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런: 킹덤> 블랙펄 제도 업데이트 분석 - 데브의 고민이 느껴지는 웰메이드 신규 콘텐츠

<쿠키런: 킹덤>에 블랙펄 제도가 업데이트 됐다.

전체적인 게임 시스템이나 구조 측면에서 크게 달라진 게 없긴 한데, 그래도 유저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아서 분석글을 써보려고 가지고 왔다.

총 평가를 하자면 "이제야 게임다워졌다."!

신규 재화 추가 없이, 고기 젤리 소모

새로운 콘텐츠가 추가될 때마다 신규 재화도 같이 추가되는 건 유저들의 부담 요인 중 하나였다.

이번 블랙펄 제도는 신규 재화 없이 기존 탐험 재화인 고기 젤리를 소모하여 참여할 수 있다.

항해 한 번에 15개의 고기 젤리를 소모하는데,

이 수치는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블랙펄 제도의 시스템상 반복적으로 도전할 수 있음을 고려할 때 적절하게 소모를 촉진시키는 수량이다.

게임 구조적 측면에서 고민을 많이 했고 개선하려고 애쓰고 있구나라는 게 느껴졌음.

유저들에게 선택지를 주는 항해 시스템

이번 블랙펄 제도는 '항해' 콘셉트를 가지고 바다를 탐험하는 콘텐츠로, 이동 경로를 유저가 직접 선택할 수 있다.

기존에 있었던 유사 콘텐츠(?)인 트로피컬 아일랜드가 그저 새로운 섬을 열고 거기서 보상을 얻는 구조여서 사실상 선택이라는 게 없었던 데 반해서

블랙펄 제도는 안전하게 항해를 마치기 위해서는 각종 장애물을 피해서 어떤 경로로 항해를 할 것인지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이러한 선택지의 제공은 유저들이 게임에 집중하도록 유도한다.

끊임없이 다음엔 어디로 가지? 어느 쪽이 더 나은 방향이지? 어디로 가면 더 빨리, 많이 먹고 게이지가 끝나기 전에 항해를 마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그 고민의 결과가 게임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결과를 반영하여서 다시 게임에 도전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 더 나아가서, 단순히 다양한 선택지가 있는 것만으로 저번에는 여기로 돌았으니까 이번엔 이쪽으로 가볼까? 하게 되고 그렇게 '똑같지 않은' 경험이 쌓여서 게임이 살아있게 된다.

한편, 이 항해 시스템은 후방으로는 갈 수 없으므로, 선택지를 잘못 골랐을 때 되돌아올 수 없다. 제약이 있는 것이다.

간단한 제약이지만 이 제약을 통해 유저들은 더 많은 고민, 더 많은 몰입, 더 많은 즐거움을 얻는다.

그동안 쿠킹덤이 보여줬던 퍼먹이기식 콘텐츠만 보다가 블랙펄 같은 콘텐츠가 나온 걸 보고 소리 지르면서 쌈바를 춤

재화의 다양한 사용처

블랙펄 제도는 출항에는 고기젤리가 소모되지만, 대신 블랙펄 제도 내에서 사용하는 전용 재화가 있다.

(특정 콘텐츠에 진입하기 위해서 전용 재화를 소모하는 거랑, 해당 콘텐츠 내부에서 전용 재화를 사용하는 건 수급 문제의 차이가 있다.)

블랙펄 제도에서 사용하는 재화는 총 두 가지로, 하나는 깊은바다 열쇠이고 하나는 블랙펄 코인이다.

블랙펄 제도 항해에는 내구도와 제단 시스템이 있어서, 콘텐츠를 진행하려면 내구도가 소모되고 제단에서 각종 버프를 구매해야 하며 이를 통해서 끊임없이 블랙펄 전용 재화를 소모해야 하는 구조이다.

