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로드와 오프로드 모두에서 강력함을 원한다면, 두카티 멀티스트라다 V4 S

송지산 기자입력 2023. 7. 26.

모터사이클 시장 중에서도 어드벤처 장르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첨단 기술의 도입이다. 보통 투어러나 슈퍼스포츠 등 플래그십 모델을 중심으로 적용되던 첨단 기능들이 어드벤처 모델에 가장 먼저 적용됐다는 점만 봐도 달라진 위상이 실감난다. 그중에서도 최근 모터사이클 최초로 주행보조기능을 도입한 두카티의 멀티스트라다 V4 S가 있는데, 어떤 특성을 지닌 모델이고 기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시승차를 받아 직접 살펴보았다.

멀티스트라다는 올해로 20년째를 맞이하는 모델이다. 브랜드의 역사가 결코 짧지 않지만 어드벤처 장르의 도전은 조금 늦은 편. 하지만 착실하게 경험치를 쌓아온 덕분에 지금은 어드벤처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그동안은 두카티다운 V-트윈 엔진을 탑재한 모델로 출시되어 오다 2021년 V4 엔진을 탑재한 4세대 모델로 전환점을 맞이한다.

두카티 모델 대부분이 그렇듯 멀티스트라다 역시 상당히 스포티한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특히 전면부 비크에서 시작되어 연료탱크로 넘어가는 라인이라던지, 빨간색으로 처리된 서브 프레임이 만들어내는 뾰족한 후미부 등은 일반적인 어드벤처와는 다른 고성능의 모델임을 암시하는 요소다. 다행히 투어링의 필수 요소라 할 수 있는 패니어 케이스가 더해져 날씬한 후미부에 볼륨감을 더해 시각적인 안정감을 더한다.

전면부에선 2안식 LED 헤드라이트도 눈길을 끌지만, 이보다 관심이 가는 건 헤드라이트 사이에 위치한 사각의 물체일 것이다. 바로 이것이 멀티스트라다 V4 S의 주행보조 기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레이더 센서다. 이 센서는 후면 제동등 하단에도 배치되어 전후의 상황을 감지하는 역할을 한다. 자동차에서야 자주 보던 기능들이지만 모터사이클에선 어떻게 작동할지 아직까진 생소하다.

시트에 앉으면 큼직한 계기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6.5인치 풀 컬러 TFT 디스플레이는 각종 주행정보는 물론이고 차량 설정을 표시한다. 앱을 이용해 차량에 스마트폰을 연동시키면 스마트폰 화면을 계기판에 그대로 보여주는 미러링 기능까지 탑재하고 있지만 아쉬운 건 차량 연결을 위한 두카티 커넥트 앱과 별도의 전용 지도 앱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왕이면 USB 포트를 활용해 스마트폰 화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일반적인 미러링 기능을 탑재해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스마트폰과 인터컴을 차량에 블루투스로 연결하면 음악 제어, 전화 송수신, 배터리 상태 확인 등 기본적인 기능들은 사용 가능하다.

좌측 핸들바에 버튼이 많은데, 차량 정보 설정을 위한 레버 겸 스위치, 그리고 서스펜션과 주행모드 설정을 위한 버튼이 있고, 자동차 운전자라면 눈에 익은 아이콘의 버튼도 있다. 바로 주행보조 기능 중 하나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을 위한 기능 조작 버튼이다. 기능을 작동시키고 속도를 설정한 뒤 +. - 버튼으로 차간 거리를 4단계 중 하나로 세팅하면 된다. 그러면 준비는 끝. 어떻게 작동할지 궁금해 얼른 시승에 나섰다.

