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하고싶지 않지만 블루 아카이브는 좋은 게임이다.

블루아카이브, 어째선지 발육이 뛰어난 여학생들만 존재하는 학교의 선생이 되어 학교의 멸망을 막고(?) 학생들과 추억을 만드는 이야기를 가진 모바일 수집형 전략게임이다.

네글자, 21바이트로 요약하자면 "가챠ㅈ망 씹1덕게임" 이다.

블루아카이브는 현재 열풍이다.

끊임없이 뉴비가 유입되며 서브컬쳐에 한해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있다.

일본의 아키하바라에서 보이는 광고중 서브컬처관련은 원신과 블루아카이브가 모두 차지했다고한다. 놀라운건 이 게임이 개발 및 유통 모두 한국게임 이라는 것이다.

소녀전선부터 시작된 양산형 미소녀게임들 사이에서 블루아카이브가 빛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집형 미소녀게임이란, 수많은 미소녀들을 찾아 수집하고 그 미소녀들을 이용해 전투하는 게임으로, 수집에 방법이 대부분 뽑기 혹은 반복 노가다이며 모든 캐릭터가 여성(가끔 남자가 껴있긴하지만, 외형은 여성(...)인 경우는...)이라는 특징이 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은 모든 캐릭터가 여성이므로 장르가 원하는 주 타겟층이 "남성" 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여자도 여자한테 끌릴수있지만, 아무래도 남성이 더 끌어들이기 쉬우므로 기업의 관점에서 보면 타겟층은 남성이 맞다.

총을 미소녀로 모에화시킨 게임 소녀전선을 시작으로, 배를 모에화시킨 벽람항로(애니메이션으론 칸코레가 있지만, 핀트는 모에화가 아니라 게임)에 이어 탄탄한 스토리와 재미를 위한 장르 탈바꿈을 내세운 디펜스게임 명일방주 등등 수많은 수집형 미소녀 게임이 등장했고 실제로 성공했다.

그중 블루아카이브는 역대 가장 성공의 길을 걷고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한때 청불이슈로 논란이 많았던 게임, 블루아카이브가 좋은 게임인 이유.

1. 뛰어난 캐릭터성

수집형 미소녀 게임이 있기전에 수집형 게임이 존재했다. 남녀 구분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큰 특징이지만, 캐릭터성을 강조하기 시작한것이 미소녀게임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수집형 가챠게임의 문제는 결국 주된 컨텐츠는 전투이므로 점점 더 사기캐릭터가 등장해 파워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면 그전에 존재하던 하위호환 캐릭터들의 가치가 없어져 거들떠도 보지않게되면서 "신캐가 등장" 해서 볼륨이 커지나싶어도 그전의 캐릭을 안쓰게되므로 게임의 볼륨이 같아져서 발전을 하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캐릭터가 아무리 안좋아도 캐릭터에게 애정이 있다면? 그 사람은 전투에서 지더라도 그 캐릭터를 사용할 수도 있다!

미소녀게임은 남성이 캐릭터에게 이성적으로 이끌리게끔 설계시킨다. 그것이 인간이 아니거나 어린아이이거나 대상과 이성이 아닐 수 있지만, 대놓고 유혹하는 성인게임이 아니기때문에 크게 상관하지않는다(서브컬처의 특징이기도하다).

미소녀게임은 플레이어가 캐릭터에 이끌리면 그 캐릭터에 애정이 생기게끔하는 방식을 깨달았다(서브컬처, 게임뿐만아니라 다양한 작품들이 이용하고있는 방법이다).

블루아카이브는 그 어떤 미소녀게임을 내밀어도 쳐낼 수 있을만큼 이 부분에 있어서는 최강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전투가 메인이 아니다.

학생들과 추억을 쌓고 학교를 지켜내는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이 메인이다. 결국 하게되는 것은 전투이지만 플레이어는 스토리에 몰입하고 캐릭터를 애정하며 전투가 메인이고 다른것이 필요없는 부가요소라고 쉽사리 판단하지않고 카페방문, 스케줄 등 모든컨텐츠에 가치를 느낀다. 이게 첫번째.

두번째는 메모리얼 로비의 존재이다.

메모리얼이란, 학생과의 호감도가 일정단계 올라가면 등장하는 라이브2D 컷씬으로 꽤나 퀄리티가 높고 그 학생 혼자 등장하는것이 특징이다. 게다가 이것은 메인 로비로 사용할 수 있어서 한 캐릭터를 좋아한다면 터무니없이 좋은 시스템이다. 여러명을 당번으로 돌릴수도있다!(솔직히 좀 야한데)

세번째는 뛰어난 세계관보유와 이에따른 학생들의 철저하고 디테일있는 설정이다.

설정이 가벼우면 절대 사람들은 덕질하지않는다. 캐릭터가 어떤지에 대해 알고싶다면 알고자하는곳에 그 정보가 있어야하는데 없다면 흥미를 서서히 잃어간다. 블루아카이브는 모든캐릭터, 하물며 전투에선 쓸래야 쓸수가없는 쓰레기1성 캐릭터들도 모두 디테일한 설정과 각자 다른 이야기와 메모리얼을 보유하고있다... 이정도면 인정해야한다.

