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시위’ 다시 불러낸 ‘리니지2M’ BJ 프로모션 논란 | 김정태 교수 인터뷰

김백겸 기자 2022.08.14.

“내 돈 주고 내가 맞기”...이용자들이 분노한 이유는?

엔씨소프트 사옥 앞에서 진행 중인 '트럭시위' ⓒ'리니지2M' 홈페이지 게시물

엔씨소프트의 모바일 게임 '리니지2M'에서 불거진 인터넷 BJ(방송인)에 대한 프로모션 마케팅 논란으로 성남 판교에 '트럭시위'가 다시 등장했다. 지난해 초 '확률형아이템 논란'으로 벌어졌던 트럭시위 이후 1년 6개월여만이다.

리니지2M은 엔씨소프트가 2019년 선보인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이다. 출시된 지 3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10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 논란은 엔씨소프트의 신작 '리니지W'와 '리니지2M'의 플레이를 방송하는 한 유튜버의 '뒷광고' 고백에서 시작했다. 유튜버 A씨는 엔씨소프트로부터 리니지W를 방송하는 댓가로 프로모션 비용을 지급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자신의 유튜브 영상에서 "리니지2M 방송을 진행해도 계약된 방송 횟수로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이용자들은 엔씨소프트가 '리니지2M은 프로모션 방송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뒤집고 '뒷광고'를 한 것이 아니냐고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5일에는 성남 판교 엔씨소프트 사옥 앞에서 '게임 비제이(BJ)만을 위한 프로모션을 중단하라'는 문구를 적은 트럭시위가 진행되기도 했다.

이용자들이 이번 사태에 분노를 보이는 것은 단순히 '뒷광고'라는 위법한 행위를 했다거나 비윤리적이라는 이유만은 아니다. 다른 디지털콘텐츠의 광고에 비해 게임에 대한 BJ프로모션은 이용자들의 플레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게임사로부터 의뢰를 받은 유튜버, BJ들은 대부분 해당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는 것을 생중계한다. 게임 안에서만 보면 일반 이용자와 아무런 제한 없이 경쟁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이용자들은 게임사 광고비로 아이템을 구매한 BJ와 경쟁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더구나 이를 '뒷광고'로 진행한 것은 이용자들이 더 돈을 지불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만약 BJ프로모션인 것을 알았다면 경쟁하기를 포기했을지도 모르지만, BJ프로모션이 아닌 일반 이용자와 경쟁하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어 계속 현금을 쓰도록 유도한다는 말이다.

논란이 커지자 '리니지2M'을 총괄한 백승욱 엔씨소프트 본부장은 지난 5일 직접 유튜브 영상을 통해 사과했다. 백 본부장은 "'리니지W' 프로모션 당시 '리니지2M' 게임을 자발적으로 방송해온 분들에 한해 최소한의 방송을 인정한 사실은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다만 '리니지2M' 프로모션 목적이 아니라 리니지W 방송 조건으로 인해 기존 리니지2M 유저들이 즐겨보던 방송이 축소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런 결정이 리니지2M 프로모션으로 읽힐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며 "해당 조항도 7월 29일 이후 삭제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엔씨소프트 측의 사과에도 논란은 쉽게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용자들이 불만을 제기한 부분에 대해 "게임 유저를 위한 것"이라고 해명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지난 8일 공식 사과한 '리니지2M' 운영진 ⓒ영상 캡쳐

"BJ프로모션 자체가 문제"라는 이용자들...자율규제 제안도

'리니지2M'뿐 아니라 유료광고임을 밝히고 진행되는 BJ프로모션 자체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명 유튜버나 스트리머, BJ들에게 게임 방송을 하는 댓가로 비용을 주는 'BJ프로모션'은 최근 게임 업계의 중요 마케팅 전략이다.

지난해 카카오게임즈가 모바일 MMORPG인 '오딘:발할라 라이징'을 출시하면서 대대적으로 BJ프로모션을 벌인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카카오게임즈는 리니지 시리즈를 방송하는 유튜버, BJ에게 '오딘'의 프로모션을 맡겨 많은 리니지 이용자를 끌어모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오딘은 업계의 오랜 강자인 리니지 시리즈보다 높은 매출 순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지난해 11월 엔씨소프트도 '리니지W'를 출시하면서 많은 유튜버, BJ에게 광고 프로모션을 맡겼다. 지금도 유튜브 등에서 '리니지W' 방송을 보면 대부분 '유료광고포함' 문구를 볼 수 있다.

