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 안에 들어온 진짜 액션쾌감/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최근 그 시절 추억의 게임이 모바일게임으로 다시 나오는 경우가 많았죠. 하지만 대부분은 추억보다 돈을 우선시한 개발과 운영으로 우리의 뒤통수를 아프게 했죠. 이번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 나온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게이머들은 기대보다는 우려하는 마음이 더 컸던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그럼 과연 던파 모바일은 추억과 돈, 어느 쪽을 우선시했을까요?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을 처음 켜면 그 시절과 비슷한 모습의 캐릭터 생성 화면을 만날 수 있습니다. 비록 아직 전직 선택 중에 없는 직업이 많긴 하지만 그 시절의 추억을 자극하는 배경음악과 화면은 좋은 첫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죠.

그렇게 캐릭터를 만들고 게임에 들어서면 쨘! 우리가 알고 있던 던파의 그 모습을 그대로 만날 수 있습니다. 그 시절 모습을 최대한 정확하게, 그러면서 현재 모바일 환경에 맞게 다듬은 모습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그 시절을 구현하는 데만 집착하지 않고 게임을 새롭게 만드려는 노력도 엿보였어요. 특히 스토리 부분이 더 깊이있고 흥미로워졌어요. 라라아라는 새로운 캐릭터가 같이 다니면서 주인공과 티키타카치는 모습도 흥미로웠고 그 외의 던전 진행 스토리도 설정이 상세해져서 스토리 깨면서 레벨링하는 게 재밌었어요.

그럼 게임은 어땠느냐? 당연히 게임도 상당히 재밌었습니다. 버튼이 좀 많긴 하지만 스킬을 잘 조합해서 적들을 몰이사냥하는 재미가 잘 살아있었거든요.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건 모바일 RPG인데도 자동전투가 없었다는 점이었어요. 액션쾌감을 손으로 직접 체감하는 재미를 더 잘 살리기 위한 선택이었겠죠. 최근 무지성 자동사냥만 요구하는 모바일게임에 지친 사람들이 많던데 그런 사람을 위해 정말 자동이 없는 게임을 만든 경우는 오랜만이네요.

하지만 모바일게임에 자동전투가 없으면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많죠. 거기다가 나름 공들여서 만들었다지만 모바일 컨트롤로 스킬을 쓰려면 생각보다 조작이 힘들기도 하거든요. 넥슨도 이걸 잘 알고 있는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시스템을 추가해놨습니다.

모바일 게임패드나 가상키보드를 사용할 수도 있고 PC 클라이언트도 잘 만들어져 있어서 다양한 방식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어요. 특히 PC 클라이언트로 게임을 실행하면 사실상 PC 던파의 다른 버전을 플레이하는 느낌으로 게임을 잘 살려놔서 더더욱 플레이가 재밌어요.

던파에서 전투를 잘 하려면 스킬 관리를 잘 해야죠. PC 던파의 스킬을 최대한 구현한 것은 물론 스킬 버튼 커스터마이징도 최대한 불편함이 없도록 구성되어 있었고 거기다가 연달아 쓰고 싶은 스킬을 한 버튼에 프리셋으로 묶어서 콤보를 짜는 기능까지 있어요. 내가 원하는 전투 스타일을 만드는 재미를 최대한 살리려는 제작진의 노력이 엿보였죠.

던파 모바일은 전투 느낌 뿐만 아니라 전투 컨텐츠도 그 시절을 최대한 살려냈어요. 망치왕과 줄넘기하는 왕의 유적, 거대 누골의 회오리 공격이 짜증나던 비명굴, 거대 로봇 소를 잡는 제국 실험장을 모바일에 맞게 구현해놔서 그 시절 던파를 즐겼던 사람들을 사로잡겠다는 제작진의 의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모바일 고유 던전으로 보이는 환영극단까지 있어 새로움을 추구하는 사람들도 참신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뭐 결국은 무한 아이템 노가다가 되겠지만요.

다양한 특수 던전이나 지옥파티도 제대로 구현이 되어 있지만 모바일 특유의 재화 던전들도 잘 갖춰져 있습니다. 골드, 강화 아이템, 엠블렘 등을 파밍할 수 있는 이 던전은 하루 1번, 일주일에 3번까지 들어가 간단한 전투를 통해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데 하루 제한은 그렇다치고 일주일에 3번이라니, 이것도 수동전투의 피로도를 해소하기 위한 시스템이겠죠?

또한 이 던전들은 소탕권으로 바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소탕 기능이 있는데 글을 쓸 당시엔 사실상 없는 거나 마찬가지여서 조금 아쉬웠어요. 하루 한 번만 깰 수 있는데 하루 한 번을 깨야 소탕이 된다니, 이게 대체 무슨 교착상태죠? 이러면 소탕 버튼이 아무 의미가 없잖아요.

다행히 지금은 제작진이 추후 패치로 해결이 예고한 상태입니다. 이렇게 패치노트를 통해 제작진이 유저들이 게임하는 모습을 잘 지켜보고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패치를 잘 해준다는 느낌이 들어 게임에 대한 호감이 한층 더 커진답니다.

거기다가 던파의 꽃이라고 불리우는 PVP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었어요. 그 시절 게이머들의 심금을 울리는 결투장이나 다양한 이벤트성 난투, 거기다가 길드 단위로 겨루는 유적지 쟁탈전까지 다양하게 갖춰져 있고 플레이하면 적당한 보상도 잘 주어져서 PVP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제일 놀라웠던 건 과금에 대한 의견이 호평일색이었다는 점이었어요. 현세대의 모바일게임은 터무니 없는 확률의 맹독성 뽑기를 기반으로 가격 대비 만족도가 안 나오는 패키지를 잔뜩 만들고 이를 열심히 사지 않으면 게임이 힘들어지는 환경을 만드는 게 대부분이잖아요.

하지만 던파 모바일은 유저의 만족을 최우선시하는 방향으로 패키지의 구성과 가격이 잘 짜여져 있어요. 그나마 레어 아바타 합성이 돈이 많이 들긴 하지만 그마저도 필수가 아닌 선택의 영역이고요. 다른 게임들이 '돈을 많이 써야 하는 게임'을 만든다면 던파 모바일은 '돈을 쓰고 싶어지는 게임'을 만들었다는 느낌이었죠.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매우 좋은 게임이었습니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돈보다는 마음을 잡으려는 노력이 매우 기특했고 그 마음이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좋은 사례였죠. 단순히 한 게임의 성공을 넘어 한국 게임계 자체가 더 밝게 바뀔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안겨준 이 게임의 희망이 앞으로도 찬란히 빛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던전앤파이터 #던파모바일 #넥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