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런: 킹덤>은 보상설계가 잘못됐다.

이 글은 게임기획을 하는 입장에서 쓰였고 후에 개인적인 포트폴리오 용도로 사용될 예정임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기획단계 수준의 구체적 개선점은 나오지 않음.

쿠키런 킹덤이 오픈 반년만에 '망한' 것은 유명한 얘기다. 서비스가 시작된 직후부터 약 3달간 3천만 왕국을 달성하고 이른바 '국민겜'으로 등극했던 걸 생각하면 쿠킹덤의 몰락은 초라할 지경이었다. 물론 여기에는 거의 모든 게임들이 서비스 직후에 가장 많은 유저들이 몰려서 시간이 지나면 기하급수적으로 유저가 사라진다는 일반적인 사실도 적용해야 한다. 또 쿠키런 킹덤은 월간활성화 유저가 300만~500만으로 추정되는 여전히 큰 규모의 게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천만, 1억 감사제를 진행할만큼 시끌벅적했던 게임이라 (주식을 했다면 그 때 데브가 어디까지 날아갔는지 기억할 것.) 유저수가 줄어든 게 더 확연히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쿠키런: 킹덤의 문제점은 무엇이었을까?

오픈 당일부터 지금까지 쭉 게임을 해온 입장에서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쿠키런: 킹덤은 보상설계가 잘못되었다.

전에도 말했지만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콘텐츠가 재미있냐가 아니라 콘텐츠끼리 얼마나 서로 잘 연계되어있느냐이다. 왜냐하면 유저가 게임을 하게 만드는 최고의 자극은 재미가 아니라 동기이기 때문이다. 공부가 재밌어서 하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 공부가 재미없고 힘들어도 하는 이유는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특정한 목표가 동기로 작용해서 재미가 없는 것도 하게 만들고, 하다보면 성취감을 느끼게 만들고, 그 성취감이 다시 재미-동기로 작용하게 된다.

게임에서도 이건 똑같다. 그러므로 게임은 한두개의 유저들이 몰입할만한 요소를 마련하고, 나머지 콘텐츠는 전부 그 요소를 달성하기 위한 동기로서 작동하게 만들어야 한다.

쿠키런 킹덤에는 바로 이 부분이 부족하다.

누카니발이라는 게임이 어떻게 흥하게 되었는지를 분석한 글이 있는데 - 나는 그 때 누카니발이 여성향 게임 중에 유일하게 '게임이라고 부를만한' 게임이었다고 말했었다. 누카니발은 매우 단순한 방식의 설계를 가졌다. 누카니발의 핵심 동기는 스토리를 보는 것이고, 그 동기를 통해 탄생하는 재미가 뽑기다. (설명하자면 누카니발은 19금 BL게임인데, 원하는 스토리를 보려면 그 스토리의 주인공격인 캐릭터를 뽑기로 얻어야 한다.)

유저들은 스토리를 보기 위해서 캐릭터를 뽑는다. 랜덤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원하는 캐릭터가 안 나올 수도 있다. 그래서 캐릭터를 꼭 뽑기 위해선 돈을 쓰거나, 뽑기용 재화를 많이 쌓아놔야 한다.

이 뽑기용 재화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얻을 수 있다. 스테이지를 깰 때마다 퀘스트를 달성하고, 그 퀘스트를 누적 몇 개 이상 깨면 최종적으로 뽑기 재화를 받는 방식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뽑기를 하기 위해서 스테이지가 재미가 있든 없든 계속 게임을 한다.

중요한 건 여기서 스테이지를 깨는 건 핵심 재미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게임이 재밌으려면 게임성이 뛰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게임성이라는 건 내가 플레이 하는 영역 - 몬스터랑 싸워서 스테이지를 깨는 부분이다. 그러나 누카니발에선 스테이지를 깨는 건 재미있을 필요도 별로 없고 (사람에 따라) 재미있지도 않다. 어차피 어느 정도 레벨이 오르면 자동모드로 돌려놓고 수십번씩 반복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게임을 직접 플레이 하는 부분이 노잼인 건데, 어떻게 그 게임이 재밌을 수가 있지?

아까도 말했듯이 누카니발에서 스테이지 클리어는 어디까지나 뽑기를 하기 위한 과정 중 하나이다. 누카니발의 최종 목적은 뽑기를 해서 내가 원하는 캐릭터를 뽑아서 원하는 스토리를 보는 것이다.

그러므로 누카니발의 컨텐츠 소모 속도는 뽑기 재화를 얼마나 자주 주느냐로 조절된다.

