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아카이브 The Animation에 대한 한없는 잡담
블루 아카이브의 팬들에게는 꽤나 감격스러운 설 연휴였습니다. 유저들의 오랜 소망이었던 애니메이션화가 발표됨과 동시에 최종장의 이야기를 그린 네 번째 PV가 공개되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애니메이션에 대한 정보는 거의 공개된 게 없어서 현 시점에서 이렇다고 말할 만한 건 없습니다만, 네 번째 PV를 보고 나니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서 그 부분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다들 이 PV를 어떻게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한섭은 이제야 에덴조약편 파트 3가 진행중이고, 그런고로 PV에서 그리고 있는 내용은 저에겐 생경하기만 합니다. 어쩌면 스포일러를 당했을지도 모른다 싶긴 합니다만, 파트 3의 스토리 전개를 보면 어느 정도는 예상 가능했던 흐름이기도 하고 애초에 PV 자체가 모호해서 어떤 과정을 거쳐서 저기에 다다르게 되었는가 하는 건 온전히 상상의 영역인 거 같습니다.
다만 이 PV를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마블이 독을 풀었다."
이전부터 블루아카이브는 마블과 비슷한 반면 프로세카는 DC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마블의 영화들은 최종 보스인 타노스가 등장하는 <어벤저스 엔드게임>을 향해 차곡차곡 거대한 이야기를 쌓아가는 반면, DC의 영화는 <저스티스 리그> 이후로 개개인의 이야기를 산발적으로 펼칠 뿐 그것을 하나의 지점으로 수렴시키기 위한 노력은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마찬가지로 블루아카이브의 이야기는 에덴조약편을 비롯하여 각각의 동아리의 이야기가 모두 게마트리아와의 대결이라고 하는 하나의 지점을 향해 가도록 이야기를 쌓아올리는 반면, 프로세카의 이야기는 비록 각각의 유닛에 속한 이들이 때때로 겹치는 모습을 보이지만, 전반적으로는 각자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독립적으로 그려왔습니다. 말하자면 이야기의 지향점이 다른 셈이죠.
무엇이 우수하다거나 무엇이 열등하다는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애초에 둘 사이에 우열이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다만, 이야기의 임팩트라는 관점에서 보면 블루아카이브와 에덴조약편은 가히 압도적이었습니다. 이 이야기의 각본은 대단히 정교하게 짜여졌는데, 정치 스릴러의 분위기를 가진 학원 드라마 위에 보충수업부 멤버들, 티파티 멤버들, 게헨나 학원의 사람들, 그리고 아리우스 스쿼드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하나의 거대한 퍼즐을 완성합니다. 아마도 이야기를 구상할 때부터 결말을 생각해 둔 거 같은데, 그래선지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이 일사불란하게 하나의 지점을 향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다다른 지점이 이 네 번째 PV입니다. 마블 스튜디오가 십 년의 시간을 걸쳐 완성한 <어벤저스 엔드게임>이 세계 영화 역사를 다시 쓴 이래로, 마블과 같은 방향성을 추구하는 이야기들이 점점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할리우드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소드 아트 온라인> 같은 작품도 엘리시제이션 편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선보였죠. 이를테면 팬 서비스로 가득한, 그동안 등장했던 모든 캐릭터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결말은 이제 이야기를 매듭짓는 보편적인 방식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네 번째 PV를 보는 내내, <어벤저스 엔드게임>에서 캡틴 아메리카가 외친 그 유명한 대사, "Avangers, Assemble!" 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각 학원을 대표하는 브레인들이 한 자리에 모이고, 아비도스 대책위원회와 흥신소가 함께 비나에게 맞서고, 게임개발부와 RABBIT 소대가 함께 시로쿠로에 도전하는가 하면, 아리스의 '빛의 검; 슈퍼노바'가 행성을 꿰뚫고, 시로코가 홀로 대적하는 장면은 지금까지 블루 아카이브의 스토리를 따라온 모든 이들에게 감격을 안겼을 것입니다. 모든 건 지금 이 순간, 블루 아카이브의 모든 캐릭터들을 한 자리에 모아 "키보토스, 어셈블!"을 외치기 위한 큰 그림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요.
한 가지 예언을 하겠습니다. 블루 아카이브의 최종장은, 아마도 마블의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그러했던 것처럼, 가챠 게임의 전설로 남을 것입니다. 마블이 성공한 이래로 수많은 이들이 마블을 따라했지만 아직 그 아성에 다다른 자는 없는 것처럼, 설령 마블이 독을 풀었다 하여도 이 정도로 감격스러운 결말을 만들어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비록 중2병 감성이 좀 짙기는 하지만, 이야기에서 실망시킨 적은 없는 블루 아카이브의 제작진이기에 이번에도 눈이 휘둥그레지는 무언가를 만들었으리라 믿고 기대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역시나 문제가 되는 건 그 다음일 거란 생각이 듭니다. 당장 원조인 마블부터 <어벤저스 엔드게임> 이후에 중심이 될 만한 무언가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죠. 블루 아카이브 역시 이 거대한 에피소드 이후의 이야기를 과연 제시할 수 있을까 싶은데, 그건 차차 지켜보기로 하고 일단은 지금의 축제를 만끽하도록 하겠습니다.
한섭에는 앞으로 일 년 정도 뒤에나 최종장이 올라올 거 같은데, 이렇게 블루 아카이브를 접을 수 없는 이유가 하나 누적되었습니다.
애니메이션도 어서 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