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 이모탈을 추천하지 않는 이유

안녕하세요

겨울색하늘입니다.

디아블로 이모탈이 출시한지도 벌써 2주가 지났습니다.

청소년기부터 즐겜러 인생을 함께한 블리자드의 오랜 팬으로써, 아직까지의 시리즈의 명맥이 이어지고 있는 건 참 반가운 일이지만, 이 게임은 할만한 게임 리스트에 올릴 생각이 들지 않네요.

게임 소개 포스팅을 하며 이런 저런 게임을 찍먹이라도 해보곤 하고, 게임이라는 작품 역시 누군가가, 혹은 어떤 팀이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의 노력을 들여 만든 것이라는 걸 잘 알기에 사소한 것들을 트집잡는 것보단 그냥 어떤 재미를 의도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게임을 하고 포스팅을 합니다. 무언가 새로운 걸 만들어 내는 게 얼마나 힘들고 고된 일인지, 저 역시도 개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긴 시간을 들인 것에 비해 형편없는 결과물이 나온 걸 이해해줘야 할 명분이 되지는 않는 것 같아요. 특히 이번 블리자드의 디아블로 시리즈 모바일 이식판인 이모탈에 대해서는 더욱 그럴 수 없다고 보구요.

2018년 블리즈컨 당시 '님폰없' 발언

이모탈은 발표부터 많은 논란이 있었지요. 모두가 알고 있는 '님폰없'사태만 해도 이게 진짜 오래되고 두터운 팬층이 있는 블리자드가 팬들에게 가진 진짜 태도인지,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할 정도로 어이가 없었던 일이었죠.

그 이후로, 게임 자체만 두고 보면 할만하다는 일부 팬들의 실드도 있었지만 우리가 블리자드한테 그런걸 기대하는 게 아니잖아요? K-게임사들과 같은 기대를 하고 있는 회사가 아니니까, 그만큼 실망과 배신이 크게 다가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블리자드니까, 한 번 더 믿고 지켜봤고, 과금에 대한 이런 말들을 이야기할때만 해도 블리자드니까 진짜겠지, 라고 믿었습니다만,

결과는 참담할 정도였습니다.

메타스코어와 다르게, 실제 유저들이 플레이하고 내린 점수는 0.1점. 뭐 지금은 살짝 달라졌을수도 있지만 블리자드로써는 리포지드가 갱신했던 최저점을 또다시 갱신하는 흑역사 게임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가장 기대를 저버렸던 부분은 바로 P2W요소, 특히 전설보석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K게임사에서 과외를 받았나 싶을 정도로 악랄한 BM이 블리자드 속에 침투해버리고 말았다는, 그런 현실을 막상 눈으로 보니 조금 배신감이 많이 들더군요.

디아블로 이모탈 과금요소

반올림해서 영원의 보주 320개 정도에 6,000원, 그리고 전설문장 1개 구매 160개, 전설문장 1개당 3,000원 정도 가격이고, 태고 균열에는 전설 문장을 총 10개까지 추가시킬 수 있으니 던전 한바퀴에 30,000원을 지불하는 셈입니다. 이 던전 한 바퀴의 의미가 뭐냐구요?

태고균열 입장 시 추가 가능한 전설문장

바로 10연챠(10연뽑) 입니다. 10연뽑을 하는데 3만원을 지불하면서도 귀찮게 던전까지 돌아야 합니다.

리니지M이랑 비교해보면, 리니지M도 120다이아에 3,000원 11회 가챠에 1,200 다이아입니다. 오히려 같은 돈 30,000원으로 던전을 도는 귀찮음 없이 슬롯머신을 돌릴 수가 있는거죠.

리니지M 과금시스템

그렇다고 확률이 만만한가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전설보석이 나온다 하더라도 쓸만한 건 여느 가챠 게임에서든 그렇듯이 태생이 중요하고 태생5성 중에서도 직업에 맞는, 원하는 보석이 딱 나올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일단 태생 5성에 5성이 붙어 나오는 것만 해도 0.045% 입니다. 한두번 해서 될게 아니라는 말이죠.

디아블로 이모탈 : 전설 보석 드롭 확률

전설보석이 그럼 꼭 필요하냐구 묻는 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필요의 정의를 먼저 내려야 겠죠. 만약 전설보석이 없다고 게임 자체를 못하느냐,라고 하면 그건 아닙니다. 그렇게 따지면 리니지도 무과금이 가능하죠. 게임에 접속해서 캐릭터 만들고 단순히 칼질하는 데 돈이 드는 건 아니니까요. 근데 그거 하려고 디아블로 하시는 건 아니잖아요?

파밍과 성장이 주 컨텐츠에서 성장이 과금에 비례하는 건 전형적인 P2W의 모습이고, 앞서 블리자드 개발자가 얘기한 "과금은 부가적인 요소다" 혹은 "골드와 경험치, 부스팅 아이템을 현금으로 구매할 수 없을 것이다" 라는 게 전부 개소리였다고 느끼는 건 게이머라면 대부분이 비슷할 것 같습니다. 뭐, 엄밀히 말해서 거짓말을 한건 아닙니다. 말장난을 한 것이죠.

블리자드는 슬롯머신 티켓을 팔진 않았지만 슬롯머신 티켓을 얻을 수 있는 티켓을 팔고 있는 셈이니까요. 3N을 필두로 하는 흔한 K-모바일 게임이라면 그냥 플레이스토어에 누가 또 쓰레기 투척했구나, 라고 그냥 넘어갈지도 모르지만 블리자드의 이번 쓰레기 투척은 즐겜러 입장에서는 상당히 뼈아프게 다가옵니다.

아마 이번에도 블리자드는 꽤나 쏠쏠하게 돈맛을 볼 것 같습니다. 여느 때나 그랬듯이 누군가는 수백 수천만원씩 아무렇지도 않게 과금하고 모바일 게임에서는 그 현상이 심하니까요. 그리고 그렇게 본 돈 맛을 잊지 못하고 보통 그렇게 게임사의 게임이 작품에서 매물이 되는 타락으로 빠지게 되는 흔한 스토리가 예상됩니다. 블리자드 역시 예외는 아닐거라 생각해요. (말하고 보니 타락은 블리자드 전매특허잖아요?!)

정리하면, 이모탈은 앞으로도 할만한 게임 리스트에는 넣을 생각이 없습니다. 게임 자체가 할만하지 않다기 보다는 괘씸해서, 그리고 배신감에 도저히 추천할 수가 없네요. 그래도 디아블로 시리즈를 아예 접해보지 않으신 분들은 이모탈을 하시면 그저 그렇게 평범한 모바일 RPG로 즐기시는 정도는 가능하진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