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일기_원신 여름축제
주간 일기
그 더운 여름의 추억
원신 여름축제 _ 세빛 섬
아이들의 여름방학은 시작이 되었고 저는 올여름 아이들이 더 크기 전에
조금 더 돈독한 사이가 되고자 마음을 먹어서 아이들이 원하는 스케줄로
가보기로 하였습니다. 첫째가 공부후에 하는 <원신>이라는 게임이 있는데
2022년 원신 여름축제가 세빛 섬에서 한다는 이벤트 정보를 듣고 저에게 같이 가자고 하였습니다.
아~~ 무 것도 모르는 엄마는 흔쾌히 허락을 했고
삼성 코엑스 같은 일러스트 페어 정도로 생각하고
아이들과 택시 타고 가서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여름방학 추억을 쌓아보자며
기분 좋게 나왔었는데.... 두둥... !!!
도착하자마자 기겁을 하고 말았습니다.
아니 이게 웬일인가요. 세빛 섬 초입부터 밀려오는 인파들과
보이지도 않는 저 길고 긴 줄의 정체는... 설마??? 입장 줄인가요???
제가 몰라도 너무 모르고 따라온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이에게는 미안하지만
이건 끝나지 않을 싸움처럼 길고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 같아서
우리 아쉽겠지만 여기서 잘 생각하고 판단해 보자 하였죠
이 뜨거운 날씨 속에서 이 긴긴 줄을 어찌 기다릴 것이며 이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세빛 섬에 들어가는 것이 과연 안전한 것인가
사람들도 알게 모르게 한 팀 두 팀 슬슬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도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쳐서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아빠도 없이 엄마랑 온 아들은 기대감에 부풀어 이 길고 긴 줄이 겁나지 않는 모양이었어요
남편은 일이 있어서 지방에 간 상태라 저희를 데리러 올 수도 있는 상황이 못되었죠
저는 정말 긴 줄을 기다리며 이 두 아이를 데리고 왜 여기까지 왔을까 싶었어요. 중학생 남자아이들이 바글바글
남편과 통화를 하고 아이를 설득시키고
이제는 더 이상 못 기다리겠다 그만 가야겠다 생각하는 시점에
세빛 섬 원신 여름축제 주체 측에서 지금 이 행사를 중지할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죠
아. 내가 가자고 안 해도 가야 할 상황이 오겠구나. 그러면 아이가 덜 슬플지도 몰라. 이러면서 기다리는데
아이가 갑자기 펑펑 울면서 엄마 우리 이제 집에 가요.. 하고 우는 거예요 ㅠㅠㅠㅠ
자신이 판단해도 이 긴긴 줄을 기다리는 건 너무 힘든 일이라고 판단하고 결정함 모양이었어요
그런데 그 기대함과 설렘이 가득해서 온 발걸음인데 이렇게 입장 자체도 못해보고 집에 가는 게
어찌나 서러운지 눈물을 뚝뚝 흘리는 모습에 마음이 또 약해져서 ㅠㅠㅠ 그래 가더라도 조금 더 기다려보고 가자
이렇게 마음을 위로하며 3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참고로 저는 맛집이라 하더라도 줄 서 있으면 안 먹습니다.
줄 서는 거 되게 안 좋아하는데 자식 위해서 이렇게 기다리다니.. 저도 처음 경험해 봄요 ㅠ
말이 3시간이지 야외에서 땡볕에서.. 게다가 모든 건 사 먹으면 될 줄 알고 물도 없이 가서 ... 3시간 기다리는데
다리며 발목이며 허리며 안 아픈 데가 없었네요.
이번 기회를 통해서 아들은 말없이 기다려준 여동생에게
깊은 감사함을 느껴서 어찌나 말을 이쁘게 하던지
3시간과 맞바꾼 아이의 변화
기다리는 내내 오빠는 여동생에게 기다려줘서 고맙다. 앞으로 오빠가 잘할게
갖은 공약과 그동안 미안했던 마음들을 나누면서
오히려 더 좋은 시간을 가졌던 것 같아요
2시간이 넘어가자 아이들도 슬슬 지치기 시작했고 아토피가 있는 아들은 두드러기가 올라오고 있었어요
저는 걱정이 돼서 가자고 말을 하려 했지만
자세히 보니 두드러기라기보다 땀띠 같아서 부채질만 열심히 하고 버티고 버텼습니다.
