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간담회 후기 | 키타산 픽업 시간 변경은 왜 문제가 되는가?

글 작성 시점 기준으로 오늘 2022년 9월 17일,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간담회가 있었다.

간담회 영상 링크(카카오게임즈)

2021년 4월 11일 확률조작 사건의 여파로 열렸던 메이플스토리 고객간담회 이후 처음 본 간담회였다.

전날 밤을 새서 꾸벅꾸벅 졸아가며 실시간으로 간담회 영상을 끝까지 시청했다.

영상을 보며 조금씩 메모하다가, 정리해서 공유하기에 괜찮은 글감이 떠올라 간담회 후기 겸 글을 쓴다.

제목에 나온 바와 같이, 키타산 픽업 시간 변경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해당 게임을 모르는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게끔 설명해보려고 한다.

해당 게임 유저가 아니거나 관심이 없는 사람이면 이것이 어떤 문제인지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사전 공지까지 한 점검 4시간이 대체 뭐길래 유저들이 수십 억대 환불 소송까지 감행하겠다는 것인지 모르는 입장에서는 궁금할 것 같다.

게임은 몰라도 게임 용어는 어느 정도 숙지하고 있는 사람을 독자로 가정하고 글을 썼다.

글에 나오는 게임 용어가 익숙지 않은 사람은 게임 용어 관련 글을 찾아보고 오는 것을 추천한다.

아래 링크된 글은 이전에 내가 용어 정리 했던 글이다.

정리된 용어만 알아도 이 글을 이해하는 데는 충분할 것이라 생각하다.

https://blog.koreamobilegame.com/hyeonjun7/222824947339

나는 모바일 게임을 각 잡고 제대로 해본 적이 많지 않은 편이다. 삼국지 디펜스, 모두의 마블, 쿠키런, 크...

blog.koreamobilegame.com

한국 서버보다 1년 먼저 운영을 시작한 일본 서버에서 최초로 키타산의 사기성이 입증되었다.

사실 키타산이라는 카드의 사기성에 대한 설명은 윗 글에 적어둔 것만으로도 부족하다.

초기 인연 게이지가 높아 빠르게 우정 보너스를 받기 좋고, 파워 보너스가 상당해 육성에 중요한 능력치인 스피드와 파워를 카드 한 장으로 해결할 수 있다.

전반적인 성능이 준수한 데다가 이벤트 발생 시 체력, 컨디션, 능력치 상승 및 훈련 능숙 버프, 범용성 높은 레어 스킬을 확정적으로 제공한다.

키타산은 유저들 사이에서 '인권'이라고 불렸다.

한국 서버 유저들은 게임 오픈 시기부터 키타산 카드의 등장을 기대하고 있었고, 실제로 키타산은 일본 서버와 똑같은 성능으로 등장했다.

한국 서버에 키타산이 등장하기 전부터 유저들이 키타산을 가지고 두 그룹으로 나뉘어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오픈 시작부터 게임을 하다가 키타산 픽업 때 모아둔 게임 내 재화로 카드를 뽑아보고, 안 나오면 만다는 입장의 '현생'론자.

키타산 픽업 기간에 키타산을 원하는 만큼 못 뽑으면 리세마라를 해서 확실하게 키타산을 챙기고 게임을 시작하겠다는 입장의 '환생'론자.

그만큼 키타산은 한국 서버 출시 전부터 유저들의 어마어마한 관심이 쏠려있던 카드였다.

유저들은 키타산 픽업 기간에 주목했다.

키타산 픽업 기간에는 해당 카드를 뽑을 확률이 크게 증가하고, 해당 기간에는 카드를 뽑은 횟수에 따라 해당 카드를 확정 교환할 수 있는 서포트 카드 교환 Pt(이하 포인트라고 한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키타산 카드는 3돌 또는 풀돌(3돌은 카드 4장, 풀돌은 5장 필요)에서 성능이 제대로 발휘된다고 알려져 있었다.

간담회 운영진 측에서 언급한 픽업 기간 풀돌 평균 금액은 2.5 천장. 최악의 경우 5 천장인데, 우마무스메에서 1 천장은 대략 60만 원이다.

키타산 풀돌을 얻기 위한 금액은 평균 150만 원, 최악의 경우 300만 원이라는 소리다.

이는 결코 작은 금액이 아니다.

게임에 충분한 돈을 쓸 수 있는 소수 유저들은 픽업 기간이 시작하자마자 본인이 원하는 만큼 뽑기를 진행하여 키타산 카드를 확보할 수 있지만, 대다수의 유저들은 그럴 수 없다.

나를 포함한 많은 유저들이 최대한 게임 내 무료 재화를 확보하여 가능한 적은 금액을 지출하고 키타산을 얻고자 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뽑기에 필요한 재화인 쥬얼을 획득하기 위해 픽업 기간이 끝나기 전까지 열심히 게임을 플레이하며 쥬얼을 끌어모았다.

