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고 개발사가 가장 잘하는 건 AR이니깐

(출처:The Verge)

'포켓몬고(Pokémon GO)'는 공개와 함께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게임이다.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포켓몬스터를 기반으로 하는 게임으로 이미 출시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서비스를 개시한 2016년은 가히 '포켓몬고의 해'라고 할 만했다. 한국에서는 2017년 1월에 상륙해 역시나 게이머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스마트폰을 들고 가상의 괴물을 찾아 동분서주 돌아다녔다.

포켓몬고와 항상 함께 따라다니는 단어가 바로 증강현실(AR)이다. 증강현실은 현실 세계에 가상의 물체를 덧씌우는 기술이다. 사용자는 포켓몬고를 실행하고 현실에 나타난 포켓몬을 잡게 된다. 개념은 아주 단순해 보여도, 직접 게임을 해본 사람이라면 증강현실을 가장 생생하게 보여준 게임이라는데 어렵지 않게 동의할 것이다. 얀 도슨 잭도우리서치 애널리스트는 미국 뉴욕타임스를 통해 포켓몬고의 성공을 두고 '증강현실 기술에 있어 중요한 순간'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증강현실의 진면목은 현실과 끊임없이 연결된다는 점에 있다. 한때 속초가 포켓몬고의 성지로 불렸던 적이 있다. 한국에 포켓몬고가 정식 출시되기 전 강원도 속초 등 일부 지역에서는 게임이 가능하다고 알려졌던 것. 그래서 당시 속초행 고속버스가 평일까지 전부 매진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이렇듯 증강현실은 일상에서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내는 저력을 드러냈다.

(출처:Niantic)

곧 펼쳐질 증강현실의 미래를 잘 보여준 포켓몬고는 누가 만든 걸까. 바로 나이언틱(Niantic)이다. 나이언틱은 2010년 구글 사내벤처로 출발했다. 구글 산하에 있을 때 최초로 선보인 게임은 AR 게임이었다. 2012년 위성항법시스템(GPS) 기반 AR 게임 인그레스(Ingress)를 선보였다. 포켓몬고만큼은 아니었지만 200여개 국가에서 약 1500만명이 게임을 즐겼다고 알려진다. 2015년에는 구글에서 분사해 독립 회사로 발돋움했다. 갈고 닦았던 AR 게임 개발 역량은 이듬해 포켓몬고를 선보이면서 빛을 발한다. 나이언틱은 단숨에 주목받는 기업으로 우뚝 서게 됐다. '해리포터: 마법사 연합'처럼 지금은 서비스가 종료된 게임을 내놓기도 했지만 여전히 다음 타이틀을 기다리게 만드는 기업이다.

얼마전 나이언틱은 그들이 가장 잘하는 분야로의 확장을 알렸다. 지난해 11월 나이언틱은 AR 개발자키트 '라이트십(Lightship)'을 출시했다고 전했다. 라이트십은 증강현실 세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누구든 AR 기반 게임 제작에 도전하게 한다. 여러 게임을 제작하면서 얻은 기업의 노하우는 플랫폼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나이언틱은 포켓몬고와 같은 게임을 만들 수 있는 AR 플랫폼에 대한 구상을 오래전부터 해왔다. 2018년부터 준비 의사를 공공연히 밝혀왔다.

AR을 개발하려면 3차원 맵을 구현하고 가상 물체에 물리적인 개념을 적용해 상호작용하는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 라이트십은 스마트폰 카메라로 주위를 스캔하면 주변 환경을 인식해 지도를 만들어준다. 라이다(LiDAR) 스캐너처럼 값비싼 장치를 사용하지 않아도 괜찮다.

(출처:Niantic)

최근 나이언틱은 AR 개발자 글로벌 커뮤니티를 위해 개최한 라이트십 서밋(Lightship Summit) 첫날 라이트십의 다음 로드맵인 시각 포지셔닝 시스템(Visual Positioning System, VPS)을 공개했다. 개발자는 VPS를 활용하면 사용자의 위치와 방향을 결정하고 센티미터 수준으로 정밀한 AR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 특정 위치에 가상의 개체를 배치하고 해당 개체를 유지하는 일도 가능하다. VPS는 현재 AR 개발자 앞에 놓인 과제, 대규모 협업으로 위치 기반 경험 구축을 하는 전 세계적인 노력의 현주소를 잘 드러낸다.

스마트폰이나 스마트글라스를 통해 주위 환경과 상호 작용하려면 실제 세계의 지도가 준비돼있어야 한다. 나이언틱은 이러한 일을 진행하는 회사 중 하나다. 실제 장소를 스캔해 지도를 제작하고 있다.

물론 나이언틱이 AR에 사용될 지도를 만드는 유일한 기업은 아니다. 미국 소셜미디어 그룹 스냅(Snap)에서도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 애플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플랫폼에서도 하는 일이다. 다른 점이라면 이들 기업은 커뮤니티에서 수집된 데이터에 의존한다면 나이언틱은 직접 스캔을 수행해 지도 데이터를 구축하고 있다.

(출처:Niantic)

VPS 지도에는 이미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뉴욕시, 시애틀, 런던, 도쿄 등지에 총 3만곳 이상이 분포돼있다. 특별한 장소뿐만 아니라 평범한 공원이나 길과 같이 사람들에게 공개돼 접근 가능한 장소들로 포진해있다. 만약 VPS 지도에 포함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삭제도 가능하다.

사용자가 새로운 사람이나 장소를 찾도록 도와주는 소셜 앱 '캠프파이어(Campfire)'도 발표했다. 지도를 기반으로 하며 특정 지역에서 다른 플레이어를 발견하면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콘텐츠를 공유하고 이벤트나 모임을 조직할 수 있다. 나이언틱 계정의 친구 목록으로 들어가 친구를 선택하면 지도에서 친구의 위치와 나와 가까이 있는 이벤트들을 보여준다. 캠프파이어로 인해 사용자들 간 소통이 더욱더 빈번해지는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 IT매체 씨넷(CNET)은 캠프파이어를 '디스코드의 AR 버전'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출처:Niantic)

기업은 캠프파이어가 사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것이고 개발자에게는 잠재 고객을 찾고 실제 비즈니스를 구축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캠프파이어는 인그레스에서 실시간으로 제공되며 빠른 시일 내 나인언틱 모든 서비스에서 제공된다고 전했다.

몇 달 전에는 웹용 AR 개발 도구를 판매하는 스타트업 8th Wall도 인수했다. 해당 기업의 기술력과 라이트십을 통합시켜 브라우저 기반 AR에서도 나이언틱의 매핑 기술에 접근하도록 할 계획이다. 나이언틱은 메타나 스냅처럼 자체 플랫폼을 위한 AR 개발자 도구만 우선하지 않고 웹브라우저에 접속할 수 있다면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툴을 제공하길 원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도구를 이용해 AR을 즐기게 될지는 알 수 없다. 스마트폰일 수도 있고 스마트글라스일 수도 있고 AR헤드셋일 수도 있다. 다만, 나이언틱은 자신들이 메타버스 시대를 앞당기는 촉매제 역할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고 있다. 무엇으로 AR에 접속하든 더 먼 곳을 바라보는 그들의 목표는 달라질 것이 없다. 현실의 한계를 뛰어넘는 세계를 구축하는데 나이언틱이 앞으로 어떤 더 많은 일들을 펼쳐나갈지 지켜봐야겠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나유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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