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유괴단"을 아시나요? (ft. 신우석/병맛광고/브롤스타즈/고래먼지/공공대작전/그랑사가)

요즘 TV나 유튜브를 보다 보면 '응? 이게 광고야? 드라마야?' '광고를 왜 이렇게 만들어????' 라는 의문이 들게 만드는 광고를 많이 보게 된다.

광고라기에는 너무 긴 5분짜리 광고가 드라마처럼 스토리가 있어서 자연스럽게 광고를 다 보는 경우도 있다. 처음에는 뭘 말하고 싶은지 알 수 없어 끝까지 봐야만 알 수 있거나, 끝까지 본 후 찰나의 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는 '진짜 병맛이다' 싶은 광고도 많다.

이런 것도 유행인가? 실질적인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노출은 5초도 되지 않는다. 나머지 시간에 스토리를 넣고 마지막에 서비스나 제품에 대한 PR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광고를 끝까지 보게 하는 효과를 바랬다면 내게 는 성공하신 것 같으니 일단 칭찬 ㅋㅋ

수년 전 본 브롤스타즈 광고는 광고에 출연한 배우들의 지난 드라마와 영화에서의 역학관계와 장면을 기억하지 못하면 웃을 수 없는 저세상 광고였기에 유튜브를 통해 전편을 찾아보고, 댓글로 광고 장면의 설명을 배워가며 본 기억이 있다.

브롤스타즈 게임광고로 이병헌을 모델로 한다. /광고 일부분 캡쳐

최근에도 그와 비슷한 전개를 가진 병맛 광고가 있었는데 바로 신세계그룹의 쓱닷컴 광고 ‘공공대작전’ 이다.

유지태는 회사 대표, 공유·공효진·양동근은 납치범으로 대표(유지태)가 납치되어 유지대 대표의 회사가 판매하는 상품의 가격을 말도 안 되는 가격에 유통되도록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설정의 광고다.

브롤스타즈 광고처럼 영화판에서도 섭외가 힘든 저 대단한 배우들을 출연시키고, 말도 안 되는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대충 스타들 얼굴 보이고 몇 마디 멘트 날리는 장면이 아닌 영화처럼 잘 만든 장면들을 보인다는 공통점이 있어 TV의 광고를 보는데 그치지 않고 유튜브를 통해 광고 전편을 다 찾아보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라이프닥터의 희한한 뇌 구조는 이런 대단한 배우들을 모아서 이런 병맛 광고를 만드는 용기 있는 놈은 누굴까??라는 '알고리즘'을 만들기 시작했고 여기저기 막 뒤지게 되었다.

신세계 그룹 광고니까 그래도 핏줄인 삼성그룹의 광고 계열사 '제일기획'이라 생각했고 "그래 제일기획 정도면 이 정도 돈질은 해도 되지."라고 생각했는데 희한한 놈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네..... '돌고래유괴단'

뭐야 이건

돌고래순두부?는 잘 아는데 돌고래유괴단?은 뭐야?

(이거 터지면 부산사람인증...ㅎ)

뭐 순두부와 돌고래와의 연관성을 찾기도 힘들지만 돌고래를 왜 유괴해? 더 연관성이 없잖아.

아니 그걸 떠나서 제일기회, 이노션, 오리콤 등 대형 광고기획사 다 나두고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운 좋게 쓱닷컴 광고를 한 준 알았더니 블록버스터급 초호화 캐스팅과 뜬금포 전개와 병맛 광고로 기억되는 광고는 대부분 이 놈들이 만들었다.

광고 패러다임을 바꾼 ‘핫’한 제작사 ‘돌고래유괴단’

이들이 만든 삼성전자 웹드라마 ‘고래먼지’(2018)는 동영상 누적 조회 수 약 7000만을 기록하며 ‘칠천만 광고’ 시대를 열었다.

