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ORPG가 점유한 모바일 파워샷게임 순위에 '균열' 낸 넷마블 '세븐나이츠 키우기'
MMORPG(대규모 다중 접속 역할 수행 게임)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모바일 매출 순위에 방치형 게임 하나가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바로 '세븐나이츠 키우기'다.
세븐나이츠 키우기는 넷마블넥서스가 개발, 넷마블이 서비스하는 게임이다. 유저의 컨트롤이 거의 필요하지 않고 캐릭터 성장만 시켜주면 되는 방치형 게임이다.
이 게임은 6일 오전 11시 출시 이후 2시간만에 애플 앱스토어 인기 1위, 8시간만에 매출 1위를 파워샷게임이 기록한 바 있으며, 8일 구글 플레이스토어 인기 1위, 10일 매출 2위에 이름을 올리는 등 양대마켓 최상위 차트에 진입했다.
대만, 태국, 일본 등 주요 아시아 국가에서 인기 순위 Top5를 기록했으며 특히, 태국에서는 (11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8위, 애플 앱스토어 매출 3위 등의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18일 현재에도 이 게임은 구글플레이 기준 인기 게임 순위 3위, 매출 순위 2위에 올라있다. 참고로 매출 1위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이며, 1~10위 게임 중 MMORPG가 아닌 게임은 세븐나이츠 키우기와 넥슨의 'FIFA 모바일' 뿐이다.
기자의 '세븐나이츠 키우기' 실제 플레이 화면.
이 같은 성과는 모바일 게임업계에서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 꼽힌다. 특히 매출 순위 2위를 점유하고 있는 것이 주목받고 있는데, 방치형 게임이 매출 순위 고순위에 오른 일 자체가 드물기 때문이다.
사실 게임 발표 초기만 해도 많은 시간과 돈이 들어가고, 고사양 기기가 필요한 MMORPG와 달리 주로 중소규모 제작사들이 제작하는 방치형 게임이라는 장르인데다, '저사양', '저용량', '쉬운 게임성'을 내세웠기 때문에 투자 대비 좋은 인기 정도를 기대 했을 것으로 짐작했다.
하지만 발매 직후, 다수의 MMORPG 게임들을 누르고 매출 순위 2위를 점유하고 있다는 점이 게임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특히 주목받고 있는 것은 이 게임의 BM(과금구조)이다. 일반적으로 MMORPG의 매출 순위가 높은 이유는 유저 간 경쟁구도를 유도, 캐릭터가 빠르게 강해지도록 유도하는 방식을 채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븐나이츠 키우기'는 유저 사이의 경쟁 보다는 '광고' 삽입 뒤 광고 제거를 원하는 유저들의 과금을 유도했다.
이 같은 BM 구조는 타깃 층에서 확실한 구분을 주었는데, 일반적인 MMORPG가 많은 과금을 하는 소수의 유저들을 대상으로 한다면, 세븐나이츠 키우기는 광고를 제거하고 쾌적한 게임을 즐기기 원하는 비교적 가볍게 즐기는 많은 수의 유저들을 대상으로 한다.
여기에 넷마블의 대표 IP(지적재산권)으로 지난 2014년 출시해 글로벌 6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세븐나이츠'의 이름값에, 귀여운 SD 캐릭터 등이 유저들에게 어필해 이같은 성과를 이뤄낸 것으로 짐작된다.
기자의 '세븐나이츠 키우기' 실제 플레이 화면.
물론 단순히 방치형 게임이기에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기자가 세븐나이츠 키우기를 직접 플레이 해 본 결과 여러가지 사용자 경험을 고려한 게임 구조가 매력적이었다.
우선 초반부터 몰아치는 듯 이어지는 뽑기와 빠른 성장이 인상적이었다. 그동안 MMORPG들은 상당한 현금을 투자해야 뽑기를 경험할 수 있었고, 이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로 이어졌다.
하지만 세븐나이츠 키우기는 초반부터 계속되는 뽑기로 지칠 정도였다. 게임 내에서도 유저들이 뽑기로 지칠 것을 고려했는지 자동으로 연속으로 뽑기를 할 수 있는 옵션을 두었다.
또 게임 초반에 남들보다 유리한 시작을 하기 위한 '리세마라'(리셋 마라톤, 시작부터 원하는 캐릭터가 나올 때 까지 계속해서 게임을 리셋하고 새로 시작하는 행위)를 방지, 시작 전부터 유저가 지치는 것을 방지했다.
리세마라 방지는 상위급 영웅 캐릭터는 어느 정도 뽑기 경험치가 쌓이면 뽑을 수 있도록 한 구조를 채택함으로서 이뤄졌다. 즉, 어느정도 진행을 해야 좋은 캐릭터를 뽑을 수 있게 강제한 것이다.
성장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일반적은 방치형 게임이 스마트폰을 켜 놓고 알아서 캐릭터가 성장하기를 바라는 방식이었다면 이 게임은 빠르게 들어오는 경험치로 인해 계속해서 능력치를 올려야 했다. 여기에 수많은 재화가 투입돼 지속적인 뽑기도 해야 했다.
성장에 어느 정도 지쳐 꺼 놓은 뒤에도 게임은 지속적으로 유저의 참여를 유도했다. 몇시간이 지나면 캐릭터가 성장 폭이 최대에 달했다며 게임 내 캐릭터를 살펴달라는 알림이 떴다. 오프라인 중에도 캐릭터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법, 여기에 광고를 보면 더 많은 재화와 경험치를 준다고 유저를 꼬드겼다. 그리고 그나마 귀찮으면 아예 타 게임에 비하면 소액의 과금을 하도록 유도했다. 최소 몇 만 원에서 수십만 원의 과금을 해야 과금을 한 티가 나는 다른 게임과 달리 1만 원 내와의 결제를 하면 광고 없는 쾌적한 캐릭터 성장이 가능했다.
결국 기자는 한동안 세븐나이츠를 반 강제로 키워야했고, 타 MMORPG를 하면서 생길 수 밖에 없었던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는 경험을 하게 됐다. 물론 이 게임도 부담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수십시간에서 며칠이 지날 때 얻을 수 있는 성장 및 뽑기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은 만족스러웠다.
이번 세븐나이츠 키우기의 성공 사례를 국내 게임업계에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MMORPG가 아니면, 특히 '리니지라이크'라고 불리는 방식으로 제작하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한다는 일종의 공식이 깨진 것은 업계에 신선한 충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엉성한 게임이 아니라 공들인 캐릭터, 그리고 치밀하게 계획한 유저경험(UX)와 유저 인터페이스(UI)의 힘이 크다는 점도 시사한다.
넷마블 측에도 이 게임의 성공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우선 자체 IP 게임의 성공으로 상당한 영업이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사실 그동안 넷마블은 상당액의 매출을 올림에도 타사의 IP를 이용한 대작 게임들 위주로 운영하다 보니 실제 영업이익은 높지 않았다.
그러나 자체 IP를 이용했기 때문에 세븐나이츠의 성공은 상당한 영업이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