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아카이브] 애니 속 센세의 모습과 우상 숭배

블아 애니의 센세는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

라는 생각을 예전부터 해왔다.

사실 블로그 첫 번째 글로 쓰려고 했던 게 이건데 설득력도 약하고, 영양가도 별로 없는 것 같아 패스했었음.

근데 오늘 그럭저럭 재밌게 연결할 만한 거리가 생각나서 글을 써본다.

그래도 영양가는 적을 듯ㅎㅎ

글을 쓰기에 앞서 블아 애니는 블아 IP의 수명을 결정지을 중요한 분기점이다.

그래서 사실 성공만 시킬 수 있으면 센세가 어떤 모습이든 전혀 상관 없다고 생각한다.

제발 제발 제발 꼭 좀 대히트쳐서 내 지갑을 영원토록 털어줘…….

모바일 게임 애니화에는 언제나 아주 커다란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그건 바로 주인공의 표현.

대부분의 모바일 게임에서는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 주인공의 모습을 묘사하지 않고 있다.

게임을 하고 있는 당신이 바로 주인공!이라는 표현이다.

헌데 영상을 만들게 되면 코난 범인처럼 그릴 게 아니면 당연히 주인공의 구체적인 모습이 필요해진다.

여기서 큰 장벽이 펼쳐진다.

주인공은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는 '나'인데 애니메이션에서는 외간 남/여자가 주인공 행세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받아들이기에 따라 꽤나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 포인트이다.

나 역시 좀 불편해하는 편.

NTR당했다는 느낌 때문이라기보다는(…), 내가 한 캐릭터 해석이 붕괴되고 상상력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나같은 사람의 수가 적지 않을 터이므로 제작사에서도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갖가지 궁리를 해왔다.

벌써 서기 2023년…… 지금까지 수많은 모바일 게임 애니들이 나왔다.

이들의 해결책을 먼저 좀 살펴보자.

우선 명일방주.

요스타에서 만든 애니다.

참고로 블아도 요스타에서 만들 예정.

명방 애니에서 주인공은 위처럼 온몸을 가린 상태로 등장한다.

얼굴은 물론 몸도 드러내지 않는다.

애니메이션 내내!

목소리 또한 여성성우를 기용하긴 했지만, 중성적인 목소리이다.

게임 몰입을 위해 애니메이션에서의 구체적인 모습을 삼가자!

라는 게 이들의 모토인 듯 하다.

이렇게 만들 경우 설정 파괴는 일어나지 않을 테니 원작 팬들에게 욕 먹을 일은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내 보기에 이건 하책이다.

애니메이션은 게임을 떡상시키기 위한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

애니로 처음 보는 사람들도 재밌어야 한다는 뜻.

헌데 이렇게 붕붕 감아놓고 얼굴도 안 보여주는 캐릭터를 시청자들이 좋아할까?

스트리밍만 봐도 노캠은 반응을 보여줄 수 없어 캠방보다 패널티가 훨 크다.

애니도 똑같다.

캐릭터의 리액션은 굉장히 중요한 재미 요소인데 이런 식으로 감춰두면 확인할 수가 없다.

표정을 전혀 알 수 없는 이 캐릭터를 좋아하는 건 좀 힘들어보인다.

물론 원작 팬이면 그래도 설정 파괴 없이 게임 스토리를 영상으로 볼 수 있으니 즐거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뿐이다.

중박은 치는 재미.

딱 그 정도가 이런 식으로 만들 경우의 최선이지 않을까?

그래서는 안 된다.

시청자를 게임으로 유입시키려면 가슴이 웅장해지고 대가리가 깨져야만 한다.

그러려면 얼굴을 노출시키는 건 필수다.

주인공조차 하나의 매력적인 캐릭터가 되어줘야만 한다.

두 번째는 우마무스메.

게임에서 플레이어의 역할이던 트레이너를 구체적인 캐릭터로 표현하였다.

팀 스피카 말고 다른 팀들에는 또 다른 트레이너가 배정되어 있긴 한데 우선 이 캐릭터가 주인공의 페르소나인 듯 하다.(우마무스메를 아직 안 해봐서 잘 모르겠당)

하여튼 우마무스메는 잘 몰라서 말을 삼가고, 블아 애니에서 이렇게 구체적인 캐릭터를 출현시킨다고 상상해보자.

