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재택 하고, 나는 원신

벌써 밤 11시가 넘었는데

남편은 여전히 근무중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직업이

저렇게 어려운 거구나.

엑셀을 띄워놓고

빈 도화지를 채워나가듯

머리를 쥐어짜다 방 안을 빙빙 돌다

소파에 잠시 앉아있다가

다시 방에 들어가서 끙끙 앓는 소리.

<원신>

그동안 나는

게임을 한다.

남편이 공부 중인 게임이라서,

아이템 수집이라도 열심히 해 두면

나중에 무기 제조하고

고성능 장비도 살 수 있겠다 싶어서

템 수집 노가다를 자처했다.

빨리 렙업을 해야

다른 게임도 시작할 수 있으니 ㅠㅠ

맵을 돌아다니며

물고기를 낚다 보면

어라...?

생각보다 좋은 손맛에 놀라게 된다.

그저께 새벽에는

눈이 빨개질 때까지

몇 시간이나 낚시를 해서

'우리 집에 강태공이 있다'라는

찬사를 들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참 웃긴 사람들이다.

육아도 게임으로 하고

낚시로 게임으로만 하는.

낚시하다 지치면

경치를 구경하고

훨훨 하늘도 날아보고

그리고 다시 물고기를 낚고.

낚시터 한 곳을 초토화 시키면

24시간이 지나야

다시 물고기가 채워지기 때문에

이 맵 저 맵 다니면서 물고기 찾는 일도

쉽지가 않다.

이렇게 레벨업에 도움 되는

작은 일을 돕고 나면

조금 뿌듯해진다

태풍이 와서 재택 하는 건

다행이지만

새벽까지 일하는 거

불쌍하다 하면서

나는 또 조이스틱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