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신] 알고보니 내가 10덕이었던 건에 관하여

0. 헤이 올리 광질 게임 추천해줘

때는 바야흐로 두어달 전, 원래 하던 게임에 권태감을 느껴

게임 모임 팀장님께 광질 게임 추천을 부탁드렸다.

팀장님은 광질게임을 찾는 나에게 원신(장르 : 오픈월드 액션 RPG)을 추천해주었다.

저때만 해도 나에게 원신이란 젤다 짝퉁 + 십덕 게임이었기에

사실 하겠다는 생각도 없었고 하고싶지도 않았다.

젤다 야숨 찬양론자로서 짝퉁게임을 한다는거 굉장히 자존심이 상해버리거든요~

그리고 ‘원신’하면 자꾸 새빛둥둥섬이 가라앉았다는 그 기사밖에 생각이 안났다구요...

제삼다 팀장님 사실 할 생각 없었어요ㅋ

그렇게 팀장님도 광질게임에 원신 영업은 터무니 없다 느꼈는지 슬쩍 포기한다.

근데 여기서 나는 긁혀버렸다....⭐️

아무도 몰랐죠 제가 여기에 긁힌지...

사실 저 오타를 잘못 봐서

‘내가 진짜 할거였으면 진작 깔아봤다’ 이런식으로 해석했던걸로 기억한다

그러니까 시작은 ‘머 히발 나도 원신 까이꺼 해본다’ 같은 마인드였다.

1. 몬드 그게 몬데

원신 뉴비에 미쳐벌인 팀장님은 디스코드로 내 원신의 시작을 함께했다.

처음 게임을 켜니 성별을 정하라고 했다.

성별은 바꿀 수가 없으니 신중해야 한단다.

이름을 정하라고 했다.

이름은 바꿀 수가 있으니 대충 지어도 된단다.

대체 뭐야?

성별은 바꿀 수 없고 이름은 바꿀 수 있는 이 게임이 웃겼다.

게임을 켜면 처음 접하게 되는 지역인 몬드는 바람 지역이었고, 바람이 불면 민들레를 채집할 수 있었다.

이걸 가지고 지금 광질 게임이라고 한 건가? 싶었다.

템 파밍이 비슷하다는게 이런 소리였나...?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원신의 원소 반응이 뭔지도 몰랐고 관심도 없었다.

나에게 원신은 ‘젤다랑 비슷한 게임’이었기 때문에,

원소라는 개념 자체가 잘 들어오지 않았다.

내가 피슬(활 캐릭)을 데리고 멀리서 끙차끙차 데미지 1씩 넣어가며 얍삽한 플레이를 하는걸 보고있던 팀장님이

“원신 그렇게 하는거 아니야~!~!~!!!!!!!” 라고 소리치던 그 음성이 아직도 귓가를 멤돈다.

2.

아무튼 그런식으로 나는 얼레벌레 ‘원... 신....? 그게 몬데... =_=’ 모드로 첫번째 보스까지 보게된다.

당연하게도 보스를 대체 어떻게 죽여야 할 지 감이 안잡혀서 대충 낙사 300번 정도 하고 잡았던 기억이 난다.

나 보스 어떻게 죽였지 대체...

팀장님 저 드발린 어떻게 죽였어요?

첫번째 지역인 몬드를 지나 리월에 도착했다.

리월은 중국을 모티브로 만든 지역이란다.

중국에 일가견이 있는 나에게 찰떡인 지역인걸ㄲ......?

그때도 나는 졸렸다.

팀장님은 나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유료템도 쏴주고

가챠도 같이 돌려보고

음성팩도 중국어로 바꿨다가 한국어로 바꿨다가 일본어로 바꿨다가

캐릭터 PV도 보여주고

OST 오케스트라 버전도 들려주고

캐릭터 돌파에 1도 관심 없는 나 붙잡고 돌파 재료 몇십개씩 파밍해주고

나는 관심도 없는 기행 미션 같이 돌아주고

(참고: 기행 내 돈으로 결제함)

이렇듯 팀장님의 피나는 노력...

에도 불구하고 나는 원신에 큰 흥미를 갖지 못했다.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진짜 더럽게 흥미를 갖지 못했다.

