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런: 킹덤] 휘낭시에의 과거 날조
진짜 마지막 세줄에서 영감을 받아서 써봤니다. 공화국의 가장 춥고 배고픈 쿠키들만은 휘낭시에의 따스한 얼굴을 알고있다... 이거 나중에 클휘에도 써먹기 좋겠는데?
여러분 안녕하세요 캔디입니다
저 예전부터 꼭 쓰고 싶던 게 있었는데
지금에서야 그걸 올려보네용
바로 제 (구)최애 휘낭이의 과거날조
쿠키 단독 날조라서
이걸 연성으로 분류해야 할지
망상으로 분류해야 되는 건지
좀 고민하다 연성에다 올립니다
그럼 즐감해주시길!!
*날조주의//적폐주의//캐붕주의//노잼주의//필력딸림//공식아님//항마력필수//도용금지
**쿠키 오디세이에 대한 강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크렘 공화국은 아름답다. 그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찬란한 순백색과 은색의 건물들은 언제나 티끌 한 점 없이 완벽하게 깨끗하고, 공화국을 둘러싼 바다는 새파랗게 반짝이는 동시에 햇살의 금빛을 머금은 잔물결들을 찰랑인다.
그렇지만 휘낭시에는 알고 있었다. 크렘 공화국은 언뜻 보기에는 황홀할 정도로 아름답지만, 그것은 오직 겉모습만을 묘사한 말일 뿐이라는 걸. 이곳에는 온갖 부정부패와, 노련한 정치가들의 위험한 계략이 들끓는다는 걸. 그렇기에 휘낭시에는 가난하고 어려운 사정의 쿠키들을 보면 일단 따뜻하게 대하려고 노력해 왔다. 하지만 다른 성기사들이나 자신보다 더 높은 상대에게는 언제나 무표정으로 딱딱하게 대했다.
어쩌면 그것은, 휘낭시에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무의식적으로 윗사람들에게 일종의 혐오감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아니, 휘낭시에 본인도 사실은 자신이 아름답고 하얀 건물들에 사는 부유하고 권력 있는 쿠키들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문제가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에게 소중한 것들 중, 어떤 것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쿠키들이기에, 그런 상대는 당연히 미워할 수밖에 없었기에...
권력 높은 쿠키들을 미워하게 된 이유는, 지금으로부터 21년 전의 일 탓이었다.
어린 여자아이 하나가 혼자서 길을 걷고 있었다. 아니, 길이라고 하기보다는 폐허라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할까? 곳곳에 쓰러진 건물들의 잔해가 남아있고, 길 전체가 파괴되어 있다. 난폭한 무언가가 그곳을 휩쓸고 지나가기라도 한 것처럼.
그 길을 걷고 있는 소녀는, 기껏해야 서너 살쯤 되었을까, 아무튼 굉장히 작고 연약해 보였다. 오랫동안 집 없이 머문 듯, 너덜너덜한 빛바랜 옷과 아무렇게나 엉킨 베이지색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가녀리고 부드러워 보이는 인상의 그 아이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말 한마디 하지 않고 폐허가 된 길을 따라 잘도 걸어갔다.
이곳은, 크렘 공화국이지만 더는 크렘 공화국이라고 할 수 없다. 재앙이 그곳을 휩쓸고 지나가 그야말로 참혹한 모습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잔잔하고 평화롭던 공화국에 갑자기 이세계에서 온 듯한 괴상하고 위협적인 생명체들이 출몰했을 때부터, 주민들은 이상함을 느꼈다.
다들 괴물들을 막으려 애를 썼지만, 때는 이미 너무 늦어 있었다. 이미 괴물들은 공화국의 절반을 날려버린 상태였고, 어마어마하게 파괴적이었다. 거대하고 강한 괴물들을 작은 쿠키들이 이길 수는 없었다.
