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317 게임일기] 263. 브롤스타즈는 아이에게 선뜻 추천할 수 있는 게임인가?

2024년 3월 15일.

오랜만에 형수님께 연락이 왔다.

요지는 이렇다.

학교 친구들이 브롤스타즈를 하는 모습을 아이가 봤다.

그래서 아이도 함께 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8살 (초등 2학년)이 된 아이가 '브롤스타즈'를 하고 싶다는데, 자신(어머니)은 게임에 대해 아는게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조언을 얻고자 연락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처음에는 문제 없는 게임이라 말하려고 했다. 일단은 캐주얼한 그래픽과 전투를 그리고 있는 게임이니까. 게임 플레이 내용만 보면 전연령 / 7세 이용가도 충분히 통하지 않을까 싶은 면도 있다. 하지만.. 브롤스타즈는 부분 유료화 게임이기에, 실시간으로 결제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있으며 - 그중에서도 확률형을 기반으로 한 캐릭터 뽑기 모델이 있다. 그런 요소가 있는 게임을 선뜻 아이에게 추천하는게 맞는 것일까? (그래서인지 몰라도, 정보를 찾아보니 - 개발사 슈퍼셀 자체적으로는 만 13세 이용가라고 설정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내가 형수님께 내가 생각하고 있는 바를 꽤 많이 / 긴 시간 전달하게 되었고 - 이 내용을 기록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과거에 남겼던 리뷰] - [181216 모바일 무료게임] 브롤스타즈 (Brawl Stars) (링크)

이 상담을 받았을때, 내가 가장 먼저 질문한 것은 "그전까지 어떤 게임들을 즐겨왔었나?" 였다. 답변은 슈퍼마리오 등의 닌텐도 스위치 게임, 무한의 계단 종류의 '한 판당 광고가 송출되는 모바일 게임' 이었다. 즉, 아이에게 있어서 첫 온라인 PvP 게임이며, 확률형 비즈니스 모델이 있는 게임이기도 했다. 이 조건은, 아이가 아니라 - 성인 / 노인이라도 주의해야 할 사항이다.

자기가 모르는 사람(플레이어)을 통해 스트레스(패배, 트롤 등)를 받을 수 있는 게임이고, 그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로 '강력한 캐릭터'가 존재하는 게임이다. 그리고, 강한(희귀) 캐릭터를 얻기 위한 수단은 '오래 플레이해서 재화를 모으거나, 현금을 사용하는 것으로 기대값이 고정되어 있지 않은 '확률'에 의지하는 게임이다. 게임이 잘 풀리지 않을때, 이후 어떤 판단을 하고 / 그를 위한 자기 절제를 얼마나 하는가를 질문하는 게임이라는 것이다.

자기 통제.

그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아이라도 문제 없다.

그것을 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독립한 성인에게조차 선뜻 추천할 수 없는 게임이 된다.

도박이 법적으로 금지되고 있는 이유 역시,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고 필요 이상의 자원을 투자한 결과 - 빠른 속도로 일상 생활의 파멸을 가져오는 놀이가 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스마트폰 게임 활성화 시기인 2010년 전만 해도 브롤스타즈 같은 성질을 가진 게임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러한 위험성을 성인이 되서 체감한 유저가 대부분이며, 아이 때부터 직접 몸으로 느꼈던 것이 아니다. 때문에, "확률형 비즈니스 모델이 있는 게임이야?" 라는 것만으로 아이에게 게임 플레이를 허락하지 않는 부모가 생기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런 전제가 있어도.

나는 아이의 브롤스타즈 입문을 찬성하는 입장이다.

