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d가 아닌 And,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리그가 써 내려갈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하며
▲ 지난 1월 5일, 'Dear KARTRIDER' 온라인 방송을 통해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리그 로드맵이 공개되었다. (출처: 유튜브 KARTRIDER 채널영상)
지난 2022년 12월 11일, 크레이지레이싱 카트라이더(이하 카트라이더)의 서비스 종료가 공식적으로 확실시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1월 5일에는 온라인 생방송 ‘Dear KARTRIDER’를 통해 새롭게 시작되는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리그(약칭 KDL)의 로드맵이 공개되었습니다. 국내에서 오랫동안 숱한 이야기를 남기며 지속된 카트라이더 리그(이하 카트리그)가 게임의 서비스 종료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는 소식을 접한 팬들은 아쉬움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라이브를 통해 로드맵을 접한 이후로 새롭게 펼쳐질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리그를 기대하는 시선도 적지 않았습니다. 곧 개막할 프리시즌을 앞두고, 기존 카트리그에서 나아간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리그의 관전 포인트를 꼽으며 앞으로 기대하는 바를 꼽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선수 문호준의 복귀, 그리고 기존 선수와 새로운 선수들이 함께 만들어 갈 리그
▲ 문호준은 카트라이더 리그 역사에서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선수다. 사진은 2020 시즌1에서 개인전 우승한 직후. (출처: 데일리e스포츠)
카트라이더 역사를 정면으로 관통하는 선수가 있다면 바로 문호준일 것입니다. 2006년 만 9세의 나이로 데뷔하여 통산 카트라이더 리그에서 가장 많은 우승을 기록한 선수이자 최다 개인전 우승자, 리그 유일 팀전과 개인전 양대우승 2회 보유자이기도 한 그는 경기 때마다 압도적인 모습을 보인 바 있습니다. 그러나 2020년 시즌을 끝으로 그는 은퇴를 선언했고, 이후에는 한화생명e스포츠, DFI 블레이즈 등 프로팀의 감독으로 활동하며 팀의 우승을 이끌어냈습니다. 카트라이더 리그가 2005년부터 17년간 열린 것을 생각한다면 15년간의 선수 생활과 이후의 감독으로의 모습은 리그 전반적인 역사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던 그가 개인 방송을 통해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리그에 선수로 복귀한다는 소식을 알렸습니다. 많은 팬들은 그가 이전 리그에서 보여준 압도적인 모습을 새롭게 등장하는 선수들과의 경쟁에서도 보여줄 지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문호준 선수가 은퇴하고 난 이후 신예 선수들이 등장하여 카트라이더 리그에 새로운 바람이 불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로열로더 타이틀을 거머쥔 DFI 블레이즈의 김다원 선수나 우승을 차지하진 못 했지만 러너 포지션과 스위퍼 포지션에서 각각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던 김우준, 강다훈 선수 등이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이외에도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 이재혁, 박인수 선수나 팀전과 개인전 모두 꾸준한 모습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유창현, 박현수 선수 등 카트라이더 리그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선수들 간 다양한 서사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리그로 새롭게 시작하는 만큼 기존에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줬던 선수들이 리그를 장악할 지, 반대로 완전히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여 또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낼 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완전한 프로화를 지향하는 리그
아직 확정된 바는 없으나 새로운 프로팀이 리그에 합류할 지도 지켜볼 만한 부분입니다. 카트리그는 팀전과 개인전으로 나뉘는데, 그간 팀전에서는 8개의 팀이 경쟁하며 순위 싸움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LCK나 세계적으로 지역 연고지 팀을 운영하는 오버워치 리그처럼 선수들이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프로팀이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가장 많은 프로팀이 있었던 2021 카트라이더 리그 시즌2에서도 6개의 팀이 전부였으며, 마지막 리그였던 2022 카트라이더 리그 수퍼컵에서는 리브 샌드박스, DFI 블레이즈, 광동 프릭스 단 3팀만이 프로팀으로 지원을 받아 대회에 출전했습니다. 이로 인해 신인 선수들 중에는 1년 정도 짧게 선수생활을 하다 은퇴를 한 선수들도 많았습니다. 리그의 지속성과 미래를 생각한다면 이는 굉장히 안타까운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 가장 많은 프로팀이 출천했던 2021 카트리그 시즌2. 리브 샌드박스부터 튜브플 게이밍까지 6팀이 출전하였다. (출처: 카트리그 홈페이지)