이 구조를 통해 유저들은 어떻게 하면 더 적은 재화를 소모하고, 더 빠른 경로로 콘텐츠를 완료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전용 재화인 검은바다 열쇠는 블랙펄 제도 콘텐츠가 아니라, 바깥에서 얻을 수 있는데

여러 콘텐츠를 즐겨서 보상으로 획득하는 구조이다.

검은바다 열쇠는 랜덤으로 나오는 보상 상자를 열 때 필요하기 때문에 만약 보상을 열심히 먹을 것이라면 블랙펄 제도뿐만 아니라 다른 콘텐츠도 즐겨야 한다. 바로 이것이 콘텐츠 순환의 법칙!! 제가 그랬지요... 콘텐츠는 돌고 돌아야 의미가 있다고... ㅠㅠ

쿠킹덤에도 드디어 좀 제대로 된 콘텐츠 순환-연계가 보이는 것 같아서 너무너무 기쁘다.

내구도 시스템

블랙펄 제도는 항해를 할 때마다 내구도가 감소한다. 처음에 2,500 내구도로 시작을 하는데, 한 칸을 옮길 때마다 약 100 정도가 닳는다.

중간에 내구도를 회복하지 못하면 25칸 정도 이동하면 게임이 끝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유저들은 첫째로 내구도가 최대한 덜 감소하게, 최단루트를 골라서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하지만 게임이 그렇게 쉬우면 재미가 없지!

중간 중간 보상, 제단(버프), 전투, 장애물 등을 배치하여 내구도만 소비하고 소득이 없는 구간부터

내구도를 좀 더 많이 소비하더라도 가보고 싶은 장소를 만들어두었다.

결론적으로 유저들은 내구도를 신경 쓰면서 항해도 계속 해야 하므로 두번째 방법인 블랙펄 코인을 획득하여 내구도를 수리하게 된다.

위에서 말했듯 블랙펄 코인은 쓰이는 곳이 내구도 수리 말고도 더 있어서 고민 요소는 더 많아진다.

여기서 버프를 살까말까, 코인이 부족한데 제단이 있는 쪽 말고 전투 섬으로 이동해서 바로 코인을 획득할까?

거기다 내구도는 한 번에 500 정도밖에 회복이 안 되는데,

내구도 회복 가능 횟수는 5회로 제한 되어있다.

내가 탐험하는 걸 좋아하는 방앗간 참새라면, 나는 내구도를 회복하지 못하고 바다 한가운데에서 죽을지도 모른다.

내구도 시스템도 결국 유저에게 선택지를 주고, 재화를 소비하게 만드는 시스템이다.

이 간단한 것이 만나면 이렇게 재밌는 게임이 된다.

제단 시스템

제단 시스템은 내구도와 어우러져서 블랙펄 제도에서 중요한 선택지를 준다.

제단은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 블랙펄 전체를 돌아다니다보면 하나씩 나오는데, 그 제단을 만날 때마다 선택한 버프가 하나씩 차곡차곡 쌓여서 나중에는 아주 큰 눈덩이가 된다.

나는 보스는 되도록 만나기 싫고 주로 섬 위주로 탐험 할래! 그러면 일반 전투 버프를 쌓는 것이 좋고

나는 보스만 뚜까 팰거야 아까 해봤는데 보스가 졸라 쎄 그래서 보스만 뚜까 팰거야! 그러면 보스 전용 버프를 쌓는 게 좋다.

그런데 이 버프는 블랙펄 코인을 내고 구매를 해야 하고, 버프 목록이 마음에 안 들면 마찬가지로 블랙펄 코인으로 갱신해야 한다.

따라서 블랙펄 코인을 잘 쓰려면 제단을 들를지 말지도 결정해야 하고, 안에서 어떤 버프를 살지도 결정해야 한다.

중요한 건, 블랙펄 제도에서는 한 번 들른 섬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나올시 내구도 500을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버프가 마음에 안 든다고 버프를 안 고르고 나올 순 없다.

