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포켓몬고 대신 이걸 해줄께

요즘 또다시 포켓몬이 유행하고 있다.

언젠가부터 마트에 저녁에 장을 가면 노인, 아이, 남녀 등등 모든 사람들이 마트에서 긴 줄을 서있어서 이유가 궁금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포켓몬 빵을 사는 줄이란다.

우리집 아이들도 가르쳐 준 적 없었는데, 포켓몬 캐릭터를 줄줄 외워가며 친구들이 주는 포켓몬 그림이나 모형을 집에서 자랑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엄마랑 아빠 스마트폰에 '포켓몬고' 를 설치해서 15분 정도 주변에 포켓몬을 잡기도 하고, 갑자기 날아오는 로켓단과 대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당연히 잘 할 줄도 모르고, 다양한 아이템이 없어서 그냥저냥 하는 시늉만 낼 뿐이었다.

또다시 시간이 지나 얼마 전부터 큰아이 친구들은 이제 놀이터에 모이면 고개를 숙이고 돌아다니지도 않고 그자리에 앉아 자기 스마트폰으로 포켓몬고를 하기 시작하였다. 스마트폰이 없는 큰아들은 그 사이에 기웃대기도 하고, 빌려서 하기도 하는 등 보기에 참 불편한 모습이 자주 보이기도 하였다.

슬슬 집에서 가끔 시켜주기는 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큰 아이의 모든 대화 주제는 포켓몬고 에 대한 이야기 뿐이였다. 지난 학기만 해도 배드민턴 경기 결과를 쫑알대기도 하고, 컴퓨터 시간에 배운 파워포인트나 엔트리에 대해 이야기도 하고 친구들 이야기도 이야기하던 아이가 모든 대화의 내용이 포켓몬 뿐이어서 무척 걱정이 앞섰다.

원래 큰아이랑도 그전부터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아빠는 스마트폰 게임은 부정적이야. 게임을 하는 것은 놀이니까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편하고,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게임을 아빠는 싫어. 집에 있는 닌텐도 위로 하는 마리오카트나 플레이스테이션으로 하는 축구게임, 컴퓨터로 하는 마인크래프트는 괜찮은데, 스마트폰 게임은 너무 쉽게 켜고 시작할 수 있어서 조절하기 어려워. 스마트폰 게임은 하지 말자."

뭐 어찌 생각해 보면 일방적인 아빠의 선언이기는 하지만, 아이가 스마트폰에 대한 어떤 설득이 들어와도 절대 조율하고 협상할 여지는 없는지라 우리집 안의 규칙이기도 하였다

그래서 지금까지 10년 전 조카가 쓰던 닌텐도 위를 여동생네서 받아와서 지금도 탁구, 마리오카트, 슈퍼마리오, 올림픽 등을 삼남매가 주말에 시간을 내서 잘 하고 있고, 학교 동기가 주고간 플레이스테이션2를 이용해서 위닝8 을 아직도 잘 하고 있다. 또 코딩 교육을 하려고 구입했던 마인크래프트로 건축물도 지으면서 게임을 주말에 1시간 정도씩 하곤 하였다.

여름방학을 지나 9월 한달이 지나면서 포켓몬고가 인기 절정이 되면서 또래 아이들이 화면에 코를 박고 포켓몬고만을 하고 있다. 어제 토요일(연휴첫날) 오후 3시에 친구들 8명이 놀이터에 모여서 놀고, 5시부터 친구네 집을 가기로 약속을 하였다는데, 살짝 걱정이 되긴 하였는데, 역시나 놀이터에 모여 2시간동안 포켓몬고만 하였단다. 폰이 없던 큰아이는 다른 친구랑 2시간 동안 수다를 떨었다고 하는데... 참...찜찜한 이 기분.

그후 5시부터 친구네 집에 가서 밤 9시에 끝내고 돌아오는 동안 또 포켓몬고만 하고 몇 아이들이 보드게임을 하기는 하였는데, 그 시간도 한 30분 정도 였단다. 그 모습을 본 아내는 속에서 천불이 났다는데도 말도 못하고 집으로 아이를 데리고 왔다.

큰아이가 친구들과 노는 그 시간. 쌍둥이들은 신기한 경험을 하였다.

작년 코딩 드론 연수에서 배운 바이로봇이라는 회사의 '코딩 드론' (BRC-105)를 날리고 있었다.

옛날 드론의 경우, 자이로센서가 장착되지 않아 수평을 유지하기 힘들고, 비행 높이도 유지하기 어려워서 모터축과 날개가 망가지기 일쑤였다. 그런 어려움이 모두 개선된 지라 이제는 조심만 한다면 유치원생도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드론이다.

이 드론의 특징은 저렇게 조종기로 조종을 쉽게 할 수도 있고, 블럭코딩 프로그램인 '엔트리' 를 이용해서 코딩을 하여 자동으로 비행을 할 수도 있다. 또 카드의 색을 인식시켜서 드론에 명령어를 코딩할 수 있는 매우 좋은 드론이어서 코딩 교육에 매우 좋은 제품이다.

원래 큰 아이랑 엔트리로 드론을 코딩해서 날릴 생각이었는데, 어디 가서 포켓몬고만 하고 있으니 속으로 화도 났다.

그래서 큰아이가 돌아온 후 진지하게 대화를 시도했다.

"게임을 하던 친구들의 모습에 대해 너의 생각은 어땠어?"

"모인 6시간 중 포켓몬고를 하지 않은 시간은 몇 시간 정도 였을까?"

"포켓몬고를 하면서 너희들의 자세는? 태도는? 반응은?"

어찌 보면 정해진 답을 찾는 질문이었지만, 아이의 생각을 차분히 경청하고 평소 아빠와 엄마가 걱정하던 것을 다시 주지시키면서 아이의 마음을 좀 돌려보았다.

그리고 미끼로 꺼낸 것이 동생들이 날리던 드론 영상이었다.

"동생들은 이렇게 드론을 날렸어. 어때? 해본 적 없었잖아. 아빠가 이제 너랑 다 같이 하려고 오늘 저 드론을 창고에서 꺼냈어. 저 드론은 네가 잘 하는 엔트리로 코딩해서 자동으로 날리고 착륙도 시킬 수 있어. 어때?"

미끼에 걸려든 아이는 부러워서 결국은

"아! 포켓몬고보다 드론이 더 재밌었을 것 같아. 나도 하면 안 돼?" 라는 답을 해 주었다.

예스!!! 걸려들었어!

아이에게 드론이라는 당근을 주고,

평소 스마트폰 게임의 중독성 다시 강조하고, 조절이 안 되는 것을 주지시켰다.

친구들에게 포켓몬고를 먼저 하는 대신에 다른 놀이도 함께 하자고 설득하기로 약속하고는 내일부터 코딩 드론을 배우기로 하였다.

아들!

아빠가 너에게 해주고 싶고,

해줄 수 있는 재밌는 것이 참 많아.

게임 말고 아빠랑 그것을 같이 해보지 않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