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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맨몸으로 하늘을 날아다니는건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봤다. 그런데 내가 세상에 태어난지 27년째가 되는 오늘. 그 영화나 드라마 속 이야기가 내 이야기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난 구름 한 점 없고 바람 하나 안 부는 하늘 위를 날고 있었다. 조금전만 해도 자취방 안에서 창문을 열어놓고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던 내가 어쩌다 하늘을 날게 된건지는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자세히 보니 씻고 나서 입었던 잠옷은 어디가고 처음 보는 하얀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꺄악!!"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내가 왜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는거야? 그것보다 이 드레스는 도대체 뭐야? 위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으아악!!"

올려다 보니 낯이 익은 뒷모습이었다. 날 앞질러가듯 내 옆으로 떨어지는 남자는 은결이었다. 은결도 나를 봤는지 놀란 눈을 했다.

"어? 심마니?"

"은결아!"

"뭐, 뭐야? 그 옷은? 너 그런 옷도 입고 다니냐?"

"내 옷 아니거든? 그리고..."

은결의 옷도 이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생전 처음보는 모양의 바지를 입고 있었고 목에는 이상한 하얀 종이까지 두르고 있었다. 나나 은결이나 대체 이게 다 무슨 일일까? 그때 우리 옆으로 또 한 사람이 지나갔다. 흰 머리를 한 여자였다. 난 그 여자가 누군지는 생각하지도 않고 도와달라는 말부터 했다.

"도와주세요!!"

은결도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

"우리 좀 살려주세요!"

그런데 말을 하면서 자세히 보니 여자의 모습도 이상했다. 새하얀 긴 머리는 둘째치고 여자가 입은 옷도 우리가 입고있는 옷과 비슷한 스타일이었고 등에는 날개까지 달려 있었다. 여자는 등 뒤에 날개를 움직이며 우리가 떨어지는 모습을 여유로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방인....아니. 여행자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겠군."

여행자? 누구 말하는 거야? 우리? 여자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검지 손가락을 천천히 세워 날 가리켰다.

"루미네."

루미네? 그게 뭐야? 의문이 가실 새도 없이 이번에는 은결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이테르."

은결도 여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황당하다는 반응이었지만 여자가 핑거스냅을 한번 치자 거대한 폭풍이 일어났고 난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케이아 선배, 어떡해? 죽은 거 아니야?"

"호흡과 맥박은 다 정상이랬으니 조금만 기다려봐."

남자 목소리와 여자 목소리가 번갈아 들린다. 그때 방문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또 한번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이 자들이야? 동상 앞에 떨어졌다는 사람들이?"

처음 들었던 여자 목소리가 답했다.

"응. 참 이상하지? 그 높은데서 떨어졌는데도 호흡과 맥박, 아니 멀쩡하게 살아 숨쉬고 있다는데."

천천히 눈을 떴다. 제일 먼저 눈에 보이는건 날 내려다 보고 있는 두 개의 얼굴이었다. 한 명은 파란머리를 한 남자였고 다른 한 명은 머리에 빨간 머리띠를 한 여자였다. 내가 깨어나는걸 본 빨간 머리띠는 잽싸게 어딘가로 뛰어갔다.

"진 단장님! 깨어났어요!"

뒤이어 빨간 머리띠는 머리를 묶은 여자와 함께 나타났다. 여자는 조금 앞으로 나섰다.

"깨어났군요. 여긴 몬드에 있는 페보니우스 기사단 본부입니다.

진이라는 여자의 말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몬드? 지구에 몬드라는 나라가 존재하나? 아니 그것보다 페보 어쩌고 하는 기사단은 뭐야?

"저...저기...제가 지금 이해가 안되서 그러는데....여기가 어디라고요? 몬드? 아몬드할때 그 몬드? 앗, 맞다. 저랑 같이 있었던 남자애 못봤나요? 제 친군데..."

"어? 심마니! 너 깨어났구나."

그 말에 고개를 돌려보니 바로 옆 침대에서 은결이 뒷목을 부여잡고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은결은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혼자 떠들었다.

"아니, 아까전만 해도 하늘에 있었다가 이젠 또 침대 위에 있고 이게 다 무슨 일이야? 설마 이거 영화에서나 보던 공간이동 그런건가?"

"나도 모르겠어. 아까 이야기 들어보니까 무슨 기사단 본부라고 하는데..."

그러자 진이 나섰다.

"우선 저희 통성명부터 해야할것 같군요."

그 말에 파란머리가 기다렸다는 듯이 나섰다.

"난 페보니우스 기사단의 기병대장 케이아라고 해."

빨간 머리띠도 옆에서 인사를 했다.

"전 페보니우스 기사단의 정찰기사 엠버라고 해요."

세 사람은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이 어딘지 설명해 주었다. 이곳은 티바트라는 대륙에 있는 몬드라는 도시이며 우리가 누워있는 이 건물은 몬드를 지키는 페보니우스 기사단의 본부로 쓰고 있는 건물이었다. 우린 이들의 말이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지구에 티바트라는 대륙과 몬드라는 나라가 있었나? 대체 여긴 어디야? 케이아가 나와 은결의 어리둥절한 표정을 읽었는지 물었다.

"우리 이야기는 이쯤이면 된것 같고 이젠 너희들 이야기를 들어볼 차례인데?"

우리 이야기? 그 말에 나와 은결은 서로를 마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