만약 블랙펄 코인이 없어서 돈이 안 드는 일반 버프(등급이 가장 낮음)를 고른다면, 그 버프에 맞는 덱을 만들어야 하겠지.

예를 들어서 커먼 버프 중에는 소환수 버프가 많은데, 내가 돈을 아끼려고 소환수 버프를 계속 샀다면

나중에는 소환수를 꼭 쓰는 게 내가 가진 제일 센 덱보다 나을 수 있으므로 결국 소환수 덱을 쓰게 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덱 선택까지도 유도하는 게 정말 잘 만든 콘텐츠란 생각이 들었다!

소용돌이(장애물)

소용돌이는 내구도 100을 소비하는 장애물이다.

그런데 이 소용돌이는 보상이나 제단 바로 앞에 있기도 하고, 보상을 먹고 나서 나가려면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경로에 있기도 하다.

따라서 내구도가 떨어질 것을 알아도 소용돌이를 지나가야 하는 순간이 온다.

재미있는 점은 초반에는 소용돌이가 갈 필요가 거의 없는 외곽에 있다는 것이다.

이 소용돌이는 유저들에게 소용돌이의 존재를 알려주기 위해 만들어놓은 튜토리얼 같은 걸로 추측된다.

유저들은 초반에 항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외곽에 있는 소용돌이를 만나고,

굳이 그 쪽으로 갈 필요는 없지만 저런 게 있구나, 마주치면 내구도 100을 소비하니까 꼭 피해야겠다는 정보를 획득한다.

이 정보는 추후 항해에 큰 영향을 끼친다.

가려놓은 섬

블랙펄 제도는 트로피컬 아일랜드와 유사하게 섬을 가려놓았다.

그런데 트로피컬 아일랜드가 섬을 가려놓은 것이 보상이나 섬의 위치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라면

블랙펄 제도는 보다 고차원적이다.

블랙펄 제도가 섬을 가려놓은 이유는 유저들에게 '어디로 가야 가장 빠른/좋은 루트'인지를 알려주지 않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반대로 이것은 유저들이 섬의 지형물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가면 다양한 선택지를 주는 요소가 된다.

트로피컬 아일랜드가 (만약 잘 만들어졌었다면...) 오픈 할 때마다 랜덤박스 까는 재미 정도였다면

블랙펄 제도는 적절한 공개와 숨김으로 유저들의 선택을 혼란하게 하고, 그 과정에서 머리를 쓰게 만든다.

블랙펄 제도는 2칸 전진 가능한 거리의 구름을 옅게 흐려서 대충 거기 뭐가 있는지 알려준다.

그러므로 유저들은 딱 2칸과 원래 공개되어 있는 몇개의 장애물까지의 정보만으로 남은 내구도만큼의 항해를 결정해야 한다.

유저들은 내가 가는 곳에 뭐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일단 눈에 보이는 보상을 위해서 이동했다가

가려진 곳이 드러나면서 헐... 여기 소용돌이 있어서 못 나가네. 헐... 여기 보스 개쎄네. 헐... 여기 미니게임 개어렵네...

등을 겪고 장렬하게 패배하거나 어찌저찌 역경을 극복해 항해를 계속 하는 것이다.

이 예외성, 그러나 살짝 맛보여주는 것으로 사람을 살살 꼬드기는 미끼가 블랙펄 제도 항해가 재밌는 핵심이다.

블랙펄 코인섬(미니게임)

항해를 하다보면 중간에 코인섬이 나온다. 이 코인섬은 조작은 간단하지만 게임은 제법 어려운 미니게임을 해야만 나갈 수 있는 공간이다.

5번의 도전 기회가 주어지고, 실패하면 내구도 500이 감소한다.

당연하지만 항해가 지속될수록 게임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저는 중간에 한 번 못 깨고 죽음...ㅋ큐ㅠ

미니게임 내용은 60초동안 번개에 맞지 않고, 물약을 먹어서 초마다 감소하는 체력 게이지를 채워가면서 생존하는 것이다.