문제는 앞서 '리니지2M' 이용자들이 제기했던 문제처럼 이용자들과 프로모션을 받은 BJ 사이에 불공정한 게임 플레이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이에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내 돈 주고 내가 맞기"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게임사에 지불한 돈이 BJ에게 흘러 들어가 나와 경쟁하는 데 쓰이는 것을 비꼰 것이다.

또한 게임사로부터 비용을 지급받은 BJ가 프로모션을 위한 방송에서 거액을 들여 아이템을 구매하는 모습을 보이고, 이를 통해 강해진 캐릭터를 일반 이용자들에 과시해 다른 이용자들에게 과금 욕구를 일으킨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서는 '매출 부풀리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BJ가 프로모션 방송에서 결제한 것이 매출에 반영되는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이용자들은 마치 음악계의 '음반사재기' 같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출시 초기라는 특정 시기에 BJ프로모션을 통해 구매가 집중적으로 일어난다면 구글플레이 순위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BJ프로모션은 게임뿐 아니라 다른 디지털콘텐츠에서도 사용되는 마케팅의 한 기법이다. 그럼에도 엔씨소프트의 게임에서 강하게 불만이 터져 나온 데는 현금 결제를 유도하는 엔씨소프트 게임 시스템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리니지2M 게임화면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시리즈는 이용자 간 전투가 가능한 PvP를 주요 컨텐츠로 내세운다. 이 때문에 자신의 캐릭터와 자신의 세력인 '혈맹'이 다른 이용자들보다 강하다면 성장에 유리한 거점이나 이권을 독점할 수 있다. 즉, 리니지에서는 다른 이용자와의 경쟁에서 우위에 있느냐에 따라 게임 진행이 더 유리해진다.

거기다 리니지 시리즈는 P2W(페이투윈) 성향이 강한 게임이다. 돈을 더 많이 지불할수록 자신의 캐릭터와 세력이 더 강해지는 것이다.

이용자 간 경쟁을 게임의 주요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위한 수익 모델을 만든 게임사가 어느 한 이용자 혹은 세력에 개입하는 것은 불공정 논란을 낳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BJ프로모션 논란에 대해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과교수는 "BJ가 광고를 대행하기도 하고 게임 이용자이기도 한 상황에서 게임사의 프로모션은 BJ에게 (게임 이용에 대한) 메리트를 좀 더 던져준 것"이라며 "그런 맥락에서 보면 (게임사가) 불공정을 조장한 거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어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BJ프로모션이 널리 쓰이는 마케팅 전략의 하나인 만큼 강력한 규제로 이어지는 것은 우려했다. 김 교수는 "큰 틀에서 (BJ프로모션 규제 주장에) 동의를 하지만, 이를 마케팅 전략으로 삼는 작은 게임사들에게는 굉장히 큰 허들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국회에서는 자율규제를 위한 제안이 나왔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BJ의 프로모션 계정을 게임 안에서 명확하게 표시하는 내용의 개선안을 게임 업계에 제안했다.

이 의원이 제시한 표시의 범위는 회사와의 계약을 기준으로 한다. BJ가 A게임사의 B게임 홍보를 목적으로 후원받았을 경우 A게임사의 C게임 계정에도 프로모션 계정을 표시하는 방식이다. 이번 '리니지2M'과 같은 경우를 방지하자는 취지다.

이 의원실은 "특히 MMORPG 장르의 경우 게임 내에서 다수의 이용자가 경쟁하게 되는데, 광고비를 받은 유저와 일반 유저가 경쟁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면서 "적어도 플레이 상황에서 상대방이 프로모션 계정임을 알 수 있도록 명확히 표시하면 게임 내 경쟁에서 졌어도 박탈감이 덜할 수 있다"고 제안 배경을 밝혔다.

이 의원은 "유저들의 불만이 해소되지 않는 경우 확률형 아이템 법적 규제 사례처럼 프로모션 계정 규제 논의를 시작하게 될 수밖에 없다"며 "게임사들의 선제적인 조치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기사원문 https://vop.co.kr/A00001617878.html

“내 돈 주고 내가 맞기”...이용자들이 분노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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