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기적의 검', '버섯커 키우기'로 대박난 中 게임사의 정체

'버섯커 키우기' 게임 플레이 화면 갈무리

토종 MMORPG 모두 뛰어넘었다!

중국산 게임 '버섯커 키우기', 2024년 1분기 다운로드 수, 인앱 구매 수익 1위

전 세계 매출의 39%에 달하는 8300만 달러 한국서 벌어들여

지난 몇 년간 중국산 게임들이 국내 모바일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그중에서 특히 주목받는 기업이 있다. 이 회사에서 출시한 '버섯커(게임 속 캐릭터 이름) 키우기'는 작년 12월 국내에 정식으로 상륙하여 토종 MMORPG 게임인 '리니지M'을 제치고 구글플레이스토어와 앱스토어에서 매출 1위를 달성하며 독주 중이다. 앞서 이 회사에서 2019년에 선보인 '기적의 검'은 과감한 마케팅으로 매출 순위 3위에 오른 바 있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목하는 이 게임사는 바로 '4399네트워크(4399小遊戲, 이하 4399)'다. 오늘은 4399의 탄생 배경을 한번 들여다보고자 한다.

PC통신 시절, '틈새시장' 뛰어들어 단숨에 백만장자 등극

'hao123', '4399네트워크'의 창립자 리싱핑(李興平). 넷이즈(網易)

1999년 인터넷이 태동하던 시기, 당시 스무 살이었던 4399의 창립자 리싱핑(李興平)은 피시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컴퓨터를 다루는 능력을 키웠다. 당시 인터넷 환경은 지금과 많이 달랐는데 사용자는 브라우저에서 정확한 웹 주소를 입력해야 원하는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었다. 영문과 기호로 이루어진 주소를 외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리싱핑은 다양한 사이트 주소를 외우는 데에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

매번 사이트 주소를 입력하는 것이 불편했던 그는 "모든 사이트 링크를 한곳에 모아놓으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이를 계기로 리싱핑은 HTML을 독학하여 4개월 만에 'hao123'이라는 웹사이트를 만들어냈다. 이 사이트는 중국 네티즌들이 자주 사용하는 웹사이트 링크를 한 페이지에 모아 한 번의 클릭만으로 다양한 웹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게 했다.

간단한 인터페이스와 편리한 사용성 덕분에 hao123은 중국 피시방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이는 리싱핑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 그는 점점 더 많은 웹사이트를 추가하고 사용자 피드백을 반영해 hao123을 개선해 나갔다.

몇 년도 채 되지 않아 hao123의 트래픽과 광고 수익은 급증했다. 최고 전성기 때는 hao123의 트래픽이 시나닷컴(新浪)과 넷이즈(網易)를 합친 것과 맞먹는 수준이었다. 당시 가장 큰 인기를 끌었던 시나닷컴(新浪)과 소구(搜孤)의 경우 3000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hao123은 단 한 명이 일궈낸 말도 안 되는 업적이다.

2002년 무선 인터넷 서비스(SP, Service Provider)가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hao123의 광고 수익도 급격히 증가했다. 많은 사람이 그의 사이트에 광고를 게재하고 싶어했고, 결국 리싱핑은 피시방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웹사이트 운영에 전념하게 된다. 2004년 리싱핑은 hao123을 바이두(百度)에 1190만 위안(한화로 약 22억 6000만 원), 바이두 주식 4만 주에 매각하며 단숨에 백만장자가 됐다. 이는 바이두의 가장 성공적인 인수 사례 중 하나로도 평가받는다.

'hao123'매각 후, 플래시 게임 사이트 '4399' 설립

중국의 플래시게임 사이트인 '4399.com(4399小遊戲)' 갈무리

hao123을 매각한 후 리싱핑은 새로운 사업을 구상했다. 당시 인터넷 사용자들은 여가를 채워줄 플랫폼을 필요로 했고 리싱핑은 이것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거라고 확신했다. 그는 곧 플래시 게임 사이트인 4399를 설립했다. 4399는 안정적인 서버와 풍부한 게임 콘텐트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2008년 4399는 '열혈삼국(熱血三國)'을 내놓으며 중국 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출시 후 동시 접속자 수는 60만 명을 돌파했으며, 월 최고 매출은 1000만 위안에 달했다. 이후 '데굴데굴 두두월드(摩爾莊園)', '씨어호(賽爾號)' 등 인기 게임들도 차례로 내놓으며 4399는 중국 플래시 게임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갖게 된다.

