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고 하는 아줌민
이 글은 본격적으로 포켓몬고를 영업하는 글입니다.
요즘 포켓몬 빵안에 들어 있는 바로 그 포켓몬!
원래는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소재들이었죠.
주인공 지우와 이슬이가 피카츄를 데리고
전세계 포켓몬 체육관을 돌아다니는 바로 그 만화!
피카츄 라이츄~파이리 꼬북이 ~ 버터플!야도란! 피죤투~또까쓰~
대체 너희들의 정체가 누구냐고 물으신다면
대답해 드리는 게 인지 상정
이 세계의 파괴를 막기 위해
이 세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사랑과 진실..그리고 어둠을 뿌리고 다니는
포켓몬의 감초 귀염둥이 악당
로사 로이
나는 나옹이다옹!
이 만화는, 단 한번도 성공한 적 없는
로켓단의 '피카츄 납치기'를 그리고 있지요.
그래서 보면 볼수록 지우 일행 보다
매일 실패해서 저 멀리 걷어 차이는 로사 로이에게 더 동정심을 느끼게 됩니다.
나옹은 포켓몬들 중에 유일한 말하는 포켓몬답게,
로켓단 일행의 유일한 지능캐였습니다.
로사 로이가 나옹을 데리고 다니는 게 아니라,
나옹이가 로사 로이를 건사시킨거랄까. ㅋㅋ
매번 실패하면서도,
항상 지우 일행이 있는 곳에 어김없이 나타다니는 끈기를 지녀서 인지,
그들은 형편없는 실적에도
꽤나 안정적인 직업보장을 가지고 있었죠...
흠....부럽군요.
이 만화는 너무나 성공해서
닌텐도에서 포켓몬스터 시리즈로 또 한번 진화합니다.
이번에는 게임 유저가 게임안의 새로운 섬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그곳에서 새로운 퀘스트들을 힘들게 깨고 나면 여러 포켓몬들을 얻게 되는데,
이 포켓몬들은
물 불 전기 악 바위 독 풀 벌레 페어리 에스퍼 드래곤등등의 고유성질을 가지고 있어요.
또 떨어뜨리기 하이드라펌프 같은 전투 기술을 배워서,
상대 포켓몬과 배틀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그닥 제 취향은 아니었는데, 포켓몬고는 우와..
진짜 걸어다니면서 포켓몬을 잡을 수 있다고 하자나요!
처음 등장부터 아주 궁금했었는데,
초창기에는 우리나라 gps정보가 업데이트되지 않아
속초 울진 지방에서만 포켓몬을 잡을 수 있었답니다.
어디선가 들은 카더라 소문..우리나라가 휴전의 분단국가라서 지리정보를 오픈하지 않아 그렇다더라..
에이..진짜 아쉽네..하고 뇌리에서 사라졌는데..
2018년 12월 말..역시 벚꽃아우디의 모임.
그날은 송년 모임이었어요.
모두 바쁜 직장맘들이셨지만,
그 중에서도 의느님이 제일 바쁘셔서
늘 제일 마지막에 지친 몸을 이끌고 나타나십니다.
아! 이 의느님을 잠시 설명하자면,
큰 애 유치원 동기 엄마이셨는데,
의사선생님은 어렵고 고상한 다른 세계 사람일 것이라는
저의 고정관념을 깨신 아주 인간적인 분이셔요.
엄청 똑똑하고 엄청 많이 배우신 분이,
저와 똑 같은 눈높이에서
매일 오늘 저녁은 뭐 먹이지?
수학학원은 어디로 옮기지?
아이참! 학부모 총회인데 병원에서 월차를 안내준데요!
같은.. 정말 커리어워먼의 끝판왕 의느님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엄마들은 어쩔 수 없이 다 똑같은 가봐...
다시 연말모임으로 돌아와서..
의느님은 버스와 지하철 뚜벅이셨는데,(아니 내과 원장님이십니다!) 계속 휴대폰으로 뭘 잡으면서 오시는 거에요!