그러다가 화려한 PV를 보고 웬일인지 잔뜩 기대한 채로 이나즈마에 입성하게 된다.

아마 처음으로 ‘캐릭터’ 자체에 흥미를 가진게 이나즈마의

라이덴 쇼군이 아닐까 싶다.

솔직히 개간지나잖아

스토리는 1도 모르는데 라이덴 쇼군 캐릭터가 너무 간지나서

픽업 개념, 천장 개념도 없으면서 라이덴을 뽑겠다고 했었다.

몰라 번개래 개간지나 근데 메인딜러래 10간지나

<<나에게 라이덴의 첫인상

그렇게 라이덴에게 반해서 이나즈마에 입성한 나는

..

..

....

시뇨라에게 개같이 패배했다.

이런 법이 어딨어요 시뇨라 왜이렇게 세요

심지어 무슨 모의 테스트도 해

얼마나 어려우려고 이러냐고

그렇게 시뇨라에게 벽을 느껴버린 나는

모순적이게도 스스로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까지 팀장님이 떠먹어주는 것만 먹다가;

이거 대체 뭐 어캐 하는건데 싶어서 이런 저런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안그러면 나는 원신을 접을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그냥 접었어도 되긴 했는데...

물론 검색하다가 스포도 밟고,

검색을 하고도 마음이 꺾여버려서 진심으로 접을뻔 했다.

나 이대로 마신 임무를 진행하지 못하게 되는걸까

시뇨라는 그냥 중간보스 같은건데

그걸 못잡아서 게임을 접는걸까....

광질의 ㄱ자도 못보고

폰타인의 물 한방울 보지 못하고

원신 바이 하는걸까

3.

시뇨라에게 전나게 꺾여있던 중,

팀장님은 다음 업데이트 찌라시를 들고온다.

[다음 픽업 정보 : 느비예트, 카즈하]

사실 얘네가 누군지도 몰랐는데 팀장님이 카즈하는 꼭 뽑으라는거다

카즈하 있으면 월드 기믹 무시가 가능하다고

겁나 편하니까 카즈하를 꼭 뽑으라고 했다.

그런데 찾아보니까 사람들이 느비예트랑 카즈하 중 어떤게 우선이냐 열띈 토론을 하고 있는거야

말을 들어보니까 느비가 딸깍캐라네?

어어 못참지~ 나 스플에서도 딸깍충인데~

느비 뽑자

그럼 이제 느비와 카즈하 중 누굴 포기하느냐 였는데

이때도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

걍ㅋㅋㅋㅋㅋㅋㅋㅋㅋ

터무니없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느비랑 카즈하 둘다 뽑자! 이랬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현질 할 것도 아니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때 내가 쌓아놓은 인연이 한 90개정도였나

90개로 둘 다 뽑겠다고 저지랄을...

두 캐릭터를 확정적으로 뽑을 수 있는 인연의 갯수는 360개였다.

ㅋㅋ

ㅋㅋ

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이제 50% 확률로 반천장에 뜨기도 하니까,

운이 좋으면...

확정천장1번, 반천장 1번정도 볼 수 있는 인연이 쌓이지 않을까 했다.

원대했던 뉴비의 꿈을 보고 한숨쉬는 팀장님

그렇게 인연을 130개 겨우 모은 상태로

4.5 픽업이 시작되었다.

느비가 안뜨면 원신 접어야지, 하는 마인드로 가챠를 돌리기 시작했는데

디요오오오오옹

진짜로 느비예트랑 카즈하가 둘 다 떠버렸습니다

ㄴㅇㄱ

아니 왜 130개로 둘 다 뜨는데?

못해도 270개는 써야 두 캐릭 다 보겠다 싶었는데

반천장에 느비예트 뜨고,

2-30뽑에 각청 뜨고 10뽑만에 카즈하가 떠버렸다

이거 대체.. 뭐지

이때 나는 정말로 호요버스에서 나한테

느비랑 카즈하 둘 다 안주면 얘는 원신 접겠구먼 생각해서 둘 다 주는 것만 같았다

그 즈음 해서 원신 접률이 최하위를 찍었거든..

레진도 안돌리고 공월 못 받아간 날도 있었다.

