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신 상황문답/종려] 당주대행은 피곤해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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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편⬇️ 당신이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해가 뉘엿해져버린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곁에는... 늘 그랬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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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질렀다.’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질문이었을지는 몰라도,

자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더 다가가고 싶은 당신의 마음이,

그에게 전해져버리고야 말았다.

그 이후 생겨버린 잠시 동안의 정적은 당신에게

마치 수백 시간이 지나는 것만치 끔찍하게 느껴졌다.

그의 표정을 바라보고싶지 않았으나,

이게 아니라면 깔끔히 포기하고

업무에만 집중 하겠다는 마음으로

한 번 더 애써 용기를 낸 말에 종려는

“풋,”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는 단 한 번도 보지 못 한 모습으로,

푸하하하-

호탕하게... 아주 호탕하게 웃기 시작했다.

‘뭐야... 이거,이 상황은...’

끊이지 않는 그의 웃음에

당신은 울컥한 마음이 들었고,

이내 눈에는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다.

그래, 내가 너무 무리수를 뒀구나.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내가 마음에 안 들어도

저렇게까지 호탕하게 비웃어도 되는거야?

“...저기요 종려 선생님.”

“푸하, 아, 실례했네.”

“그믄 읏으스요...(그만 웃으세요).”

헛기침을 큼큼 두어 번 하고는

다시 평정심을 되찾은 그.

그러나 그는 여전히 미소를 감추지 못한다.

내가 대체 뭘 어쨌다고,

주제 파악이나 하라는 건가?

“아무리 제가 마음에 안 들어도,

그렇게 웃으시면 저도 나름 상처받거든요-”

“잠깐, 자네 지금 우는 거야? 대체...”

“사람의 호의를 비웃으셨는데 울컥하지 않을리가-!”

“알고 있었어.”

“??? 네?”

당신의 머릿 속이 새하얘지기 시작한다.

“...뭐라고요?”

“자네가 나에 대해 어떤 걸 궁금해하고 있고,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지,”

“...”

“아주 잘 알고 있단 말일세.”

당신은 할 말을 잃었다.

대체 언제부터? 진짜 독심술이라도?

그럼 지금...

“종려 씨,”

“응?”

“지금 저랑 장난하세요?”

당신은... 매우... 매우 빡쳤다.

부끄러움일지 분노일지 모르겠는,

그런 복합적인 감정을 통틀어...

이는 현재 당신의 기분이 있는

현주소를 가장 잘 표현한 단어일 것이다.

“당주 대행?”

“아무리 싫어도 그렇게 티내시면

아무도 당신 안 좋아하거든요? 진짜,”

“당주 대행,”

“진짜 너무 한 거 아니에요?!”

“(-).”

그가 처음으로, 당신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당신의 눈에는 여전히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제는 분노보다도, 호감이 있는 상대가

예의만 차릴 뿐이지 사실은 본인이

그의 손바닥 위에 완전히 놀아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음에 부끄러운 마음이 더 커져,

목소리도 함께 커졌을 뿐이다.

“진정하고, ... 여긴 보는 눈이 많아.

나와 잠깐 둘이서 대화를 하자.”

방금 전까지 놀려먹던 모습은 어디가고,

그는 당신의 손을 온화하게 잡아끌어

리월의 뒷산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이쪽은... 선인들과 제군의 영역이라고 했는데.

함부로 가도 되는 게 맞는 지 모르겠지만,

혼란스러운데다가 이미 그에게

반쯤 끌려가고 있는 당신에게는

그런 것들을 차마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