저는 그 찰나의 순간에, 그것이 포켓몬고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한번도 깔아본 적은 없지만 낯설지 않은 움직임. 빨간 포켓볼을 돌려 포켓몬을 사냥하시던 그 옆모습에 홀딱 반했답니다! (포켓몬고에 반했다구요.)
그렇지만 송년회라서 부어라 마셔라 하다가 보니,
술병도 나고 해서 다시 잊고 있을 수 있었는 데,
2019년 1월1일 저녁,
두 놈들 때문에 열 받은 엄마가
또 무작정 집을 나가 정처없이 쏘다니게 됩니다.
정초부터 동네엄마들 불러낼수도 없고..
아! 의느님이 하시더 바로 그 게임!
(여기서 우영우가 번뜩일 때의 그 고래 이펙트를 마음 속으로 그려주셔요.)
이것이 제가 포켓몬고를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입니다.
첫날부터 포켓몬잡이에 맛이 들려서,
리센츠에서 근 올림픽공원까지 스몸비로 걷다가,
집에 돌아가려고 하니 날도 어두워지고 다리도 아파서 버스타고 집에 왔었다는..
포켓몬고는 놀이터, 교회, 빌딩마다 있는 조각상들에 스탑을 만들어 놓고, 이 스탑에서 주는 리서치를 깨기도 하고, 특정 장소에 있는 체육관에 내 포켓몬을 올려놓으면, 하루에 50코인씩 돈도 벌 수 있습니다.
체육관에서 레이드 배틀로 전설의 포켓몬도 잡을 수 있는 데, 여러분도 익히 들어보셨을 법한 뮤츠가 바로 대표 전설의 포켓몬입니다.
나의 색이 다른 뮤츠
이런 전설의 포켓몬들은 왕 쎄서 혼자 잡을 수 없어요.
그래서 같이 하는 '프렌드'들이 꼭 필요하죠.
저나 의느님이나 프렌드가 빈약해서 전설의포켓몬은 그림의 떡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또 뭔가 한번 호기심이 생기면 물불을 안가리는 급한 성미와 행동력을 지녔자나요.
이 무렵 저는 잠실 근방 거의 모든 스탑의 데일리 리서치를 꿰고 있었어요.
이 건 매일 그 장소에 가서 직접 스탑을 돌려보지 않고서는 절대 알 수 없는 !!!
정보!였는 데, 저는 매일 방문해서 빠르게 레벨업을 시켰습니다.
당연히
있을 법한 동네 포켓몬고 오픈채팅방을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한 두어달은 슬금 슬금 분위기만 파악했지요.
그러다가 어떤 분이
이상한사탕3개씩 주는 리서치 또 어디있나요?
라고 질문하셨는데,
ㅎㅎㅎㅎ그걸 제가 알자나요.
아파트 여기 여기 여기에 있고 새마을 시장에는 여기, 롯데에는 여기..
이 동네포켓몬고 정보교류방에서 졸지에 이목을 확 끌게 되었습니다.
네..
생각해보니 제가 관종기질을 타고 났나봐요.
그 이후로 의느님과 저는
해당 포고방에서 나름 네임드? 유저로 인정받게 되었고,
전설의 포켓몬을 잡을 때,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ㅋㅋㅋ
제가 잠실에서 이사나올 때 아쉬워 하던 분들이 있다면..
제 포고프렌드분들?
제가 리센츠에 포고 스탑도 어지간이 많이 만들고 왔습니다.
아니, 그 스탑 만드는 것 게임회사가 해야하는 거 아냐?
왜 당신이 해? 회사 직원이야?
라고 남편의 비아냥도 받았는데,
이 게임이 스탑이 많을 수록 잡을 수 있는 몬도 많아지고,
리서치도 늘어나는 게임이라
일정한 자격시험을 통과하면 스탑생성의 기회도 주거든요.
이렇게 열성적이고 사랑하는 게임이었는데,
그만 뒀습니다.