아이는 고생하는 엄마와 여동생을 보면서
자기는 여러 번 오고 싶지만 고생하는 가족들 때문에 다음엔 안 올 거고
이제 앞으로 집에 가면 엄마 말 진짜 잘 들을 거라고 다짐다짐을 하였습니다.
며칠을 갈지 모르겠지만 정말 힘든 줄 서기 시간이 아이에게 변화를 가져왔다니
그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려서 3시간 만에 드디어 입장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게임이라고는 하지 않는 사람이라
아이들의 게임 캐릭터 사랑을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아이가 좋아한다니 응원하고 지지하는 마음으로 이곳까지 오게 되었네요
이 더운 날 저렇게 코스프레 하기도 힘들 텐데
모두 대단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 아줌마는 궁금했습니다.
주체 측에서 하는 건지 개인이 하는 건지
개인이 하는 거라면 이 더운 날 사비 들여 저렇게 하는 건지
여러 가지가 궁금해져 왔습니다.
그러나 순수한 아이들은
그저 신기하고 재밌어서 코스프레 캐릭터들을 만날 때마다
그 캐릭터의 이름을 부르면서 연예인 만난 듯 가서 사진촬영을 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저렇게 더운 날 가발 쓰고 장화 신고 겹겹이 캐릭터 옷들과 소품들을 들고도
친절하게 찍어줘서 고마웠습니다.
3시간을 기다린 결과
예약한 사람은 더 많은 곳을 볼 수 있고
예약하지 않고 온 사람들은 한정적인 곳들만 볼 수 있었는데
그 두 곳은 물건을 살수 있는 곳과 먹을 곳을 살수 있는
이른바 돈 쓰는 데만 갈수 있었습니다.
원래 이 여름축제가 이런 건가요? 3시간 기다렸는데 20분만 보고 나가라뇨
행사를 원래 이런 식으로 진행하는 건가요?? 저는 의문만 가득 생기고 왔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니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20분 동안 이것저것 구매하고 왔지만
과연 이 열쇠고리나 장패드를 사러 온건 아닐 텐데.. 이게 여름축제인가 여름 장사인가 헷갈렸습니다.
불쾌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걸로 만족하고 돌아가야 했습니다.
참여할 수 있는 것도 전혀 없고 20분도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제지하여 나가라고 했습니다
아이들만 없었다면 주체 측에 한마디 하고픈 마음이 가득이었지만 다신 안 올 생각밖에 안 들었습니다.
누가 원신 여름축제 간다고 하면 격하게 말리고 싶네요
저는 완전 비추입니다.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그저 바닷물에 떠밀려 나오듯
그렇게 3시간 기다리고 들어간 축제에 20분도 채 보지 못한 기분으로 나왔습니다.
아이는 몸은 힘들지만 기분이 좋아서 입장할 때 노래를 부르더라고요
그런데 얼마 있지도 못하고 나와서 아쉬웠어요
세빛 섬이 아닌 곳에서 했더라면 더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었을 텐데
여유롭게 구경하고팠던 이날의 기대감은
파스를 붙이며 끝이 났습니다.
그렇게 그날의 기억은 추억처럼 여름방학의 한 페이지가 되었고
우리는 또 분주한 여름방학을 이어나갔습니다.
아이의 말에 경청하기
여름방학 엄마 미션
일상에서도 경청하기를 애쓰지만
올여름방학은 더더욱 신경 쓰며 아이 말을 열심히 들어주고
아이가 좋아하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려 마음 쓰는 시간들
신랑은 만리포에서 일하는 중 사진을 보내며 가족을 그리워하고
저는 서울에서 아이들 먹거리에 온 힘을 기울여 봅니다.
여름에 음식 하는 일이 고되고 피로한 일이긴 하나
방학 때 살찌우고 싶은 어미의 마음은 그래도 방학 때 엄마가 깎아주는 복숭아는 더 맛있고
엄마가 타이밍 기가 막히게 디밀어주는 수박은 꿀맛이잖아요
그래서 그 여름방학의 기억들을 하나씩 만들어주기 위해 뭐가 있나 둘러봅니다
엄마의 폭립은 코믹으로 끝나고
한때 날씬했던 엄마는 마동석 같은 어깨로 변신해 가는 것만 같고
아이들 데리고 동네 마실
여름방학을 으찌 보낼까 많은 운동 프로그램들을 보았지만 모두 마감
아하하, 결국 등록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9월 등록만 가능 ㅠ
수영장을 옮겨야겠네요
우리 막둥이의 애교로 여름날 힘듦이 날아갑니다.
로또 대신 효도
그렇게 또 하루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