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204 게임고찰 G] 33. 탕탕특공대 - 내가 느꼈던 이 게임의 본질에 대해

나는 아직 Vampire Survivor 를 포함하여 비슷한 종류 게임들을 아직 즐겨본 적이 없다. 다른 작품도 그렇지만, 인기를 타는 키워드 게임일수록 유저 / 블로거 / 유튜버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정보들이 오가기 때문이다. 어떤 형식으로 진행되는 게임이라던가, 플레이 영상은 어떻다던가 말이다. 100번 글로 보고 10번 영상을 보는 것보다 1번 체험해보는 것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은 숙지하고 있지만, 한정된 시간을 취사 선택해 게임 정보를 모으고 / 즐기다 보면 이렇게 되어버린다 ^^;.. 내가 하고 싶은 게임이나 콘텐츠는 따로 있고, 인기 게임 정보나 체험 이야기는 수백번을 중복해서 보게 되니... 유사 간접 체험이라는 것으로 타협을 본다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나는 '뱀서라이크' 라 불리는 여타 게임들의 직접 경험이 0인채로 탕탕특공대를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30~40분에 걸쳐 게임을 2판 해보고. 나는 게임을 종료했다. 재미 없어서 종료한 건 아니다. 내가 탕탕특공대 딱 2판하면서 강렬하게 느꼈던 점이, 과거 내가 수십개 봤던 탕탕특공대 리뷰 / 분석글에서 한번도 언급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새삼 관점에 따른 체험의 힘을 느끼며, 당시에 느꼈던 점을 기록으로 남기려 한다.

[탕탕 특공대 - 20분 플레이 영상]

게임세계를 여행하다보면, 갓 입문한 게임을 상대로도 익숙한 기분을 느끼며 금새 적응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철권 유저가 스트리트 파이터를 입문하면 일반인들보다 빨리 적응한다. 두 게임은 같은 시점을 가지고 격투를 하고, 그 과정에 쓰이는 커맨드 조작도 큰 차이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와 비슷한 기분을 '탕탕특공대' 를 하면서 매우 빠르게 느꼈다.

그래... 나는 그런 종류의 조작 / 움직임을 필요로 하는 게임을 과거에 수도 없이 즐겼다고 느낀 것이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Dodge.dll (닷지) 였다.

[닷지 - 40초 플레이] (CodeDiray TV)

이 게임을 언제부터 언제까지 접했는지 정확한 시기는 기억나지 않으나, 플래시 게임과 더불어 학창 시절 - 학교 컴퓨터 실에서 가장 빠르고 쉽게 즐길 수 있었던 게임으로 기억한다. 당시 동영상 플레이어로 인지도가 높았던 GOM 플레이어에 내장된 게임으로, 컴퓨터에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아도 즐길 수 있었던.. 윈도우 기본 옵션 게임인 지뢰찾기나 프리셀 급으로 접근성이 좋았다. 게다가 머리를 써야 하는 윈도우 내장 게임과는 다르게, 닷지는 오로지 동체시력과 순발력을 필요로 탄막을 회피하는 스코어링 게임이었다. 그런 특징이 플레이어로 하여금 도전을 반복하게 하는 매력? 중독성으로도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 게임에 도전한 횟수가 어느정도 였는지는 생각나진 않지만, 못해도 XXX 번은 했던 것 같다. 처음엔 10초도 버티기 힘들었지만, 나중엔 한판에 60초 ~ 100초 이상 버티면서 기뻐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세월이 지나, 닷지와 매우 유사한 시스템을 가진 게임이 하나 등장했다. 바로 스타크래프트 유즈맵 - '하늘에서 떨어지는 1억개의 별' 이었다. (통칭 하떨별) 타이틀 명이 저런 이유는 게임에 사용된 메인 BGM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1억개의 별이기 때문이다. 요즘 유즈맵 버전은 저 BGM이 사용되지 않기에, 옛날 영상을 공유하려고 찾아보고 있으려니.. 왠걸? 유튜브로 검색해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옛날 게임 버전이 7년전, 내가 스트리머로서 활동하다 찍은 영상이었다... =_= 의도치 않게 과거 스트리밍 영상을 등판시키게 되었다. (원본이 되었던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이전 - 하떨별이 나온 시기는 2010년 이전으로 기억하고 있다.)