고래먼지 내용 : 2053년 미래, 과학 문명의 발달에도 인류는 단 '한 가지' 난제를 해결하지 못해 상실감은 깊어만 간다. 소녀와 기상캐스터, 그리고 함께하는 AI. 그들의 여정이 시작됐다. / 삼성전자 기획, 제일기획, 돌고래유괴단 제작

미세먼지로 뒤 덮여 앞이 보이지 않는 세상을 사는 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영화가 시작하기에 음... 그래 삼성공기청정기와 에어컨으로 다 빨아들이는 광고겠지 하고 보았는데 이놈들이 7분짜리 4편을 광로랍시고 제작했네. 기대했던 삼성 공기청정기가 세상 먼지를 다 빨아들이고 지구를 구하는 장면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결말이 썩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환경오염과 인간과의 관계에 대해 무언가 생각이란 걸 하게 하는 묵직한 주제를 주려고 흉내 내는 그런 광고였다. (지극히 주관적인 라이프닥터 생각이니 태클 금지 ~^^)

삼성전자 제품의 성능에 대해 설명하고 타사 제품 대비 좋다는 주입식 광고보다는 배경을 통해서 스토리를 통해서 장면 곳곳에 등장하는 삼성 제품을 통해 자연스럽게 광고효과를 노리는 것이라면 성공한 듯하다. 저건 뭐지? 싶어 자세히 보게 되거나 의식에 흐름에 각인시키는 효과는 분명 있었으니 이건 인정

이건 인정 ^-^

작년엔 서울영상광고제 ‘올해의 프로덕션’, ‘대한민국 광고대상 금상’ 등을 휩쓸고, OTT 업체 러브콜을 받아 영화와 시리즈도 제작 중이다. 작년 말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자체 콘텐츠 제작력 강화를 위해 인수까지 했다고 하니 잘나가긴 하나보다

광고계의 한 획을 긋고 있는 이 잘나가는 광고회사를 이끌고 있는 대표는 '신우석' 이라는데 그에 대한 궁금증이 평소 있었는데 뭐 별다른 소스가 없다가 최근 인터뷰 기사를 보고 정리해 본다.

■회사 이름만큼 범상치 않은 그의 삶

회사이름은 '돌고래유괴단'. 전혀 연결점도 없고 보통 회사 이름처럼 멋있지도? 않다. 범상치 않은 그의 회사 이름처럼 그의 삶도 마찬가지 였다고 한다. 예측 불가능한 전개. 그의 삶도 일반 궤도를 한참 벗어나 있었다.

어릴 때는 일명 '강남 키즈'였지만 초등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집이 망했다. 고교 졸업식 땐 빚쟁이들이 몰려 왔다. “’가난 배틀’서 져본 적이 없다. 잃을 게 없는 삶 덕에 ‘지금 여기서 후회 없이 마음 가는 대로 하자’는 도전정신이 생겼다.”고 한다.

■광고 전공자가 아닌 고졸 출신

신우석 대표는 고졸이다. 당시 대학생들을 보니 '대학 생활의 낭만이 노는 것'이라길래. 굳이 대학가서 까지 놀 필요는 없어서 대학을 가지 않았다고 한다. 원래 꿈은 소설가, 책벌레였다. 펜과 종이만 있으면, 돈 안드는 창작자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스무살 때 영화하는 친구의 부탁으로 시나리오는 썼지만 영화는 엎어졌다. 대신 영화판을 알게 됐다고 한다.

그는 제대 후 2007년 영화에 관심 있는 친구 다섯과 회사를 차렸다. 사무실은 인천 인하대 근처 옥탑방. 밤엔 가림판을 바닥에 깔고 특수효과용 그린 스크린을 이불 삼았다. 유튜브, 엠군, 판도라 TV 등 동영상 플랫폼이 우후죽순 생길 때였는데, 플랫폼에 영상물을 올려 영업 창구로 삼았다고 한다.

빚더미에 올랐지만 하나는 지켰다.

