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왜 <블루 아카이브>가 재밌었지?
작년 9월 쯤인가, 디제이맥스의 새로운 콜라보 DLC를 발표하는 방송이 있었다,
유일하게 즐기는 리듬게임이라 나름의 기대를 하고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더 큰 것이 왔다.
넥슨과의 콜라보,
카트라이더, 크레이지아케이드, 메이플, 메이플2, 버블파이터...
어깨너머로 형들이 하던 던파와 누나들이 하던 마비노기까지
넥슨에 대한 기억과 추억이 담긴 ost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였기 때문에 무척 기뻤다.
그런데 DLC수록곡을 하나씩 들어보던 중, 생각지도 못한 게임에 관심이 쏠렸다.
블루 아카이브.
넥슨 산하의 넷게임즈에서 제작한 모바일 수집형RPG게임
일본에서 먼저 서비스를 시작하고, 2021년 11월 국내서비스를 앞두고 있던 시기였다.
ost와 함께 BGA가 가져다주는 청량감이 너무나 맘에 들어서 게임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고,
사전예약 홈페이지가 게시되자마자 사전등록을 한 후 게임을 기다렸다.
2019년에서 2020년 쯤 열심히 했던 명일방주 이후로는 오랜만에 접하는 미소녀 모바일게임이었다.
결론적으로 오래 즐기지는 못했다.
최근 들어 느끼는 건데, 수집형 모바일 게임의 BM 수위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
보통 패키지로 구매하니 정가가격이 높게 형성되어있다고는 하지만,
10연속 뽑기에 가격이 3만원은 ㅅㅂ 너무 비싸잖아
대략 3개월 동안 10만원 정도 써보고 돈없어서 하다가 접었다.
시대에 따라가지 못하는 빈곤한 내 지갑사정과는 별개로, 블루아카이브는 재밌는 게임이었다.
다시 생각해보면 기록해 둘만한 포인트들이 있는 것 같아서 적어본다.
참고로 한국서버 기준 에덴조약+히에로니무스 총력전 첫 등장까지만 플레이 했다.
블로그에 글을 많이 써보지 않아서 정해진 양식이 없다.
두서없지만 양해좀
NDC에서 아트디렉터가 직접 강조했던 부분이기도 한데, 내가 블루아카이브에 끌렸던 가장 큰 이유는
게임이 주는 '분위기'였다.
블루아카이브의 스토리 전개나 설정, 캐릭터들은 기존 일본 애니메이션의 그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엥
일본 애니메이션의 '그게' 뭔데?
그건 아마 사람마다 생각하는 바가 다 다를 것 같다.
애니메이션 하면 짱구를 떠올리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원피스를 떠올리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귀멸의 칼날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이미지가 갈리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 세대차이 때문일 수도.
내가 여기서 말하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이미지는 199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의 애니메이션이다.
<케이온>, <중2병이라도 사랑이 하고 싶어>,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같은 거
이 얘기를 왜 하나 하겠지만,
10번 연속 뽑기에 3만원씩 들이부으면서 미소녀 캐릭터를 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저런걸 보고 자란 사람들이니까
중요한 부분이다.
내 기억속에 나와 같은 오타쿠들이 즐겨봤던 일본 애니메이션들의 특징은
개그, 일상, 학원, 그리고 캐릭터였다.
귀여운 캐릭터, 4차원인 캐릭터, 예쁜 캐릭터.. 어쨌든 간에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들은
시청자들이 그 캐릭터를 자기 손으로 그리고 싶고, 직접 따라하며 코스플레이하고 싶게끔 만드는 개성이 있었다.
그런 캐릭터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진지한 에피소드와 더불어 일상적인 에피소드도 있어야 했고,
개성을 부각시키는 개그적인 요소들도 많았다.
근데 그 감성이 요즘은 좀 없다.
<소녀전선>을 시작으로 중국발 미소녀 수집형RPG 게임들이 하나 둘 대박을 터뜨리기 시작하면서,
한동안 일본 애니메이션 특유의 캐릭터와 스토리를 '모에 게임'에서 보기 힘들어졌다.
물론 일러스트의 느낌은 별 차이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무거운 스토리 전개와 다소 잔혹한 설정들이 모바일 게임의 메인 스트림으로 떠올랐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전투'를 기반으로 배경설정을 구성하다보니, 이런 설정이 나타나는게 결과적으로 당연한 것이었을지도
<명일방주>를 플레이 할 때, 난 스토리를 전부 스킵했다.
'디펜스'라는 게임의 형식이 좋았던거지,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와 세계관에 끌렸던 건 아니었고,
또 텍스트만 길게 늘어뜨리면서 진지한 얘기를 전달하는게 너무 지루했다.
결론적으로 재밌긴 했지만 명일방주는 캐릭터나 설정에 있어서 내게 큰 기억을 남겨주지는 못했다.
반대로 블루아카이브에는
한동안 모바일 게임에서 찾아보기 힘들던 오타쿠 감성이 있었다.
밝고 쾌활하고 청량한 분위기에 개그가 가미된 스토리와 개성있는 캐릭터,
그리고 캐릭터들과 깊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메모리얼 로비나 모모톡 같은 시스템 덕분에
캐릭터 하나하나에 자연스럽게 애착이 생기고 블루 아카이브의 세계관을 사랑하게 된다.
'학원도시', '방과 후 동아리'와 같이 애니메이션에서 본 듯한 소재들도 친근감을 더해줬다.
그렇다고 마냥 밝은 분위기를 유지하지도 않는다.
10개도 넘는 학원의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조명하는 메인 스토리는 심오한 중심 줄기와
가벼운 에피소드를 적절히 완급조절하며 보여준다.
다 재밌게 봤던 것 같다.
게임을 접었지만 스토리는 궁금해서 보게 될 정도
결론
모바일 게임시장에서 늘 죽 쑤던 넥슨이 한 건 올렸다.
특히나 모에 장르는 <데스티니 차일드>이후로는 국내에서 이렇다 할 게임이 거의 나오지 않았던 것 같아서
더욱 반갑다.
IP 잘 유지해서 애니화까지도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돈 없어서 게임은 못하겠는데 캐릭터랑 세계관은 매력적이라 계속 보고 싶어서..ㅋ
레트로 감성은 이제 1990년대를 넘어서 2000년대로 넘어오고 있다.
싸이월드를 하고 빅뱅과 소녀시대의 음악을 듣던 사람들이 옛날 사람이 되었다는 얘기
그 때 그 감성을 잘 캐치해서 콘텐츠에 접목시키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클리셰는 뻔하다.
근데 그 클리셰를 꼬고 꼬와서 내면, 원래의 모습이 그리워질 때가 온다.
블루 아카이브가 그에 대한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한국에서 만든 게임이면서 더빙 안낸건 좀 열받는다.
아무리 일본서버에서 먼저 서비스 했다지만 국내개발이면서 로컬라이징좀 해주지
-번외-
왜 갑자기 오타쿠마냥 이런 글을 쓰나요?
요즘은 많이 열렸지만 게임은 아직까지도 마니악한 분야라고 생각한다.
마니악한 이야깃거리나 생각을 자연스럽게 얘기하지 못하면,
마니아라고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타쿠가 오타쿠같은 글 쓰는게 뭐가 이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