아니 그만 둔 적이 있습니다.
저는 저에게 그걸 끊어버리는 벌을 내렸습니다.
둘째 5학년때 입니다.
둘째는 참 재능이 많은 아이에요.
셈도 빠르고, 글도 빠르고, 노래도 잘 부르는데,
무엇보다 사물의 특징을 정확하게 캐치해서 묘사하는 그림 실력을 가지고 있어요.
초5때 담임선생님이 아이의 이런 능력을 빨리 보시고, 교육청 미술영재에 추천해주셨어요.
딱 이 무렵이, 제가 둘째와의 갈등이 심해지던 시기였습니다.
아이는 수학 숙제를 안하고 안하다가,
학원 줌 시간에는 아예 딴짓을 하기 일 수 였지요.
나의 반짝 반짝 빛나던 영웅뱃지 같은 대치동 학원 타이틀도,
아이와의 계속 되는 실갱이에는,
그냥 한낮 협박거리일 뿐이었습니다.
야! 너 이럴꺼면 그만 둬!
학원을 그만둔다고 협박하면,
아이는 엄마가 사랑을 그만둔다는 말로 들었겄지요.
협박으로 마지 못해 조금 따라가는 시늉을 했지만,
실력은 곤두박질 치고 있었죠.
딱 이 시기에 학교 담임선생님으로 부터 미술 영재원에 추천받은 거에요.
아이 학업에 지친 엄마가 솔깃할 만한 제안이었죠.
교육청 미술영재원도 입학테스트가 있었습니다.
당시 다니고 있던 미술학원 선생닝께 테스트 준비 좀 부탁드렸습니다.
미술학원 선생님은,
교육청영재원 시험은 그림실력이 아니라
아이의 번뜩이는 영감을 본다고 말씀해주셨는데,
동시에 둘째를 불러 지난 년도 입학테스트 주제로 연습시켜도 주셨어요.
아..그런데, 둘째는
이 미술학원의 연습 마져도 가기 싫어했습니다.
애초에 미술학원에서 재미있는 만들기 하는 날만 제발로 미술학원에 갔지,
지루한 소묘, 수채화 수업이 있을 때엔 뺀질거림이 아주..에휴..
세상에 미술학원 조차 어르고 달래서 보내다니,
첫째랑 비교 했을 때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어요.
그래도 미술에라도 재능이 있다면 그 길을 밀어줘 볼까..했는데,
학원에서 재미로 하는 미술은 좋지만,
데생, 미술대회 출품 같이 성실성이 필요하게 되면
어김없이 아이는 뒤로 나동그라치더라구요.
그럼에도, 교육청 미술영재원에 한줄기 희망을 걸고 있었는데..
두둥!
영재원 시험 당일 날,
시험을 놓쳤습니다.
그것도 제가 깜박해서요.
그것도 제가 포켓몬을 잡느라요.
그 토요일은 특별한 포켓몬들이 풀리는 포켓몬고 페스티벌 이었고,
이 날 평상시에는 잡을 수 없었던 희귀 몬들을 잡을 수 있었기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휴대폰만 보고 있었어요.
분명히 어제 저녁까지도
오늘은 둘째 영재원 시험이란 것을 잊지 않고 있었는데.. .
시험 당일에는 까맣게 잊어버렸고,
애초에 영재원 따위에 관심도 없던 둘째는
아침부터 친구네 집에 놀러가버렸지요.
그래 잘 놀다왔니?
응 엄마. 그런데..나 그 미술 어쩌구 오늘 아니었어?
쿠궁!
그게..오늘이었어요.
평소에 못잡던 희귀몬을 잡았다고 좋아하다가
갑자기 머리가 하얘졌습니다.
이건..
뭐라고 말하기 진짜 부끄럽고 어이없고,
무엇보다 아이 앞에서 대단히 쪽 팔렸어요.
아이는 처음부터 영재원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어서,
시험이 통째로 날아갔어도 그다지 아쉬워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제가 깨달았어요.