누카니발의 뽑기 재화 획득 경로는 1) 현금 구매, 2) 퀘스트 깨기, 3) 상점에서 구매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 어느 것 하나 쉽게 얻을 수 없다. 현금 구매는 돈이 드니까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 있고, 퀘스트는 많은 량을 깨야 하며 1주일, 1달 단위로 갱신되는 퀘스트의 경우엔 퀘스트을 아무리 많이 깨도 주기에 1번밖엔 못 받는다. 상점 구매 역시 최소 일주일에서 길게는 1달에 한 번 갱신되어 뽑기권을 모으기가 쉽지 않다.

퀘스트를 깨서 뽑기권을 받으려면 매일 꼬박꼬박 몇 번 이상의 퀘스트를 해야 한다. 퀘스트에 필요한 재화가 있기 때문에 이 재화를 제대로 모으고 사용하려면 매일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나중에 몰아서 퀘스트를 하면 추가 재화를 쓰게 되어 돈이 들기 때문이다.

상점에서 뽑기권을 구매하려면 전용 재화가 필요한데, 그 재화 역시 매일 접속해서 게임을 해야만 받을 수 있으므로 꾸준히 접속해서 평소에 재화를 챙겨둬야만 상점에 뽑기권이 떴을 때 구매할 수 있다.

또 스토리를 보는 것도 캐릭터만 얻었다고 그냥 봐지는 게 아니다. 스토리 전용 재화 및 퀘스트가 있다.

누카니발은 매우매우 단순한 게임이다. 핵심재미라곤 캐릭터를 모아서 걔네랑 노는 거 단 하나다. 그런데 그 하나의 핵심재미에 모든 콘텐츠가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랑 놀고 싶어.' 하나의 동기로 수많은 재미가 있든 없든 존재하는 콘텐츠를 즐기게 되고, 그 콘텐츠를 즐기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돈을 써가면서 게임을 하게 된다.

그럼 쿠키런: 킹덤은 어떻게 설계되어있는가? 쿠키런: 킹덤은 일단 RPG 랑 SNG를 결합해 놓은 형태의 게임이다.

사실, RPG랑 SNG가 결합된 게임은 적지 않다. 내가 좋아하는 파이널판타지14도 기본적으로 롤플레잉게임이지만 깊이 들어가면 채집, 제작 등 SNG 요소가 많이 있고, 그 유명한 스타듀밸리도 SNG로 보이지만 광산에서 몬스터랑 싸우고 더 좋은 무기 만들고... RPG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쿠킹덤이 서로 (핵심 재미가) 달라보이는 두 장르의 게임을 결합했기 때문에 망한 거라고 볼 순 없다.

쿠킹덤이 망한 이유는 두 장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그냥 붙여만 놨기 때문이다.

쿠킹덤에는 동기가 없다.

알피지나 에센지나 어차피 동기는 성장이다. 알피지는 내가 존나 쎄져야지 존나 쎄져서 사람들 뚜까 패고 다녀야지가 성장 동기이고 에센지는 내가 존나 돈 마니 벌어야지 돈 존나 마니 벌어서 농장 개크게 만들어야지가 성장 동기다. 둘 다 어차피 레벨을 올려서 내가 원하는 걸 자유롭게 하고 싶다는 부분에선 똑같은 동기를 가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쿠키런 킹덤에는 존나 쎄져도 할 게 없고 돈을 존나 많이 벌어도 할 게 없다. 왜냐면 서로 다른 두 부분이 따로 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농사나 짓는 게임인 스타듀밸리에서 무기가 좋아야 하는 이유는 뭔가? 무기가 좋아야 광산에 가서 몬스터를 쉽게 죽일 수 있고, 몬스터를 죽여야만 더 깊은 광산에 들어가서 더 좋은 보석을 캘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농사를 짓는다는 목표는 동일하고 그 과정을 쉽게 하기 위해서 무기를 강화하게 된다.

반대로 광산에 들어가는 게 더 깊은 곳까지 가서 몬스터를 뚜까 패는 게 목적이라고 해도, 좋은 무기를 얻으려면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돈을 벌 수 있는 농사를 지어야 한다. 아니면 보석을 캐든가. 하여튼 돈을 벌기 위해 농사든 보석이든 몬스터를 뚜까 패는 게 아니라 다른 일도 병행해야 한다. (몬스터만 뚜까 패서 돈을 벌 수 있긴 하다. 몬스터가 드랍하는 아이템을 팔면 된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한계가 있다.)

근데 쿠키런: 킹덤은? 아이템 생산을 왜 하지? 이유가 없다. 아레나를 왜 하지? 이유가 없다.

