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아카이브] 동업
동업
계약 이행
아루: 그래서...
아루가 꼬던 다리를 풀고 반대 방향으로 다리를 꼬았다.
아루: 용건이 뭐지, 선생?
선생: 동업을 하도록 하지, 리쿠하치마 아루.
아루: 뭐?
아루는 잠시 당황한 눈치를 보였지만 다시 표정 관리를 하였다.
아루: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동업을 제안하려나?
선생: 네가 평소에 나랑 동업을 하는 관계라고 노래를 부르고 다니었으면서 왜 그러지?
아루: 어... 어! 그랬지... 역시 나랑 동업하는 자 답네. 그 정도 쯤을 당연히 기억할 줄 알았지.
아루가 뺨을 타고 흐르던 땀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닦으려고 노력하면서 말하였다.
아루: 그래서... 본론은 뭐야?
선생: 너희 흥신소 68을 홍보해줄게.
아루: 홍보? 어떻게 하려고 선생? 소문이라도 내게?
선생: 내가 타 학원 지구의 학생들에게까지 인맥이 넓은 거 알지?
아루: 당연히 알고 있지. 우리랑 동업하려면 그 정도의 인맥은 기본이니까.
선생: (본인의 인맥은 안중에도 이미 없는 건가? 아니 애초에 인맥이 넓었다면 이렇게 도망 신세를 지지 않았겠지.)
선생이 자세를 고쳐앉고 말하였다.
선생: 그 인맥을 조금 이용하려고 그래.
아루: 학생들이 선생에게 뭐 부탁할 때마다 우리에게 부탁하게? 우린 흥신소 68이야, 선생. 심부름 센터가 아니라 하드보일드한 일을 처리하는 집단이라고.
선생: (그래. 열심히 하다보면 이루겠지. 일단 최소 졸업은 하고 이루어줬으면.)
선생이 손가락으로 머리카락 끝을 돌돌 말면서 말하였다.
선생: 그런 식이었다면 나는 아루에게 동업을 요청하지도 않았을 거야.
아루: 에? 그러면?
선생: 이거 하나만 물어보자.
선생이 손으로 턱을 괴면서 말하였다.
선생: 아루, 아루는 '흥신소'가 뭐라고 생각하지?
아루: 다... 당연한 걸 물어보는 거 아니야? 흥신소는 그... 뭐냐...
아루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아루: (... 생각해보니 흥신소가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히 모르고 있었네.)
아루가 자신의 앞에 내인차를 한 잔 마셨다.
아루: 사람들에게 의뢰를 받고 그... 의뢰를 대신 해주고 아니, 의뢰주가 일정한 금액을 약속하고 그 금액의 댓가만큼 의뢰를 처리하는...
선생: 그 의뢰가 예를 들면 어떤 일들인데?
아루: 그... 그야 특정 물건을 훔치거나, 특정 장소에 특정한 물건을 설치하거나, 몰래 그 사람을 죽이는 그런... 아, 죽지는 않구나...
선생: 아루, 솔직히 흥신소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니?
아루: 아니, 당연히... 나는 그... 사장이잖아...
아루가 주먹을 질끈 쥐면서 말하였다.
아루: 미안 모르겠어, 선생.
선생이 우스꽝스러운 그림이 그려진 가면을 살짝 들고 차를 마셨다.
아루: (저 가면은 왜 항상 쓰고 다니는 걸까?)
선생: 아루가 말한 것도 어떻게 보면 맞겠지?
아루: (맞았나?) 다... 당연하지. 난 흥신소 68의 사장이잖아.
선생: 선생님은 조금 다르게 생각하단다.
아루: (아니야?)
선생이 아루의 실시간으로 변하는 표정을 보았다.
선생: (쉽네.) 선생님 생각에는 흥신소는 보통 사람을 찾거나, 특정한 물건을 찾기도 하고, 특정한 사람의 행적을 조사를 의뢰하기도 한다는 걸로 알고 있단다.
아루: (그... 그런 거었어?)