나이 든 주민들은 바닐라 왕국의 대재앙을 다시 반복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태생부터 크렘에서 나고 자란 어린 소녀는 처음에 그 말뜻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내 알게 되었다. 바닐라 왕국도 검붉은 케이크 마녀와의 전쟁으로 멸망했고, 크렘 공화국은 전쟁에서 어찌저찌 살아남은 바닐라 왕국의 이주민들이 세운 나라라는 걸 어른들이 설명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끔찍한 이야기를 들어버린 소녀는, 이제껏 살아남은 주민들과 함께 피난처에서 두려움에 떨었다. 소녀는 그 전쟁을 직접 겪지 않았지만, 잔혹한 일이 일어나서 소중한 장소와 소중한 쿠키들을 모두 쓸어간다는 것은 너무나도 무서웠다.
그러나 아무리 협동한다고 한들, 엄청난 괴생명체들은 크렘 공화국의 생존자들 모두가 힘을 합한 것보다 천 배쯤 더 강했고 더 위험했다. 그러면서도, 고위 계층의 원로들은 자신들도 더는 어쩔 수 없다며 대책을 세우는 일을 계속해서 피했다. 누군가의 가족이, 누군가의 연인이 죽어가고 누군가의 집과 터전이 사라져가는데도...
크렘 공화국은 겉보기에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사실 그것은 윗마을의 이야기일 뿐이었다. 소녀처럼 가난한 집안의 아이는 어차피 살아갈 가치조차 없다고 취급하는 나라였다.
그리고 소녀의 가족들이 모두 죽고 나자, 소녀를 돌봐 줄 사람은 없었다. 소녀가 의지할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소녀는 마음먹었다. 절대 잃어버릴 염려가 없는 상대에게 의지하겠다고. 그리고 그런 상대를 정말로 찾아낸다면, 그에게 평생토록 헌신을 바치겠다고. 그와 동시에 소녀에게는 어떤 소원이 솟아났다. 그것은 강해지고 싶다는 소원이었다. 강해진다면, 소중한 쿠키들을 지킬 수 있다. 자신들을 위협하는 존재들과 맞설 수 있다.
그렇게 소녀는 정처 없이 걸었다. 너무 어린 나이에 너무 많은 것들을 잃어버린 소녀에게는 의지할 상대가, 믿고 헌신할 상대가 필요했으므로...
얘야, 넌 누구니? 왜 여기서 울고 있니?
저는... 흐윽... 가족들이 모두 사라졌어요...
그렇다면 우리 대성당으로 오려무나.
거긴... 어디예요?
우리 밀푀유 가문이 설립한 대성당에는 빛의 신이 계신단다. 빛의 신은 모두에게 자상하시지.
거기서는 아프지 않아요? 위험하지 않아요?
물론이지. 빛의 신은 모두를 지켜 주신단다. 그분에게 헌신을 바친다면 빛의 신께서는 너도 보살펴 주실 거야. 그러면 이제 다시는 가족을 잃지 않겠지. 그리고 대성당에는 너 같은 갈 곳 없는 아이들을 위한 보육원이 있다. 그곳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거야.
뭘 배우는데요?
빛의 신의 이야기를 가르쳐 줄 거란다. 빛의 신을 제대로 모시는 법도 가르쳐 줄 거야. 그리고 고대의 영웅들이 남긴, 강한 힘을 가진 빛의 조각들이 있단다. 우리의 빛의 신께서는 우리를 돌봐 주시는 대가로 그걸 요구하셨어. 그러니 어떻게 영웅들의 빛을 모으는지 네가 배운다면, 너는 계속해서 빛의 신에게 보살핌을 받을 수 있을 거야. 만약 네가 빛을 섬기는 성기사가 된다면, 그것도 아주 좋은 일이지. 너는 그러면 너 자신을 지킬 수 있을 테고, 다른 누군가도 지켜낼 수 있을 만큼 강하고 굳센 성기사가 될 테니까.
그럼 그곳으로 가도 돼요?
물론이지.
태초에 큰 음성이 있으니, 모든 반죽이 하나 되라 하시도다.
대성당에서 빛을 섬기게 된 이상, 너는 선택받은 아이란다.
감사합니다. 가고 싶어요.
그래, 우리의 보육원에서 지낸다면 행복할 게다. 빛의 신께 영웅의 빛을 바친다면, 너는 그 누구보다도 행복해질 테고.
그때의 소녀는 밀푀유의 표정에 피어난 뜻 모를 미소를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