 되면 첫 차를 타고 집으로 들어갔지 그렇게 몇 시간 안자고 일어나 혼자 공허함에 빠져 있다가 다시 술집으로 들어갔지

이렇게 놀다가 얻은 것은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인식이었어 나처럼 생활하는 사람들의 특징들이 보이기 시작했지 오늘 번 일당은 오늘 다 써야 하고 핑계를 거짓삼아 자기 스스로를 위로하는 삶을 살았어 나는 사회때문에 안됐다 나는 부모 때문에 안됐다 등등 자신에게 이유를 찾지 않고 항상 남에게 이유를 찾았지 오늘은 열심히 일했으니까 좋은 담배 좋은 술 먹어도 괜찮아 내일 또 벌면 되지 오늘 더 쓰자 더 마셔 더 놀자 오늘만 사는 사람들이었어 공부를 해본 적도 없고 자기계발과는 거리가 많았던 사람들이었지 그 사람들은 나쁜 사람들이 아니었어 착한 사람들 좋은 사람들이 정말 많았어 친하게 지내는 주변 5명이 나를 결정하는데 나의 주변에 이런 사람들이 있으면 나도 똑같아 지겠구나 싶더라고 그때 사귀었던 여자친구가 해군사관학교에 가는거 어떠냐고 물어봤었는데 부모님이 말했을 때는 진짜 죽어도 싫었는데 여자친구가 말하니까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ㅋㅋㅋㅋㅋㅋ 그냥 가서 훈련받고 정신 차려서 3수나 해야겠다 아모르겠다 생각하기 싫어 일단 뭐라도 해보자하는 마음으로 갔지

나를 인정하기까지

해군사관학교에서 오라니까 가긴 가는데 거기가 그래서 뭐하는 곳인데? 군대는 맞나? 아몰라 뭐 어차피 처음 훈련만 받다가 나올건데 뭐 어쩔거야 모르겠다 진해는 그래서 어디야 겁나 머네 완전 남해 끝자락이네? 부산도 안가봤는데 신기하다

처음 해군사관학교에 들어갔을 때 고등학교와 다르게 건물이 여러 개 있어 신기했고 전투복을 처음 봐서 신기했다. 와 진짜 저 사람들 군인이야? 신기하다 무슨 연극하는거 같아 나한테 엄청 잘해주네 군대 원래 이런 곳 아니라 했는데 막 때리기도 하지 않나? 맞을 때 힘 줘야 덜아프겠지? 이런 생각을 하며 어색한 마음에 두리번 거렸어 사복을 갈아입고 보급품들을 받았어 생각보다 전투복이 엄청 편하더라고 나는 영화처럼 특수한 기능이 있는지 알았는데 뭐 막상 그렇지는 않더라고 그냥 옷이였어 이제 자라는데 잠이나 자야겠다 너무 잘해주는데 이게 군대 맞아? 이렇게 하면 뭐 나라나 지킬 수 있을라나 참 우리나라 군대 심각하네..

비상 비상 생도총원 비상 소집 장소는 제1체련장 복장은 위 아래 하 체육복

뭐야 아직 아침 아닌데 밤인데 왜 깨우지 아 졸려 죽겠는데 뭐 하는거야....

야 빨리 안해!!!! 아직도 누워있어!!! 정신 안차리냐!!! 빨리 나와!!!!

눈 떠보니 검은색 셔츠를 입고 있던 친절한 사람들이 전투복으로 갈아 입고 나한테 소리를 지르고 있었어 너무 당황해서 뭐지 뭐지 하면 애들이 복장 하체육복이라고 반팔 반바지 입어야 한다고 그래서 갈아입었는데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됐어 아니 지금 1월이야 아무리 남쪽이라 해도 겨울인데 반팔 반바지가 말이 돼? 하면서 나갈려고 하니까 엄청 뛰라고 소리지르더라 나가자마자 눈에 쏟아지는 조명 어두컴컴한 밤 팔굽혀펴기 30개도 겨우하는 나에게 78개를 5번씩 시키고 모래바닥에서 윗몸일으키기 레그레이지 처음 들어보는 운동들을 시키기 시작했지 어깨동무 하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몇 개 반복했는지 기억도 안나던 그 시점에 이게 군대구나 싶었지 그 조명들과 주위에서 소리지르며 구박하던 조교들 옆에 있던 친구들 다 기억나 하나하나 훈련들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인격적인 대우를 받지 못하며 훈련을 계속 받았지