특히 1번 뽑기보다 3배 적은 유료쥬얼을 사용하는 1일 1번 한정 뽑기와 쥬얼을 모으는 대표적 수단인 로그인 보너스와 데일리 미션이 매일 오전 5시에 갱신되기 때문에, 나는 키타산 픽업 기간 마지막 날짜인 8월 10일 오전 5시에서 11시 59분 사이에 카드 뽑기를 시도하고자 한 인원이 상당히 많았을 것이라 예상한다.

여기서 포인트에 주목해야 한다.

포인트는 200 포인트 단위로 사용 가능하며, 200 포인트로 키타산 카드 한 장을 교환할 수 있다.

픽업 기간이 끝나고 남은 포인트는 클로버라는 재화로 바뀌는데, 클로버의 가치가 포인트에 비해 상당히 떨어진다.

200 포인트로 원하는 최고 희귀 등급 SSR 카드 한 장을 교환할 수 있는데 반해, 클로버 200개로는 서포트 카드 뽑기 티켓 한 장을 교환할 수 있다.

200 포인트를 얻는 데 필요한 60만 원 상당의 30000 쥬얼이 클로버로 변하면 1500원 상당의 150 쥬얼 뽑기 티켓으로 변하는 것이다.

키타산 픽업 기간 당시 뽑기 티켓 한 장으로 키타산을 뽑을 확률이 0.75%였으니, 100% 획득 가능한 키타산이 0.75% 획득 가능한 키타산으로 바뀌는 셈이다.

그래서 보통 유저들은 포인트를 남기지 않기 위해 기간 내 서포트 카드 뽑기를 가급적 200번 단위로 진행하고자 한다.

마지막 날 전까지 199번 뽑기를 진행하고, 마지막 날 1일 1번 한정 뽑기로 200 포인트를 맞추려던 유저.

마지막 날 전까지 190번 뽑기를 진행하고, 마지막 날 10번 뽑기로 200포인트를 맞추려던 유저.

충분히 있을 법한 유저들이고, 실제로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픽업 기간 마지막 날 오전 8시, 4시간 점검이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점검이 시작되면 게임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키타산 픽업 종료 시간은 오전 7시 59분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인게임 내 표시된 종료 시간은 점검 공지가 올라온 후에도 여전히 오전 11시 59분이었다.

공지는 점검 전날 14시 22분에 업로드되었다.

게다가 게임 내 공지는 시작 시 팝업을 닫는 순간 홈 화면 편지 아이콘을 눌러야만 다시 확인이 가능한 구조기 때문에, 공지 업로드 이후 게임에 접속한 유저 중에서도 공지를 확인하지 못한 유저가 발생했다.

사진 출처

뽑기 기간 전 점검으로 피해를 본 유저의 포인트가 클로버로 변환된 화면과 관련 문의 내역

결국 오전 8시에서 오전 11시 59분 사이 뽑기를 시도하려다 피해를 본 유저들이 생겨났고, 유저 일부가 문의를 시도했지만 보상받지 못했다.

키타산 픽업 기간 내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는 구글과 애플 양대 앱 마켓에서 매출 1위를 달성했다.

이전에도 픽업 공지 기간 내 점검으로 인한 피해 사례는 존재했으나 출시 한 달 경, 최대 유저 유입 시기인 키타산 픽업에서 발생한 피해 사례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참고 글 링크 1

참고 글 링크 2

참고 글 링크 3

참고 글 링크 4

이후 키타산 픽업 기간 변경 논란은 다른 운영 문제와 함께 재점화되었고, 환불 소송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이들에 대한 보상이 사실상 오늘 간담회의 주요 안건이었지만, 카카오게임즈와 유저 대표 간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국 유저 대표 측에서 환불 소송을 선언하였고 간담회는 결렬 분위기로 마무리되었다.

위 내용에서는 최대한 사견을 덜어내려 노력했고, 덜어낸 사견은 아래에 적어보려고 한다.

픽업 시간 변경 문제 자체도 실제로 일부 유저에게 피해를 입힌 만큼 충분히 논란이 될 만한 문제였지만, 사실 조용히 넘어갈 수도 있었을 법한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진짜 문제는 게임 전반에 걸친 매우 소홀한 운영이다.

딱히 PVP 같은 경쟁 요소에 욕심이 없고, 스토리 감상이나 콘텐츠 수집이나 느긋하게 즐기려고 했던 나조차도 이 게임의 운영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은 느끼고 있었다.

꾸준히 보이는 오역과 오타, 사투리 캐릭터의 사투리 부재, 찾기 어려운 공지와 확률 정보, 이해하기 어려운 공지 내용 등.

특히 토이 프로젝트에 쓰려고 찾았던 확률 정보는 게임 내에서 힘들게 찾고, 웹페이지는 그보다 더 오랫동안 찾은 끝에야 찾아냈다.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확률 정보 링크

한국 서버 첫 챔피언스 미팅 타우러스배 수정 전 공지

당연히 제공받아야 할 공지 사항과 확률 정보를 왜 내가 힘들게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며 찾아야 하나 싶은 생각이 종종 들었다.

