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 사건'은 해프닝, 더 단단해진 '블루 아카이브'

핵심 개발진 독립... 총체적 논란으로 좌초된 프로젝트 KV

'블루 아카이브' 리더십 구조 재정비, 멈추지 않는 접속자 우상향

"에덴조약부터 지금까지, 상향 곡선 멈춘 적 한 번도 없어"

비 온 뒤에 땅이 단단해진다. '블루 아카이브' 추세에 빗댈 수 있는 말이다.

넥슨게임즈에서 퇴사한 개발진이 모여 '프로젝트 KV'를 발표했던 디나미스 원이 프로젝트를 취소했다. 표절에 가까운 블루 아카이브 유사성, 일본 코믹 마켓 규정 무시, 퇴사 과정 선동을 주장하는 내부자들의 폭로, 사측의 조악한 대응 수준 등 모든 분야에서 총체적으로 문제가 나타난 결과다.

결국 "오타쿠의 꿈을 실현시키겠다"던 프로젝트 KV의 소동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그러나 사건의 영향은 업계에 계속 여진으로 남아 있다. 개발진이 몸담았던 블루 아카이브 팀은 대대적 리더십 개편을 단행해야 했고, 인간관계에서 발생한 상처 해소도 필연적이었다는 후문이다.

지난 추석, 블루 아카이브 개발진 일동은 개발자의 편지를 통해 유저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기존에 미완으로 남겨져 있던 캐릭터와 설정에 대한 일말의 불안을 잠재우려는 취지로 읽힌다.

김용하 총괄 PD를 비롯한 개발진은 "내부 세대교체에 우려도 많이 보내주신 것 알고 있으며, 현재 문제없이 라이브 업데이트를 이어나갈 체제가 재구축됐다"면서 "오히려 이전에 하지 못했던 것들을 중장기 업데이트에서 어떻게 보여드릴 수 있을지 개발진 모두 의욕에 찬 상태"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초록 선이 일본, 파란 선이 한국 MAU 변화(자료: 센서 타워)

■ '에덴조약' 기점으로 접속자 성장은 끊이지 않았다

그 말대로 현재 블루 아카이브는 우상향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데이터 분석 기업 센서 타워 일본 블로그에서 8월 3.5주년까지의 그림을 확인할 수 있다.

2021년 2월 요스타 퍼블리싱으로 시작한 일본 서비스는 초기부터 빠르게 하향 안정화의 길을 걸어야 했다. 하지만 2022년 여름부터 월간 이용자(MAU)가 급격히 증가했다. 이 시기는, 블루 아카이브 스토리 호평의 기폭제로 꼽히는 1부 '에덴조약 편'이 마무리된 시점이다.

이후 업데이트에 따른 편차가 있지만 고점은 계속 상승했다. 스토리 2부에서 유저가 빠져나간 것 아니냐는 예상도 사실과 달랐다. 오히려 2024년 초, 3주년과 대책 위원회 편 3장이 시작될 때쯤 출시 초기를 제외하고 역대 최대 MAU를 기록했다.

유저 성비는 남성이 90%에 육박하나, 연령 비율이 고르게 나타났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특히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젊은 유저층도 매우 높다. 매출 중 일본 비중은 72%에 달한다. 한국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원스토어 매출이 집계에서 제외됐지만, 그것을 고려해도 과반 매출이 일본에서 나온다.

흥미로운 것은 유저들이 함께 플레이한 모바일 게임 앱 종류다. '벽람항로'가 일본 내 게임 인기 대비 매우 높다. 둘 모두 요스타 서비스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캐릭터의 매력으로 2차 창작이 강력하다는 특징을 공유하는 것이 주 이유로 짐작된다.

그 뒤를 '승리의 여신: 니케', '명일방주', '학원 아이돌 마스터', '헤븐 번즈 레드'가 잇는다. 모두 캐릭터의 힘과 IP 팬덤이 강력하다고 꼽히는 서브컬처 게임들이다. 일본 내에서 확실한 정체성으로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는 근거다. 한국 지역 접속자 증가세도 탄탄하기 때문에 해를 거듭할수록 확실한 성장이 감지된다.

이례적일 만큼 유저가 많이 겹치는 '벽람항로'(자료: 센서 타워)

■ '좌초 직전' 디나미스 원... 다시 '노 젓는' 블루 아카이브

반면 프로젝트 KV 개발을 취소한 디나미스 원을 바라보는 업계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게임사들은 내부 인사 프로세스를 점검할 필요가 생겼고, 개발자 입장에서는 인센티브 협상이나 이직 준비 과정에서 불필요한 의심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

특히 박병림 대표를 비롯한 주요 개발진이 일련의 사건에 짧은 사과문 하나만 남긴 채 침묵을 지킨 행보에 대해 비난 여론이 높다. 미숙한 이슈 대응이 드러나면서 향후 다른 프로젝트가 가동되더라도 리스크 해소를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일관된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블루 아카이브는 캐릭터와 스토리의 감동을 통해 거대한 팬덤을 키운 것인데, 그런 감성을 모두 저버리고 팬들이 등 돌린 곳에 참여할 투자자가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게임 개발진 독립 방식 중에서도 최악의 사례로 업계에 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저들은 언제나 게임에서 매력과 감동을 원하고, 개발자와의 신뢰 구축을 중시한다. 서브컬처 분야는 그 가치가 더욱 소중하다. 블루 아카이브는 잠시 흔들렸던 스토리 평가도 현재 개발진의 힘으로 다시 끌어올렸다. '이전에 하지 못했던 것'을 이루겠다고 밝힌 그들의 재약진에 기대가 모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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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온 뒤에 땅이 단단해진다. \'블루 아카이브\' 추세에 빗댈 수 있는 말이다.넥슨게임즈에서 퇴사한 개발진이 모여 \'프로젝트 KV\'를 발표했던 디나미스 원이 프로젝트를 취소했다. 표절에 가까운 블루 아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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