이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는 오래된 게임으로 신규 유저들의 유입이 적었다는 점과 내수용 리그였다는 점이 꼽힙니다. 이스포츠의 글로벌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최근, 카트라이더는 이미 발매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나 신규 유저의 유입을 만들어 내기 어려웠습니다. 여기에 해외 서비스도 중국, 대만 등 한정적인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국내 선수들이 가장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이다 보니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 수 없었다는 점도 프로팀이 투자를 망설이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는 전세계적으로 게임 발매가 이루어졌고, 크로스 플랫폼 플레이를 지원하는 등 더 많은 유저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분명 리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리브 샌드박스와 광동 프릭스는 드리프트 리그에서도 팀을 유지한다고 밝혔는데, 이외에도 새로운 프로팀이 들어오게 된다면 선수들이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저변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프로팀이 많아지게 된다면 그만큼 팬들도 더욱 소속감을 가지고 팀과 선수를 응원할 수 있기에 견고한 팬 문화를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 20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e스포츠 종목선정 결과.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는 전문종목으로 등급변경 되었다. (출처: 문화체육관광부 알림 일부)
실제로 지난 20일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e스포츠 종목선정 결과에서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는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직업 선수가 활동할 수 있는 대회가 있거나 리그 구조를 구축할 수 있는 저변이 충분하다고 인정받은 전문 종목으로 등급 변경이 되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시작을 맞아 여러 프로팀들이 가세하여 재능 있는 선수들을 보다 오래 리그에서 볼 수 있길 바래 봅니다.
보다 글로벌하게, 다양한 국적의 선수들이 함께 하는 리그
앞선 내용과 이어지는 부분으로,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리그는 다양한 국적의 선수들이 활동하는 리그가 되었으면 하는 기대감이 있습니다. 실제로 리그를 주최하는 넥슨은 리그 로드맵을 통해 올해 12월 중으로 월드 페스티벌을 개최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또한 올해 2번의 프리시즌과 정규 시즌, 인플루언서 대회나 아마추어 대회 등을 개최하며 선수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를 넓히려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 2022년 카트리그 시즌2에서 개인전 우승을 차지한 리우창헝(NEAL). (출처: 데일리e스포츠)
카트리그에서는 2022년 시즌2에서 리우창헝(NEAL) 선수가 개인전과 팀전 통합 우승과 함께 로열로더의 타이틀을 가져가면서 외국인 선수의 데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바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처럼 전 세계적으로 서비스되는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에서는 다양한 국적을 가진 선수들이 경쟁하는 모습들이 나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그동안 카트리그는 레이싱 게임이 가진 특유의 속도감과 빠른 전개, 옵저버와 UI가 가지는 직관성, 그리고 오랜 시간 누적된 서사로 단단한 코어 팬층을 보유하며 오랫동안 사랑받았습니다. 이제는 게임의 서비스 종료로 리그의 역사는 막을 내리게 되었지만, 리그 운영진 측은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리그가 어느정도 카트리그의 역사를 계승하면서도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17년간 이어져 온 리그가 사라진다는 점에 아쉬움을 감출 수 있다면 거짓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페이지에 쓰일 또 다른 이야기와의 만남을 위해 인사를 보내며, 앞으로의 이야기가 풍성하길 바랄 뿐입니다. 과거의 스토리를 토대로 새롭게 발전할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리그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