한국에서 야후와 다음이 초기 인터넷의 상징이었다면 중국에는 4399가 있다. 90년대 후반 한국의 10대(현 3040)들이 피시방에서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던 시절, 중국의 청소년들은 4399에서 다양한 플래시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일까? 4399는 중국에서 인터넷 초기 시절의 추억을 공유하는 많은 이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4399의 호시절은 오래가지 못했다.

2013년 중국의 모바일 게임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자 웹게임 기반이었던 4399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2013년 중국 게임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의 매출은 전년 대비 246.9% 증가하여 112억 4000억 위안(약 2조 1500억 원)을 돌파했다.

이는 시장 점유율 13.5%로 웹게임의 15.4%를 위협하는 수준이다. 4399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4399 웹사이트를 모바일 버전으로 옮긴 '4399 게임 박스(4399遊戲盒)'를 출시하고 모바일 게임 제품 라인업을 구축했으나, 전환의 성과도 채 나타나기 전에 4399는 오랜 불황기에 접어들게 된다.

표절 논란부터, 게임 판호 발급 중단까지... '4399'의 장기불황

4399에서 제작 배포한 '영웅총전(英雄槍戰)'(왼), 블리자드의 '오버워치'(오). 게임 플레이 화면 갈무리

2013~2014년, 4399에서는 전 최고기술책임자 차오정(曹政)의 '주식 논란', 주요 연구개발팀과 핵심 부서 책임자들의 이탈, 광저우 지사의 대규모 인원 감축 등 여러 사건이 잇따랐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 상장 신청까지 무산되게 되었다.

거기에 더해 4399는 게임사로부터 여러 소송전에 휩쓸리게 되는데, 2017년, 4399에서 제작 배포한 '영웅총전(英雄槍戰)'과 '창전전선(槍戰前線)'이 블리자드의 '오버워치'의 저작권을 침해하여 각각 300만 위안(약 5억 4000만 원)과 97만 위안(약 1억 8000만 원)을 배상했고, 같은 해 4399의 '선어(仙語)'가 넷이즈의 '몽환서유(夢幻西遊)'의 저작권을 침해하여 1500만 위안(약 28억 원)을 배상했다.

또 2018년에는 4399의 '격투엽인(格鬥獵人)'이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의 상표권을 침해해 중국 내 운용권을 쥐고 있던 텐센트에 500만 위안(약 9억 원)을 배상하기도 했다.

불황이 여기서 끝이었다면 좋았겠지만 2018년 회사는 더욱 큰 위기에 맞닥뜨리게 된다. 중국 정부가 게임 규제를 강화하며 게임 판호 발급 중단하고, 미성년자의 온라인 게임 접속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동북공정 논란에도... 흥행 기록 갈아치워

2024년 1월부터 4월까지 센서타워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버섯커 키우기'는 국내에서 4개월간 1억 달러에 육박하는 인앱 구매 수익을 기록하며 수익과 다운로드 순위 모두를 석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센서타워(SensorTower)

결국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을 겪던 4399는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고, 결국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냈다.

2019년 출시된 '기적의 검'은 한국과 일본에서 어마어마한 인기를 끌었고, 한국에선 구글 매출 3위에 오르며 흥행 기록을 갈아치웠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기적의 검'은 각각 11억 1000만 위안(약 2120억 원), 11억 6000만 위안(약 2218억 원), 4억 4600만 위안(약 8527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12월에는 '버섯커 키우기(菇勇者傳說)'를 출시하며 또 한 번 성공을 거둔다. 데이터 분석 기업 센서타워에서 최근에 발표한 '아시아 태평양 모바일 게임 시장 인사이트'에 따르면 2024년 4월까지 전 세계에서 2억 7000만 달러(약 37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그중 한국의 비중이 39%(1억 달러)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24년 1분기엔 한국 시장에서 8300만 달러(약 11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 매출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4399에 대한 논란도 여전히 존재한다. 2022년엔 '문명정복' 게임 광고에서 이순신 장군의 소속 문명을 '중국'으로 표기하여 국내에서 동북공정을 비롯한 역사 왜곡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처럼 성장 과정에서 여러 논란과 문제를 겪으며 한국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평가와 부정적인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는 4399,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써 내려갈지, 또 그 여정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정황지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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