번개에 안 맞겠다고 안전한 곳에 숨어있으면 물약을 못 먹어서 죽고 (물약으로 체력을 채우지 않으면 약 15초 뒤에 체력이 떨어져서 죽는다.)

물약과 코인을 먹으려면 번개에 맞더라도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게임을 해야 한다.

번개를 피하면서 아이템을 많이 먹는 게 이 섬의 목표인데, 처음에는 번개가 얌전하게 치다가 나중에는 움직이는 번개, 따라다니는 번개부터...

하여튼 번개가 엄청 쳐서 있을 곳이 없다.

사실상 번개를 맞아가면서 물약으로 생존해야 하는 구간도 나오는데 번개를 맞으면 0.5초 정도 기절상태가 되어 움직이지 못한다.

저처럼 콘트롤 못하는 사람은 넘 어려워요...

근데 어려워서 재밌음 ㅋㅋㅋ 승부욕 불타버림;;

그리고 이 코인섬은 랜덤으로 출현한다. 모든 섬은 똑같이 생겼기 때문에 열리기 전까지는 육안으로 코인섬인지 아니면 전투섬인지 모른다.

물론 안개가 걷히고 선택지가 드러나면 그 땐 알 수 있지만 섬이 다 똑같이 생겨서 암 생각 없이 클릭을 했다간...!!

대신 조금 난이도가 있고 집중해서 클리어해야하는만큼, 블랙펄 코인을 많이 준다.

코인 1개를 먹을때마다 100 블랙펄 코인이 적입되는데, 게임을 잘 하기만 한다면 4~5천 블랙펄 코인을 모을 수 있어서

내구도 수리나 버프 구매에 쏠쏠하다!

숨겨진 제단(히든 버프)

블랙펄 제도를 여행하다보면 해마가 등장한다.

이 영롱하게 반짝이는 해마는 축복을 주겠다며 제단 효과를 부여한다.

재밌는 건 아까 말했듯이 제단에서는 버프를 구매해야만 나갈 수 있기 때문에, 이 해마 녀석은 축복이 될 수도 반대로 독약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버프가 부족한 사람이라면 해마를 만나서 버프를 받게 되면 참 좋겠지만

코인이 부족하고, 버프도 충분한 사람이라면 또 버프를 골라야 해서 코인을 추가적으로 소비하는 게 싫을 수도 있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사람들은 해마를 찾아다닐 수도 있고 피해다니기도 할 것이다. ㅋㅋ

신규 쿠키에 대한 적절한 힌트 및 활용 (침투형 버프)

블랙펄 제도는 이번 신규 쿠키인 블랙펄 쿠키와 함께 등장했다.

블랙펄 쿠키는 침투형 쿠키이다.

그래서 이번 블랙펄 제도 시즌(?)에는 침투형 쿠키(블랙펄 쿠키)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전용 버프를 넣어뒀다.

침투형 쿠키의 공격력이 상승하는 버프이다.

덕분에 사람들은 새로운 쿠키를 뽑아가지구 으쌰으쌰 써먹을 수도 있게 되고

반대로 침투형 쿠키를 써먹기 위해서(새 쿠키를 뽑으려고) 열심히 뽑기를 하게 될 수도 있다.

이번 블랙펄 콘텐츠 정말 오랜만에 무한 오토 돌리는 전투 전용 콘텐츠가 아니라

유저들이 직접 참여하고 '플레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잘 만든 콘텐츠라서 저는 정말 만족스럽고 기쁩니다.

곧 2023년이 되고 쿠키런 킹덤도 2살을 맞게 되는데요,

2주년에는 얼마나 더 발전한 게임이 되어있을지 너무 기대가 되어요.

여러분도 블랙펄 제도 많이 많이 즐기시고 쿠키런 킹덤의 무궁한 발전을 함께 기원합시다! ^^

오래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