주인공을 하나의 캐릭터로 정착시킴으로써 더 풍부한 표현을 할 수 있게 된다.

애니로서 커다란 짐 하나를 풀게 되는 것.

그러나 나는 거부감이 느껴진다.

스피카 트레이너를 좋아하는 분께는 실례지만, 일단 센세가 이렇게 생기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너무 느끼혀…….

굳이 구체적인 캐릭터로 만들어야 한다면 여센세거나 카우보이 비밥의 스파이크 같이 생기면 딱 좋을 것 같다.

어쨌든 나 말고도 좀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구체적인 모습을 얻은 센세가 애니에서 게임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그럼 게임 속 센세를 애니 센세처럼 생각할 수 밖에 없는데 이게 좀 그렇다.

플레이어를 타자화하게 되면 몰입하기가 힘들어지고,

소외되는 유저가 생길 수 밖에 없기 때문.

그런데!

그래도 이렇게 구체적인 캐릭터 만들어서 우마무스메처럼 흥할 수 있으면 제발 그렇게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첫째도 돈, 둘째, 셋째도 돈이다. 돈만 잘 벌면 된다.

하지만 그런 거 차치하고 좀 더 내 취향의 애니를 보고 싶은 마음으로 말해보자면, 조금 색다른 방식이 하나 있다.

영화 뷰티인사이드 방식을 제안해본다.

뷰티인사이드는 매일 남녀노소 상관 없이 모습이 바뀌는 주인공이 한효주와 사귀는 로맨스 영화이다.

블루아카에서 어른은 게마트리와 선생이 있다.

그런데 게마트리아를 보자.

저게 사람 모습인가?

전혀 아니다.

그럼 선생도 조금은 이상해도 상관 없지 않을까?

게마트리아와의 차이는 드러내야 하므로 탈인간은 반대하지만, 그래도 인간 모습이지만 매일 변하는 것 정도는 허용되지 않을까?

이러면 모두가 상처받지 않는 세계의 완성이다.

덤으로 매화 선생의 모습이 기대되는 보너스 효과가 있을지도 몰?루

끝으로 우상 숭배에 대해 조금 얘기해보겠다.

사실 세계사를 배우면서 우상 숭배하는 게 잘 이해가 안 갔다.

신상을 만드는 게 무조건 포교에 유리하지 않은가?

예를 들어 내가 블아를 하지 않는 사람에게 츄라이 츄라이 권유해본다고 생각하자.

이때 아로나 피규어를 주면서 권유하는 게 당연히 전도가 수월하지 않겠는가.

하다못해 미카 일러스트라도 보여주면서 하는 게 맨입으로 하는 것보단 훨씬 낫겠지.

보지 않고 믿는 자가 가장 복되다.

그만큼 보지 않고 믿는 게 힘든다는 말일 터.

헌데 학교도 다닌 적 없는 중세 농민에게 그런 걸 요구하는 게 말이나 되나.

그래서 나는 동로마 황제인 레오 3세의 성상 파괴령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오늘 생각해보니 조금 이해가 된다.

성상과 우상은 캐릭터 붕괴다.

내가 생각한 그리스도랑 다른 느낌으로 그림을 그리고 석상을 만든다?

절대 못참지.

만들 거면 좀 신앙적으로 깊은 의미를 담아 만들기라도 하든지.

대부분의 우상이 원작에서 묘사된 거랑 다른 식으로 2차 창작되고 있었을 게 뻔하다.

개열받는다.

내가 무조건 옳은데.

내가 황제고, 지금까지 역사 속에서 중요했던 저작물 다 읽어보고, 교황이랑 성인들과 다 소통하며 확인받았는데,

원작 이해 일도 없이 그딴 식으로 묘사해?

신성 모독이다.

이상이 오늘 애니 속 센세를 궁리하다가 떠오른 심심한 생각이었다.

센세를 구체적인 캐릭터를 만드는 건 신성 모독이다. 하지만 신성 모독이어도 괜찮으니까 히트만 시켜주라...

~끗~

참고로 애니를 주인공 없이 1인칭으로 만든다거나, 주인공의 역할을 다른 캐릭터에게 나누어준다거나 하는 둥의 방식으로 만들 수도 있긴 한데 그런 건 애초에 잘 쓰이지 않는 방식이기도 하고 후자는 블아랑 특히 안 어울리는 듯.