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중요하다 2020 두카티 슈퍼레제라 V4

꿈은 중요하다

두카티 슈퍼레제라 V4

전세계 500대 한정, 소비자 판매 가격 1억 4900만원, 최고 234마력, 159kg의 건조 중량. 하지만 슈퍼레제라 V4가 갖고 있는 가치는 그저 한 대의 모터사이클로 그치지 않는다.

●글/사진 나경남 ●취재협조 두카티코리아

지난 5월 20일, 두카티코리아가 서울시 성동구에 위치한 두카티서울 매장 2층에서 VIP 고객들을 위한 프라이빗 프리뷰를 진행했다. 전세계 500대 한정 생산되는 ‘슈퍼레제라 V4’가 주인공이다. 베일을 뒤집어 쓴 슈퍼레제라 V4의 뒤쪽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DRAEMS MATTER”. 꿈은 중요하다 란 뜻. 두카티에서도 이 모델이 누군가에게 꿈의 모터사이클이 될 것이란 것을 충분히 짐작한 듯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전세계에서 이 모델을 소유할 수 있는 사람은 단 500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사실 500대 한정이 적은 수량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더 적은 수량의 한정 생산 모델도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전세계적인 팬덤을 보유한 두카티의 입장에서는 500대 한정이 그렇게 많은 수량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SUPERLEGGERA

이탈리아식으로 그대로 읽어보자면 수페르레제라가 되는 이 단어의 뜻은 ‘초경량’이다. 두카티는 이전에도 슈퍼레제라를 몇 차례 출시했었다. 2014년형으로 발표했던 1199 슈퍼레제라, 2017년형이었던 1299 슈퍼레제라가 존재했고, 이들 모두 동급 양산 모델과 비교했을 때, 그 무게를 극한으로 줄여내 화제를 모았었다.

새로운 슈퍼레제라 V4는 파니갈레 V4 R에서 출발한다. 다른 점이라면 역시 극도로 가볍게 제작했다는 것. 모터사이클의 전체 하중을 지탱하는 섀시 전반, 그러니까 메인 프레임과 서브 프레임은 물론 스윙암과 휠 등이 모두 카본 파이버를 사용한다. 두카티에 의하면 역사상 일반 도로를 주행할 수 있는 모터사이클로써 섀시 전체를 카본 파이버로 제작한 유일한 모터사이클이라고 밝히고 있다. 여기서 줄여낸 무게는 약 6.7kg다. 섀시 구조상의 변경점은 스윙암의 길이를 좀 더 길게 했다.

전후 휠과 메인 및 서브 프레임, 스윙암까지 카본 파이버로 제작됐다

외형적인 특징에 있어서는 파니갈레 V4 시리즈의 전형을 그대로 따르지만 이제 좌우 한 조였던 윙렛이 좌우 두 쌍으로 보다 본격적인 에어로다이내믹 효과를 제공하도록 했다. 이를 통한 효과는 고속 주행에서의 다운포스 증가다. 두카티가 발표한 수치에 따르면 기존의 파니갈레 V4 및 V4 R의 다운포스 효과보다 약 20kg이 더 증가해, 시속 270km의 속도에서 프론트에 약 50kg의 다운포스를 발생시킨다고 한다. 이를 통한 효과를 모두가 손쉽게 체감할 순 없겠지만, 우선적으로 프론트 휠이 위로 들어올려지는 효과를 방지하여 가속성을 향상시키는 한편 고속 주행에서 브레이킹을 시도할 때, 제동 안정성까지 동시에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 슈퍼레제라 V4의 베일을 벗겨내고 기념촬영 등이 끝난 이후, 진행된 상세 설명에서 실제 두카티의 테스트라이더인 알레산드로 발리아의 멘트가 그 효과에 대한 의구심을 한층 덜어냈다. 그는 영상에서 포르투칼의 포르티망 서킷에서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마지막 코너를 탈출해 오르막 직선로를 달릴 때, 프론트 휠이 떠오르는 것을 슈퍼레제라 V4가 잘 억제해냈다고 밝혔다.

슈퍼레제라 V4의 일반 도로 주행 가능 상태의 최고 마력은 224마력, 순정 상태에서도 이미 아크라포비치의 배기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지만 함께 제공되는 레이싱 키트에 포함된 티타늄 배기 머플러를 적용했을 때에는 최고 234마력을 달성한다. 건조 중량은 파니갈레 V4보다 16kg이 가벼워진 159kg. 무게 대비 마력 비율을 계산하면 순정 상태에서 1kg 당 1.41마력, 배기 시스템을 교체했을 때는 1kg 당 1.54마력이란 경이적인 수치를 기록한다.

시속 270km에서 50kg의 다운포스를 만들어줄 윙렛

Biglietto Speciale

슈퍼레제라 V4는 그 자체가 경이롭다. 1억 4900만원이란 가격표는 사실 슈퍼레제라 V4를 구매할 수 있는 전세계 500명에게 있어서 그리 부담되는 가격이 아닐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부분은 단순히 슈퍼레제라 V4를 자신의 소유로 만들 수 있다는 것 뿐이 아니다. 두카티는 슈퍼레제라 V4 구매 고객을 위해 일종의 패키지를 준비했고, 이 패키지 안에는 이탈리아 무젤로 서킷에서 월드 슈퍼바이크 챔피언십이 진행될 때, 두카티의 SBK 머신인 파니갈레 V4 R을 직접 타볼 수 있도록 하는 “SBK 익스피리언스”를 제공한다. 여기서 더 놀라운 점은 30명의 슈퍼레제라 V4 고객에게는 안드레아 도비지오소와 다닐로 페트루치가 실제로 탔던 두카티의 모토GP 머신인 데스모세디치 GP20을 직접 타고 달리는 아주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물론 현재는 코로나19의 세계적인 유행 때문에 이 특별한 이벤트를 당장 진행할 수는 없겠지만, 추후 이 특별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밖에도 슈퍼레제라 V4 고객에게는 에어백 시스템이 내장된 전용 프리미엄 레이싱 수트와 카본 파이버로 제작된 헬멧을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야말로 특별 대우다. 하지만 슈퍼레제라 V4와 맞춤형 패키지보다도 높은 가치를 갖고 있는 것은, 당신 스스로를 증명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이다. 결국 슈퍼레제라 V4는 빌레토 스페치알레(Biglietto Speciale) 즉, 특별 티켓인 셈이다. VIP를 인증하는 1억 4,900만원짜리 특별 티켓을 사면 슈퍼레제라 V4가 생긴다고 봐도 무방하다. 누구나 누릴 수 없는 기회라고 ‘나와 상관없는 남들의 얘기’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지만, 꿈을 꾸기엔 충분히 매력적이다. 두카티가 슈퍼레제라 V4의 슬로건으로 ‘Dreams Matter’. 즉, 꿈은 중요하다, 라고 말한 이유도 그래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바로 그 주인공이길, 지금이 아니라도 꿈을 꾸고 언젠가 그 꿈을 이뤄내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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