2. 정성, SD에 진심

말했듯이 게임의 중심은 전투이나, 전투가 메인은 아니다. 라이브2D가 있는 메모리얼도있고 세세한 설정도있고 이쁜 일러스트까지 완벽하다. 그렇다면 전투에 등장하는 3D SD 캐릭터는 정성을 들일 필요가 없을 것이....인데 이상하리만치 퀄리티가 미쳤다. 전투에서도 캐릭터들은 자신만의 특색을 보여준다. 기본적으로 하루한번 보여주는 캐릭터의 기술 컷씬을 보면 예를들어 음식연구동아리의 인원들은 음식을 떨궈서 화내면서 총을 든다던지하는 어이없지만 특색있는 모션과 애니메이션이 캐릭터와 전투를 더 돋보이게한다.

그렇다고 또 모델링이 안좋은 것도 아니다. 전투하기에 너무 작지도않고 텍스쳐가 뭉게지는등 낮은 퀄리티를 가진것도 아니다. SD 캐릭터가 전투를 하는 장면에 있어 부족함을 찾아볼 수 없다.

3. 다양한 컨텐츠와 몰입을 위한 장치

게임은 단연코 이것이 게임이라는 것을 플레이어에게 알려주지 말아야한다. 중요한 스토리가 이어지고있는 와중에 "이것은 게임이야!" 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지나가는 순간 그 게임은 몰입에 있어서 쓰레기게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블루아카이브는 수많은 컨텐츠를 가지고있다.

메인 전투인 임무를 깨면 다양한 라인을 가진 재밌는 메인스토리, 동아리별로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서브스토리, PVP, 보스레이드, 강화소재획득처 등 다양한 컨텐츠가 존재한다. 그런데 이 컨텐츠에 전부 다른 이름이 존재한다. 메인, 서브퀘를 제외하면 PVP는 전술대회, 보스레이드는 총괄전투 등 플레이어가 선생이고 하는것은 블루아카이브지 절대 게임이 아니라는 최면을 절대로 잊게하지않는다. 몰입을 위한 장치가 뛰어나다는 소리이다.

4. 완성도 높은 전투와 뛰어난 레벨디자인.

결국 중심은 전투. 정성은 캐릭터와 가챠에 쏟았으니 전투에 구멍이 있을 수밖에 없다!

... 라고 생각한게 일주일전인데, 한방 크게 맞았다. 내 생각은 틀렸다. 이 게임의 전투는 경갑, 중갑, 특수장갑 등 적들의 갑옷 종류에따른 상성 시스템을 채용하고있는데, 이로서 상성에 좋은 학생이라면 관심이 없었어도 채용하는 등 애정이 생기게끔 역으로 플레이어를 유도한다. 심지어 지역에 따른 컨디션도 존재해서 캐릭터를 수시로 바꾸는데, 쓸모없어보였던 1, 2성캐릭터들을 채용하다보니 이들의 호감도를 어느새 올리고있었다(호감도상승시 전투에 유리).

그렇다고 레벨디자인이 병크인가?

그건 또 아니다. 전투는 어렵게하고싶지만 이야기가 이어지는 와중에 전투에 대한 생각으로 몰입을 깨고싶지 않았는지 어려운전투는 임무로, 이야기는 임무를 통해 해금하는 메인퀘스트로 따로 나누어 분리했다. 또한 그 많은 캐릭터의 이야기를 메인퀘스트에 전부 담을 수 없지만 그렇다고 이야기가 없는 캐릭터를 두고볼 수는 없었는지 대부분의 캐릭터가 동아리별로 나뉘어져 서브퀘스트에서 등장한다.

5. 플레이어와의 확실한 상호작용

이젠 실망을 기대하지않는다. 감탄할 점밖에 없다.

도전과제와 일일임무를 담당하는 UI가 있는데, 여느 게임들이 상점같은 UI에 NPC를 놓아 마스코트식으로 사용하는 것처럼 블루아카이브에도 존재한다.

근데 대단한건 UI에 들어가자 NPC에게서 나오는 대사는 "업무가 많다" 이고 플레이어기 '보상 한번에 받기' 버튼을 눌러 모든 퀘를 클리어하고 보상을 받으면 NPC는 "대...대단해! 그 많은 업무를 한번에!" 라며 놀란다ㅋㅋㅋ

또, 상점에 입장하면 알바 NPC가 농땡이를 피우다 모르는사이에 들어온 플레이어를 발견하고 당황하는 등 다양한 UI에 수많은 상호작용 기믹이 존재한다.

임무를 들어갈때도 게임의 마스코트 시스템OS 아로나가 자고있거나 창밖을 바라보며 '비가 오려나' 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아로나를 터치하면 놀라며 그의 앞으로 순간이동해 일하는 척을 한다ㅋㅋㅋ

이 게임의 UI 상호작용은 앞으로 등장할 서브컬처 게임이 본받아야할 교과서같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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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많은 고민과 노력의 흔적이 보인다.

게임의 컨셉이 아무리 여학생들과 꽁냥꽁냥이라는 현실에선 불법이고 인간이길 포기한 짓이지만, 결국 게임자체의 완성도는 뛰어나며 더군다나 일주일 플레이해본결과 캐릭터들의 이야기와 메인퀘스트 이야기 모두 재밌다. 그렇게 엄청 선정성을 그리 강조하지도 않는다(사실 해서는 안된다. 2D 인권이 있는 한국이기에 잡혀갈 수 있다ㅋㅋ).

블루아카이브는 좋은 게임이맞다.

다만, 서브컬처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