둘째는 무슨 일이든지 쉽게 쉽게 해냅니다.
그래서 남들 30분 해야 할 숙제를 10분만에 금방 해치우고 딴짓하기 일수 지요.
이 놈이 남들처럼 30분을 투자하면, 남들보다 훨씬 앞서갈꺼 같은데,
이 놈은 딱 10분, 공부에 성실한 습관을 보여준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큰아이에겐 자율성과 믿음을 주면서도,
둘째만큼은 항상 엄마주도의 교육을 놓지 못했습니다.
미술 영재원도 결국 엄마주도 교육의 한 방향이었던 거죠.
그날..
전 많이 반성했습니다.
성실하지 않은 아이라서..
라는 핑게로 끌고 가던 저의 강요가,
어쩌면..
그냥 아이를 옭아매는
덫일 수 있겠구나..
나의 선택이
늘 아이에게
선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구나..
둘째는 가만히 냅두면
갑자기 뜬금없는 데에서 사람들을 감탄시키는
진짜 재능 있는 아이었지만,
그 재능이 탐나서, 과도한 선행과 각종 대회에 끌고나가면
이상하다 싶게 꼴찌로 뒤쳐졌었어요.
그 때까지는 그것이,
그 아이가 자신의 재능을 게으르게 발휘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 데,
사실은..재능을 발휘하지 못한 거였더라구요.
나의 욕심이 아이를 망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날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습니다.
과도하게 영재원을 밀어붙인 것도,
엄마 방식이 옳다고 고집한 것도,
너의 답답함을 이해 못한 것두요.
그리고 스스로에게 벌을 내린거지요.
그렇게 좋아하던 포켓몬을 그만 두었습니다.
나의 판단이 언제나 옳은 것이 아니다라는 걸.. 기억하려구요.
2021년 3월 17일었습니다.
물론 그 이후로도 아이에게 자율성을 온전히 맡기진 못했습니다.
다만 아이와 다툴 때
제가 지는 날이 .. 잦아졌다고 하는 정도.
결국 그러다가 제가 억지로 끌고 가던 대치동 학원들이
아이에게 무의미하다는 사실도 받아드리게 되었죠.
그제야 오롯이 아이를 제 트로피가 아닌 자유로운 영혼으로 바라볼 수 있었죠.
그렇게 된 이야기입니다.
둘째는
최근에야 다시 영어학원을 다니기 시작했고,
욕심없이 대형 프렌차이즈학원에 보내고 있습니다.
수학은 아이가 좋아하는 편이라서 놓지는 않고,
이제는 부담이 적은 동네 개별진도 학원으로 보내고 있어요.
일단, 제가 숙제하라는 잔소리를 안하게 되니
집안에 평화가 찾아오내요.
저는 새로운 동네에 이사와서
너무 심심하기도 하고 동네를 익힐 겸사 겸사..
올해 1월에 다시 포켓몬고를 시작했습니다.
포켓몬을 잡으며 서초2동 그랑자이에서부터 반포 자이까지
구석 구석 걸어 다녔습니다.
한참 필 받을 때는 하루 17000보 정도는 껌으로 걸었지만
지난주 부터는 하루 활동량이 500보로 줄었어요. ㅎㅎㅎ
제가 이 글 쓴다고 집에만 붙어있어서.ㅋㅋ
글 시작할 때는 분명히 포켓몬고 영업글이었는데,
마치고 보니 또 못난 엄마의 자학글로 마무리하네요.
p.s
마지막으로 오늘도 제 자식 자랑으로 마무리합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썼던 글인데,
어린이날100주년 동시집에 뽑혔어요.
가만 놔두면 어떻게든 굴러가는 아이인데...아직도 엄마는 아이의 속도와 엄마의 욕심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네요.
돈까스를 좋아하는 아이..
제 둘째는 예쁜 (꼭 예쁘다고 강조해 달래요.) 여자아이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