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아카이브 팝업 스토어 후기

내가 생각하는 애니메이션, 게임의 오프라인의 행사는 '대중'이라는 단어와 거리가 먼 것이었다.

그런 내가 모바일 게임 '블루 아카이브'의 팝업 스토어에 관심을 가진 건 무척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현재의 인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뭔가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었으니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거다.

23년 10월 9일의 현대백화점 판교점

블루 아카이브 팝업 스토어 안내문

취업하고 서울에서 1년 동안 일하며 놀란 건 서브컬처와 관련된 콘텐츠들이 대중의 눈에 띄는 곳에 버젓이 자리 잡고 있다는 거였다. 대중의 인식을 떠나 운영사(또는 제작사)들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었다.

온갖 서브컬처 광고가 도배된 장소를 지날 때마다 왠지 부끄러우면서도 소비자로선 기쁜 마음이 들었다.

블루 아카이브 팝업 스토어 입장 대기 장소

서브컬처도 충분히 대중화의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 나에게 현대백화점이라는 큰 손이 일개 모바일 게임과

콜라보를 한다는 사실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내가 바라던 서브컬처와 대중의 접점이 여기에 있었다.

운 좋게 남은 표 하나를 예매한 나는 10월 9일 12시 30분에 맞춰 팝업 스토어에 입장하게 되었다.

현대백화점 블루 아카이브 팝업 스토어

입장객 사은품 '페로로 부채'

팝업 스토어의 마스코트로 선정된 아비도스 고등학교 대책위원회 멤버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인게임 이미지를 쇄신한 수준의 디자인으로 바뀐 대책위원회의 모습이었다.

인게임 디자인 그대로 옷만 바꾸었더라면 일말의 어색함이 느껴졌을 것 같아 오리지널 디자인을 채택한 건 매우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세련됨으로 탈바꿈한 대책위원회의 모습은 백화점에도 어울려 보였다.

코스터, 머그컵, 텀블러

키링, 냉장고 마그넷, 캔버스 파우치, 타올

랜티큘러 포스터, 엽서, 포토카드

굿즈 구성도 괜찮게 느껴졌는데 개인적으로 굿즈에 있어 가장 중시하는 것이 '실용성'과 '상징성'이다.

실용적이어야 곁에 두기 쉽고 상징적이어야 해당 작품을 쉽게 연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블루 아카이브 팝업 스토어의 제품들은 두 조건 중 최소 하나는 확실히 만족시키고 있었다.

내 눈길을 사로잡았던 스트링백

아쉽게도 품절된 제품이 많았다. 5명 중 3명이 사라진 랜티큘러 포스터.

그나마 소형 제품은 대량 생산을 했는지 재고가 많이 보였다.

위가 전시용이며 아래가 판매용. 내가 원하던 페로로 쿠션은 전시용만 남아 있었다.

의류 제품 중 유일하게 재고가 남아 있던 아비도스 머플러

이번 행사에서 논란의 중심에 있던 의류 상품의 경우 모모프렌즈 티셔츠와 아비도스 머플러를 빼고는 남아 있지 않았다. 머플러의 경우 원작과의 접점도 알기 힘들고 제품 자체도 별로여서 안 팔릴 만했다고 본다.

팬심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있는 걸 기억하며 보다 좋은 제품(과 충분한 수량)으로 돌아오길 바란다.

생각보다 퀄리티가 좋았던 카이텐져 프라모델

페로로지라 저금통. 페로로가 아니라 페로로지라다.

깜찍한 페로로 티셔츠

모모프렌즈 키링과 큐브

모모프렌즈 컵과 텀블러

이번 이벤트에서 가장 칭찬하고 싶은 건 제품군에 따라 구역을 나누어 구성하였다는 점이다.

덕분에 비록 규모는 작았지만 돌아다니면서 구경하는 맛이 있었고 그 와중 곳곳에 디자인되어 있는 콜라보 제품과 일러스트의 모습이 확실히 눈에 들어왔다. 이게 바로 백화점 클래스라는 건가.

제품군에 따라 코너가 잘 나누어져 있었던 팝업 스토어

멋지게 디자인된 팝업 스토어의 벽면

설마 수영복 복면단을 여기서 볼 줄은 몰랐다. 가게를 털러 온 게 아니라 복면을 팔러 왔단다.

현실에 카카오프렌즈가 있다면 블루 아카이브엔 모모프렌즈가 있다

수는 적었지만 같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도 이번 행사의 장점 중 하나였다.

당연하겠지만 다들 나처럼 평범한 이들이었고 주변에 민폐 끼치는 일 없이 조용히, 그리고 즐겁게 쇼핑하고 있었다. 문득 서브컬처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특이한 면이 있다는 건 분명 편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블루 아카이브 팝업 스토어 내부

1시간의 이용 제한 시간이 끝나기 전까지 나는 약 세 번에 걸쳐 내부를 왕복하며 천천히 구경했다.

한참 고민한 끝에 내가 구입한 것은 '대책위원회 패브릭 포스터'였다. 실용적인 물건 중에는 딱히 필요한 게 없어 이번 방문을 기억할 수 있는 제품을 택한 것이다. 허전했던 내 자취방 벽을 장식할 때가 왔다.

외부에서 본 블루 아카이브 팝업 스토어 전경

굿즈를 구매하면 금액에 맞춰 쿠폰이 지급되는데, 쿠폰을 통해 '현대백화점 PEER 기념 카드'라는 한정 아이템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역시 내 추억의 단편을 장식하는 훌륭한 기념품으로 남길 수 있을 것 같다.

망설임 끝에 방문한 오프라인 매장이었으나 생각 이상으로 즐거운 경험이 되어 잘 갔다는 생각이 남는다.

블루 아카이브 팝업 스토어 특별 선물 쿠폰

쿠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인게임 아이템

카페에서 이 카드를 들면 여자애들이 내게 미소 짓는다. 이것이 자유와 개성의 힘인가.

이번 팝업 스토어 방문을 통해 서브컬처에 대한 내 인식이 바뀌었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다만 서브컬처 요소가 대중에 잘 녹아들어 있었고 생각 이상의 퀄리티를 선보인 것만큼은 확실하다.

앞으로는 방구석을 벗어나 바깥에서 서브컬처를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마련할 생각이다.

자취방 벽에 장식한 대책위원회 패브릭 포스터

매장 방문 뒤 여러모로 바빴던 관계로 약 3주가 지나서야 글을 마무리 짓게 되었다.

2주년을 맞이한 블루 아카이브가 국내 서브컬처를 주도하는 위치로 나아가길 한 명의 유저로서 바라본다.

또한 언젠가 일본 콘텐츠의 틀에서 벗어나 한국만의 독자적인 노선에도 도전해 준다면 좋겠다.

클릭하시면 블루 아카이브 포럼의 이벤트 소개글로 연결됩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