멀티스트라다 V4 시리즈에는 V4 그란투리스모 엔진이 탑재되어 최고출력 170마력/10,500rpm, 최대토크 125Nm/8,750rpm의 성능을 낸다. 파니갈레 V4 시리즈나 스트리트파이터 V4 시리즈에 탑재된 데스모세디치 스트라달레 엔진과는 추구하는 방향성이 다른데, 가장 큰 차이는 역시 흡배기 밸브의 방식이다. 두카티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강제 개폐식 밸브 데스모드로믹이 적용된 데스모세디치 스트라달레 엔진은 동급 대비 더 높은 영역까지 엔진을 회전시킬 수 있어 그만큼 더 고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데, 대신 24,000km마다 주기적인 점검이 반드시 이뤄져야 제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 V4 그란투리스모 엔진은 대신 스프링 리턴 방식의 밸브를 적용해 성능 수치는 낮지만 훨씬 긴 60,000km의 점검 주기를 갖기 때문에 부담을 크게 덜어준다.

물론 성능이 낮다는 건 데스모세디치 스트라달레 엔진과 비교할 때 그렇다는 것이지, 경쟁 모델과 비교하면 어드벤처로는 상당히 높은 성능을 자랑한다. 여기에 전 영역, 저속에서 고속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세팅이 적용된 덕분에 시내에서의 주행도 잦은 변속 없이 소화할 수 있어 편리하다. 기본 제공되는 4개의 주행 모드 중 어반을 선택하면 파워가 훨씬 부드럽게 뿜어지기 때문에 조작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을 일도 없다.

조금 차량 통행이 뜸해지는 구간에 들어서 스로틀을 열어주자 V4 그란투리스모 엔진의 진면모가 드러난다. 꾸준하게 뿜어지는 파워가 거대한 차체를 쭉쭉 밀어주는 덕분에 눈 깜짝할 새에 규정 속도를 넘길 정도. 여기에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바꿔주면 어드벤처가 맞나 싶을 만큼 넘치는 파워가 즉각적으로 뿜어진다. 움직이고 있는 동안에는 240kg이 넘는 무게가 전혀 의식되지 않을 만큼 경쾌하게 달려나간다.

경쾌한 주행을 더욱 즐겁게 만들고 싶다면 서스펜션 세팅도 함께 해보는걸 추천한다. 멀티스트라다 V4S에는 두카티 스카이훅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탑재돼 설정을 계기판에서 손쉽게 변경할 수 있다. 핸들바의 버튼으로 탑승자 숫자, 짐 유무 등에 따라 간편하게 설정이 가능하고, 이마저도 귀찮은 이들을 위한 오토 모드도 마련되어 있어 상황에 맞는 최적의 세팅을 설정할 수 있다. 설정 내 세부 메뉴로 들어가면 압축과 신장, 예압 등을 세밀하게 조절할 수도 있다. 수동 조절식은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세팅이 쉽지 않았는데, 전자식으로 손쉽게 조절할 수 있으니 자신의 주행 스타일에 맞는 최적의 설정을 적용해 더욱 즐거운 경험을 해보길 바란다.

브레이크는 세밀한 조작이 필수다. 앞에 브렘보 스타일레마 캘리퍼가 좌우 양쪽으로, 뒤에 브렘보 2포트 캘리퍼가 장착되고 브렘보 마스터 실린더가 더해져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기 때문.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강력한 제동력이 발휘되지만 균일하게 발생해 이해하기 수월하다. 여기에 코너에서 제동 시 라이더가 원하는 라인을 그릴 수 있도록 제동력을 세밀하게 조절해주는 주행 보조 기능인 코너링 ABS도 더해져 안심하고 주행할 수 있다.