쿠키런: 킹덤의 핵심 재미도 결국 뽑기다. 캐릭터 모으는 게임에서 제일 재밌는 건 뽑기다. 그런데 쿠키런: 킹덤의 뽑기는 너무 쉽다. 재화를 그냥 막 뿌리기 때문이다. 그건 쿠키런: 킹덤이 소수의 쿠키를 가지고 스토리를 보는 게임이 아니라 현재까지 약 80여종의 쿠키를 가지고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도록 만든 게임이기 때문이다. 80종의 쿠키를 다 모으려면 재화가 많이 필요하다. 또 쿠키런 시리즈는 전부터 뽑기에 돈을 너무 많이 쓰지 않도록 적절한 조절을 해왔다. 실제로 쿠키런 시리즈 게임은 이른바 혜자겜으로 불렸었고, 많은 사람들이 무과금으로 즐기고 있다. 그래서 쿠키런: 킹덤에선 쿠키를 뽑을 수 있는 다양한 재화를 이벤트, 퀘스트 등을 통해서 많이 뿌리고 있다. 사람들이 뽑기를 하는 과정 자체가 어렵고, 특별히 두근거리는 경험이 아니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뿌리는 재화를 줄일 순 없다. 이미 적응 된 사람들이 게임이 변했다고 떠나갈 것이고, 또 게임의 핵심 재미가 사라지는 것이기도 하니까.

쿠키런: 킹덤의 핵심 재미를 뽑기라고 했는데, 이제 시점을 조금 바꿔봐야 한다. 위에서 누카니발의 예를 들었다. 누카니발에서 뽑기가 핵심 재미가 될 수 있었던 건 핵심 동기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바로 뽑기한 캐릭터랑 알콩달콩 노는 스토리를 본다는.

그런데 쿠키런: 킹덤은 이 핵심 재미가 아예 부재한다. 쿠키를 뽑아서 뭘하지? 아레나를 합니다. 아레나를 하면 뭘 할 수 있는데? 랭킹이 높아집니다. 다른 건 뭘 할 수 있지? 생산을 할 수 있습니다. 생산을 하면 뭘 할 수 있는데? 쿠키를 강화하거나... 쿠키를 강화하면 뭘 하는데? 아레나를 합니다. 아레나 해서 뭐해? 랭킹 높아져서 뭐해? 랭킹 높아지면 뭘 할 수 있는데?

동기가 없는 것이다. 랭킹 높아져서 뭐하는데? 그냥 랭킹 높아진 게 끝이잖아.

쿠키런: 킹덤의 아레나는 실시간 매칭이 아니다. 그래서 자동모드로 돌아간다. 상대방의 덱을 보고 내 덱을 꾸려서 공격하면 자동으로 전투가 진행되고 결과를 볼 수 있다. 전투 진행 부분을 잠시 가려놓으면, 그냥, 가위바위보 버튼 선택하면 랜덤으로 골라지고 승리/패배 결과 나오는 게임이랑 똑같은 것이다.

물론 이기는 것 자체가 재밌는 사람도 있고, 상대방의 덱을 보고 쿠키를 고르는 과정이 좋은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정말 지극히 소수, 지금 그랜드마스터 등급인 1% 내외 수준일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레나 보상이나, 아레나 퀘스트에 걸려있는 다른 보상 때문에 아레나를 한다. 아레나 보상은 한정판 꾸미기 아이템이고, 아레나 퀘스트에 걸려있는 다른 보상은 뽑기 아이템이다. 아까도 말했듯이 쿠키런은 뽑기 아이템을 많이 뿌린다. 돈을 안 써도 언젠가는 쿠키를 모을 수 있다. 그래서 아레나 퀘스트를 꼭 안 해도 된다.

그럼 아레나 안 하면 뭐하지? 쿠키런에도 많은 콘텐츠가 있고 그걸 순수하게 즐기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그 수가 너무 적다! 자유도도 적지만, 성취감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꾸미기는 정말 성취감이 없다. 그냥 내가 보기에 이쁘게 꾸며놓은 게 다다. 누구에게 자랑할 수도 없고, 아레나처럼 랭킹이 매겨지는 것도 아니고 보상도 없다.

생산을 하는 이유도 없다. 레벨이 높아지면 돈이 넘쳐나서 생산품을 팔아서 돈을 벌 필요가 없고, 돈이 넘쳐나는 이유는 돈을 쓸 곳이 없기 때문이다. 꾸미기를 할 수 없는 환경인데 돈을 쓸 곳 중 하나인 꾸미기 아이템을 사서 뭘 하겠는가. 게다가 꾸미기 아이템은 또 너무 저렴해서 사봐야 티도 안 난다...

그러면 쿠키런의 성장 동기는 어떻게 결핍되는가? 쿠키런에는 ____가 없다.

--> 여기서부터는 개인 포트폴리오 작업에 해당하므로 공개하지 않슴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