돈 못 벌어도 광고주 상관없이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영상을 만든다는 것.

신우석대표

이 기조는 지금도 그대로라고 한다. 신입 사원 채용 때에도 ‘광고주에 굴하지 않고 과업을 달성할 수 있는 자’라는 조건을 단다.

■ 광고와의 연

주변에서 주는 기회들로 연명하다 2015년 ‘캐논’ 광고에 참여하게 된다. 카메라 광고인데 주인공(최현석 셰프)이 곰에게 잡아먹히는 황당 스토리. 임원 대상 테스트 영상 틀던 날, 싸늘했다고 한다. “나중에 보니 실무 담당자가 이건 젊은이들 보는 거라면서 임원진을 설득했더라.” 금요일 밤 유튜브에 광고가 올라오자마자 바이럴 되며 대박을 터뜨렸다. “때론 콘텐츠 만드는 것보다 콘텐츠 알아보는 눈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이후 일감이 몰아쳤다고 한다.

우린 바닥부터 차근차근 올라왔는데 기존 광고 업계에선 ‘옆에서 치고 들어왔다’고 하더라. 기존엔 광고주, 대행사, 프로덕션(제작사), 포스트 프로덕션 순으로 갑을병정 관계가 있었다. 우리는 예전부터 시나리오 짜고 영상까지 찍었다. 을병정을 합친, 업계에는 완전히 없던 포지션의 회사가 생긴 거다.

신우석대표

■ '신우석' 대표가 생각하는 경쟁력

그가 생각하는 경쟁력이란 "경쟁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타인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보다 자신 스스로가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는 것이 경쟁력이라고 했다.

■ 돌고래유괴단의 광고가 특별한 이유

돌고래유괴단의 광고가 유나히 주목받고 있는 점은 다른 일반 광고와는 스토리, 전개가 남달라서 일 것이다. 신우석 대표가 처음 광고를 제작할 때는 광고의 기존 문법, 업계 관행, 이해관계를 잘 몰랐다고 한다. 오히려 이런 부분을 신경쓰지 않아서 대중의 눈으로 제작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용기 내서 ‘멍청한 선택’을 해온 것이 결과적으로 광고 문법을 바꾸는 힘이 됐다."라고 말했다.

성공 포인트로 꼽히는 반전, 병맛 같은 서브컬처도 빙산의 일각이라고 했다. 스토리텔링 자체가 탄탄해야 일각이 도드라지는 것이라며 스토리텔링이 기반이 된 상태에서 반전, 병맛을 얻어줘야 소비자에게 호응을 얻는다는 것이다.

TV 광고 시대엔 못해도 눙치고 넘어갈 수 있었다.

지금은 댓글로 실시간 반응이 나온다.

보기 싫으면 광고도 스킵할 수 있는 시대다.

광고도 제대로 된 콘텐츠여야 한다."

신우석대표

인터뷰를 정리하면서 얼마전 종영한 드라마 "스물하나 스물다섯"의 장면 장면이 떠 올라 '설마 그 드라마 주인공이야?'싶어 조사를 해 보았지만 별 관련 없는걸로 ㅋㅋ

살아온 삶의 궤적이 일반적이지 않은 아웃사이더의 삶에서 이 자리까지 온 이력도 대단하지만, 자신의 철학과 가치관을 지켜가며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과 꼰대 문화라 여겨지는 도제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조직을 성장시켜 나가는 의지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이번 주말엔 돌고래유괴단이 만든 병맛 광고를 다시 몰아보기 해보는 것도 좋겠다. 그래 그것도 좋겠다.

우리 이웃님들도 동참 한 번 해보세요.

광고는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문화와 사고의 흐름의 집합체이니 지금 내가 사는 세상은 어떤 공식으로 돌아가는지 한번쯤은 알아 보고 달려가는 것도 좋겠다.

맥주와 팝콘과 천하장사를 사 들고 집에 가야 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