선생: 물론 고용주의 의뢰 내용에 따라 달라지긴 해도 보통은 법의 경계선의 일을 하지, 대놓고 범법은 거의 하지 않는 걸로 안단다. 잘못하다가 다칠 위험도 높기도 하...
선생의 머릿속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매일 폭발이 일어나던 게헨나 학원 지구가 생각났다.
선생: ... 아무튼 흥신소니까, 일단 하드보일드한 일을 하기 전에 흥신소로써의 위상을 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단다.
아루: 선생...
선생: 그래서!
선생이 책상을 치면서 말하였다.
선생: '해결사'를 제안한다.
아루: 그건 항상 해오던 일이잖아.
선생: 아니, 다르단다.
선생이 통계 자료와 함께 다른 기사들을 가져왔다.
선생: 흥신소 68이 해오던 일들은 대부분이 규모가 크기도 하면서, 대부분이 횡령 사기의 이용책이었지, 다만 찾아보면 그 허들을 조금만 낮추어 본다면 다른 일들을 받을 수도 있단다. 당장 최근에 게헨나의 신도부가 출격한 사건들을 보면 대부분이 사소한 사건으로 시작이 되었다고 보거든. 그러니 사건이 시작하기 전에 미리 그 도화선을 제거해버리거나 선도부 측에서 협업 요청을 하는 식으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어.
아루: 그렇지만 다른 학원 자치구들은...
선생: 다른 학원에 대해서는 내가 요청을 해보도록 해볼게. 내가 할 수 있는 선 내에서는 최선을 다 해보도록 할게.
아루: 역시 선생이야. 내가 동업하는 사이로
선생: 그래서 말이지.
선생이 종이를 다섯 장 내밀었다.
선생: 일단은 전차 상 사장인 아루의 동의가 필요하거든.
아루: 어? 왜?
선생: 모든 계약은 차후에 계약 위반을 대비해서 구두변론이 아닌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녹취록을 남기는 편이 좋거든.
아루: 그... 그래...
아루가 계약서의 서명란을 보았다.
아루: 여기다가 이름을 쓰면 되는 거야?
선생: 그래. 물론 계약서는 꼼꼼이 읽어보는 게 좋아. 물론 지금 계약서의 내용은 전부 내가 말해준 거지만. 그리고 지금은 다른 애들은 없으니까 네가 대리인으로서 사인을 해주면 된단다.
아루가 계약서에 사인을 해내려가기 시작하였다.
아루: (이러니까 진짜로 하드보일드 악당이 된 것 같잖아. 이렇게 계약을 맺고 말이야.)
선생이 아루가 사인한 계약서를 전부 확인하고 말하였다.
선생: 여기에 나온 내용, 전부 동의한 거 맞지?
아루: 당연하지. 나를 뭘로 보는 거야? 한 입으로 두 말 하진 않아.
선생: (말로 한 게 아니긴 하지만.) 한 장은 계약 위반을 대비해서 남겨두도록 할게.
선생이 계약서를 가방에 넣고 아루에게 악수를 요청하였다.
선생: 앞으로 잘 부탁하도록 할게, 아루 사장.
아루가 선생의 손을 한 번 바라보다가 악수를 하였다.
아루: 앞으로도 잘 부탁하지, 선생.
선생이 가방을 챙기고 흥신소 68 사무소를 나가련느 순간 흥신소 68 사원들이 들어왔다.
선생: 아?
무츠키: 히잇. 선생. 왔었네.
카요코: ... 왔었네.
하루카: 히익! 서... 선생님...
선생: 모두들 안녕.
선생이 손목시계를 확인하다가 말하였다.
선생: 방금 만났었는데, 이만 가봐야 하네. 다들 나중에 보자.
선생이 흥신소 68 사무소를 나갔다.
아루: 모두들 들어봐! 나 방금 선생이랑 동업하기로 했거든.
카요코: 선생이랑?
하루카: 서... 선생님이랑 말입니까...
아루: 그래. 이번에는 대박 칠 것 같아. 설마 선생이 우리에게 사기를 치겠어?
무츠키: 아핫. 혹시 모르지.
아루: 아무튼 이제 잘 되면 우리 매끼마다 라멘 한 그릇으로 나눠먹을 필요없다니까.