힘들었지만 주변에는 동기들이 있었고 함께였기에 도저히 그만둘 수가 없었어 그렇지만 안좋은 습관으로 가득 차 있던 나는 학교를 내보내야하는 신입생으로 낙인 찍히고 몰리기 시작했지 처음에는 억울했어 절대 인정할 수 없었어 그렇지만 둘러보니 다른 동기들과 다르게 속으로 나의 잘못을 인정 못하고 핑계를 대고 있었던거야 어떻게든 핑계를 찾으려고 했고 내가 나를 인정하지 못했어 처음 보는 애들이 내 이름을 알았고 조교들은 어떻게든 나를 학교에서 내보내려고 악착같이 몰려들었어 전교생이 식사하고 있던 자리에서 혼자 일어나 지적을 받았을 때가 기억난다 한 조교는 내가 학교에 남아 있으면 안되는 이유를 설명했고 다른 조교는 이미 나의 방에 가서 짐을 싸두겠다고 출발했어 사방에서 샤우팅이 들려왔지 나에게 어떻게 할거냐고 물어봤어 나의 대답은 정해져 있었지 내 입으로 학교 나가겠다고 말하라는 신호였어 정말 억울했어 너무 억울했어 도대체 나는 왜 이렇게 부족한 사람일까 나는 왜 다른 친구들처럼 못 따라갈까 왜 나는 안될까 너무 억울했어 잘하고 싶었고 발전하고 싶었지 도저히 이렇게 나갈 수는 없었어 그래서 나는 바다에 빠지겠다고 했어 모든 사람들이 비웃었고 나를 조롱하고 비난했지 어두운 방에 문이 닫히고 나를 에워싸며 훈련을 받았어 어떻게든 교육을 하려는건지 개조를 하려는건지 성질을 풀려는건지는 모르겠지만 훈련을 혹독하게 받았어

5주가 지나자 모두가 아무렇지 않게 연극이 끝났다는 듯이 모자를 벗고 웃는 얼굴로 수고했다고 말해줬어 나는 받아들일 수가 없었어 아직 나는 발전하지 못했고 뭔가 남아있던 기분이었지 그렇게 1학년이 되고 좋은 매칭을 만났지만 상황은 똑같았어 모든 선배들이 제일 질 안좋은 신입생이 들어왔다며 기피했고 말을 걸어도 대답해주지 않았어 다들 나와 대화할 때는 선입견과 편견이 있었지 1학년이 되서도 군기 잡는 보좌관은 나를 득살같이 몰아냈고 왜 이렇게 나를 학교에서 내보내려는 사람이 많은 지 참... 이해할 수 없었지 12학년은 정말 힘들었어 사람들의 인식을 깨는 것은 더 어려웠지

그때 후배들이 들어왔어 내가 1학년때 겪었던 일들을 반복 시키기 싫어 나의 경험을 토대로 많은 이야기를 해주기 위해 노력했어 그러기 위해선 솔선 수범이 필요했고 여기서 반전이 일어났어 점차 나의 안좋은 습관을 정리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걸었지 결국 나를 싫어하던 선배들과 친해지고 선배들의 인정을 받았어 결국 3학년때 1학년 때 그렇게 나를 괴롭혔던 보좌관을 할 수 있었지 선배들의 인정이 있었고 선배들의 선택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자리였어

근무를 모두 끝내고 지금 돌이켜 봤을때 나는 같은 질문 속에 남아있지 그래서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나의 적성은 어떤가? 그 질문들을 지금 채워나가는 중이야 그렇지만 상황은 달라졌어 나에게는 발전적이고 자신의 인생에 최선을 다하는 친구들이 남았고 아침형 인간에 운동과 독서로 나의 삶과 자존감 최고를 찍고 있는 나에게는 열정이 가득하고 행복함만 가득하지 그동안의 세월을 돌이켜봤을 때 단 한순간도 낭비는 없었고 매순간 어떤 방식으로든 최선을 다했음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 나는 어떤 것이든 어떤 일이든 배울거야 모든 것을 시도할 것이고 그 어떤 실수도 최고의 선택으로 바꿀거야

나에게 무엇이 남았을까 코로나 시기 비대면으로 모든 일상이 멈춰버린 시점에서 그 누구보다 밀집도 있는 훈련을 받고 독립된 공간에서 지옥같은 시간을 보내며 성장했어 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 공부 했고 남들보다 조금의 발전이라도 더 이루기 위해 노력했기에 많은 습관들을 바꿨어 책 한 글자도 안보고 공부를 기피하던 내가 책을 찾기 시작했고 여자와 술에 흔들리며 단기적인 유혹만 쫓던 내가 성취와 보람에 눈을 떴어 목표가 생겼고 미래를 그려가며 방황을 그만두기로 결심했지 결론적으론

내가 나를 인정할 수 있게 되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