차량의 기본 성능을 확인했으니 이제 본격적인 주행보조 기능에 대해 살펴볼 차례다. 이미 그 전부터 한 가지 기능은 계속 작동하고 있었는데, 바로 사각지대 감지 기능이다. 주행 중 좌우 차선 후방에서 주행하는 차량이 있으면 사이드미러 상단의 램프를 통해 존재를 알려주고, 차선 변경을 위해 방향지시등을 켰을 때는 위험한 상황임을 알리기 위해 빠르게 램프가 깜빡인다. 모터사이클이 차체가 작아도 사각지대가 분명 존재하는 만큼 숄더 체크가 습관화되지 않으면 자칫 사고가 날 수 있는데, 이 기능이 사고를 방지해주기 때문에 특히 시내에서 안심하고 주행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테스트해볼 차례. 기능을 작동시키자 스로틀 레버를 조작하지 않아도 앞차의 속도에 맞춰 주행하기 시작한다. 거리가 멀어지면 속도를 높이고 가까워지면 속도를 줄이는 것은 자동차와 동일한 부분. 모터사이클에선 적용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빠르게 적용되어 기술의 진화 속도에 감탄하게 된다. 속도를 높이고 줄이는 과정은 부드럽게 이뤄져 어색함 없이 편하게 주행할 수 있고, 기능을 해제하거나 브레이크 조작 시 비활성화되지만 클러치 조작으로는 비활성화되지 않는다.

물론 자동차에 적용된 것과의 차이점도 있다. 바로 정차 후 재출발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 속도가 약 30km/h로 내려가면 계기판의 ACC 기능 아이콘이 초록색에서 노란색으로 바뀌고, 여기서 약 25km/h 아래로 내려가면 계기판의 아이콘이 빨간색으로 바뀌며 기능이 해제된다. 이렇게 설정한 이유는 모터사이클의 구조적 특성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데, 바퀴가 2개인 모터사이클은 속도가 낮아질수록 균형을 잡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일정 속도까지만 기능을 유지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정체가 심해 가다 서다가 반복되는 시내에서는 사용이 어렵겠고, 차량이 적어 일정 속도 이상의 흐름이 유지되는 교외에서 사용하기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

윈드스크린은 조절식인데, 레버를 올리면 위로 올라가고 누르면 내려가는 단순한 방법이어서 주행중에도 조작이 편리하다. 돌 등으로부터 손을 보호할 수 있도록 장착된 너클가드는 상단에 디플렉터를 더해 추운 날씨에서도 손의 기온을 덜 뺐겨 조작감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준다. 여기에 히팅 그립과 운전자 및 동승자를 위한 히팅 시트도 장착되어 초겨울까지는 별도의 방한 장비가 필요 없겠다. 이 밖에도 스포티한 주행에서 없으면 아쉬운 퀵 시프트, 야간에도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게 돕는 코너링 라이트, 경사로에서 신호 대기로 차량이 멈춰섰을 때 차량이 밀리지 않게 하는 경사로 밀림 방지 등 다양한 편의, 안전 기능들이 탑재되어 있다.

어드벤처 모델에서도 온로드 지향과 오프로드 지향으로 갈래가 나뉜다. 멀티스트라다 V4 S는 캐스트휠과 스포크휠 중 선택 가능해 라이더가 원하는 성향을 선택할 수 있고, 앞 19인치, 뒤 17인치 구성으로 비포장도로나 임도 등 가벼운 오프로드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특성을 보여주고 있어 이 모델을 어느 한 방향에 속하는 모델로만 보기엔 쉽지 않다. 여기에 새로 투입된 ACC나 사각지대 감지 등 온로드 주행에 도움이 되는 주행보조 기능까지 고려하면 더욱 더 그렇다. 하지만 어느 한쪽을 선택할지 애매해보이는 것은 그만큼 양쪽 모두에서 충분히 활약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온로드에서는 편안한 자세와 주행보조 기능으로 편리하게 다니고 오프로드에서는 저속에서도 강력한 엔진과 전자식 서스펜션 등으로 노면을 가리지 않고 충분히 주파할 수 있으니 말이다.

온로드에서도, 오프로드에서도 모두 활약할 수 있는, 심지어 서킷까지 소화할 수 있을 만큼 다재다능한 모델을 원한다면 두카티 멀티스트라다 V4 S는 그런 욕심에 충분히 부응해줄만한 모델이다. 구입을 고민하고 있다면 서두르길 추천하는 건 현재 두카티 코리아에서 1,000만 원 상당의 역대급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 이만큼 강력한 모터사이클을 이 정도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기회는 그리 흔치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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