하루카: 저... 정말입니까...? 아루님?
아루: 물론이지, 하루카 사원. 1인 1 그릇이 가능할 거라고.
카요코: 저... 사장? 계약서는 작성했어?
아루가 계약서를 꺼내면서 말하였다.
아루: 당연히 했지. 계약서는 동업의 기본이지!
카요코가 계약서를 읽어보았다.
무츠키: 상대가 선생이라며? 아루짱은 선생을 못 믿는 거야?
아루: 그럴리가? 그래도 만약을 대비하는 거지.
카요코: 사장, 이거 읽어 본 거 맞아?
아루: 당연하지 카요코 과장.
카요코가 한숨을 쉬면서 계약서를 보여주었다.
카요코: 이거 '등교거부철회신청서' 인데?
아루: 당연... 뭐? 그럴리가?
아루가 카요코 손에 들린 등교거부철회신청서를 낚아챘다.
무츠키: 아핫, 선생 보기보다 꽤 하잖아. 자기 학생도 속이게.
하루카: 서... 선생님께서... 저희를 속인 걸까요...?
무츠키: 그렇겠지? 까핫, 아루짱 충격이 크겠어? 믿었던 사람에게도 배신 당했잖아.
하루카: 배... 배신이라니... 주....죽이... 아니... 선생님인데...
카요코: 하아... 사장, 분명히 계약서는 다 읽어봤다며?
무츠키: 보나마나 안 읽고 바로 사인하는 게 아루짱 다운거지.
하루카: 우... 우리... 이제 학원으로 돌아가야 합니까...?
카요코: 휴우... 모르겠다. 사장, 이제 어떻게 할까?
하루카: 마... 맞아요! 아루님! 어떻게 합니까? 저희 게헨나로 돌아갑니까? 아니면... 서... 서... 선... 서... 서... 선생님을 죽... 주... 주... 주...
아루는 계약서를 놓쳤다.
카요코: 사장?
아루는 눈에 초점은 없었고, 입은 턱 벌어진 채로 넋 놓고 있었다.
무츠키: 까하핫! 아루짱 굳었다.
하루카: 아... 아루님!
카요코: 으... 어떻게 한담...
흥신소 68 사무소는 그 어느 때와 달리 시끌벅적거렸다.
선생이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몇 번 걸리더니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선생: 히나니?
히나: 아, 선생? 무슨 일인데?
선생: 지난 번의 등교거부철회신청서 고마웠어.
히나: 일단은 선생이 필요하다고 해서 주긴 했었는데, 그거 어디에 쓰려고?
선생: 그냥... 그 말썽꾸러기들을 다시 학원에 다니게 하는 거지.
히나: 말썽꾸러기라니? 누구?
선생: 그냥 선도부 단골 고객이라고 말해둘게.
히나: 단골? 설마 개네?
잠깐동안의 정적이 흐른 후 히나가 말하였다.
히나: 하아... 내 일이 늘어나겠네.
선생: 그건 미안해.
히나: 뭐, 됐어. 선생이라면 분명히 뜻이 있어서 그렇겠지.
선생: 히나라면 이해해줄 거라고 생각했어.
선생이 한숨을 한 번 내쉬고 말하였다.
선생: 히나, 수고 많았어.
히나: 수고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선생: 그런 게 있단다.
히나: ... 알겠어.
선생의 휴대폰 너머로 잦은 소음이 들렸다.
히나: 선생 미안, 나중에 연락할게.
히나가 전화를 끊었다. 선생이 우스꽝스러운 그림이 그려진 가면을 벗고 한숨을 내쉬었다.
선생: 학생을 상대로 사기친 것 같아서 마음이 조금 불편하네.
선생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맑아서 별이 잘 보였다.
선생: 그래도 어떻게 하겠냐? 항상 도망자 신세지느냐 밥도 제대로 챙겨먹지도 못 한다는데, 강압적이긴 해도 이 방법이 최선이겠지.
선생이 가로등이 비치는 거리를 걸어갔다.
선생: ... 사업을 하는 건 좋지만 졸업부터 하렴.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