처음 챔피언스 미팅 공지를 확인했을 때는 챔피언스 미팅이 뭔지도 몰라서 사람들이 왜 분노하는지 공감하지도 못했다.

챔피언스 미팅 사전 공지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뉴스 기사

수정 전 공지의 주의사항에 따르면 챔피언스 미팅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벤트 개최 전까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챔피언스 미팅 화면은 이벤트 시작 전까지 접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일본 서버에서 해당 이벤트를 경험해보거나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은 사람만 챔피언스 미팅 준비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게임사에 항의했다.

뒤늦게서야 논란을 알게 되었을 때, 같은 게임을 하면서도 동질감을 느끼지 못할 때 상당히 무안한 기분이 든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예전에 친구들과 어울리려 억지로 롤을 배울 때 딱 이런 기분이었던 것 같은데, 이건 뭐 그냥 그랬다는 거고.

택시, 건물, 지하철, 버스에 붙은 광고를 보고 게임을 시작한 사람들이 꽤나 많았을 텐데, 이들 중 여럿이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게임 자체는 사전 지식 없이도 즐기기 충분했지만, '뉴비'에게 특히나 불친절한 게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게임에 대한 애정은 여전하지만, 운영진이 괘씸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픽업 종료 시간이 문제가 되니 점검 이후 종료 시간을 '점검 전까지'로 바꾸는 건, 그 진의가 어찌되었든 간에 유저 입장에서 보기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로 보기에 너무나 적합한 사례가 아닌가?

관련 글 링크

있는 쥬얼 없는 쥬얼 모아 키타산 뽑기를 진행하던 시기에는 일본 서버보다 적은 쥬얼을 제공하다가, 시간과 돈을 쏟아붓던 키타산 뽑기가 끝나고 나서야 향후 지급할 쥬얼까지 끌어와 밀린 쥬얼을 제공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제서라도 고객의 소리에 응답해주니 감사하다고 생각하는 게 게임 지속을 위해 맞는 건가 싶다가도, '이제 와서?'라는 생각과 동시에 조삼모사의 원숭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씁쓸하기도 했다.

내가 카카오라는 기업에 가지고 있던 환상도 이번 일로 많이 깨졌다.

애초에 우마무스메 퍼블리싱은 카카오게임즈가 그리는 큰 그림에 없었던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

글의 중심 주제였던 키타산 블랙 픽업 시간 변경은 말할 것도 없다.

점검 시간을 결정할 때 도대체 왜 접속자만 기준으로 삼았을까.

오전 5시에서 오전 7시 59분 사이 깨어나서 게임을 하는 유저와 8시에서 오전 11시 59분 사이 게임을 하는 유저 중 후자가 더 적다고 생각해서 점검을 했던 걸까?

솔직히 말하면 그래도 80명 가까운 인원이 구성되어 있다고 하는데, 치졸하게 한 푼 더 벌겠다고 점검 시간으로 픽업 시간을 줄였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간담회까지 보고 나니 운영진은 유저에게 공감할 수 없다는 생각만 확고해졌을 뿐이다.

저장된 결제 내역이나 기록 열람이 가능하면 그거 토대로 키타산 픽업 당시 변환된 클로버를 다시 포인트로 전환하고 키타산 블랙 교환을 한시적으로 허용해주는 것이 제일 무난한 합의점 같은데 카카오게임즈 측에서 기술적으로나 사이게임즈 협력 구하기 어려운건가 잘 모르겠다.

전체 유저 대상으로 키타산 카드를 지급하거나 쥬얼 주는 건 어떨까 생각해봤는데 진짜 간담회 끝나고 3000 쥬얼이 지급되긴 했다.

그런데 결국 이것도 언젠가 한국 서버에서 지급되어야 할 쥬얼을 미리 당겨온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다보니 받았다고 썩 좋은 기분이 들진 않았다.

카카오게임즈 측에서 직원분들이 답변하시는 걸 보면 회사를 대표해서 말씀하시는 게 대단하기도 하고 어느 정도 이해도 된다.

게임에 애정 가진 분도 분명 있으실 테고, 우리가 모르는 사정도 분명 있으리라 생각한다.

마스크를 썼다지만 얼굴도 노출되고 회사에 누가 가지 않게 말도 조심해야 했을텐데 아마 유저 대표 못지 않게, 또는 그 이상으로 카카오게임즈 측에서 나온 분들도 힘드셨을 거 같긴 하다.

소송이 진행되더라도 환불 신청 인원과 피해 유저를 완전히 동일시 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소송을 계기로 관련 법이 제정되거나 개정돼서 좀 더 게임 유저들의 권리가 확보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 글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읽을 지, 설명이 잘 전달될 지는 잘 모르겠다.

우마무스메 유저가 아닌 사람도 유저들이 왜 분노하는지 알고 문제를 공유해서 좀 더 나은 해결책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유저 대표 중 한 분인 종로타마모 님처럼 게임을 재미있게 즐긴 유저로서 서비스가 좀 더 지속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쓰는 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