[하떨별 - 5분 플레이] (유형권 TV)

나는 닷지를 오랜 세월 즐겨왔던 만큼, 하떨별이 가진 시스템이 닷지의 강화판이라고 느꼈다. 사방팔방에서 다가오는 탄막(적군)을 장시간 회피해야 되는 감각을 유지시킨 상태에서, 캐릭터에게 공격 능력을 부과해 탄막을 치울 수 있게 하고, 탄막 배열도 주기적으로 일정 형태를 만들 수 있도록 디자인 되었기 때문이다. 추가로, 플레이어는 자신의 공격으로 탄막(적군)을 없앨수록 미네랄 보상을 얻어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가능했다. 오로지 회피해야 되었던 게임에 액션과 성장 요소가 생긴 것이다. 그래서 이 게임이 재밌다고, 셀 수 없을 정도로 엄청 도전했던 기억이 있다.

하떨별은 30분간 생존하면 승리하는 조건인만큼, 후반에 갈 수록 피해야 되는 탄막이 많아진다. 10~20초도 버티기 힘든 닷지 때와 비교하면 쉬워보이기도 하지만, 컨트롤 기반이 키보드에서 마우스로 옮겨간대다 온라인 입력을 통한 지연시간도 있었기에 - 난이도는 여전히 어려웠다.

그렇다. 나는 이러한 경험 전제를 가진 상태에서 탕탕특공대를 즐긴 것이다.

탕탕특공대를 분석한 글의 태반은 '성장과 반복' 에 대해 다루고 있다. '뱀서라이크' 라 불리는 계열의 게임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Vampire Survivor를 즐긴 사람이 탕탕특공대를 접하면 "너무 시스템을 따라한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성장과 로그라이크 영역에서 익숙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반대였다. 나는 뱀서라이크 계열 게임의 직접적인 경험이 없었다. 대신 회피의 영역에서 익숙함을 느꼈다. 캐릭터가 장비를 맞추고 성장해서 좀비를 쳐내는 과정은, 탄막을 회피하고 탄막을 걸러내는 것을 이미지화 시킨 것과 다를바 없다고 받아들인 것이다. 캐릭터의 공격력이 부족할 수록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주된 행동은 이동(회피)에 있고, 이는 과거 내가 즐겼던 회피계 게임들의 구조와 같았으니까. 내 딴엔 "어? 하떨별에 부분 유료 + 자동 공격 + 로그라이크를 붙이면 이런 느낌이겠네?" 란 생각이 든 것이다.

그래서 난 탕탕특공대가 가진 매력의 본질을 '회피' 라 가정한 후 이런 생각을 해봤다. 과연 회피는 대중적인 게임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키워드였는지 말이다. 그랬더니 왠걸. 회피를 메인으로 하는 내가 상정했던 것 이상으로 대중적으로 넓게 뿌리 내리고 있는 키워드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령, 초기 국내 모바일(스마트폰) 시장을 섭렵했던 '드래곤 플라이트'나 '윈드러너'의 경우 "최대한 오랫동안 장애물을 피해 앞으로 나아간다" 라는 점에서 회피가 가진 키워드의 비중이 높다. 탕탕특공대 개발사의 전작이자 인기 게임이었던 '궁수의 전설'도 주요 컨트롤은 회피에만 집중하면 되는 작품이었고, 오랜 시간 상위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쿠키런' 역시 장애물을 피하는 회피류 게임이다.

1. 원래부터 매력적인 키워드인 '회피'

2. 옛날부터 국내에서 꾸준히 인지도가 보장 받았던 '성장 & 액션' (RPG)

3. 7~8년 전쯤부터 서서히 트렌드로 부상하기 시작한 '랜덤 & 선택' (로그라이크)

4. 난이도를 완화시킬겸 수익도 노려볼 수 있는 '광고 & 과금 아이템' (부분 유료화)

이렇게 하나하나 요소가 모이며 회피 난이도는 조금씩 완화되고, 대중화로 이어진 결정체 중 하나가 탕탕특공대가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 (하드코어 게임이 캐주얼로 변화하는 과정이랄까)

이번 글을 정리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회피' 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매력적인 키워드였다는 것.

'회피 무쌍' 은 보다 유저들에게 호감 있는 키워드로 다가왔다는 것.. 일까? 말이 무쌍이지, 이전보다 덜 움직여도 알아서 탄막이 치워지는 해방감에서 오는 만족도나 몰입도가 대단했다고 느꼈다.

액션 게임하면 가장 기본적으로 떠오르는 전투가 'Hit & Run' 일텐데, Only 회피! 공격은 자동!으로 한 컨셉이 더 편리하고 대중적인 게임으로 다가오고 있구나라 생각한 하루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