아이의 게임 입문 동기는 '학교 친구가 게임하는 것을 보고 재미있어 보여서' 였다. 즉, 부모의 시야와 공감대가 닿지 않은 공간에서 생긴 마음이다. 그런 상태에서 부모가 결사 반대를 한들, 그 목소리가 아이의 마음 깊은 곳까지 닿기를 바라는 것은 어렵다. 물리적인 형태로야 막을 수는 있겠지, 자신의 눈이 닿을때 게임 못하게 하거나 / 주기적으로 아이의 스마트폰을 검사해 게임이 설치되어 있나 확인 등... 하지만 아이의 마음 깊은 곳에서 '친구와 함께 게임하고 싶다' 라는 열망이 꺼지지 않았다면, 부모의 눈이 닿지 않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 그곳에서 게임을 즐기면 되는 이야기가 된다. 아이와 부모 사이엔 보이지 않는 벽이 쳐질 것이고, 특정 영역에서는 철저히 부모와 거리를 두면서 개인의 취미를 몰래 즐기는 아이가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치명적인 손해가 되지 않는 문제라면 - 아이의 행동 대부분을 허락하고, 그 과정에서 예상할 수 있는 손해도 감수할 자세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밤늦게까지 친구랑 온라인 게임하다가 늦잠자서 학교 수업시간에 잠을 잔다? 과금하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부모님 비상금을 일부 훔친다? 게임 시간이 많아져서 학교 성적이 안좋아졌다? 그 정도면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손해다. 자신의 판단이 어떤 실패를 가져왔는지 스스로 경험할 필요가 있고, 그런 경험은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그렇게 사람은 성장하고, 독립하며, 그 이후에도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며, 통제력을 길러나가는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대부분의 게임 유저들은 실패한 경험이 있다.

게임이 가져다주는 재미에 심취한 나머지, 무언가를 소홀히 한 적이 있으며 / 때로는 스스로에게 부과한 규칙조차도 어겨버린다. 그런 경험이 있기에, 누군가는 온라인 게임을 더 이상 하지 않기로 다짐하거나, 하루에 2시간 이상 게임을 즐기지 않기로 하거나, 엔딩을 보기까지 총 예상 플레이 시간이 50시간을 넘는 게임을 입문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며, 게임을 향한 자기 통제력을 쌓아나간다.

물론 실패하지 않아도 처음부터 규칙을 만들어 행하고, 통제하며 즐기는 사람도 있을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실패의 강점은 몸으로 경험하고 혼에 각인다는 점에 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다" 라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듯이 말이다.

고로, 내가 아이의 부모라면 -> 아이가 실패할 것을 전제로 게임을 입문하는 것을 허락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내가 아이에게 관여할 것은 단 하나로 좁혀진다. 게임과 관련해 내가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최대한 모으고, 아이에게 실패라 말할 수 있는 요소를 설명하는 것. 그리고, 치명적인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감독만 할 것이라고 사전에 아이의 동의를 받는 것이다. (Ex: 한 달에 한 번정도 얼마 썻는지 구글 플레이 / 과금 기록을 확인해보겠다.)(브롤스타즈의 한 판 평균 플레이 시간은 3~5분이니, 밥 준비 중에 아이가 게임하고 있다면 "친구랑 게임 중이니?" 아니면 슬슬 밥 먹을 준비해라, 라고 미리 언질을 줄 정도로의 공부는 부모도 해둠으로서 공감대를 키우는 것이 좋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실패했을 때의 단어 선택.

지나친 훈수는 잔소리로 들리고, 비아냥은 아이의 판단을 비웃어 위축되게 만들테니 말이다. 처음부터 통제하기 쉬운 것은 아니었다는 전제하에 격려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가장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 나는 생각하고 있다.

다만.. 그렇네.

이 게임을 통해 아이가 되려 스트레스(유저 갈등, 팀 플레이 문제)를 받는 듯한 느낌이 보이면, 그 부분은 적극적으로 물어보고 상담을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학교 친구들과 같이 노는 분위기가 조금 빠진다 싶으면, 조금 더 혼자서 통제하기 쉬운 적당한 캐주얼 게임을 부모 스스로 소개해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같이 노는 것'에 의의를 가지던 아이라면, 주말마다 협동 게임을 같이 즐기거나 - 함께 바깥에서 공원 산책 등을 하면서 대화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다.

결론.

"이 게임은 조금만 열 뻗치면 현금을 쓰거나 게임을 엄청 플레이하게 만들만한 요소가 있다? 엄마 예상에, 이 게임 잠깐 즐겼다가 너 확 빠져버릴 수 있어. 조금 걱정되니까 네가 앞으로 이 게임을 어떻게 플레이 해나가는지 조금 감시해도 되지? 가능한 돈 쓰려고 하진 말구, 그 돈으로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나중에 가르쳐줄테니까."

내가 형수님이라면 아이에게 이렇게 말하고, 브롤스타즈 플레이를 허락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