아무튼 그렇게 느비, 카즈하와 함께하는 행복 원신 라이프가 시작되었다.

시뇨라 시원하게 세차 해버리고

지긋지긋했던 이나즈마를 떠나보냈다.

그렇게 수메르 지역에 들어갔는데

자꾸 김올리(팀장님)가 스토리 밀라고~~~ 스토리 밀라고~~~~~~

나는 월드 탐사 하면서, 멍때리면서 게임하고싶은데

자꾸 팀장님이 스토리~~~~ 스토리~~~~~~~~~~ 노래를 불러서

조금 맛베기로 스토리를 보는데

어어어어어어?

좀... 재밌네?

몬드 리월 이나즈마와는 차원이 다른 흡입력이었다.

그리고 사실 픽업 가챠를 돌릴때쯤

상시 픽업에서 타이나리(수메르 핵심 캐릭터 中 1)가 떠서

조금 더 재밌게 했다.

이쯤 타이나리에 또 겁나 빠져가지고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역시 팀장님의 노력이 한몫 했다.

팀장님 방송 보다가 타이나리 보이스를 들었는데

겁나 매력있었거덩

시니컬한 언니인 줄 알았는데 귀여운 (남자) 선배님이었다.

아무튼 몬드 리월 이나즈마 다 미는데 두달 가까이 걸린 것 같은데

수메르를 거의 일주일만에 울면서 밀어버렸다.

아니 나히다가 너무 ... 너무 멋지잖아!!!!!

나히다가 느끼는 감정이 십분 이해됐다.

백성들은 이성, 논리를 핑계로 감성은 쓸데없는 것으로 미뤄버린다.

지식나무가 주는 정보에 미쳐서 스스로 사고하는 법을 잊어버리고

그 틈새에서 모순을 찾아낸 여행자만이 나히다의 비밀을 알아낼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수메르 스토리를 보면서 넷플릭스 <블랙미러>시리즈의 <시스템의 연인> 편이 생각났다.

기억을 지우고 또 지워도, 그들의 마음은 견고했기에

결국 시스템을 부수고 나와버린 그들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또,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와 조지 오웰의 <1984>가 생각나기도 했다.

<1984>에서처럼 정부가 주는 지식만을 받아먹고, 스스로 사고하는 것 자체가 죄악이 된 사회에서, 주인공은 일기를 쓴다.

나히다도, 여행자도 그러했다.

주변의 모두가 나라에서 주는 정보를 절대 선이자 지혜로 생각하는데,

계속해서 사고하며 사회의 빈틈을 찾아내고 스스로를 알아가는 내용이 감격스러웠다.

수메르 스토리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지금보니 나는 시스템(사회)를 때려 부수는 내용을 좋아하는건가,

수메르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을 꼽으라면

권력을 쥐고 백성들을 속이고 흔드는 시스템의 허점을 찾아낸 게 뻐렁치는 포인트였다.

그렇게 수메르 엔딩 ~!~!~!!!!!

처음으로 완전히 몰입해서 본 스토리가 수메르 스토리였다.

나히다 서사에 완전히 빠져버림...

아아아아아 그리고 이거 핵심인데

수메르 보스가 팀장님 최애캐인 방랑자였는데,

이때 진짜 생각보다 강한 충격...ㄴㅇㄱ

방랑자의 저 싸가지없는 뒤틀린 성격은 어디서 온 건가 싶었는데

대충 방랑자를 이해하는 포인트가 되기도 했다

좀 짠했다

그래 너도 이유가 있겠지

그렇게 원신의 최종 정착지인 폰타인에 들어가게 된다

김올리가 원신 시작하고 폰타인 스토리 보기 전에 접으면 지구 끝까지 쫓아올거라고 웅앵

아무튼 느비예트도 뽑았겠다

흥미롭게 폰타인 스토리를 감상했다

느비예트 첫등장

느비예트 vs. 느비예트

이건 진짜 최근인데

푸리나가 자꾸 이랬다 저랬다 하는게 어이없었다.

허세에 쩔어서 말만 번지르르하게 늘어놓고

실제로 하는 건 없어보였다.

말그대로 애샛기 같았음

근데...

푸리나 그는 그저 갓....

푸리나 비밀 밝혀질 때 진짜 겁나 질질 짜면서 컷신 봤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연기 한번쯤은 하고 살잖아

한번이 아니고 사실 그게 장기가 되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나는 그게 너무 버겁다고 생각했었다

근데 푸리나는 그걸 아무한테도 말 안하고 혼자 앓으면서 오백년을 버틴거다

저게 범인으로서 감당할 수 있는 스케일이냐고

지금 당장 백세시대로 백년을 살아가는것도 버거운 게 인간인데

오백년을 살면서 주변 사람이 떠나가는 걸 지켜보고,

힘들어 하면 고민을 들어주고,

그걸 해결해주(는 척하)며,

인간을 뛰어넘는 초월적 존재인 것 마냥

24시간 어떻게 연기하고 살아....

포칼로스는 어떻게 저렇게 감정이 넘쳐흐르는 인간한테 이런 미션을 줄 수 있는거냐고...

신이 생각한 가장 완벽한 인간상은 그런 모습이었겠지만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기에 완벽한 인간상은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푸리나가 멘탈이 개쩌는 건 알겠는데,

난 포칼로스가 너무 미웠다

마 미션을 좀 쉬운걸 줘라

아니면 미션을 감당할 수 있는 멘탈 스킬을 좀 더 찍어주던가

임마도 아주 하드컨텐츠 좋아하는 편인가베

푸리나는... 낭만이 있다

아무튼 폰타인 스토리를 밀면서 느비예트 1돌파도 해내고

밤에 자다가 깨서 원석 딱 160개길래

일퀘 보상 받고 1뽑만 하고 자자...

오늘도 노잼 파란색 별똥별이겠지....

했는데

디요오오오오옹 갑자기 무슨 황금색 무지개가 번쩍

근데 그게 또비예트 ㄴㅇㄱ

암튼 느비예트와 함께한 추억이 많았습니다

느비예트 없었으면 나 진작 원신 접었을거같음

ㅋㅋ

딸깍캐 최고

폰타인에서 느비예트가 탈인간급으로 세서

‘점마 저거 그냥 최고심판관 정도인게 말이 안되는디=_=’

했는데 그쵸 예 용은 인간이 아니죠

느비예트 더듬이가 괜히 있는게 아니었다고....!!!!

아무튼 느비 전나 멋지게 나오고

막 백성들 구해내는데

캬ㅑㅑㅑㅑㅑㅑㅑㅑㅑ

세차란 이런건가

이것이... 최고 심판관인가

이것이...... 물의 신인건가!!!!!

개뻐렁쳤다내요

4.

아아.... 재밌었다 원신

수메르 폰타인 스토리만 봐도 원신을 할 가치가 충분했다.

<멋진 신세계>를 정말 재밌게 봤었는데 수메르 스토리를 밀면서 이 생각이 많이 나서 재독 각이 잡혔다내요

물론 마신을 다 밀었다고 원신이 끝인건 아니지만

원신 뽕이 가득찬 지금의 상태를 기록하고싶어서

후기 겸 그동안의 여정 정리합니다

나는 사실 십덕은 커녕 오타쿠도 아닌데

원신의 스토리는 갓반인을 울렸다.....

나타, 스네즈나야 스토리도 기대된다

젤다 짝퉁게임이라는 인식이 너무 강해서

사실 기대가 없었는데,

게임을 하다보니 게임의 틀이 어느정도 젤다(야숨)와 비슷한 건 느꼈지만

원신의 핵심과 젤다의 핵심은 너무 다르게 느껴져서 이걸로 베꼈다고 하기엔

젤다는 이미 너무 젤다라이크라는 장르를 구축한게 아닐까 싶었다

젤다는 탐험에 비중을 크게 뒀고

그 탐험의 가치는 어떤 게임이나 경험과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원신의 핵심은 전투와 가챠 아닐까?

전체적인 틀을 가져왔기에 표절이라는 의견도 이해가 되고

근데 또 비슷한 게임이냐? 라기엔 둘은 많이 다른 게임이다.

아예 다른 경험을 주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재밌다 원신

광질게임 원신 추천해줘서 감사합니다 팀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